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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공중전화

by 에디터's 2019. 4. 12.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다. 목적 지역에 다 도달해서야 알게 되었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 찾아봐도 헛수고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세수를 하기 위해 침대 위에 던져 놓았던 것 같다. 아니,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챙기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내 호주머니에는 휴대전화가 없다. 갑갑했다. 휴대전화는 전화를 걸기 위해 필요는 한데 수중에는 없는 것이다. 전화도 없이 남의 집을 불쑥 방문한다는 게 예의에 맞지 않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승강장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한창 붐볐다. 길을 막고 사정 얘기를 하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이는 있겠지만 선뜻 마음이 나가지 못했다. 예전에는 앞면 철판을 깔고 무작정 시도를 해보았을 텐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다 보니 그런 용기가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어찌할까? 고민에 들어갔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사막에 오아시스를 찾게 되었다. 바로 공중전화였다. 아무도 찾지 않아 덩그러니 혼자 서있는 공중전화가 나의 구세주가 되어준 것이었다. 참 오랜만에 보았다. 공중전화가 아직도 있었구나! 그때야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역을 오가면서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아 공중전화 자체를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다.
지갑을 열어 티머니 카드를 하나 꺼냈다. 공중전화 사용 설명서대로 카드를 올려 넣자 사용금액이 떴다. 공중전화가 한참 인기가 있을 당시에는 3,000원, 5,000원, 10,000원짜리라며 전화카드를 버스정류장에서는 팔곤 했다. 쓰는 이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 참 다양한 배경사진을 집어넣기도 했다. 그게 좋아 보여 명함첩을 사서 다양한 그림의 전화카드를 모으기도 했었다.
투박한 수화기를 집어 들자 전화해도 좋다는 신호음이 떴다. 번호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가야 했다. 가벼운 터치 몇 번이면 끝날 수 있는 스마트폰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너무 오랜만에 접해보는 공중전화 사용 때문이었을까? 쓸데없는 걱정들 몇 가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공중전화를 한참 쓰던 때는 그게 늘 불만이었다. 10초나 20초 단위로 돈 떨어지는 소리가 통화 중에 들렸다. 카드 금액이 금방 줄어드는 것 같아 통화 내내 가슴 졸이며 전화기를 응시해야 했다. 전화기 오류로 인해 중간에 툭 끊겨 버리기라도 하면 그게 못내 아쉬워 씩씩거리며 애꿎은 전화기에 한마디를 했었다. 다행히도 공중전화는 말썽 없이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해주었다.
“지금 도착했어. 지금 가도 되니?” “그래. 지금 와도 돼!”
친구의 따스한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잘 들렸다. 잠깐 걱정은 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공중전화 네가 없었다면 내가 참 고생할 뻔했다.’ 고마움에 대한 표시를 해 줄 방법은 딱히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러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둘러 역사를 빠져나왔다. 신호등과 마주해야 했다. 6차선이 지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신호등이 놓여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하나씩 들려져 있다. 이어폰을 꽂고 재미있는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도 있었다. 꽤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공중전화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지만 드문드문 자리를 차지하고 필요한 이는 이를 환영하기에 공중전화는 남아있을 거라 본다. 아니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한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옛 추억을 가끔 곱씹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공중전화에 눈길 한번 주는 일은 잊지 말아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