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색으로 구분하자면 적포도로 만든 레드와인(Red wine)과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White w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레드와인은 보통 떫은맛을 내고, 화이트와인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데 잘 익은 포도알만 골라서 만드는 와인에 왜 그런 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맛의 차이를 내는 비밀은 바로 타닌(Tannin)이라는 성분에 있다. 타닌이라는 것은 떫은맛을 지닌 성분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단어이다.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나 녹찻잎을 씹었을 때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떫은맛을 내는 것이 타닌이다. 타닌은 포도에는 주로 씨와 줄기에 분포하고 있는데 레드와인은 타닌 성분을 더 우러나게 하여 떫은맛을 얻어내고, 화이트와인은 이것을 최소화하여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타닌성분에 있다.


그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제조과정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는 와인을 만드는 제조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인데 가장 큰 공정상의 차이는 레드와인은 압착 전에 1번, 압착 후에 1번, 총 2번의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화이트와인은 압착 후 1번만 발효를 시킨다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와인제조 공정에 대해서 좀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1. 포도 수확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포도가 맛있을 때 수확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비가 오면 수분의 농도가 증가해서 당도가 떨어지고, 또 너무 늦게 따도 포도가 너무 익어버려 산도가 떨어진다.

고급 와인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송이를 확인하며 최상의 것만 수확해서 그만큼 와인의 품질이 올라가지만, 저가 와인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트랙터로 수확함으로 덜 익은 포도송이나 과하게 익은 포도송이가 섞이게 되어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2. 제경, 파쇄

모인 포도송이가 양조장에 도착하면 분쇄기에 넣어 줄기를 골라내고 알맹이를 으깨는데 이 과정을 제경, 파쇄라고 한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의 경우 신선도가 중요함으로 파쇄 이후 1차 발효를 하지 않고 다음 공정 (압착)으로 바로 넘어간다.


3. 1차 발효 (레드와인에만 해당)

분리된 포도 알맹이를 껍질 채 발효통에 넣고 발효시키는 것을 1차 발효라고 하는데 이는 레드와인에만 적용이 되는 공정이다. 1차 발효 시에 적포도의 껍질에 있는 붉은색이 우러나오고, 포도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킨다. 장기 보관용 와인의 경우 보통 2~3주의 발효기간을 거친다.


4. 압착

포도즙을 얻기 위해서 프레스에 넣고 즙을 짜내는 과정이다. 레드와인은 포도 씨까지 으깨어 떫은 타닌 성분을 추출하는 반면 화이트와인은 씨가 깨지지 않게 최대한 살살 눌러서 과육의 즙만을 짜내는 것이 특징이다.


5. 2차 발효 (레드와인)


레드와인 : 1차 발효 후 자연스럽게 얻어진 포도즙과, 찌꺼기 압착을 통해 얻은 포도즙을 함께 섞어 오크통이나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하는 것으로 젖산 발효라고도 불리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와인의 신맛이 줄어들어 더 부드럽게 된다.


화이트와인 : 화이트와인은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보통 스테인레스 통을 써서 발효를 진행하며 온도 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일부 고급 와인들은 오크통 숙성을 하여 타닌을 첨가함으로써(오크통의 재료인 참나무에도 타닌이 있음) 묵직한 맛을 주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6. 정제

발효 후 찌꺼기들을 분리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존의 통에서 새로운 통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7. 숙성

정제된 와인을 새로운 오크통에 넣고 다시 숙성하는 공정으로 이 숙성기간에 따라서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보통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 새로운 오크통을 사용하여 중후한 맛과 향을 얻게 된다. 저가 와인의 경우에는 새로운 오크통 대신, 오크 톱밥을 넣어 새 오크통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향을 내게 한다.


8. 여과, 병입

숙성이 끝난 와인 찌꺼기를 여과공정을 통해 걸러내고 병 속에 담아 소비자에게 내놓게 되는데 고급 와인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병입한 와인을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숙성해 완벽한 품질을 만든 후에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와인은 음식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마리아주라는 표현을 쓴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리아주(Mariage)는 음식과 와인의 멋진 조화를 뜻한다.


 와인 칼럼을 마치며

햇수로 4년 가까이 와인 연재를 하면서 필자의 지식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매달 원고를 쓰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필자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사보에서 와인 원고를 연재하는 기간에 만났던 와인 중에서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였던 대중적인 와인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와인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와인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레드와인


1. 카이켄 울트라 말벡 (Kaiken Ultra Malbec) : 소고기구이

우리에게 유명한 칠레 몬테스사가 아르헨티나 말벡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보통 말벡은 묵직한 맛이 특징이지만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느낌과 잘 익은 붉은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특징을 지닌 와인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다. 필자가 가장 많이 마셔본 와인 중 하나이고 가장 많이 추천한 와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와인은 2015년, 2017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2. 아비뇨네지 데시데리오 (Avignonesi, Desiderio) : 소고기구이

해외에서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와인인데 (약 8만 원가량) 한국 검색가는 무척 비싸게 나오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메를로(Merlot) 베이스의 와인인데 묵직하기는 일반 카베르네 소비뇽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마치 라벨에 나오는 소처럼 말이다. 두바이 면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25주년 기념 와인을 소고기 숯불구이와 함께 먹었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게 피어나는 맛과 향이 감동이었다.



