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색으로 구분하자면 적포도로 만든 레드와인(Red wine)과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White w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레드와인은 보통 떫은맛을 내고, 화이트와인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데 잘 익은 포도알만 골라서 만드는 와인에 왜 그런 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맛의 차이를 내는 비밀은 바로 타닌(Tannin)이라는 성분에 있다. 타닌이라는 것은 떫은맛을 지닌 성분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단어이다.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나 녹찻잎을 씹었을 때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떫은맛을 내는 것이 타닌이다. 타닌은 포도에는 주로 씨와 줄기에 분포하고 있는데 레드와인은 타닌 성분을 더 우러나게 하여 떫은맛을 얻어내고, 화이트와인은 이것을 최소화하여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타닌성분에 있다.


그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제조과정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는 와인을 만드는 제조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인데 가장 큰 공정상의 차이는 레드와인은 압착 전에 1번, 압착 후에 1번, 총 2번의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화이트와인은 압착 후 1번만 발효를 시킨다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와인제조 공정에 대해서 좀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1. 포도 수확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포도가 맛있을 때 수확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비가 오면 수분의 농도가 증가해서 당도가 떨어지고, 또 너무 늦게 따도 포도가 너무 익어버려 산도가 떨어진다.

고급 와인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송이를 확인하며 최상의 것만 수확해서 그만큼 와인의 품질이 올라가지만, 저가 와인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트랙터로 수확함으로 덜 익은 포도송이나 과하게 익은 포도송이가 섞이게 되어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2. 제경, 파쇄

모인 포도송이가 양조장에 도착하면 분쇄기에 넣어 줄기를 골라내고 알맹이를 으깨는데 이 과정을 제경, 파쇄라고 한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의 경우 신선도가 중요함으로 파쇄 이후 1차 발효를 하지 않고 다음 공정 (압착)으로 바로 넘어간다.


3. 1차 발효 (레드와인에만 해당)

분리된 포도 알맹이를 껍질 채 발효통에 넣고 발효시키는 것을 1차 발효라고 하는데 이는 레드와인에만 적용이 되는 공정이다. 1차 발효 시에 적포도의 껍질에 있는 붉은색이 우러나오고, 포도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킨다. 장기 보관용 와인의 경우 보통 2~3주의 발효기간을 거친다.


4. 압착

포도즙을 얻기 위해서 프레스에 넣고 즙을 짜내는 과정이다. 레드와인은 포도 씨까지 으깨어 떫은 타닌 성분을 추출하는 반면 화이트와인은 씨가 깨지지 않게 최대한 살살 눌러서 과육의 즙만을 짜내는 것이 특징이다.


5. 2차 발효 (레드와인)


레드와인 : 1차 발효 후 자연스럽게 얻어진 포도즙과, 찌꺼기 압착을 통해 얻은 포도즙을 함께 섞어 오크통이나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하는 것으로 젖산 발효라고도 불리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와인의 신맛이 줄어들어 더 부드럽게 된다.


화이트와인 : 화이트와인은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보통 스테인레스 통을 써서 발효를 진행하며 온도 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일부 고급 와인들은 오크통 숙성을 하여 타닌을 첨가함으로써(오크통의 재료인 참나무에도 타닌이 있음) 묵직한 맛을 주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6. 정제

발효 후 찌꺼기들을 분리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존의 통에서 새로운 통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7. 숙성

정제된 와인을 새로운 오크통에 넣고 다시 숙성하는 공정으로 이 숙성기간에 따라서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보통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 새로운 오크통을 사용하여 중후한 맛과 향을 얻게 된다. 저가 와인의 경우에는 새로운 오크통 대신, 오크 톱밥을 넣어 새 오크통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향을 내게 한다.


8. 여과, 병입

숙성이 끝난 와인 찌꺼기를 여과공정을 통해 걸러내고 병 속에 담아 소비자에게 내놓게 되는데 고급 와인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병입한 와인을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숙성해 완벽한 품질을 만든 후에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와인은 음식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마리아주라는 표현을 쓴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리아주(Mariage)는 음식과 와인의 멋진 조화를 뜻한다.


 와인 칼럼을 마치며

햇수로 4년 가까이 와인 연재를 하면서 필자의 지식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매달 원고를 쓰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필자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사보에서 와인 원고를 연재하는 기간에 만났던 와인 중에서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였던 대중적인 와인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와인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와인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레드와인


1. 카이켄 울트라 말벡 (Kaiken Ultra Malbec) : 소고기구이

우리에게 유명한 칠레 몬테스사가 아르헨티나 말벡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보통 말벡은 묵직한 맛이 특징이지만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느낌과 잘 익은 붉은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특징을 지닌 와인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다. 필자가 가장 많이 마셔본 와인 중 하나이고 가장 많이 추천한 와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와인은 2015년, 2017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2. 아비뇨네지 데시데리오 (Avignonesi, Desiderio) : 소고기구이

해외에서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와인인데 (약 8만 원가량) 한국 검색가는 무척 비싸게 나오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메를로(Merlot) 베이스의 와인인데 묵직하기는 일반 카베르네 소비뇽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마치 라벨에 나오는 소처럼 말이다. 두바이 면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25주년 기념 와인을 소고기 숯불구이와 함께 먹었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게 피어나는 맛과 향이 감동이었다.



