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https://goo.gl/XCWh92


지난 호 동안 살펴보았던 와인 라벨들은 대부분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그림과 와인 정보(빈티지, 지역, 품종등)를 담고 있다. 반면에 어떤 와인들은 화가의 그림이나 독특한 사진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와인 라벨도 있다. 특히 미국 컬트와인이 더욱더 그렇다. (참고로 컬트와인이란 생산량이 극히 제한되고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일컫는데, 회원들에게만 대부분 판매를 하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구하기 힘들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숭배(Cult)의 대상이 될 정도의 와인을 일컫는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라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라벨 이야기


미국 최고의 컬트 와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누구든 주저 없이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를 얘기할 것이다. Bill Harlan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나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로 로버트 파커(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와인 평론가)로부터 “할란 이스테이트는 단 하나의 가장 심오한 레드와인일 것입니다. 단지 나파밸리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요”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와인이다.


▲ Bill Harlan

사진출처 : http://www.worth.com/master-of-vine/


“Harlan Estate might be the single most profound red wine made not just in California, but in the world.” 

- Robert M. Parker, Jr.


와인의 품질뿐만 아니라 라벨도 굉장히 우아한데, 라벨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도 Bill Harlan이 가지고 있는 와인에 대한 열정을 잘 알 수 있다. Bill은 어렸을 때 열렬한 우표수집가였고, 특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나왔던 음각 기술로 표현된 우표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Bill은 옛날 20달러 지폐 뒷면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문양과 아이콘이 음각기술로 표현된 라벨을 만들고 싶어했다. 특히 라벨을 통해서 할란 이스테이트의 문화, 포도밭의 특성, 그리고 소비자와의 관계를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내고 싶어했다.


▲ 20달러 지폐 뒷면


그가 와이너리를 설립하고자 했던 1984년부터 많은 예술가를 고용하여 라벨작업을 시켰지만 결국 원하는 라벨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Bill은 옛날 20달러 지폐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나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일한 생존자인 Herbert Francis Fichter (1941년 당시 21세로 조폐 제작국에서 수습생으로 있던) 씨의 전화번호를 어렵게 알게 된 Bill은 Fichter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왜 그러한 라벨을 만들려 하는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간곡한 부탁을 해서 그를 나파밸리 사무실로 불러올 수 있었다.


포도밭을 둘러보고, Bill이 원하는 라벨에 대해서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Fitcher 씨는 자신은 기술자였을 뿐이지 그러한 디자인을 창작하는 일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는 America Bank Note Company(미국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미국 남북전쟁 전까지 미국 화폐와 우표를 만들던 회사)를 소개해줌으로써 Bill에게 일의 실마리를 풀 수 있게 해주었다. Bill은 여러 번의 요청 끝에 펜실베이니아 주 외곽에 있는 ABN을 방문할 수 있었고 회사를 방문했을 때 어떤 다소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때 ABN 관계자는 Bill에게 닳아져 불룩해진 엄청난 양의 낡은 책들을 훑어보도록 허락해줬는데, 이것은 대략 200년 동안의 보안 음각기술(우표, 지폐 등에 쓰였거나 쓰기 위해 축적된 sample 그림들)에 관한 책들이었다. Bill은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모든 페이지가 정말 아름다웠다. 독수리, 범선, 기관차, 은행장 초상화 등의 묘사가 페이지마다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책들을 다 훑어보려면 적어도 몇 주 아니 몇 달은 충분히 걸릴 만한 분량이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던 순간,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다. 우화적인 여성 인물이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풍성한 포도송이를 향해 팔을 뻗치는 모습의 작품이었다. Bill이 표현하고자 했던 할란의 비전과 문화, 그리고 포도밭의 특성이 이미 다 표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작품은 Alonzo Earl Foringer에 의해 디자인된 것이었고, 그는 당시 최고의 지폐 디자이너였다. 그 오리지널 작품은 크기가 매우 컸는데 아마도 맨해튼에 있는 어떤 큰 회사 벽에 걸려있거나 1990년대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될 법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 원작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그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 후로부터 3년이 흐른 어느 날, 전혀 뜻밖에도 뉴욕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그 편지는 변호사이면서 역사가이자 낡은 주권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Bill이 찾고 있는 원작은 1961년에 파괴되었다고 설명했으며, 대신 그가 가지고 있는 원작을 찍었던 사진을 보내주었다. 결국, 원본 작품을 찾아내어 할란 이스테이트 본사의 벽에 걸어두려고 했던 꿈은 무너졌지만, ABN에서 찾아낸 작품을 토대로 Fitcher 씨의 감독 아래 와인 라벨 작업이 진행되었고, 원하는 라벨을 찾아 나선 지 10년이 걸려서야 결국 라벨이 완성되었다. 안타깝게도 Fitcher 씨는 와인이 출시되기 3개월 전에 운명했지만, Bill은 Fitcher 씨가 아주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Bill은 “와인 라벨은 훌륭한 수제품의 품질을 가졌고, 가게 선반이 아닌 촛불이 켜진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되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할란 이스테이트 라벨 들여다 보기


자, 그럼 할란 이스테이트 와인에 실제로 붙어있는 라벨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아래 보이는 사진은 필자의 와인 셀러에 보관하고 있는 2009년 빈티지(할란 설립 25주년 기념 빈) 라벨 사진이다. 컬러사진보다는 때로는 흑백사진이 깊은 여운을 남기듯, 할란 와인의 라벨은 지폐를 만들 때 사용되었던 음각기술을 이용해서 표현한 흑백 이미지를 통해, 다른 와인에서 볼 수 없는 멋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라벨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먹고 싶어 할 정도의 뛰어난 품질의 포도(와인)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 필자가 직접 촬영한 2009년 빈티지 라벨 모습 & 시중에 있는 2012년 빈티지 라벨 사진 비교


2012년 빈티지 와인부터는 현대 기술을 접목해 더 섬세한 와인 라벨을 완성했다고 한다. 위조방지 배경 그림이 추가되었고 여신의 얼굴과 손목 부분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소비자들이 빈티지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글자도 조금 크게 하였다고 한다.


