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샴페인의 아버지인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샴페인의 어머니인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페리뇽 수도사의 노력(와인의 2차 발효에서 생기는 압력을 견디는 두꺼운 병과 코르크를 철사로 잡아매는 디자인 적용)으로 샴페인의 보관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병 속 효모가 발효되면서 남긴 뿌연 찌꺼기의 효율적인 제거 방법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샴페인의 매력 중 하나는 플루트처럼 길쭉한 잔에 담긴 연노랑 바탕의 와인 안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맑고 영롱한 기포들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뵈브 클리코의 발명이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 디켄더에 찌꺼기를 거르고 샴페인을 먹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바브 니콜 퐁사르당(Barbe-Nicole Ponsardin)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도시인 랭스(Reims)에서 1777년 12월에 태어났다. 섬유제조업체 경영인이자 정치가였던 아버지 Ponce Jean Nicolas Philippe Ponsardin의 밑에서 부유하게 자라났으며 21세 되던 해에 프랑수아 클리코(Francois Clicquot)와 결혼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은행업, 울(Wool) 무역, 샴페인 하우스 등을 경영하고 있었다. 결혼 후 6년이 지났을 무렵, 남편은 장티푸스에 걸려 안타깝게도 사망하게 되었고 그녀의 나이 27살에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게 된다. 그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나폴레옹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었는데, 나폴레옹과 조제핀은 그녀의 아버지 소유의 호텔에 머물기도 하였고, 아버지는 나폴레옹의 법령에 의해서 랭스(Reins,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시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러한 든든한 배경에다가 그녀의 시아버지가 마련해준 펀드의 자금에 힘입어 남편의 다른 사업을 접고 오로지 샴페인 하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근대시대 최초의 여성 사업가가 되었던 그녀는 부단한 노력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샴페인 양조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사업 수완까지 발휘하여 프랑스 물품의 수입이 금지되었던 러시아에까지 샴페인을 판매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당시 샴페인은 발효과정의 특성(2차 병 발효)상 효모가 죽고 나서 만들어지는 뿌연 침전물 때문에 디켄딩을 하고 먹어야 했는데, 뵈브 클리코는 효모 찌꺼기를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 도구(쀼삐뜨르, Pupitre)와, 방법(르뮈아주, Remuage)을 고안해내었으며, 병 속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데고르즈망, Degorgement)까지 개발하여 샴페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선반 두 개를 A자로 세워놓고 선반에 구멍을 뚫어서 병을 45도 정도 거꾸로 세워놓을 수 있게 하는 기구(쀼삐뜨르)를 이용해서 샴페인을 거꾸로 꽂아 두면 호모 찌꺼기는 중력에 의해 아래쪽에 서서히 모인다. 이를 규칙적으로 회전시켜 주면 모든 찌꺼기가 병 입구에 모이게 되는데(르뮈아주) 이때 병의 입구를 영하 25~30도의 소금물에 담가 급속히 냉각시키고 병마개를 열어서 얼려진 효모 찌꺼기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방법(데고르즈망)을 고안해낸 것이 바로 뵈브 클리코였다. 과연 샴페인의 어머니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업적을 이뤄냈다. 물론 그녀의 주변에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도움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래 사진은 뿌삐뚜르에 샴페인을 꽂아 놓고 일일이 병을 돌리는 Riddling 작업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American Sommelier 채널 https://www.pinterest.co.kr/amsommelier/


그 외에도 1818년에 최초로 로제 샴페인(적포도로 만들어 색이 옅은 장밋빛이 도는 샴페인)을 개발했으며, 레이블에 컬러를 입힌 것도 뵈브 클리코가 최초라고 한다. 그 당시 샴페인은 병에 레이블이 없어서 코르크로 샴페인을 구분했는데 멀리서도 쉽게 보이고 전기가 없었던 그 시절, 밤에 촛불로도 식별이 쉬운 노란색을 사용함으로써 뵈브 클리코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이 노란색 라벨은 특허로 등록해 뵈브 클리코만이 이 컬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샴페인의 이름을 뵈브 클리코로 사용했으며 1972년 창립 200주년을 맞이하여 라 그랑 담(La Grand Dame)을 내놓았는데 이는 ‘위대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뵈브 클리코가 와인 역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 때문에 성공한 여성 사업가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주는 선물 중에 뵈브 클리코가 빠지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참고로 뵈브(Veuve)는 프랑스어로 ‘과부’라는 뜻인데 왜 굳이 그런 이름을 썼을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그 사람의 아픔을 배려하여 이름에 과부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을 꺼리지만, 서양에서는 약자 (힘이 약한 여자와 어린이)를 배려하는 풍토가 있고, 또 그녀는 27세에 남편을 떠나 보냈지만 재혼하지 않고 샴페인과 결혼하여 그녀의 일생을 바친 열정이 있어서 뵈브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