3. 틴토 피구에로 (Tinto Figuero) : 하몽 (Jamon)

필리핀에 와서 만난 와인 중 가장 아끼고 추천하는 와인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지방에서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향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냥 향만 맡고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드는 와인인데 스페인에서 나는 하몽(Jamon, 스페인 전통 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만듦)과 엄청난 조화를 이룬다. 와인 숙성 기간과 포도 조합에 따라 여러 레벨이 있지만 모두 가격대비 훌륭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와인이겠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특히 Vinas Viejas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필리핀 구매가 5만 원가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급 와인이다.


사진출처 : http://tintofiguero.com/en/wines



화이트와인


1. 몬테스 알파 스페셜 꾸베 샤도네이 (Montes Alpha Special Cuve Chardonay) : 생선회와 생선요리

몬테스 알파에서 새로 나온 블랙라벨 와인이다. 기존 몬테스 알파보다 조금 더 윗급으로 출시된 와인인데 몬테스 알파에 물렸던 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잘 만든 샤도네이가 어떤 느낌을 지향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하는 와인으로 다른 포도 품종의 블랙라벨들도 다 뛰어나다.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좋고 생선회 등 생선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직 요리와 곁들어 먹어보진 않았지만 잘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한다)



2. 파이크스 화이트 뮬렛 (Pikes White Mullet) : 생선회

호주 남쪽에 위치한 클레어밸리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하나의 품종이 아닌 여러 청포도(리슬링, 슈넹 블랑,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를 섞어서 만든 와인인데 깔끔한 맛과 상큼한 향이 생선회와 정말 잘 어울려 회식 때 가져가면 분명 사랑받을 와인이다. 필자가 한국에서도 여러 번 만났고 필리핀에서도 만났지만 가격대비 정말 괜찮은 와인 중 하나여서 추천한다.



3. 스파이벨리 소비뇽 블랑 (Spy Valley Sauvignon blanc) : 과메기, 굴

필자가 겨울철만 되면 과메기와 생굴에 곁들여 즐겨 마시던 와인이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추운 겨울에 불어오는 칼바람 같은 산도와 여름철 풀을 벤 뒤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이 특징적이다. 세일을 하지 않으면 좀 비싸지만 세일할 때는 충분히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와인이니 올겨울에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스파클링와인


1. 제이콥스크릭 샤도네이, 피노누아 (Jacob’s Creek Chardonnay Pinot Noir) : 새우구이

새우구이와 너무 잘 어울리는 와인, 새우를 싫어했던 지인도 이 와인과 함께라면 배불리 새우를 먹게 만들고야 마는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샴페인처럼 버블이 있어서 축하용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다.



2.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 성게 알

샴페인 하면 떠오른 노란 라벨의 주인공이 바로 뵈브 클리코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인처럼 다가오는 이 와인은 노란 성게 알과 함께할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축하의 자리에서 그냥 마셔도 괜찮고 아무 자리에나 끼어들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그런 와인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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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알아보았던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 외에도 무수히 많은 샴페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명인들이 사랑했던 샴페인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샴페인 : 모엣 & 샹동 (Moet & Chandon)


사진출처 : https://www.moet.com


사진출처 : 위키백과https://en.wikipedia.org/wiki/Mo%C3%ABt_%26_Chandon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 중 하나가 바로 모엣 & 샹동이다. 1743년 클로드 모엣(Claude Moet)이 처음 샴페인을 생산했을 때 루이 15세와 마담 퐁파두르가 좋아해서 유명해졌고, 나폴레옹도 1814년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모엣의 샴페인을 즐겼다고 한다. 특히 클로드의 손자 장레미 모엣(Jean Remy Moet)은 나폴레옹과 동기동창생으로 각별한 친분이 있었는데 황제가 되어 전투에 나가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서 샹파뉴 지역에 베르사유를 본 따 만든 작은 궁전을 지어 샴페인을 대접하였다고 한다. 황제 나폴레옹을 기리는 의미에서 나폴레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던 해에 임페리얼(Imperial)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샴페인이 되었다. 모엣 & 샹동은 미국과 호주에 스파클링 와인회사를 설립하였는데 Chandon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샴페인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가격도 많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처칠이 사랑한 샴페인 : 폴 로저 (Pol Roger)