할란 이스테이트 와인은 20~30년의 세월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오래 묵힐수록 더 심오한 맛을 선사하는 레드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컴퓨터와 로봇의 도움으로 아주 깜짝 놀랄만하게 변해버린 그런 세상이 왔을지라도, 촛불이 켜진 테이블에서 다시 만나는 이 라벨은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시공을 초월한 그윽한 우아함으로 우리에게 큰 행복을 선사할 것 같다.


▲ 할란 이스테이트 와이너리 전경

사진출처 : https://harlanestate.com/purpose/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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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구분할 때 ‘신대륙 와인과 구대륙 와인’ 이렇게 구분하기도 한다. 이것은 기독교 관점에서 종주국이었던 유럽지역 나라들의 와인을 ‘구대륙 와인’,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와인을 ‘신대륙 와인’으로 가르는 개념에서 나온 분류 방법이다. 즉, 식민지 나라들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제사에 필요한 제주(祭酒, 예수의 피, 레드와인을 말한다)가 필요해 식민지에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기에 이를 신대륙 와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신대륙 와인들은 구대륙 와인들과 경쟁해야 했는데, 역사와 전통이 없는 신대륙 와인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대륙 와인들은 가격대비 품질, 알기 쉬운 라벨에 초점을 맞춰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신대륙 와인을 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달라졌다. (‘파리의 심판’이란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 와인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하였으나, 예상외로 미국 와인에 충격적인 완패를 당해서 프랑스 와인업계에는 치욕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신대륙 와인 라벨은 구대륙 와인에 비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쉽도록 와이너리 이름, 지역명, 포도종류, 빈티지 정도만을 나타내어 단순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마트에 와인코너를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신대륙 와인들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나라별로 유명한 와인산지 및 대표적 포도 품종(레드와인 위주, 뉴질랜드는 화이트와인)을 표로 아래와 같이 나타내 보았다.



위의 표에서 보듯 신대륙 와인들은 나라마다 대표적인 포도 품종들이 있으며 대부분 1개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자, 그럼 이제는 신세계 와인의 라벨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미국 와인

로버트 몬다비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Robert Mondavi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미국 와인에서는 로버트 몬다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필자가 나파 밸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였다. 포도원과 와인공장을 테마파크처럼 꾸며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이너리 투어도 하고 시음도 하면서 와인과 가까워지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와인의 품질과 맛 또한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을 대표한다고 봐도 좋다. 요즘 와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쉽게 다가서기 힘든 점이 좀 아쉽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맛보아야 할 와인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와인가격은 약 86,000원.


이미지출처 : https://goo.gl/HP9DFS


① Robert Mondavi Winery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 와이너리 이름.

② Napa Valley (나파 밸리) : 미국에서 유명한 와인 명산지 이름.

③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 미국에서는 한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 75% 이상이면 그 품종을 라벨에 표시할 수 있어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포도 품종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86% Cabernet Sauvignon, 10% Merlot, 2% Petit Verdot, 1% Cabernet Franc, 0.5% Malbec, 0.5% Syrah로 만들어졌다.

④ 2014 : 빈티지,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2.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칠레하면 몬테스 알파 와인이다. 대한민국 1등 판매 와인의 명성에 걸맞게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묵직한 구조감이 일품인 와인으로 등심 숯불구이와 무척 잘 어울린다. 오래 잘 묵힌 몬테스 알파는 프랑스 와인 올드 빈티지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타닌의 촉감과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좋다. 마트에서 매그넘(1.5L) 병에 있는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올드 빈티지를 발견했을 때에는 꼭 사오자. 회식용 와인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CXz867


① Montes Alpha (몬테스 알파) : 와이너리 이름.

②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 주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표시되었는데, 실제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90%, 메를로 10%로 만들어졌다. 2014년 빈티지 기준.

③ 2014 : 빈티지,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④ Colchagua valley (콜차구아 밸리) : 칠레 콜챠구아 벨리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3. 아르헨티나 와인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 (Trapiche, Broquel Malbec)

말벡의 나라 아르헨티나. 그중에서도 멘도자 지역에서 나는 말벡을 최고로 친다. 칠레에 비냐 몬테스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트라피체가 있다. 특히 브로켈 말벡은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으로, 말벡이 주는 구조감과 향을 잘 표현한다.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어 인터넷 검색결과 5만 원대로 나오지만, 할인할 때를 잘 노려보면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고지혈증이 있는 분인데 술을 좋아하신다면 말벡 와인으로 권하는 것도 좋다. 말벡 와인에는 다른 와인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DX4MhD


① Trapiche (트라피체) : 와이너리 이름.

② Broquel (브로켈) : 와인 이름. (스페인어로 목재로 만든 소형 방패를 뜻하는 말)

③ Malbec (말벡) : 말벡 100%로 만들어졌음.