샴페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필자가 샴페인을 소개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 샴페인 글을 핑계로 횟집에서 조촐한 와인 모임을 기획했었고, 필자가 준비해 간 와인은 바로 뵈브 클리코였다. 와인 케이스도 노란색으로 되어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으며 와인 라벨로 과연 싱싱한 달걀노른자처럼 노란색이어서 보기만 해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뵈브 클리코와 함께 만났던 쥐치회와 성게 알. 무엇보다도 성게 알과의 조화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자칫 느끼하고 비릿할 성게 알에 어울려지는 뵈브 클리코 한 잔. 너무도 사랑스러운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필리핀 성게 알이라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게 알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필자도 서서히 샴페인 러버가 되는 것일까. 요즘은 와인을 생각하면 자꾸만 깔끔한 샴페인이 떠오른다. 그 깔끔한 맛과 향은 어떤 와인도 흉내 내지 못할 샴페인만의 매력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의 끝자락에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다면, 노란 라벨의 뵈브 클리코와 노란 성게 알의 조합은 어떨까? 와인을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노란 은행나무 낙엽들이 쌓인 길을 따라 걸어온다면 정말 운치 있는 밤이 될 것 같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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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버지는 바흐,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이 있듯, 샴페인의 탄생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샴페인의 아버지,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과 샴페인의 어머니, 클리코 퐁사르당(Clicquot Ponsardin)이다. 두 사람은 140년의 차이를 두고 태어났다. 페리뇽은 젊은 수도사로서, 클리코는 27세에 남편을 잃은 과부로서 청춘을 바쳐 오늘날의 샴페인을 탄생시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나온 샴페인이 바로 돔 페리뇽(Dom Perignon)과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다. 그 둘의 공헌이 얼마나 지대했길래 샴페인의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남게 되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피에르 페리뇽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도록 하자.


1668년 당시 30세였던 피에르 페리뇽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 있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의 재정 담당 수도사로 있었다. 전쟁에 의해 파괴된 수도원을 재건하기 위해서 페리뇽은 미사주인 와인을 만들어서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시력이 좋지 않았던 대신 성실하고 미각이 출중했던 수도사 페리뇽은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정성을 다해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가 만든 와인은 멀리 베르시이유 궁전에까지 알려져서 루이 14세와 루이 15의 식탁에도 올랐다고 한다. 그런 유명세 덕분에 페리뇽은 그 당시 팔리던 고가의 와인들보다 훨씬 좋은 값으로 와인을 판매할 수 있었고, 수도원 재건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성직자의 최고등급인 도미누스(Dominus)에 오를 수 있었다. 훗날 그는 돔(Dom, 도미누스를 줄여서 부르는 말) 페리뇽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렇게 오늘날의 럭셔리 샴페인의 대명사인 돔 페리뇽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약 47년 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피에르 페리뇽은 1715년에 눈을 감았으며 오늘날에도 미사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 가면 그의 동상과 비문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


피에르 페리뇽은 왜 샴페인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을까?

피에르 페리뇽은 샴페인의 보관과 숙성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새로운 병 디자인을 고안해내었으며, 여러 포도 품종을 섞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블렌딩의 비밀과 적포도 품종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오늘날 샴페인이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 돔 페리뇽의 로고와 문양 (로제, 빈티지, P2)


가스 압력에 터지지 않는 샴페인 병을 개발하다

피에르 페리뇽이 수도사로 와인 담당 일을 맡고 있을 때, 봄이 오면 지하 저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와인에 기포가 발생하였고 그 기포로 인해 병이 터져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하였다. 악마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여 모두 지하저장고에 들어가길 꺼렸던 그 시대에 페리뇽은 터진 후 병에 남아있던 와인의 맛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터지지 않는 병의 디자인을 발명해 내기에 이르렀다. 강하고 튼튼한 유리병을 만들고 철실로 코르크 마개를 병에 고정하도록 한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에는 병이 터지는 현상 때문에 샴페인을 큰 통에 담아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와인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산소와의 접촉이 활발하여 숙성을 오래 시키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다. 피에르 페리뇽이 고안해낸 새로운 디자인의 병을 사용함으로써 샴페인을 병째로 판매할 수 있었으며 외부로부터의 불순물 및 산소의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샴페인의 신선도와 숙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적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다

샴페인의 주요 품종 중 하나인 피노 누아(Pinot Noir)는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으로 보통의 압착기를 이용해서 포도알을 짜면 껍질에서 붉은색이 흘러나와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즙을 약하게 천천히 짜내면 포도의 껍질에 있는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아 무색의 포도즙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서 오늘날의 맑고 투명한 샴페인을 적포도로부터 만들게 된 것이다.