사진출처 : http://www.polroger.co.uk/history-of-pol-roger


폴 로저(Pol Roger)는 1849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좋아했던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남길 만큼 알아주는 샴페인 마니아였던 처칠은 하루에 두 병의 샴페인(작은 병)을 마실 정도로 샴페인 애호가였다. 그러던 그가 폴 로저 샴페인을 처음 마신 후에 자신이 평생 마실 샴페인을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한다. 아울러 자신의 경주마의 이름도 폴 로저로 지었다고 하니 그의 폴 로저 샴페인 사랑이 어땠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처칠이 사망하자 폴 로저사는 샴페인 병목에 검은 리본을 매달아 조의를 표했으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서거 10주년이 되는 해에 ‘뀌베 써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최고의 샴페인을 출시하였고, 아직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 : 파이퍼 하이직 (Piper Heidsieck)


사진출처 : http://piper-heidsieck.com/en/age-verification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플로렌스 루이 하이직이 설립하여 하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샴페인을 출시하였으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한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설립자가 죽은 후 루이의 사촌과 조카(파이퍼)가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이름이 파이퍼 하이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후 메릴린 먼로가 좋아하는 샴페인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당시 최고의 섹시 심볼이었던 메릴린 먼로는 샴페인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와인이 바로 파이퍼 하이직이었다. 그녀는 “나는 샤넬 넘버 5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로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붉은 라벨로 유명한 파이퍼 하이직, 가격 대비 맛도 좋아서 전문가가 선정한 10만 원 이하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2016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007이 사랑한 샴페인 : 볼랑저 (Bollinger)



1822년 설립된 볼랑저(Bollinger)는 가족 회사로, 다른 샴페인 회사와는 달리 스테인레스 스틸통이 아닌 오크통에서 샴페인을 숙성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지키며 피노 누아(Pinot Noir)를 주 품종으로 샴페인을 생산한다. 1884년 이후 영국 왕실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볼랑저는 공식 샴페인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되어가는 007시리즈에서도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포함해 2015년까지 총 5명의 제임스 본드가 나왔지만 모두가 사랑한 와인은 바로 볼랑저 와인이었다.

필자도 최근에 볼랑저 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그 지역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던 중 볼랑저 샴페인을 발견했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 후 마시는 시원한 샴페인 한 잔과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이 주는 하모니는 그 어떤 마리아주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제야 샴페인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눈을 떠가는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샴페인 러버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연노란 맑고 투명한 액체가 버블과 함께 선사하는 깔끔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다섯 번에 걸친 샴페인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지만 겨울철에 자주 찾는 해산물, 특히 과메기, 굴, 새우구이 등에 샴페인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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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샴페인의 아버지인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샴페인의 어머니인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페리뇽 수도사의 노력(와인의 2차 발효에서 생기는 압력을 견디는 두꺼운 병과 코르크를 철사로 잡아매는 디자인 적용)으로 샴페인의 보관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병 속 효모가 발효되면서 남긴 뿌연 찌꺼기의 효율적인 제거 방법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샴페인의 매력 중 하나는 플루트처럼 길쭉한 잔에 담긴 연노랑 바탕의 와인 안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맑고 영롱한 기포들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뵈브 클리코의 발명이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 디켄더에 찌꺼기를 거르고 샴페인을 먹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바브 니콜 퐁사르당(Barbe-Nicole Ponsardin)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도시인 랭스(Reims)에서 1777년 12월에 태어났다. 섬유제조업체 경영인이자 정치가였던 아버지 Ponce Jean Nicolas Philippe Ponsardin의 밑에서 부유하게 자라났으며 21세 되던 해에 프랑수아 클리코(Francois Clicquot)와 결혼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은행업, 울(Wool) 무역, 샴페인 하우스 등을 경영하고 있었다. 결혼 후 6년이 지났을 무렵, 남편은 장티푸스에 걸려 안타깝게도 사망하게 되었고 그녀의 나이 27살에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게 된다. 그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나폴레옹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었는데, 나폴레옹과 조제핀은 그녀의 아버지 소유의 호텔에 머물기도 하였고, 아버지는 나폴레옹의 법령에 의해서 랭스(Reins,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시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러한 든든한 배경에다가 그녀의 시아버지가 마련해준 펀드의 자금에 힘입어 남편의 다른 사업을 접고 오로지 샴페인 하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근대시대 최초의 여성 사업가가 되었던 그녀는 부단한 노력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샴페인 양조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사업 수완까지 발휘하여 프랑스 물품의 수입이 금지되었던 러시아에까지 샴페인을 판매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당시 샴페인은 발효과정의 특성(2차 병 발효)상 효모가 죽고 나서 만들어지는 뿌연 침전물 때문에 디켄딩을 하고 먹어야 했는데, 뵈브 클리코는 효모 찌꺼기를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 도구(쀼삐뜨르, Pupitre)와, 방법(르뮈아주, Remuage)을 고안해내었으며, 병 속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데고르즈망, Degorgement)까지 개발하여 샴페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선반 두 개를 A자로 세워놓고 선반에 구멍을 뚫어서 병을 45도 정도 거꾸로 세워놓을 수 있게 하는 기구(쀼삐뜨르)를 이용해서 샴페인을 거꾸로 꽂아 두면 호모 찌꺼기는 중력에 의해 아래쪽에 서서히 모인다. 이를 규칙적으로 회전시켜 주면 모든 찌꺼기가 병 입구에 모이게 되는데(르뮈아주) 이때 병의 입구를 영하 25~30도의 소금물에 담가 급속히 냉각시키고 병마개를 열어서 얼려진 효모 찌꺼기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방법(데고르즈망)을 고안해낸 것이 바로 뵈브 클리코였다. 과연 샴페인의 어머니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업적을 이뤄냈다. 물론 그녀의 주변에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도움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래 사진은 뿌삐뚜르에 샴페인을 꽂아 놓고 일일이 병을 돌리는 Riddling 작업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American Sommelier 채널 https://www.pinterest.co.kr/amsommelier/