④ 2011 : 빈티지,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4. 호주 와인

토브렉 더 스트루이 (TORBRECK, The Struie)

TORBRECK은 1994년 David Powell에 의해서 설립된 호주 와이너리 이름으로 그가 벌목꾼으로 일했던 스코틀랜드의 ‘TORBRECK’이란 숲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극찬한 와이너리 중 하나로,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필자도 한동안 단골로 다녔던 와인가게에 토브렉 시리즈가 많아 여러 시리즈를 시도해보았다. 스트루이는 중간 레벨 정도 가격대의 와인인데, 보관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바로사 벨리(수령 60년)와 에덴벨 밸리(수령 40년)에서 수확한 시라즈를 섞어서 만든 와인으로 진득한 바로사 밸리 포도와 비교적 서늘한 에덴 벨리에서 수확한 섬세한 시라즈를 혼합하여 만든 독특한 와인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ezFnwO


① TORBRECK (토브랙) : 와이너리 이름.

② BAROSSA (바로사) :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산지 이름. 

③ 2011 : 빈티지,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④ The Struie (스트루이) : 와인 이름.


5. 뉴질랜드 와인

빌라 마리아, 셀러 셀렉션 소비뇽 블랑 (Villa Maria,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뉴질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로 유명한 빌라 마리아 와인은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인데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특히 말보로 지역에서 나오는 소비뇽 블랑은 한번 맛을 보면 그 청량함을 절대 잊을 수 없고 또 비린내가 있는 해산물과도 잘 어울려서 여름철 바닷가에서 즐기기 좋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VAzLo5


① VILLA MARIA (빌라 마리아) : 와이너리 이름.

② 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 : 화이트와인에 쓰이는 포도품종 이름, 뉴질랜드 대표 품종.

③ Marlborough (말보로) : 뉴질랜드의 대표적 와인산지로 소비뇽 블랑 품종이 잘 자란다.

④ 2015 : 빈티지, 201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이상 신대륙 와인 라벨들에서 살펴보았다. 구대륙 와인 라벨과는 다르게 대부분 와인라벨이 포도 품종과 지역 이름을 알고 있으면 고르기 쉽도록 디자인되어있고,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하나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독특한 라벨들을 소개해 드리려 한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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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 생활의 한 부분이고, 또 자부심과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라벨에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벨에 포도 품종도 나타나 있지 않고 생소한 지역 이름이 나와서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필자가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이탈리아 와인에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또 마트 직원이 추천해주는 와인을 먹어보면 대부분 시큼한 맛이 특징이었다. 시큼한 것을 싫어하는 필자에게 이탈리아 와인 하면 신맛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떠올라 일종의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와인 동호회 모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이탈리아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탈리아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신맛도 이제는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와인라벨을 읽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 전에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을 이해하려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겠기에, 아래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 피에몬테 포도밭 


이탈리아는 국토 전체가 와인 재배를 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300여 종이 넘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 이유로 정말 다양한 와인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와 닿아있는 피에몬테(Piemonte) 지방과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지방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화이트와인도 많지만, 레드와인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 이탈리아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g7mexS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유명한 두 가지 적포도 품종은 바로 ‘네비올로(Nebbiolo)’‘산지오베제(Sangiovese)’이다. 네비올로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되는 품종인데, 이탈리아 대표와인인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재료가 된다.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레드 품종으로, 중부 토스카나 키안티,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부르넬로’는 몬탈치노 지방에서 재배되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와인 이름이 지역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즉, 바롤로가 포도 품종이 아니라 피에몬테 지역의 이름인데, 그 지역에서 나오는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바롤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꼽는데 바롤로가 더 유명하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통일시대인 1860년대부터 왕들이 즐겨 마셨고 그들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들의 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롤로는 최저 2년을 전통적인 대형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병에서 다시 1년을 숙성해서 최소 3년이 지나야 출시가 된다고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인접한 마을이지만 포도밭이 좀 더 낮은 곳에 있어서 바롤로보다는 좀 더 여리고 섬세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160km에 걸쳐서 펼쳐진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 대표 품종 중 하나인 산지오베제라는 적포도로 레드와인을 만드는데, 그 와인을 키안티 와인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다가 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역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원래 키안티 지역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그 외 주변 지역은 키안티 와인으로 불린다. 오리지널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병목에 ‘갈로 네로’라는 검은 닭 표시가 있으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인 것이다. 검은 닭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이야기는 재미있다.


1380년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피렌체와 시에나는 결국 전쟁 대신에 내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기로 했다. 참 우스운 방법이지만 먼저 닭을 울게 만드는 쪽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고, 시에나는 닭을 배불리 먹이면 일찍 일어나서 모이를 더 달라고 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피렌체 측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닭을 굶겨서 재웠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배가 고픈 닭이 먼저 일어서 울었고, 결과에 승복한 시에나는 순순히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포기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검은 수탉이 키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피에몬테(Piemonte), 키안티(Chianti) 외에 기억해야 할 곳은 바로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이다. 1970년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 지역은 비온디-산티(Biondi-Santi) 와이너리가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브루넬로 포도로 와인을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hino)를 성공시키면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특히 사이프러스 나무가 길가에 늘어서고 언덕의 풍경이 너무 멋져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숙소에 묵으면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도 이 지역을 다녀왔었는데, 그 풍경이 너무 멋있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은 토스카나 해안 지역에 위치한 볼게리(Bolgheri) 지역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등급(DOC 제도)을 잘 받으려면 나라에서 지정한 포도를 써야 하고 또 양조법도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 지역 와인들은 등급 하락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메소리니 같은 명품 와인들이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1. 라 스피네타 바롤로 깜페 (La spinetta Barolo Campe)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 지역의 와이너리로, 라벨에 르네상스 시대 독일화가 뒤러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롤로 깜페는 2000년 출시하자마자 Wine spectator에서 98점을 받아 스타와인으로 떠올랐으며, 레이블에 있는 뒤러의 사자 그림을 통해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표현하려고 한다. 필자가 주최했던 동물라벨 와인 모음 시음회에 가지고 나갔던 와인인데, 맛과 향이 너무 멋지고 훌륭했다. 특히 희미하게 올라오는 낙엽냄새가 정겹게 느껴졌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데 계속 깜페의 향기가 함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 와인이다. 1년에 20,000병만 생산되는, 구하기 쉽지 않은 와인이다.