맛있는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을 창조하다

피에르 페리뇽은 그의 뛰어난 미각으로 한 가지 포도보다는 여러 품종의 포도즙을 섞어서 만드는 샴페인이 더욱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발전시켜서 뛰어난 샴페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지금도 샴페인을 만드는 제조 방식의 뿌리로 자리 잡았다.


사실 현재의 돔 페리뇽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내고 가꿔온 것은,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샹동(Moet & Chandon)이다. 최고급 샴페인 라인이 필요했던 모엣&샹동은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 돔 페리뇽을 인수했다. 인후 후 시간은 좀 흘렀지만 돔 페리뇽은 1936년 이후 독립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대관식,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축하 샴페인으로 선정됨으로써 각국의 공식 만찬과 행사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샹파뉴 지방의 날씨는 들쑥날쑥하여 대부분 샴페인 업체들은 여러 해 재배된 포도즙을 섞는 방식으로 샴페인을 제조하지만 (NonVintage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돔 페리뇽은 100% 빈티지 샴페인(해당 연도의 포도만을 사용)만을 고집하여 매해 새로운 샴페인을 창조해내고 있다. 또한 1987년 명품 업체인 루이뷔통과 합병하여 LVMH그룹(루이뷔통 모엣 헤네시 그룹)이 된 후에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라벨에 패션을 입히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고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매 버전)등을 내놓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돔 페리뇽의 다양한 라벨들

사진출처 : https://www.domperignon.com/


▲ Special edition(한정판)

Jeff Koons x Dom Perignon Dom Pérignon Balloon Venus polyurethane resin

사진출처 : http://www.jeffkoons.com/


참고로 Jeff Koons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미술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작품 중 우리에게 친숙한 Balloon dog은 최근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전시되기도 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


몇 년 전, 와인 동호회 송년회에서 BYOB(Bring your own bottle)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각자 와인을 한 병씩 들고 와 회원들과 나누는 모임이었는데, 어떤 분이 돔 페리뇽을 가져오셔서 운 좋게 접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궁금해하던 샴페인이었는데 깔끔한 맛과 꼬들한 바게트에서 느껴지는 이스트 향이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언제 돔 페리뇽을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만난다면 그 자리가 필자의 인생에 있어서 기억할만한 축하 자리였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샴페인의 어머니 클리코 퐁사르당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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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


축하를 하고 싶은 특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샴페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르크 마개를 터트리면 축포를 쏘듯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와인과, 플루트처럼 길쭉한 잔에 따르면 마치 물속에서 하는 불꽃놀이처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기포, 그리고 그 기포가 터질 때 내는 소리가 축하하는 자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샴페인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유명한 사람과 얽힌 이야기도 많이 있다.


특히,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루이 15세의 후궁이자 공작부인)가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라고 했던 말이 샴페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즉, 샴페인은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축하의 자리에서 예의를 지키며 마시는 우아한 와인인 것이다. 고급 샴페인일수록 그 기포가 작고 고우며 끊임없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지난 호(발포성 와인 2편)에서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차이점을 언급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샴페인이 어떻게 만들어진 술인지 한 발짝 더 나아가 보고자 한다.


▲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 (1750)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되는 이유는, 특별한 토양과 기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샹파뉴 지방(빨간 별 모양)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위도상 다른 와인 지역보다 훨씬 높아서 기후가 유난히 춥고 습한 데다 토양이 미네랄 향이 나는 백악질이기에 생생한 산도와 깔끔한 맛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세 종류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누아 (Pinot Noir)와 피노므뉘에 (Pinot Munier), 청포도 품종인 샤도네이 (샤르도네, Chardonnay)가 있다. 참고로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 청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이라고 한다.



옛날 샹파뉴 지역에서는 포도 압착 시에도 규정된 양만을 정확하게 짜내 발효할 정도로 아주 섬세한 방식을 통해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연하게 샴페인(발포성 와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샹파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다른 지역 포도보다 당분이 많지 않아서 보통 겨울이 되기 전에 모두 발효가 끝나고, 이듬해 봄에는 화이트와인으로 마실 수 있었다.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발효 반응과 부패 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참고 : 두산백과)


그런데 어느 해 포도가 아주 잘 익어서 다른 해보다 높은 당분을 갖게 되었다. 겨울이 되자 발효가 모두 끝난 줄 알고 와인을 모두 병입하여 지하 저장고에 저장해 놓았지만, 병 안에는 아직 발효될 당분이 더 남아있었다. 다음 해 봄이 왔을 때, 지하 저장고의 온도가 올라가자 병 속에 아직 남아있던 당분이 발효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발효로 인해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 가득 차게 되어 급기야는 병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라. 지하 저장고에서 평상시처럼 잘 보관하고 있던 와인이 갑자기 터지기 시작하니 얼마나 무시무시했겠는가.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셀러에 들어가 깨진 병 조각을 치우면서 호기심에 맛보았던 이 와인이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2차 발효를 통한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유리병의 두께를 늘렸으며, 압력에 의해 튀어나오는 코르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철사로 매 놓는 디자인이 개발되었다.