그 외에도 1818년에 최초로 로제 샴페인(적포도로 만들어 색이 옅은 장밋빛이 도는 샴페인)을 개발했으며, 레이블에 컬러를 입힌 것도 뵈브 클리코가 최초라고 한다. 그 당시 샴페인은 병에 레이블이 없어서 코르크로 샴페인을 구분했는데 멀리서도 쉽게 보이고 전기가 없었던 그 시절, 밤에 촛불로도 식별이 쉬운 노란색을 사용함으로써 뵈브 클리코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이 노란색 라벨은 특허로 등록해 뵈브 클리코만이 이 컬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샴페인의 이름을 뵈브 클리코로 사용했으며 1972년 창립 200주년을 맞이하여 라 그랑 담(La Grand Dame)을 내놓았는데 이는 ‘위대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뵈브 클리코가 와인 역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 때문에 성공한 여성 사업가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주는 선물 중에 뵈브 클리코가 빠지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참고로 뵈브(Veuve)는 프랑스어로 ‘과부’라는 뜻인데 왜 굳이 그런 이름을 썼을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그 사람의 아픔을 배려하여 이름에 과부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을 꺼리지만, 서양에서는 약자 (힘이 약한 여자와 어린이)를 배려하는 풍토가 있고, 또 그녀는 27세에 남편을 떠나 보냈지만 재혼하지 않고 샴페인과 결혼하여 그녀의 일생을 바친 열정이 있어서 뵈브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




샴페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필자가 샴페인을 소개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 샴페인 글을 핑계로 횟집에서 조촐한 와인 모임을 기획했었고, 필자가 준비해 간 와인은 바로 뵈브 클리코였다. 와인 케이스도 노란색으로 되어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으며 와인 라벨로 과연 싱싱한 달걀노른자처럼 노란색이어서 보기만 해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뵈브 클리코와 함께 만났던 쥐치회와 성게 알. 무엇보다도 성게 알과의 조화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자칫 느끼하고 비릿할 성게 알에 어울려지는 뵈브 클리코 한 잔. 너무도 사랑스러운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필리핀 성게 알이라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게 알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필자도 서서히 샴페인 러버가 되는 것일까. 요즘은 와인을 생각하면 자꾸만 깔끔한 샴페인이 떠오른다. 그 깔끔한 맛과 향은 어떤 와인도 흉내 내지 못할 샴페인만의 매력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의 끝자락에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다면, 노란 라벨의 뵈브 클리코와 노란 성게 알의 조합은 어떨까? 와인을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노란 은행나무 낙엽들이 쌓인 길을 따라 걸어온다면 정말 운치 있는 밤이 될 것 같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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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버지는 바흐,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이 있듯, 샴페인의 탄생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다. 샴페인의 아버지, 피에르 페리뇽(Pierre Perignon)과 샴페인의 어머니, 클리코 퐁사르당(Clicquot Ponsardin)이다. 두 사람은 140년의 차이를 두고 태어났다. 페리뇽은 젊은 수도사로서, 클리코는 27세에 남편을 잃은 과부로서 청춘을 바쳐 오늘날의 샴페인을 탄생시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나온 샴페인이 바로 돔 페리뇽(Dom Perignon)과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다. 그 둘의 공헌이 얼마나 지대했길래 샴페인의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남게 되었을까. 