3. 틴토 피구에로 (Tinto Figuero) : 하몽 (Jamon)

필리핀에 와서 만난 와인 중 가장 아끼고 추천하는 와인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지방에서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향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냥 향만 맡고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드는 와인인데 스페인에서 나는 하몽(Jamon, 스페인 전통 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만듦)과 엄청난 조화를 이룬다. 와인 숙성 기간과 포도 조합에 따라 여러 레벨이 있지만 모두 가격대비 훌륭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와인이겠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특히 Vinas Viejas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필리핀 구매가 5만 원가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급 와인이다.


사진출처 : http://tintofiguero.com/en/wines



화이트와인


1. 몬테스 알파 스페셜 꾸베 샤도네이 (Montes Alpha Special Cuve Chardonay) : 생선회와 생선요리

몬테스 알파에서 새로 나온 블랙라벨 와인이다. 기존 몬테스 알파보다 조금 더 윗급으로 출시된 와인인데 몬테스 알파에 물렸던 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잘 만든 샤도네이가 어떤 느낌을 지향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하는 와인으로 다른 포도 품종의 블랙라벨들도 다 뛰어나다.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좋고 생선회 등 생선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직 요리와 곁들어 먹어보진 않았지만 잘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한다)



2. 파이크스 화이트 뮬렛 (Pikes White Mullet) : 생선회

호주 남쪽에 위치한 클레어밸리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하나의 품종이 아닌 여러 청포도(리슬링, 슈넹 블랑,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를 섞어서 만든 와인인데 깔끔한 맛과 상큼한 향이 생선회와 정말 잘 어울려 회식 때 가져가면 분명 사랑받을 와인이다. 필자가 한국에서도 여러 번 만났고 필리핀에서도 만났지만 가격대비 정말 괜찮은 와인 중 하나여서 추천한다.



3. 스파이벨리 소비뇽 블랑 (Spy Valley Sauvignon blanc) : 과메기, 굴

필자가 겨울철만 되면 과메기와 생굴에 곁들여 즐겨 마시던 와인이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추운 겨울에 불어오는 칼바람 같은 산도와 여름철 풀을 벤 뒤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이 특징적이다. 세일을 하지 않으면 좀 비싸지만 세일할 때는 충분히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와인이니 올겨울에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스파클링와인


1. 제이콥스크릭 샤도네이, 피노누아 (Jacob’s Creek Chardonnay Pinot Noir) : 새우구이

새우구이와 너무 잘 어울리는 와인, 새우를 싫어했던 지인도 이 와인과 함께라면 배불리 새우를 먹게 만들고야 마는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샴페인처럼 버블이 있어서 축하용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다.



2.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 성게 알

샴페인 하면 떠오른 노란 라벨의 주인공이 바로 뵈브 클리코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인처럼 다가오는 이 와인은 노란 성게 알과 함께할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축하의 자리에서 그냥 마셔도 괜찮고 아무 자리에나 끼어들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그런 와인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앞서서 알아보았던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 외에도 무수히 많은 샴페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명인들이 사랑했던 샴페인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샴페인 : 모엣 & 샹동 (Moet & Chandon)


사진출처 : https://www.moet.com


사진출처 : 위키백과https://en.wikipedia.org/wiki/Mo%C3%ABt_%26_Chandon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 중 하나가 바로 모엣 & 샹동이다. 1743년 클로드 모엣(Claude Moet)이 처음 샴페인을 생산했을 때 루이 15세와 마담 퐁파두르가 좋아해서 유명해졌고, 나폴레옹도 1814년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모엣의 샴페인을 즐겼다고 한다. 특히 클로드의 손자 장레미 모엣(Jean Remy Moet)은 나폴레옹과 동기동창생으로 각별한 친분이 있었는데 황제가 되어 전투에 나가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서 샹파뉴 지역에 베르사유를 본 따 만든 작은 궁전을 지어 샴페인을 대접하였다고 한다. 황제 나폴레옹을 기리는 의미에서 나폴레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던 해에 임페리얼(Imperial)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샴페인이 되었다. 모엣 & 샹동은 미국과 호주에 스파클링 와인회사를 설립하였는데 Chandon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샴페인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가격도 많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처칠이 사랑한 샴페인 : 폴 로저 (Pol Roger)