샴페인 사진이 없어서 스파클링와인 사진으로 대신한다. 병 모양의 특징은 입구 쪽에 있다. 철사로 코르크가 튀어나가는 것을 잡고 있고, 병도 일반  보다 두꺼워 좀 무겁다. 참고로 와인병 사진은 호주에서 모엣 샹동사가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 샹동이고, 코르크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스푸만테다.




하지만 초기에 만들어졌던 샴페인은 와인의 색이 맑지 않고 탁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뿌연 찌꺼기를 함께 만드는데, 그 찌꺼기가 와인과 섞여서 맑고 투명해야 할 와인의 색이 탁했던 것이다. 한동안은 디켄더(Decanter, 와인의 침전물을 걸러내거나 향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작업(디캔딩)을 할 때 사용하는 용기)를 이용해 그 찌꺼기를 걸러내고 마셨다고 하는데, 뵈브 끌리코(Veuve Clicquot) 여사의 기막힌 아이디어를 통해서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오늘날의 맑고 투명한 샴페인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샴페인과 기포


그러면 샴페인의 특징인 기포는 어떻게 생성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화이트와인과 샴페인(발포성 와인)의 차이는 바로 2차 발효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포도 주스가 와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먹고 나서 이를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리하는 것인데, 이를 ‘발효’라고 한다. 보통의 와인은 발효가 끝난 다음에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날려버리고 와인을 병에 담기에 와인에 기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샴페인(발포성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후에 일정량의 당분과 효모를 추가로 넣어서 발효를 시키는데,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와인에 녹아들어 바로 발포성 와인으로 되는 것이다. 와인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식을 쓰면 쉽게 발포성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탄산은 쉽게 날아가 버리기에 와인을 잔에 따른 후에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즐거움을 길게 느끼기 힘든 반면, 샹파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샴페인은 작고 가는 기포가 오랫동안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도 와인이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샴페인은 생소한 와인임에 틀림없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축하하는 자리보다는 실패를 위로하는 자리가 더 많아, 쓴 소주가 더 잘 팔리고 샴페인이 더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각박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음 호에서는 오늘날의 샴페인을 있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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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처음 만나는 사람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어떤 와인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과 와인 지식에 대한 깊이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스윗(Sweet)한 와인인 모스카토 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와인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초보자일 확률이 높고, 좀 묵직한 레드와인을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와인에 눈을 뜬 중급자일 것이고, 어느 특정 나라나 지역의 와인을 자신 있게 콕 찍어 얘기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상급자일 것이고, 부르고뉴 지방 와인이나 샴페인(Champagne)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마 그는 고수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지 꼭 스윗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초보라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번 호에서는 발포성 와인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생일이나 축제 때 와인병을 마구 흔든 후 마치 축포를 쏘듯 코르크 마개를 뻥 터트리고, 솟구쳐 오르는 와인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뿌리는 발포성 와인(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화이트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인은 진짜 샴페인이 아닐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진짜 샴페인은 프랑스 특정 지역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생산되는 귀한 와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가격이 비싸서 마시지 않고 뿌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포성 와인은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들로, 보통 영어권에서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좀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을 영어로 발음한 것인데, 상표법으로 등록을 해놓아서 아무나 쓸 수 없는 일종의 브랜드명이 되었다. 그래서 샹파뉴 지역 외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법으로 지정되어 있다.  샹파뉴 지역 외의  프랑스 지방에서 나오는 발포성 와인은 크레망(Crement),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은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 독일은 젝트(Sekt)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발포성 와인 명칭과 사용되는 포도는 아래와 같다.



하지만 F1 같은 유명한 국제경기의 우승 시상식이나 각종 큰 대회의 경우에는 진짜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한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F1 공식지정 샴페인 MUMM의 광고사진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MhW9CZ


더운 나라 필리핀에 파견 나와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접했지만, 더울 때는 시원한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만한 게 없다. 특히 레드나 화이트와인은 음식과 잘 매칭시켜서 먹어야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안주 없이 그냥 먹어도 좋고 또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와인 잔 밑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한 와인을 찾는다면 그냥 화이트와인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이 더 낫다.