① 사자 그림 : 독일 르네상스 화가 뒤러의 작품.

② Vigneto : 영어로는 Vinyard, 즉 포도밭을 말한다.

③ 2003 : 2003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VURSU : 이탈리아어로 ‘욕망한다’라는 뜻.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라 스피네타의 의지가 느껴진다.


2. 카스텔라레 디 카스텔리나 끼안티 클라시코 (Castellare di Castellina Chianti Classico)

토스카나에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나는 카스텔라레 와인은 필자가 처음 만난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마트 직원에게 이탈리아 와인 중에 저렴하면서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와인이었는데, 부드럽고 상큼한 신맛이 특징이었다. 라벨에 그려진 새는 친환경 농법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매년 빈티지마다 다른 종류의 새가 그려져 있다. 와인에는 분홍색 띠처럼 둘러진 DOCG (이탈리아가 지정한 최상급 와인의 표시) 띠와 키안티 클라스코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 표시가 있다. 와인 가격도 부담 없고 삼겹살에 곁들여서 먹으면 참 좋다.



① DOCG 마크 : 이탈리아 와인등급 중 최상위급임을 나타낸다.

② Galo Nero (갈로 네로) : 검은 수탉 로고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상징한다.

③ Castellare (카스텔라레) : 와인 이름.

④ 2009 : 200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⑤ Chianti classic (키안티 클라시코) : 키안티 지역 중에서도 맨 먼저 와인 재배를 시작한 지역을 나타낸다.


3. 피안 델레 비녜 (Pian Delle Vigne)

피안델례 비녜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토스카나 지방에서도 몬탈치노 지역(키안티 지방에서 약간 아래쪽)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Antinori)에서 만든 와인이다. 피안델레 비녜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검은색과 가까운 병에 검은색 라벨, 그리고 그 위에 빨간 필기체로 새겨진 와인 이름이 너무 멋스러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와인을 표현할 때 벨벳 같은 타닌의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와인을 만나면 그 느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자동차를 렌트해서 몬탈치노 지방을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고성과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 하늘로 춤추듯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겨주는 길,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① 와이너리 로고를 뜻한다.

② Pian delle Vigne (피안델레 비녜) : 와인 이름

③ ANTINORI (안티노리) : 이탈리아 와이너리 이름으로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강추 와이너리.

④ 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 몬탈치노 지방에서 브루넬로(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DOCG : 이탈리아 와인 최고등급을 나타낸다.


4.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 포도밭은 키안티 클리시코 지역 중심에 있는데 그 포도밭에서는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이 함께 자라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산지인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만이 정부 인증을 받아 최고등급 마크인 DOCG를 받을 수 있는데 그 틀을 깨버리고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 블렌딩을 시도해 놀라운 맛과 향을 창조한 와인이 바로 티냐넬로다. 그 대가로 DOCG 등급을 받지 못하고 IGT급(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혁신적인 와인을 두고 슈퍼 투스칸이라고 칭송하면서 그 가치는 일반 DOCG와인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1975년에 출시된 티냐넬로가 그 첫번째 슈퍼 투스칸이 되었다. 10년 전, 이건희 삼성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을 요구하면서 사장단에게 선물했던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기도 하다.



① TIGNANELLO (티냐넬로) : 와인 이름.

② 2012 : 2012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③ TOSCANA (토스카나) : 토스카나 와인 지역에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IGT : 최하위 와인등급 (이탈리아 와인법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결과, 하지만 맛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둠)

⑤ ANTINORI (안티노리) :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참 복잡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떤 와인이 괜찮은지 알기 어렵다. 이탈리아 와인을 구매하기 망설여질 때 안티노리(Antinori)와이너리의 와인중에서 골라본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안티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현재도 26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오랜 기간 동안 이름을 유지하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와인의 맛과 품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말에는 안티노리 와인을 만나보는게 어떨까. 독자 여러분들도 이탈리아 와인이 주는 매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몬탈치노의 풍경

사진출처 : https://goo.gl/WAER5A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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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보르도, 부르고뉴)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스페인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최근 와인 관련 기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스페인 와인의 약진이었다. 예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신대륙(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맛도 좋은 스페인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스페인 와인이 그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에 물린 와인 애호가들에게 좋은 품질과 매력적인 가격으로 파고들기에 성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필리핀에 오기 전까지는 스페인 와인에 대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품종 자체도 생소한 데다가 처음 만났던 스페인 와인의 뒤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와인을 적당히 마신 다음 날에는 머리가 아픈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스페인 와인을 마신 다음 날에는 꼭 경미한 두통이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LAN Gran Reserva(스페셜 에디션)와 최근 알게 된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 와인들을 계기로 스페인 와인을 다시 보게 되었고, 요즘은 스페인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다음날 느꼈던 경미한 두통도 잊은 지 오래. 필자가 아는 스페인 와인의 매력은 바디감이 너무 무겁지 않아 안주 없이 가볍게 마시기에 좋고, 향기 또한 달콤하고 은은하여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비슷한 다른 나라 와인들에 비해서 품질 대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요즘 뜨고 있는 스페인 와인 라벨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려 한다.



