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JAZZ, SINCE 1983 신포동 ‘버텀라인’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방황하며 춤을 추는 불빛을 따라 신포시장 뒤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러 재즈클럽을 만날 수 있는데요, 그 많은 클럽 중에서 단연 추천하고 싶은 곳은 단연 ‘버텀라인(bottomline)’입니다. 1983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국내에서도 세 번째의 역사를 지닌 정통 재즈클럽입니다. 인천 공연문화예술의 명맥을 이어온 뿌리이자 한국 재즈음악사의 살아있는 현장! 인천 재즈음악의 성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100년도 훌쩍 넘은 건물은 인천 개항기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어 마치 시간을 돌려 과거로 회귀한 듯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전에는 고전(후루다) 양행이라는 유명한 고급 양품점이 있었다고 하네요, 입구는 좁고 2층 공연장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은 가파릅니다. 양 벽으로 포스터들이 줄지어 붙어 있는 통로를 올라 버텀라인 앞에 서자 틈새로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재즈바는 마치 영화 속 세트장을 연상케 합니다. 무대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악기,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수백 장의 레코드판과 낡은 턴테이블, 빛바랜 포스터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낯설면서도 한편으로 익숙합니다.
버텀라인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라이브공연을 하고 있는데요, 공간의 역사만큼 그간 이 무대를 거쳐 간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색소포니스트 다니엘 치아,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최용민 콰르텟 등 과장 조금 보태 국내외 재즈 뮤지션들 중 버텀라인의 무대를 거쳐 가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요?
재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일대에 만들어진 음악 장르입니다. 악보에 적힌 음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연주자가 그때그때 어떻게 연주하는가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인데요, 그야말로 즉흥성이 빛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듣는 이와의 교감도 그래서 더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요.
버텀라인 손님들은 어린아이부터 백발이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까지 그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친구와 가족, 연인, 직장 동료들 삼삼오오 모여 무대를 즐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약간은 비현실적인 인상마저 받습니다. 무대 위 연주자들도 지금의 기분에 취해 즉흥리듬을 생산합니다. 주거니 받거니, 즉흥교감에 공연은 절정을 향하고, 이 밤에 취해 술에 취해 리드미컬한 연주에 취해, 모두 적당히 흥에 겹습니다.
아, 버텀라인에서는 더욱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버텀라인 프레이(bottomlineplay)라는 비영리 공연 단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연주할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재즈 입문자를 위한 토크쇼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버텀라인 공연일정과 출연 뮤지션 라인업 등 자세한 정보는 다음 카페와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답니다.
매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늘려가는 버텀라인! 지난 3월 7일 35번째 생일을 맞이했는데요, 사실 재즈 음악클럽이 한 자리에서 30년 이상 살아남기는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공간을 애정하는 관객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40살, 50살, 아니, 지금까지 그랬듯 모든 세대가 어울려 편안히 즐기다 가는 곳으로 우리 곁에 항시 존재하길 바라봅니다.
인천 신포동 버텀라인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3번길 23
전화 : 032-766-8211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clubbottomline
카페 : http://cafe.daum.net/Bottomline
글쓴이 엄용선은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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