스파클링 와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와인 속 기포는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보통 저가의 와인들은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음료수처럼 탄산을 직접 주입해서 만들지만, 고급 와인은 수작업을 통한 전통 방식을 따른다. 1차 발효가 끝난 병에 효모와 당분을 첨가하고,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와인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다.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질수록 병 속 압력도 높아지게 되어 일반 와인병으로는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자칫 터질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스파클링 와인병은 일반 병보다 두껍고 그 압력에 의해 코르크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코르크를 철사로 감싸 병 입구에 매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CVSbJ1


스파클링의 와인잔도 일반 와인잔과는 다르게 얇고 길쭉하게 되어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의 향연을 즐기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 https://goo.gl/PiURBV


한국은 이제 장마도 끝나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데, 혹시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필자가 추천하는 와인을 꼭 한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호주 제이콥스 크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인데 와인만 그냥 먹어도 좋지만 새우구이랑 함께한다면 정말 좋은 와인이다. 새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새우를 마구 먹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와인인 것이 특징.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포털사이트 검색가 3만 원대 후반)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나, 계곡에서 즐기는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이라니. 생각만 해도 무더위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호에는 와인 고수들이 좋아하는 샴페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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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필리핀 파견 나와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최하는 전문적인 와인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멤버로 여러 와인 모임에 참석해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와인의 세계를 맛보고 와인 친구를 여럿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과는 달라서, 2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이렇다 할 와인 친구도 없거니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모임도 없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와인유통 업체에 필자의 이메일을 등록해서 그들이 주최하는 디너 초대메일은 가끔 온다. 하지만 필자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퇴근 후 가기에는 교통편도 시간도 맞지가 않기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다만 집 앞에 단골 와인가게가 있어서 주말에 주로 아내와 들러 부담 없는 와인을 마셨다.



그렇게 2년 정도 다니다 보니 그 집 주인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눈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여러 명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 와인샵에서 와인 모임이 있으면 가끔 필자를 초대하곤 했는데, 2주 전에는 반가운 문자가 왔다. 집 앞 와인가게 주인 로니에게서 온 문자인데, 남아프리카 와이너리에서 와인 홍보차 들렀다고 와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료 와인 시음회를 한다는 것이었다. 월요일이라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여서 냉큼 신청을 했다. 가장 맛있는 와인은 공짜 와인이라는 말도 있듯, 공짜이기도 했지만 남아공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람이 와서 와인을 설명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여기서 잠깐 남아공 와인에 관해서 소개해 드리려 한다.


남아공(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아프리카의 끝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는 백인이 유색인을 지배하는 인종분리정책의 어두운 그늘에 가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었고, 와인산업 자체도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철폐되고 최근 들어 고급 와인들이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남아공와인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 중에서는 피노타지(Pinotage)라는 적포도 품종의 와인이 유명하다. 이 포도는 1925년 남아프리카 KWV (Ko-Operative Wijnbouwers Vereniging Van Zuid-Afrika Beperkt : 남아프리카 와인 양조협동조합 연합회)에서 피노누아(Pinot Noir)와 생소(Cinsault)를 교배하여 만든 품종이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포도나무는 남아공에서도 잘 자랐지만 유독 재배가 까다로운 피노누아는 잘 자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생소를 교배하여 피노타지라는 포도 품종을 만들어 내었다.

피노누아는 섬세하고 우아하고, 생소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두 품종의 교배종인 피노타지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와인이 나올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더 강한 맛과 다른 향을 가진 품종으로 태어났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필자가 처음 만났던 피노타지와인은 너무 강하고 떫기까지 해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드디어 와인모임이 있는 날이 다가왔다.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여러 사람이 와있었고 이름은 모르지만 여러 번 보았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남아공에서 KWV(남아프리카 와인 양조 협동조합 연합회)와인에서 근무하는 Hugo가 준비한 11종류의 와인을 차례차례 마셔가며 와인 소개도 듣고, 또 궁금한 점에 대해서 답을 해줘서 정말 즐거운 자리였다.

처음에는 엔트리급 ‘클래식 콜렉션’ 와인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슈넹 블랑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 인상적이었다. 대중적인 포도 품종은 아니지만 소비뇽 블랑처럼 독특한 향으로 들이대지 않고, 샤도네이처럼 두루뭉술하지도 않은 어떤 독특한 개성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나온 와인은 CATHEDRAL CELLAR 시리즈로 중간급에 해당하는 와인이다. 샤도네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고소한 느낌이 흡사 잘 만든 나파밸리 샤도네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어서 나온 최상급 와인들은 MENTORS 시리즈로 하나의 밭에서 자란 포도나무에 극도의 가지치기를 통해서 열린 포도를 손으로 선별해서 만든 와인이라고 했다. 가격도 3만 원대 후반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당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제공된 디저트 와인과 드라이 진까지 총 11종류의 와인과 진을 한군데서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디저트와인은 아주 달달하면서도 농도가 짙게 느껴졌고, 드라이 진은 허브 향이 너무 강렬해서 마치 진한 약초로 담근 도수가 높은 술을 먹는 기분이었다.



남아공 와인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 전체 모습이다. (오른쪽 테이블은 그냥 손님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남아공에서 날아온 Hugo,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랄프스 주인장 Ronnie다.