이번 호에서는 피에르 페리뇽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도록 하자.


1668년 당시 30세였던 피에르 페리뇽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 있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의 재정 담당 수도사로 있었다. 전쟁에 의해 파괴된 수도원을 재건하기 위해서 페리뇽은 미사주인 와인을 만들어서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시력이 좋지 않았던 대신 성실하고 미각이 출중했던 수도사 페리뇽은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정성을 다해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가 만든 와인은 멀리 베르시이유 궁전에까지 알려져서 루이 14세와 루이 15의 식탁에도 올랐다고 한다. 그런 유명세 덕분에 페리뇽은 그 당시 팔리던 고가의 와인들보다 훨씬 좋은 값으로 와인을 판매할 수 있었고, 수도원 재건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성직자의 최고등급인 도미누스(Dominus)에 오를 수 있었다. 훗날 그는 돔(Dom, 도미누스를 줄여서 부르는 말) 페리뇽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렇게 오늘날의 럭셔리 샴페인의 대명사인 돔 페리뇽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약 47년 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피에르 페리뇽은 1715년에 눈을 감았으며 오늘날에도 미사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 가면 그의 동상과 비문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


피에르 페리뇽은 왜 샴페인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을까?

피에르 페리뇽은 샴페인의 보관과 숙성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새로운 병 디자인을 고안해내었으며, 여러 포도 품종을 섞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블렌딩의 비밀과 적포도 품종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오늘날 샴페인이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 돔 페리뇽의 로고와 문양 (로제, 빈티지, P2)


가스 압력에 터지지 않는 샴페인 병을 개발하다

피에르 페리뇽이 수도사로 와인 담당 일을 맡고 있을 때, 봄이 오면 지하 저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와인에 기포가 발생하였고 그 기포로 인해 병이 터져버리는 일이 발생하곤 하였다. 악마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여 모두 지하저장고에 들어가길 꺼렸던 그 시대에 페리뇽은 터진 후 병에 남아있던 와인의 맛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터지지 않는 병의 디자인을 발명해 내기에 이르렀다. 강하고 튼튼한 유리병을 만들고 철실로 코르크 마개를 병에 고정하도록 한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에는 병이 터지는 현상 때문에 샴페인을 큰 통에 담아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와인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산소와의 접촉이 활발하여 숙성을 오래 시키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다. 피에르 페리뇽이 고안해낸 새로운 디자인의 병을 사용함으로써 샴페인을 병째로 판매할 수 있었으며 외부로부터의 불순물 및 산소의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샴페인의 신선도와 숙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적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다

샴페인의 주요 품종 중 하나인 피노 누아(Pinot Noir)는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으로 보통의 압착기를 이용해서 포도알을 짜면 껍질에서 붉은색이 흘러나와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피에르 페리뇽은 포도즙을 약하게 천천히 짜내면 포도의 껍질에 있는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아 무색의 포도즙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서 오늘날의 맑고 투명한 샴페인을 적포도로부터 만들게 된 것이다.


맛있는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을 창조하다

피에르 페리뇽은 그의 뛰어난 미각으로 한 가지 포도보다는 여러 품종의 포도즙을 섞어서 만드는 샴페인이 더욱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발전시켜서 뛰어난 샴페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지금도 샴페인을 만드는 제조 방식의 뿌리로 자리 잡았다.


사실 현재의 돔 페리뇽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내고 가꿔온 것은,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샹동(Moet & Chandon)이다. 최고급 샴페인 라인이 필요했던 모엣&샹동은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 돔 페리뇽을 인수했다. 인후 후 시간은 좀 흘렀지만 돔 페리뇽은 1936년 이후 독립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대관식,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축하 샴페인으로 선정됨으로써 각국의 공식 만찬과 행사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샹파뉴 지방의 날씨는 들쑥날쑥하여 대부분 샴페인 업체들은 여러 해 재배된 포도즙을 섞는 방식으로 샴페인을 제조하지만 (NonVintage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돔 페리뇽은 100% 빈티지 샴페인(해당 연도의 포도만을 사용)만을 고집하여 매해 새로운 샴페인을 창조해내고 있다. 또한 1987년 명품 업체인 루이뷔통과 합병하여 LVMH그룹(루이뷔통 모엣 헤네시 그룹)이 된 후에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라벨에 패션을 입히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고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매 버전)등을 내놓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돔 페리뇽의 다양한 라벨들

사진출처 : https://www.domperignon.com/


▲ Special edition(한정판)

Jeff Koons x Dom Perignon Dom Pérignon Balloon Venus polyurethane resin

사진출처 : http://www.jeffkoons.com/


참고로 Jeff Koons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 ‘앤디 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미술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작품 중 우리에게 친숙한 Balloon dog은 최근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전시되기도 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https://en.wikipedia.org/