라벨을 읽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주요 와인 산지와 숙성 기간에 따른 명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와인 산지

스페인에도 수많은 와인 산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Rioja(리오하)와 Ribera Del Duero(리베라 델 두에로)다. 리오하(Rioja) 지역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데,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에브로 강을 따라 120km에 걸쳐 펼쳐진 방대한 지역을 말한다. 19세기 말 필록세라(포도뿌리 혹벌레)가 전 유럽의 와인 산업을 초토화했을 당시, 미리 조처를 한 리오하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고 그런 이유로 프랑스 와인 전문가들이 대거 리오하에 정착하였다. 이후 그들이 양조기술을 발전시켜 장기숙성이 가능한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여 유명해졌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은 필자가 최근 좋아하게 된 지역이다. 신성 와이너리들이 많이 포진한 곳으로, 두에로 강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인 핑구스, 우니코 등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들이 있으며 다른 보데가(Bodega)들도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양조장을 보데가(Bodega)라고 부른다.


▲ 스페인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xJF0Li


와인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 (리오하 지역 기준)

스페인 와인의 라벨을 유심히 보면, 낯선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벤(Joven), 크리안자(Crianza), 리제르바(Reserva), 그랑-리제르바(Gran-Reserva)가 그것인데, 이는 모두 와인 숙성 기간에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와인의 등급 분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숙성기간이 길다고(Gran-Reserva라고 표시되었다고) 꼭 좋은 와인은 아니니, 보데가의 이름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다.

Vino Joven (비노 호벤) : 통에서 숙성을 시키지 않고, 만든 지 1년만에 시장에 나온 와인 (프랑스 보졸레 누보랑 같은 햇와인)

Crianza (크리안차) : 최소 2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1년은 통 숙성, 1년은 병 숙성)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해야 함)

Gran-Reserva (그랑-리제르바) : 최소 5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통 숙성 2년, 병 숙성 최소 3년)


그럼 이제는 인기 있는 스페인 와인들의 라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 그랑 리제르바 (Vega Sicilia Unico Gran Reserva)

필자가 활동했던 인터넷 와인 동호회에서 스페인 와인을 유독 좋아하던 분이 있었다. 그분이 와인 셀러에 고이 모셔두고 애지중지했던 와인이 바로 우니코다. 명실상부한 스페인 최고 와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소 10년 이상 와이너리에서 숙성시켜 시장에 출시되며 4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Ribera del Duero


① VEGA-SICILIA (베가 시칠리아) : 보데가(와이너리) 이름이 로고와 함께 나타나 있다.

② COSECHA 2000 (코세차 2000) :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UNICO (우니코) : 와인 이름이다.

④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이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4.5% vol : 알코올 도수.

⑦ BODEGAS VEGA SICILIA (보데가스 베사 시칠리아) : 와이너리 이름을 나타낸다.


2.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카스티요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시알 (Marques de Murrieta, Castillo Ygay Gran Reserva Especial)

필자가 사랑하는 와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필리핀에서 벌써 네 번째 만났으나 단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던 와인이다. 위대한 리오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하는 와인이 아닌가 싶다. 네이버에서 와인 가격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지만, 필리핀에서는 12만 원 정도에 구매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분을 위한 선물로도 손색이 없는 와인이다.


사진출처 : Rioja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이다.

② Castillo Ygay (카스티요 이가이) : 와인 이름.

③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④ Gran Reserva especial (그랑 리제스바 에스페샬) : 그랑 리제르바 급으로 최소 오크통 숙성 2년, 병 숙성 3년 이상 시켜서 출시된 와인이다.

⑤ COSECHA 2005 :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3.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리제르바 (Marques de Murrieta Reserva)

마르케스 드 무리에따에서 만든 리오하 와인으로, 이가이보다는 아래 급수이지만 훌륭한 스페인 와인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국에서는 10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검색되는데, 필리핀에서는 5만 원 아래 가격에 만날 수 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와인이다. 필자가 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출처 : https://goo.gl/2qN4OY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

②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을 시켜야 함)

③ 2008 :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4.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 하자 크리안자 (Alejandro Fernandez, Haza Crianza)

예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참새 방앗간처럼 들렀던 이마트 와인 냉장고에서 항상 눈에 띄던 녀석이다. 오래된 건물이 라벨에 있고 이름도 Haza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Haza를 아싸로 읽기도 하여 회식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와인이라고 한다. 궁금하기만 했었지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필리핀에 나와서 요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와인 코너 구석에 얌전히 누워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가격도 2만 원대로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했고, 2012년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100대 와인 중 당당히 18위에 올라서 크리안자 급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와인이다. 혹시 마트 장터에 하자 와인이 보인다면 꼭 한 번 만나볼 것을 권한다.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해줄 것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dmBlfX


①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

② 2011 :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HAZA (하자, 아싸) : 와인 이름.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⑤ 14.5% vol : 알코올 도수.