와인시음회에서 조금밖에 먹을 수 없었던 멘토스 피노타지 와인이 궁금해서 랄프스 와인 가게를 다시 찾았다. 한 병을 시켜 놓고서 시간을 두고 와인의 변화 과정을 보려고 했으나, 달콤한 향과 맛이 지배적이었을 뿐 시간이 지나도 와인의 변화를 느끼기 힘들었으며 와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복합성은 좀 부족한듯 싶었다. 이상하다. 와인 시음회에서는 정말 괜찮은 와인처럼 느껴졌는데 왜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완전히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공짜 와인과 내 돈을 주고 먹는 와인이었던 것이다.


조건 없이 만나는 공짜 와인은 기대치가 거의 없기에 부담 없이 다가오고 더 좋은 평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돈을 내고 먹는 와인은 가격만큼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되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물론, 가격을 생각해보면 비슷한 가격의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에 비교해서 절대 뒤지거나 떨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와인처럼 사람의 관계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에게 기대가 없으면 작은 일도 고마워하게 되고, 설령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기대가 클 때는 실망도 크게 되고 그에 따른 상처도 내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 같다. 공짜 와인을 접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별다른 기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만 대한다면 스트레스도 적고 오히려 작은 것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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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goo.gl/XCWh92


지난 호 동안 살펴보았던 와인 라벨들은 대부분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그림과 와인 정보(빈티지, 지역, 품종등)를 담고 있다. 반면에 어떤 와인들은 화가의 그림이나 독특한 사진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와인 라벨도 있다. 특히 미국 컬트와인이 더욱더 그렇다. (참고로 컬트와인이란 생산량이 극히 제한되고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일컫는데, 회원들에게만 대부분 판매를 하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구하기 힘들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숭배(Cult)의 대상이 될 정도의 와인을 일컫는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라벨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라벨 이야기


미국 최고의 컬트 와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누구든 주저 없이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를 얘기할 것이다. Bill Harlan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나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로 로버트 파커(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와인 평론가)로부터 “할란 이스테이트는 단 하나의 가장 심오한 레드와인일 것입니다. 단지 나파밸리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요”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와인이다.


▲ Bill Harlan

사진출처 : http://www.worth.com/master-of-vine/


“Harlan Estate might be the single most profound red wine made not just in California, but in the world.” 

- Robert M. Parker, Jr.


와인의 품질뿐만 아니라 라벨도 굉장히 우아한데, 라벨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도 Bill Harlan이 가지고 있는 와인에 대한 열정을 잘 알 수 있다. Bill은 어렸을 때 열렬한 우표수집가였고, 특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나왔던 음각 기술로 표현된 우표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Bill은 옛날 20달러 지폐 뒷면처럼 섬세하고 우아한 문양과 아이콘이 음각기술로 표현된 라벨을 만들고 싶어했다. 특히 라벨을 통해서 할란 이스테이트의 문화, 포도밭의 특성, 그리고 소비자와의 관계를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내고 싶어했다.


▲ 20달러 지폐 뒷면


그가 와이너리를 설립하고자 했던 1984년부터 많은 예술가를 고용하여 라벨작업을 시켰지만 결국 원하는 라벨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Bill은 옛날 20달러 지폐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나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일한 생존자인 Herbert Francis Fichter (1941년 당시 21세로 조폐 제작국에서 수습생으로 있던) 씨의 전화번호를 어렵게 알게 된 Bill은 Fichter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왜 그러한 라벨을 만들려 하는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간곡한 부탁을 해서 그를 나파밸리 사무실로 불러올 수 있었다.


포도밭을 둘러보고, Bill이 원하는 라벨에 대해서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Fitcher 씨는 자신은 기술자였을 뿐이지 그러한 디자인을 창작하는 일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는 America Bank Note Company(미국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미국 남북전쟁 전까지 미국 화폐와 우표를 만들던 회사)를 소개해줌으로써 Bill에게 일의 실마리를 풀 수 있게 해주었다. Bill은 여러 번의 요청 끝에 펜실베이니아 주 외곽에 있는 ABN을 방문할 수 있었고 회사를 방문했을 때 어떤 다소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때 ABN 관계자는 Bill에게 닳아져 불룩해진 엄청난 양의 낡은 책들을 훑어보도록 허락해줬는데, 이것은 대략 200년 동안의 보안 음각기술(우표, 지폐 등에 쓰였거나 쓰기 위해 축적된 sample 그림들)에 관한 책들이었다. Bill은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모든 페이지가 정말 아름다웠다. 독수리, 범선, 기관차, 은행장 초상화 등의 묘사가 페이지마다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책들을 다 훑어보려면 적어도 몇 주 아니 몇 달은 충분히 걸릴 만한 분량이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던 순간,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다. 우화적인 여성 인물이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풍성한 포도송이를 향해 팔을 뻗치는 모습의 작품이었다. Bill이 표현하고자 했던 할란의 비전과 문화, 그리고 포도밭의 특성이 이미 다 표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작품은 Alonzo Earl Foringer에 의해 디자인된 것이었고, 그는 당시 최고의 지폐 디자이너였다. 그 오리지널 작품은 크기가 매우 컸는데 아마도 맨해튼에 있는 어떤 큰 회사 벽에 걸려있거나 1990년대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될 법한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 원작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그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 후로부터 3년이 흐른 어느 날, 전혀 뜻밖에도 뉴욕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그 편지는 변호사이면서 역사가이자 낡은 주권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Bill이 찾고 있는 원작은 1961년에 파괴되었다고 설명했으며, 대신 그가 가지고 있는 원작을 찍었던 사진을 보내주었다. 결국, 원본 작품을 찾아내어 할란 이스테이트 본사의 벽에 걸어두려고 했던 꿈은 무너졌지만, ABN에서 찾아낸 작품을 토대로 Fitcher 씨의 감독 아래 와인 라벨 작업이 진행되었고, 원하는 라벨을 찾아 나선 지 10년이 걸려서야 결국 라벨이 완성되었다. 안타깝게도 Fitcher 씨는 와인이 출시되기 3개월 전에 운명했지만, Bill은 Fitcher 씨가 아주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Bill은 “와인 라벨은 훌륭한 수제품의 품질을 가졌고, 가게 선반이 아닌 촛불이 켜진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되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할란 이스테이트 라벨 들여다 보기


