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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발포성 와인 (Sparkling Wine) 2편, 샴페인 (1)

by 앰코인스토리 - 2017. 8. 29.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


축하를 하고 싶은 특별한 날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샴페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르크 마개를 터트리면 축포를 쏘듯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와인과, 플루트처럼 길쭉한 잔에 따르면 마치 물속에서 하는 불꽃놀이처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기포, 그리고 그 기포가 터질 때 내는 소리가 축하하는 자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샴페인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유명한 사람과 얽힌 이야기도 많이 있다.


특히,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루이 15세의 후궁이자 공작부인)가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라고 했던 말이 샴페인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즉, 샴페인은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축하의 자리에서 예의를 지키며 마시는 우아한 와인인 것이다. 고급 샴페인일수록 그 기포가 작고 고우며 끊임없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지난 호(발포성 와인 2편)에서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차이점을 언급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샴페인이 어떻게 만들어진 술인지 한 발짝 더 나아가 보고자 한다.


▲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마담 드 퐁파두르 초상> (1750)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되는 이유는, 특별한 토양과 기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샹파뉴 지방(빨간 별 모양)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위도상 다른 와인 지역보다 훨씬 높아서 기후가 유난히 춥고 습한 데다 토양이 미네랄 향이 나는 백악질이기에 생생한 산도와 깔끔한 맛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세 종류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누아 (Pinot Noir)와 피노므뉘에 (Pinot Munier), 청포도 품종인 샤도네이 (샤르도네, Chardonnay)가 있다. 참고로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 청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이라고 한다.



옛날 샹파뉴 지역에서는 포도 압착 시에도 규정된 양만을 정확하게 짜내 발효할 정도로 아주 섬세한 방식을 통해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연하게 샴페인(발포성 와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샹파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다른 지역 포도보다 당분이 많지 않아서 보통 겨울이 되기 전에 모두 발효가 끝나고, 이듬해 봄에는 화이트와인으로 마실 수 있었다.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발효 반응과 부패 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 (참고 : 두산백과)


그런데 어느 해 포도가 아주 잘 익어서 다른 해보다 높은 당분을 갖게 되었다. 겨울이 되자 발효가 모두 끝난 줄 알고 와인을 모두 병입하여 지하 저장고에 저장해 놓았지만, 병 안에는 아직 발효될 당분이 더 남아있었다. 다음 해 봄이 왔을 때, 지하 저장고의 온도가 올라가자 병 속에 아직 남아있던 당분이 발효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발효로 인해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 가득 차게 되어 급기야는 병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라. 지하 저장고에서 평상시처럼 잘 보관하고 있던 와인이 갑자기 터지기 시작하니 얼마나 무시무시했겠는가.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셀러에 들어가 깨진 병 조각을 치우면서 호기심에 맛보았던 이 와인이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2차 발효를 통한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유리병의 두께를 늘렸으며, 압력에 의해 튀어나오는 코르크를 붙잡아 두기 위해 철사로 매 놓는 디자인이 개발되었다.


샴페인 사진이 없어서 스파클링와인 사진으로 대신한다. 병 모양의 특징은 입구 쪽에 있다. 철사로 코르크가 튀어나가는 것을 잡고 있고, 병도 일반  보다 두꺼워 좀 무겁다. 참고로 와인병 사진은 호주에서 모엣 샹동사가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 샹동이고, 코르크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스푸만테다.




하지만 초기에 만들어졌던 샴페인은 와인의 색이 맑지 않고 탁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면서 뿌연 찌꺼기를 함께 만드는데, 그 찌꺼기가 와인과 섞여서 맑고 투명해야 할 와인의 색이 탁했던 것이다. 한동안은 디켄더(Decanter, 와인의 침전물을 걸러내거나 향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작업(디캔딩)을 할 때 사용하는 용기)를 이용해 그 찌꺼기를 걸러내고 마셨다고 하는데, 뵈브 끌리코(Veuve Clicquot) 여사의 기막힌 아이디어를 통해서 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오늘날의 맑고 투명한 샴페인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샴페인과 기포


그러면 샴페인의 특징인 기포는 어떻게 생성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화이트와인과 샴페인(발포성 와인)의 차이는 바로 2차 발효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포도 주스가 와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먹고 나서 이를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리하는 것인데, 이를 ‘발효’라고 한다. 보통의 와인은 발효가 끝난 다음에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날려버리고 와인을 병에 담기에 와인에 기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샴페인(발포성 와인)은 1차 발효가 끝난 후에 일정량의 당분과 효모를 추가로 넣어서 발효를 시키는데,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와인에 녹아들어 바로 발포성 와인으로 되는 것이다. 와인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식을 쓰면 쉽게 발포성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탄산은 쉽게 날아가 버리기에 와인을 잔에 따른 후에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즐거움을 길게 느끼기 힘든 반면, 샹파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샴페인은 작고 가는 기포가 오랫동안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도 와인이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 샴페인은 생소한 와인임에 틀림없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축하하는 자리보다는 실패를 위로하는 자리가 더 많아, 쓴 소주가 더 잘 팔리고 샴페인이 더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각박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음 호에서는 오늘날의 샴페인을 있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