글을 쓰다 보니,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스페인 와인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투우, 플라멩코, 건축가 가우디, 레알 마드리드(프로축구) 순이었는데, 이제는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신성으로 떠오르는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와인들.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만나보도록 권하고 싶다. 혹시 그 와인 한 잔으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를 일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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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와인 라벨 중에서도 아마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부르고뉴 와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고뉴는 지역명도 복잡하고 지층이 다양한 토양 때문에 같은 포도밭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생산자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 명칭과 생산자의 이름이 라벨에 명시되는데 이것을 외우기 쉽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와인 라벨을 알아보기 전에, 보르도 와인과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부르고뉴는 화이트와인(샤블리, 뫼르소, 몽라쉐)도 너무 유명한데, 이번 호에서는 레드와인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왜냐하면 ‘좀 괜찮은 와인이다’ 싶을 때면 가격이 한 달 용돈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고, 좋은 와인은 월급과 맞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도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와인 등급을 나눈다.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와 크게 다른 점은 네고시앙(Negociant)이 있다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하나의 밭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구조가 많아서 오래전부터 중간 상인이 있었고, 이들은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거나 사들인 와인을 섞어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였는데, 이들을 네고시앙이라 부른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네고시앙 이름을 보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요 네고시앙으로는 메종 J. 페블리 (Maison J. Faiveley), 메종 조제프 드루앙 (maison Joseph Drouhin), 메종 루이 라뚜르 (Maison Louis Latour), 메종 루이 자도 (Maison Louis Jadot), 메종 르로아 (Majon Leroy)가 있다. 특히 루이 자도는 한국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네고시앙 이름이니 기억해 두었다가 드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르고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 도르(Cote d’Or)의 북쪽 지역인 코트 드 누이 (Cote de Nuits)이고, 이곳에는 DRC지역 (리쉬부르 Richebourg, 로마네 생비방 Romanee St-Vivant, 라 로마네 La Romanee, 로마네 콩티 Romanee Conti, 라 그랑 뤼 La Grand Rue, 라 타쉬 La Tache, 본 로마네 Vosne-Romanee) 외에, 주브레-생베르탱 (Gevrey-Chambertin), 샹볼-뮈지니 (Chambolle-Musigny), 클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등 보석 같은 마을들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를 따르고 보르도 지역의 라벨을 읽는것과 비슷하게 d’Origine 부분만 바뀌고 5개 등급으로 나뉜다.

 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 :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와인

 Appellation Cote de Nuits Controlee (아펠라시옹 코드 드 누이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Gevrey-Chambertin Controlee ((아펠라시옹 주브레-생베르탱 콩트롤레) : 부르고뉴 마을단위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Chambolle-Musigny 1er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1등급 와인, 특급 바로 아래 단계이다.

 Appellation Richebourg Grand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리쉬브르 그랑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급 포도밭(구역) 와인, 그랑크뤼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 16, 레드와인 35개가 지정되었다.


그럼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로마네 꽁띠 2004 (Domaine de la Romanee Conti, Romanee Conti 2004)

  • 매년 6,000병 내외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로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한 병만은 팔지 않고 DRC와인 12병을 Box로 사면 그 안에 로마네 꽁띠 1병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몇 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한다. 나머지 11병도 너무 유명한 와인들이어서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와인으로 불리운다.

사진출처 : https://goo.gl/vrUR7o


① ROMANEE-CONTI (로마네 꽁띠) :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APPELLATION ROMANEE-CONTI CONTROLEE (아펠라시옹 로마네 꽁띠 콩트롤레) :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③ 5.663 Bouteilles Ricolties : 5,663병만 생산했다.

④ BOUTEILLE N’ : 00414 : 일련번호 414번이다.

⑤ ANNEE 2004 :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⑥ MISE EN BOUTEILLE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2. 도멘 르로아 리쉬브루 그랑크뤼 (Domaine Leroy Richebourg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와인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왜 유명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와인인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산들거리는 딸기향과 꿈틀대듯 치고 올라오는 민트향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 https://goo.gl/JDVWFt


① Richebourg : 리쉬부르,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Leory : 르로아, 유명한 와인 메이커 이름이다.


3. 루이자도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Louis Jadot Clos de Vougeot Grand Cru)

  • 부르고뉴 5대 네고시앙 중 하나로 한국의 마트에서도 자주 보이는 와인이다. 그랑크뤼 급은 시중 가격이 30만 원대로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사진출처 : https://goo.gl/KggfjD


① CLOS VOUGETO : 클로 부조,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을 뜻한다.

⑤ 13.5% vol : 알코올 도수.

⑥ Domaine Louis Jadot : 루이 자도 포도원. 네고시앙이긴 하지만 자체 포도원에서 생산했음을 나타낸다.


부르고뉴 와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면서 가격은 4만 원대 후반으로 가볍게 먹기에 좋은 와인들이 있다. 믿을만한 네고시앙인 루이자도가 만든 부르고뉴 루즈 피노 누아 (Louis Jadot, Bourgogne Rouge Pinot Noir)와 부르고뉴 블랑 (Louis Jadot, Bourgogne Blanc)이 그것이다.