자, 그럼 할란 이스테이트 와인에 실제로 붙어있는 라벨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아래 보이는 사진은 필자의 와인 셀러에 보관하고 있는 2009년 빈티지(할란 설립 25주년 기념 빈) 라벨 사진이다. 컬러사진보다는 때로는 흑백사진이 깊은 여운을 남기듯, 할란 와인의 라벨은 지폐를 만들 때 사용되었던 음각기술을 이용해서 표현한 흑백 이미지를 통해, 다른 와인에서 볼 수 없는 멋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라벨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먹고 싶어 할 정도의 뛰어난 품질의 포도(와인)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 필자가 직접 촬영한 2009년 빈티지 라벨 모습 & 시중에 있는 2012년 빈티지 라벨 사진 비교


2012년 빈티지 와인부터는 현대 기술을 접목해 더 섬세한 와인 라벨을 완성했다고 한다. 위조방지 배경 그림이 추가되었고 여신의 얼굴과 손목 부분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소비자들이 빈티지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글자도 조금 크게 하였다고 한다.


할란 이스테이트 와인은 20~30년의 세월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장기 숙성용 와인으로, 오래 묵힐수록 더 심오한 맛을 선사하는 레드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컴퓨터와 로봇의 도움으로 아주 깜짝 놀랄만하게 변해버린 그런 세상이 왔을지라도, 촛불이 켜진 테이블에서 다시 만나는 이 라벨은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시공을 초월한 그윽한 우아함으로 우리에게 큰 행복을 선사할 것 같다.


▲ 할란 이스테이트 와이너리 전경

사진출처 : https://harlanestate.com/purpose/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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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구분할 때 ‘신대륙 와인과 구대륙 와인’ 이렇게 구분하기도 한다. 이것은 기독교 관점에서 종주국이었던 유럽지역 나라들의 와인을 ‘구대륙 와인’,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와인을 ‘신대륙 와인’으로 가르는 개념에서 나온 분류 방법이다. 즉, 식민지 나라들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제사에 필요한 제주(祭酒, 예수의 피, 레드와인을 말한다)가 필요해 식민지에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기에 이를 신대륙 와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신대륙 와인들은 구대륙 와인들과 경쟁해야 했는데, 역사와 전통이 없는 신대륙 와인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대륙 와인들은 가격대비 품질, 알기 쉬운 라벨에 초점을 맞춰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와인이 미국 와인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신대륙 와인을 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달라졌다. (‘파리의 심판’이란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 와인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하였으나, 예상외로 미국 와인에 충격적인 완패를 당해서 프랑스 와인업계에는 치욕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신대륙 와인 라벨은 구대륙 와인에 비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쉽도록 와이너리 이름, 지역명, 포도종류, 빈티지 정도만을 나타내어 단순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마트에 와인코너를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신대륙 와인들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나라별로 유명한 와인산지 및 대표적 포도 품종(레드와인 위주, 뉴질랜드는 화이트와인)을 표로 아래와 같이 나타내 보았다.



위의 표에서 보듯 신대륙 와인들은 나라마다 대표적인 포도 품종들이 있으며 대부분 1개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자, 그럼 이제는 신세계 와인의 라벨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미국 와인

로버트 몬다비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Robert Mondavi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미국 와인에서는 로버트 몬다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필자가 나파 밸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였다. 포도원과 와인공장을 테마파크처럼 꾸며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이너리 투어도 하고 시음도 하면서 와인과 가까워지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와인의 품질과 맛 또한 미국 나파 밸리 와인을 대표한다고 봐도 좋다. 요즘 와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쉽게 다가서기 힘든 점이 좀 아쉽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맛보아야 할 와인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와인가격은 약 86,000원.