몇 년 전, 와인 동호회 송년회에서 BYOB(Bring your own bottle)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각자 와인을 한 병씩 들고 와 회원들과 나누는 모임이었는데, 어떤 분이 돔 페리뇽을 가져오셔서 운 좋게 접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궁금해하던 샴페인이었는데 깔끔한 맛과 꼬들한 바게트에서 느껴지는 이스트 향이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언제 돔 페리뇽을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만난다면 그 자리가 필자의 인생에 있어서 기억할만한 축하 자리였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서는 샴페인의 어머니 클리코 퐁사르당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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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


축하를 하고 싶은 특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샴페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르크 마개를 터트리면 축포를 쏘듯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와인과, 플루트처럼 길쭉한 잔에 따르면 마치 물속에서 하는 불꽃놀이처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기포, 그리고 그 기포가 터질 때 내는 소리가 축하하는 자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샴페인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유명한 사람과 얽힌 이야기도 많이 있다.


특히,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루이 15세의 후궁이자 공작부인)가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라고 했던 말이 샴페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즉, 샴페인은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축하의 자리에서 예의를 지키며 마시는 우아한 와인인 것이다. 고급 샴페인일수록 그 기포가 작고 고우며 끊임없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지난 호(발포성 와인 2편)에서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차이점을 언급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샴페인이 어떻게 만들어진 술인지 한 발짝 더 나아가 보고자 한다.


▲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 (1750)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되는 이유는, 특별한 토양과 기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샹파뉴 지방(빨간 별 모양)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위도상 다른 와인 지역보다 훨씬 높아서 기후가 유난히 춥고 습한 데다 토양이 미네랄 향이 나는 백악질이기에 생생한 산도와 깔끔한 맛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세 종류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누아 (Pinot Noir)와 피노므뉘에 (Pinot Munier), 청포도 품종인 샤도네이 (샤르도네, Chardonnay)가 있다. 참고로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 청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이라고 한다.



옛날 샹파뉴 지역에서는 포도 압착 시에도 규정된 양만을 정확하게 짜내 발효할 정도로 아주 섬세한 방식을 통해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연하게 샴페인(발포성 와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샹파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다른 지역 포도보다 당분이 많지 않아서 보통 겨울이 되기 전에 모두 발효가 끝나고, 이듬해 봄에는 화이트와인으로 마실 수 있었다.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발효 반응과 부패 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참고 : 두산백과)


그런데 어느 해 포도가 아주 잘 익어서 다른 해보다 높은 당분을 갖게 되었다. 겨울이 되자 발효가 모두 끝난 줄 알고 와인을 모두 병입하여 지하 저장고에 저장해 놓았지만, 병 안에는 아직 발효될 당분이 더 남아있었다. 다음 해 봄이 왔을 때, 지하 저장고의 온도가 올라가자 병 속에 아직 남아있던 당분이 발효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발효로 인해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 가득 차게 되어 급기야는 병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라. 지하 저장고에서 평상시처럼 잘 보관하고 있던 와인이 갑자기 터지기 시작하니 얼마나 무시무시했겠는가.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셀러에 들어가 깨진 병 조각을 치우면서 호기심에 맛보았던 이 와인이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2차 발효를 통한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유리병의 두께를 늘렸으며, 압력에 의해 튀어나오는 코르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철사로 매 놓는 디자인이 개발되었다.


샴페인 사진이 없어서 스파클링와인 사진으로 대신한다. 병 모양의 특징은 입구 쪽에 있다. 철사로 코르크가 튀어나가는 것을 잡고 있고, 병도 일반  보다 두꺼워 좀 무겁다. 참고로 와인병 사진은 호주에서 모엣 샹동사가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 샹동이고, 코르크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스푸만테다.




하지만 초기에 만들어졌던 샴페인은 와인의 색이 맑지 않고 탁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뿌연 찌꺼기를 함께 만드는데, 그 찌꺼기가 와인과 섞여서 맑고 투명해야 할 와인의 색이 탁했던 것이다. 한동안은 디켄더(Decanter, 와인의 침전물을 걸러내거나 향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작업(디캔딩)을 할 때 사용하는 용기)를 이용해 그 찌꺼기를 걸러내고 마셨다고 하는데, 뵈브 끌리코(Veuve Clicquot) 여사의 기막힌 아이디어를 통해서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오늘날의 맑고 투명한 샴페인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샴페인과 기포