사진출처 : Louis Jadot


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저물어 간다. 다가오는 2017년에도 앰코인스토리 독자님들 가정이 평안하고 와인福이 충만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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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석수 2016.12.28 1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멋지네요. 글을 읽는 순간 문외한인 저도 Wine의 세계에 Diving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최은화 2016.12.28 1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인 좋아는 하는데 맨날 마시던 것만 마시고 잘 모르고 마셨거든요~
    와인에 대해서 알게되서 좋았습니당~
    다음번에 와인 고를 때 참고해야겠어요! ㅎㅎ

와인의 첫인상은 라벨에서 좌우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와인들이야 라벨 디자인이 와인 구매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은 라벨 디자인도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초보자들은 와인라벨에 적혀있는 깨알 같은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나라별 와인 라벨의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호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라벨을 이해하기에 앞서, 보르도 지역의 특징과 지역명을 익혀두어야 모르는 와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 남서 쪽에 위치한 보르도는 대서양과 인접하여 사계절 온화한 기후를 지닌다. 이에 냉해로 인한 피해가 작고 포도가 잘 자라는 토양 조건을 가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보르도 중에서도 특히 지롱드 강 왼쪽 지역(좌안)에 위치한 메독(Médoc) 지역은 레드와인으로 유명하다. 메독 지역의 와인은 한 가지 포도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맛과 향이 좋은 장기 숙성용 고급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이 지역 와인의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기재되지 않으며 대신 와이너리의 이름(샤토)이 기재된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메독 지역의 등급 분류가 가장 유명하다. 메독 지역은 상위 60개 샤토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순서를 매겨 서열화를 했다. 그중 1등급은 총 5개가 있는데 그중 3개의 샤토가 메독 지역 중에서도 뽀이약(2번, Pauillac)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 마을이 얼마나 유명한 와인 산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고를 때는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 < 메독(MEDOC) < 마을단위 (뽀이약(PAUILLAC), 생 쥴리앙(St-Julien), 마고(Margaux) 등의 마을 이름)가 표시된 와인이 더 고급 와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보르도 지역에서는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 상위 35% 정도의 와인)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가운데 d’Origine 부분만 바뀌어 지역 이름이 라벨에 표시된다)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품질의 와인

Appellation Medo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보르도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 내의 뽀이약(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메독 지역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아래 첨부된 지도는 보르도 지역의 와인 산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숫자로 표시된 지역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마을 이름들이니 익혀두면 좋다.


사진출처 : https://goo.gl/reRWXm


이제,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샤토 라피트 로췰드 (Château Lafite-Rothschild)


사진출처 : https://goo.gl/2NMLvF

  • 1855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이 정해졌을 때, 1등 중의 1등(Premier des Premiers)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와인으로, 보르도 최고급 와인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2003년 빈티지 기준 가격 : 4,800,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② CHATEAU LAFITE ROTHSCHILD (샤토 라피트 로칠드) : 와인 이름이다.

③ PRODUCE OF FRANCE : 프랑스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1977 : 1997년 빈티지, 1997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2. 샤토 퐁테카네 (Château Pontet-Canet)


사진출처 : https://goo.gl/0jZoBl

  • 보르도 메독 뽀이약에 위치한 샤토로 5등급 와인으로 분류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와인 중 하나인데, 필자가 처음 와인에 입문했을 때 만났던 와인으로, 그때 와인에서 맡았던 연필심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아쉽기만 하다.
  • 가격 : 258.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CRU CLASSE EN 1855 : 1855년에 그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가 되었다는 표시다.

② CHÂTEAU PONTET-CANET (샤토 퐁테 카네) : 와인 이름이다.

③ 2000 : 2000년 빈티지,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13% vol : 알코올 도수.

⑥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⑦ 750mL : 와인 용량.


3. 샤토 끌레르 밀롱 (Château Clerc Milon)


사진출처 : https://goo.gl/9NbbDc

  • 1855년에 5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다. 1970년에 Mouton의 소유주였던 Philippe 남작이 매입하여 꾸준히 품질을 개선하여 현재 인기 있는 와인이 되었다고 한다. 가격 정보는 없다.

① CHATEAU CLERC MILON (샤토 클레르 밀롱) : 와인 이름이다.

② 2004 : 2004년 빈티지,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APPELLATION PAUILLAC CONTROLLE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④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3% vol : 알코올 도수.

⑦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4. 샤토 다가삭 (Château d'Agassac)


사진출처 : https://goo.gl/I9cTiM

  • 보르도 오 메독(Haut-Medoc)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으로, 비교적 저렴하면서 보르도 블렌딩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이다. 2008년 빈티지는 50%의 메를로, 47%의 카베르네 소비뇽, 3%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되었다. 참고로 오 메독이라고 표시된 와인이 그냥 메독이라고 써진 와인보다는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가격 : 69,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VIN DE BORDEAUX (그랑 뱅 드 보르도) : 보르도의 좋은 와인이라는 뜻으로, 그냥 특별하게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와이너리에서 흔히 쓰는 문구다.

②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③ 2005 : 2005년 빈티지,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Chateau d'Agassac (샤토 다가삭) : 와인 이름이다.

⑤ CRU BOURGEOIS SUPERIEUR (크뤼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 크랑 크뤼 클라세보다 낮은 등급의 와인이다.

⑥ APPELLATION HAUT-MEDOC CONTROLLE : HAUT-MEDOC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⑦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⑧ 13% vol : 알코올 도수.


5. 샤토 페리에르 마고 (Chateau Ferriere Margaux)


사진출처 : https://goo.gl/lsw16Z

  • 보르도 마고 지역에서 1855년에 3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로, 개성이 강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빈티지는 58%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38% 메를로, 4%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된 와인이다. 가격 정보는 없는데 시중에서 5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① CHATEAU FERRIERE (샤토 페리에르) : 와인 이름이다.