이미지출처 : https://goo.gl/HP9DFS


① Robert Mondavi Winery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 와이너리 이름.

② Napa Valley (나파 밸리) : 미국에서 유명한 와인 명산지 이름.

③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 미국에서는 한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 75% 이상이면 그 품종을 라벨에 표시할 수 있어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포도 품종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86% Cabernet Sauvignon, 10% Merlot, 2% Petit Verdot, 1% Cabernet Franc, 0.5% Malbec, 0.5% Syrah로 만들어졌다.

④ 2014 : 빈티지,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2.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칠레하면 몬테스 알파 와인이다. 대한민국 1등 판매 와인의 명성에 걸맞게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묵직한 구조감이 일품인 와인으로 등심 숯불구이와 무척 잘 어울린다. 오래 잘 묵힌 몬테스 알파는 프랑스 와인 올드 빈티지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타닌의 촉감과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좋다. 마트에서 매그넘(1.5L) 병에 있는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올드 빈티지를 발견했을 때에는 꼭 사오자. 회식용 와인으로 쓰면 좋을 것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CXz867


① Montes Alpha (몬테스 알파) : 와이너리 이름.

②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 : 주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표시되었는데, 실제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90%, 메를로 10%로 만들어졌다. 2014년 빈티지 기준.

③ 2014 : 빈티지,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④ Colchagua valley (콜차구아 밸리) : 칠레 콜챠구아 벨리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3. 아르헨티나 와인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 (Trapiche, Broquel Malbec)

말벡의 나라 아르헨티나. 그중에서도 멘도자 지역에서 나는 말벡을 최고로 친다. 칠레에 비냐 몬테스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트라피체가 있다. 특히 브로켈 말벡은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으로, 말벡이 주는 구조감과 향을 잘 표현한다.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어 인터넷 검색결과 5만 원대로 나오지만, 할인할 때를 잘 노려보면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고지혈증이 있는 분인데 술을 좋아하신다면 말벡 와인으로 권하는 것도 좋다. 말벡 와인에는 다른 와인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DX4MhD


① Trapiche (트라피체) : 와이너리 이름.

② Broquel (브로켈) : 와인 이름. (스페인어로 목재로 만든 소형 방패를 뜻하는 말)

③ Malbec (말벡) : 말벡 100%로 만들어졌음.

④ 2011 : 빈티지,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4. 호주 와인

토브렉 더 스트루이 (TORBRECK, The Struie)

TORBRECK은 1994년 David Powell에 의해서 설립된 호주 와이너리 이름으로 그가 벌목꾼으로 일했던 스코틀랜드의 ‘TORBRECK’이란 숲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극찬한 와이너리 중 하나로,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필자도 한동안 단골로 다녔던 와인가게에 토브렉 시리즈가 많아 여러 시리즈를 시도해보았다. 스트루이는 중간 레벨 정도 가격대의 와인인데, 보관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바로사 벨리(수령 60년)와 에덴벨 밸리(수령 40년)에서 수확한 시라즈를 섞어서 만든 와인으로 진득한 바로사 밸리 포도와 비교적 서늘한 에덴 벨리에서 수확한 섬세한 시라즈를 혼합하여 만든 독특한 와인이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ezFnwO


① TORBRECK (토브랙) : 와이너리 이름.

② BAROSSA (바로사) :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산지 이름. 

③ 2011 : 빈티지,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④ The Struie (스트루이) : 와인 이름.


5. 뉴질랜드 와인

빌라 마리아, 셀러 셀렉션 소비뇽 블랑 (Villa Maria,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뉴질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로 유명한 빌라 마리아 와인은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인데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특히 말보로 지역에서 나오는 소비뇽 블랑은 한번 맛을 보면 그 청량함을 절대 잊을 수 없고 또 비린내가 있는 해산물과도 잘 어울려서 여름철 바닷가에서 즐기기 좋다.


이미지출처 : https://goo.gl/VAzLo5


① VILLA MARIA (빌라 마리아) : 와이너리 이름.

② 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 : 화이트와인에 쓰이는 포도품종 이름, 뉴질랜드 대표 품종.

③ Marlborough (말보로) : 뉴질랜드의 대표적 와인산지로 소비뇽 블랑 품종이 잘 자란다.

④ 2015 : 빈티지, 201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


이상 신대륙 와인 라벨들에서 살펴보았다. 구대륙 와인 라벨과는 다르게 대부분 와인라벨이 포도 품종과 지역 이름을 알고 있으면 고르기 쉽도록 디자인되어있고,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하나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독특한 라벨들을 소개해 드리려 한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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