그러면 샴페인의 특징인 기포는 어떻게 생성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화이트와인과 샴페인(발포성 와인)의 차이는 바로 2차 발효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포도 주스가 와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먹고 나서 이를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리하는 것인데, 이를 ‘발효’라고 한다. 보통의 와인은 발효가 끝난 다음에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날려버리고 와인을 병에 담기에 와인에 기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샴페인(발포성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후에 일정량의 당분과 효모를 추가로 넣어서 발효를 시키는데,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와인에 녹아들어 바로 발포성 와인으로 되는 것이다. 와인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식을 쓰면 쉽게 발포성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탄산은 쉽게 날아가 버리기에 와인을 잔에 따른 후에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즐거움을 길게 느끼기 힘든 반면, 샹파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샴페인은 작고 가는 기포가 오랫동안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도 와인이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샴페인은 생소한 와인임에 틀림없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축하하는 자리보다는 실패를 위로하는 자리가 더 많아, 쓴 소주가 더 잘 팔리고 샴페인이 더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각박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음 호에서는 오늘날의 샴페인을 있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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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처음 만나는 사람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어떤 와인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과 와인 지식에 대한 깊이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스윗(Sweet)한 와인인 모스카토 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와인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초보자일 확률이 높고, 좀 묵직한 레드와인을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와인에 눈을 뜬 중급자일 것이고, 어느 특정 나라나 지역의 와인을 자신 있게 콕 찍어 얘기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상급자일 것이고, 부르고뉴 지방 와인이나 샴페인(Champagne)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마 그는 고수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지 꼭 스윗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초보라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번 호에서는 발포성 와인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생일이나 축제 때 와인병을 마구 흔든 후 마치 축포를 쏘듯 코르크 마개를 뻥 터트리고, 솟구쳐 오르는 와인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뿌리는 발포성 와인(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화이트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인은 진짜 샴페인이 아닐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진짜 샴페인은 프랑스 특정 지역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생산되는 귀한 와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가격이 비싸서 마시지 않고 뿌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포성 와인은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들로, 보통 영어권에서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좀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을 영어로 발음한 것인데, 상표법으로 등록을 해놓아서 아무나 쓸 수 없는 일종의 브랜드명이 되었다. 그래서 샹파뉴 지역 외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법으로 지정되어 있다.  샹파뉴 지역 외의  프랑스 지방에서 나오는 발포성 와인은 크레망(Crement),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은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까바(Cava), 독일은 젝트(Sekt)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발포성 와인 명칭과 사용되는 포도는 아래와 같다.



하지만 F1 같은 유명한 국제경기의 우승 시상식이나 각종 큰 대회의 경우에는 진짜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한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F1 공식지정 샴페인 MUMM의 광고사진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MhW9CZ


더운 나라 필리핀에 파견 나와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접했지만, 더울 때는 시원한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만한 게 없다. 특히 레드나 화이트와인은 음식과 잘 매칭시켜서 먹어야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안주 없이 그냥 먹어도 좋고 또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와인 잔 밑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한 와인을 찾는다면 그냥 화이트와인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이 더 낫다.


스파클링 와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와인 속 기포는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보통 저가의 와인들은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음료수처럼 탄산을 직접 주입해서 만들지만, 고급 와인은 수작업을 통한 전통 방식을 따른다. 1차 발효가 끝난 병에 효모와 당분을 첨가하고,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와인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다.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질수록 병 속 압력도 높아지게 되어 일반 와인병으로는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자칫 터질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스파클링 와인병은 일반 병보다 두껍고 그 압력에 의해 코르크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코르크를 철사로 감싸 병 입구에 매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CVSbJ1


스파클링의 와인잔도 일반 와인잔과는 다르게 얇고 길쭉하게 되어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의 향연을 즐기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 https://goo.gl/PiURBV


한국은 이제 장마도 끝나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데, 혹시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필자가 추천하는 와인을 꼭 한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호주 제이콥스 크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인데 와인만 그냥 먹어도 좋지만 새우구이랑 함께한다면 정말 좋은 와인이다. 새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새우를 마구 먹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와인인 것이 특징.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포털사이트 검색가 3만 원대 후반)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나, 계곡에서 즐기는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이라니. 생각만 해도 무더위와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 호에는 와인 고수들이 좋아하는 샴페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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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필리핀 파견 나와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최하는 전문적인 와인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멤버로 여러 와인 모임에 참석해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와인의 세계를 맛보고 와인 친구를 여럿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과는 달라서, 2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이렇다 할 와인 친구도 없거니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모임도 없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와인유통 업체에 필자의 이메일을 등록해서 그들이 주최하는 디너 초대메일은 가끔 온다. 하지만 필자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퇴근 후 가기에는 교통편도 시간도 맞지가 않기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다만 집 앞에 단골 와인가게가 있어서 주말에 주로 아내와 들러 부담 없는 와인을 마셨다.