② 2008 : 2008년 빈티지,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④ MARGAUX : 마고 지역 와인임을 나타낸다.


이번 호를 통해서 복잡하게만 보이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들이 우리 독자님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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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보관 방법


몇 년 전, 직장 선배에게서 와인 감별을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선물 받은 와인인데 귀한 와인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라벨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였다. 사진을 확인하니 처음 보는 와인이었고 빈티지가 10년 이상 지난 보르도 와인이었다. “선배님, 이 와인 어떻게 보관하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몇 년 동안 진열장에 세워져 있던 와인이라고 하였다. “와인은 오래 묵혀야 맛있어진다던데 이거 먹어도 되는지 몰라.” 라고 얼버무리는 말에  “아, 가능하면 빨리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식초가 되었어도 실망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답을 해드렸다.

와인 보관에 대한 지식이 조금 더 있었어도 좋은 자리에서 여러 사람을 더 기쁘게 했을 와인인데 보관 방법이 잘못되어 세상 구경도 못 해보고 답답한 병 속에서 팍 늙어버렸을 그 와인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한국까지 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

와인을 흔히 ‘살아있는 음료’라고 한다. 이것은 와인이 병 속에서 숨을 쉬면서 숙성되는 과정을 잘 거치면 더욱 훌륭한 와인으로 거듭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쉽게 변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을 것이다. 살아있는 음료인 와인 보관의 특성을 알아보고 와인을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 것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다.



와인의 보관 기간은 포도의 특성과 양조 방법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보졸레 누보처럼 병입 후 바로 먹어야 좋은 와인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처럼 오래 묵혀야 더 좋아지는 와인이 있다. 참고로, 가벼운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은 2~4년, 구조감이 좋거나 타닌이 강한 레드와인은 5~10년, 잘 만들어진 위대한 레드와인은 10~50년 동안이 시음 적기라고 한다.

물론, 최적의 상태에서 보관하였을 때 해당하는 얘기다. 집에 와인셀러(와인 전용 냉장고)가 있다면 보관에 대한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와인 보관의 특성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보관 실패로 인한 낭패를 줄일 수 있다. 와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빛, 온도, 습도, 진동이다.


: 빛은 와인에 해롭다고 한다. 특히 직사광선이 드는 창가나 베란다에 오랜 기간 와인을 둘 경우에는 와인에 산화가 일어나 맛이 꺾이고 색은 옅어진다. 와인샵을 가서 보면 햇빛이 드는 창가 쪽에 진열된 와인이 있는데 병에 먼지가 쌓여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온도 : 와인 보관에 가장 적정한 온도는 12도에서 14도 사이라고 한다. 와인을 너무 차갑게 보관해도 숙성에 방해가 되고, 너무 높아도 와인을 빨리 숙성시킨다. 와인을 오래 보관하고자 한다면 적정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온도가 너무 높게 되면 와인이 끓을 수도 있으므로 여름철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잦은 온도 변화도 와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습도 : 건조하면 코르크가 말라 그 틈으로 공기가 비집고 들어와 쉽게 산화가 일어나므로 건조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습도가 무조건 높아서도 안 된다. 높은 습도에서는 라벨에 곰팡이가 피고, 코르크에도 곰팡이가 생겨 와인이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습도는 75% 정도다.

진동 : 와인은 진동에도 민감하다. 잠을 자야 하는데 계속 몸이 떨리면 푹 자지 못하는 것처럼 와인도 편히 쉬어야 잘 숙성될 수 있다. 일반 냉장고에 장기간 와인 보관을 권하지 않는 이유도 냉장고 모터의 진동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어떻게 와인을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사계절이 뚜렷하고 주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우리나라는 와인을 보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여름은 덥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난방을 하여 와인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와인 전용 냉장고가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와인셀러가 없는 때 가장 쉽게 보관 가능한 곳이 바로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다. 3개월 정도 보관할 와인은 냉장고 냉장실에 두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 화이트와인은 꺼내서 바로 마시고, 레드와인은 여름철에는 꺼낸 지 30분 정도 후에, 겨울이라 집이 좀 차가운 경우에는 2시간 정도 있다가 마시면 좋겠다. 하지만 3개월 이상 보관이 필요하다면 냉장고보다는 온도의 변화가 크지 않고 조금 따뜻하지만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을 찾는 것이 좋다.



필자는 와인을 신문지에 싸서 현관에 있는 신발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거나, 싱크대 아래 난방 선이 지나가지 않는 차가운 곳에 와인을 보관하였다. 이런 곳들은 여름이나 겨울에도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고 빛도 들어오지 않으며 진동도 없어서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다만 습도 조절이 어려우므로 와인은 반드시 눕혀서 코르크가 건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와인을 몇 년 동안 보관하기는 힘들다. 온도가 평균적으로 높아서 아주 강건한 와인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쉽게 노화가 진행된다.

필자가 처음 와인을 알았을 때 착한 가격에 샀던 첫사랑 와인, 2005년 빈티지 샤또 딸보. 약 5년 동안 필자만의 비밀공간(?)에 모셔두다가 필리핀으로 오기 전에 모임에 가지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실망이 컸다. 좋은 빈티지였고 그랑크뤼 등급이라 험하게 보관했어도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은 이미 꺾일 대로 꺾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집안에 방치된 와인이 있다면 필자처럼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재빨리 적절한 조처를 하시기를 권한다. 좋은 와인을 만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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