그렇게 2년 정도 다니다 보니 그 집 주인과 어느 정도 친해지고, 눈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여러 명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 와인샵에서 와인 모임이 있으면 가끔 필자를 초대하곤 했는데, 2주 전에는 반가운 문자가 왔다. 집 앞 와인가게 주인 로니에게서 온 문자인데, 남아프리카 와이너리에서 와인 홍보차 들렀다고 와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료 와인 시음회를 한다는 것이었다. 월요일이라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여서 냉큼 신청을 했다. 가장 맛있는 와인은 공짜 와인이라는 말도 있듯, 공짜이기도 했지만 남아공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람이 와서 와인을 설명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여기서 잠깐 남아공 와인에 관해서 소개해 드리려 한다.


남아공(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아프리카의 끝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는 백인이 유색인을 지배하는 인종분리정책의 어두운 그늘에 가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었고, 와인산업 자체도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 철폐되고 최근 들어 고급 와인들이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남아공와인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남아공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 중에서는 피노타지(Pinotage)라는 적포도 품종의 와인이 유명하다. 이 포도는 1925년 남아프리카 KWV (Ko-Operative Wijnbouwers Vereniging Van Zuid-Afrika Beperkt : 남아프리카 와인 양조협동조합 연합회)에서 피노누아(Pinot Noir)와 생소(Cinsault)를 교배하여 만든 품종이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포도나무는 남아공에서도 잘 자랐지만 유독 재배가 까다로운 피노누아는 잘 자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생소를 교배하여 피노타지라는 포도 품종을 만들어 내었다.

피노누아는 섬세하고 우아하고, 생소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두 품종의 교배종인 피노타지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와인이 나올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더 강한 맛과 다른 향을 가진 품종으로 태어났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필자가 처음 만났던 피노타지와인은 너무 강하고 떫기까지 해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드디어 와인모임이 있는 날이 다가왔다.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여러 사람이 와있었고 이름은 모르지만 여러 번 보았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남아공에서 KWV(남아프리카 와인 양조 협동조합 연합회)와인에서 근무하는 Hugo가 준비한 11종류의 와인을 차례차례 마셔가며 와인 소개도 듣고, 또 궁금한 점에 대해서 답을 해줘서 정말 즐거운 자리였다.

처음에는 엔트리급 ‘클래식 콜렉션’ 와인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슈넹 블랑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 인상적이었다. 대중적인 포도 품종은 아니지만 소비뇽 블랑처럼 독특한 향으로 들이대지 않고, 샤도네이처럼 두루뭉술하지도 않은 어떤 독특한 개성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나온 와인은 CATHEDRAL CELLAR 시리즈로 중간급에 해당하는 와인이다. 샤도네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고소한 느낌이 흡사 잘 만든 나파밸리 샤도네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어서 나온 최상급 와인들은 MENTORS 시리즈로 하나의 밭에서 자란 포도나무에 극도의 가지치기를 통해서 열린 포도를 손으로 선별해서 만든 와인이라고 했다. 가격도 3만 원대 후반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당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제공된 디저트 와인과 드라이 진까지 총 11종류의 와인과 진을 한군데서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디저트와인은 아주 달달하면서도 농도가 짙게 느껴졌고, 드라이 진은 허브 향이 너무 강렬해서 마치 진한 약초로 담근 도수가 높은 술을 먹는 기분이었다.



남아공 와인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 전체 모습이다. (오른쪽 테이블은 그냥 손님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남아공에서 날아온 Hugo,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랄프스 주인장 Ronnie다.



와인시음회에서 조금밖에 먹을 수 없었던 멘토스 피노타지 와인이 궁금해서 랄프스 와인 가게를 다시 찾았다. 한 병을 시켜 놓고서 시간을 두고 와인의 변화 과정을 보려고 했으나, 달콤한 향과 맛이 지배적이었을 뿐 시간이 지나도 와인의 변화를 느끼기 힘들었으며 와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복합성은 좀 부족한듯 싶었다. 이상하다. 와인 시음회에서는 정말 괜찮은 와인처럼 느껴졌는데 왜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완전히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공짜 와인과 내 돈을 주고 먹는 와인이었던 것이다.


조건 없이 만나는 공짜 와인은 기대치가 거의 없기에 부담 없이 다가오고 더 좋은 평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돈을 내고 먹는 와인은 가격만큼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되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물론, 가격을 생각해보면 비슷한 가격의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에 비교해서 절대 뒤지거나 떨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와인처럼 사람의 관계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에게 기대가 없으면 작은 일도 고마워하게 되고, 설령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상처는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기대가 클 때는 실망도 크게 되고 그에 따른 상처도 내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 같다. 공짜 와인을 접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별다른 기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만 대한다면 스트레스도 적고 오히려 작은 것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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