사진출처 : http://www.polroger.co.uk/history-of-pol-roger


폴 로저(Pol Roger)는 1849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좋아했던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남길 만큼 알아주는 샴페인 마니아였던 처칠은 하루에 두 병의 샴페인(작은 병)을 마실 정도로 샴페인 애호가였다. 그러던 그가 폴 로저 샴페인을 처음 마신 후에 자신이 평생 마실 샴페인을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한다. 아울러 자신의 경주마의 이름도 폴 로저로 지었다고 하니 그의 폴 로저 샴페인 사랑이 어땠는지 짐작이 갈 정도다. 처칠이 사망하자 폴 로저사는 샴페인 병목에 검은 리본을 매달아 조의를 표했으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서거 10주년이 되는 해에 ‘뀌베 써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최고의 샴페인을 출시하였고, 아직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 : 파이퍼 하이직 (Piper Heidsieck)


사진출처 : http://piper-heidsieck.com/en/age-verification


파이퍼 하이직은 1785년 플로렌스 루이 하이직이 설립하여 하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샴페인을 출시하였으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좋아한 와인으로 유명해졌다. 설립자가 죽은 후 루이의 사촌과 조카(파이퍼)가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이름이 파이퍼 하이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후 메릴린 먼로가 좋아하는 샴페인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당시 최고의 섹시 심볼이었던 메릴린 먼로는 샴페인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와인이 바로 파이퍼 하이직이었다. 그녀는 “나는 샤넬 넘버 5를 뿌리고 잠자리에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로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을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붉은 라벨로 유명한 파이퍼 하이직, 가격 대비 맛도 좋아서 전문가가 선정한 10만 원 이하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2016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007이 사랑한 샴페인 : 볼랑저 (Bollinger)



1822년 설립된 볼랑저(Bollinger)는 가족 회사로, 다른 샴페인 회사와는 달리 스테인레스 스틸통이 아닌 오크통에서 샴페인을 숙성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지키며 피노 누아(Pinot Noir)를 주 품종으로 샴페인을 생산한다. 1884년 이후 영국 왕실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볼랑저는 공식 샴페인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되어가는 007시리즈에서도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포함해 2015년까지 총 5명의 제임스 본드가 나왔지만 모두가 사랑한 와인은 바로 볼랑저 와인이었다.

필자도 최근에 볼랑저 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그 지역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던 중 볼랑저 샴페인을 발견했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 후 마시는 시원한 샴페인 한 잔과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이 주는 하모니는 그 어떤 마리아주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제야 샴페인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눈을 떠가는 것 같다. 그토록 많은 샴페인 러버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연노란 맑고 투명한 액체가 버블과 함께 선사하는 깔끔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다섯 번에 걸친 샴페인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지만 겨울철에 자주 찾는 해산물, 특히 과메기, 굴, 새우구이 등에 샴페인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 생활의 한 부분이고, 또 자부심과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라벨에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벨에 포도 품종도 나타나 있지 않고 생소한 지역 이름이 나와서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필자가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이탈리아 와인에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또 마트 직원이 추천해주는 와인을 먹어보면 대부분 시큼한 맛이 특징이었다. 시큼한 것을 싫어하는 필자에게 이탈리아 와인 하면 신맛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떠올라 일종의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와인 동호회 모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이탈리아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탈리아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신맛도 이제는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와인라벨을 읽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 전에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을 이해하려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겠기에, 아래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 피에몬테 포도밭 


이탈리아는 국토 전체가 와인 재배를 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300여 종이 넘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 이유로 정말 다양한 와인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와 닿아있는 피에몬테(Piemonte) 지방과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지방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화이트와인도 많지만, 레드와인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 이탈리아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g7mexS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유명한 두 가지 적포도 품종은 바로 ‘네비올로(Nebbiolo)’‘산지오베제(Sangiovese)’이다. 네비올로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되는 품종인데, 이탈리아 대표와인인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재료가 된다.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레드 품종으로, 중부 토스카나 키안티,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부르넬로’는 몬탈치노 지방에서 재배되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와인 이름이 지역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즉, 바롤로가 포도 품종이 아니라 피에몬테 지역의 이름인데, 그 지역에서 나오는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바롤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꼽는데 바롤로가 더 유명하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통일시대인 1860년대부터 왕들이 즐겨 마셨고 그들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들의 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롤로는 최저 2년을 전통적인 대형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병에서 다시 1년을 숙성해서 최소 3년이 지나야 출시가 된다고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인접한 마을이지만 포도밭이 좀 더 낮은 곳에 있어서 바롤로보다는 좀 더 여리고 섬세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160km에 걸쳐서 펼쳐진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 대표 품종 중 하나인 산지오베제라는 적포도로 레드와인을 만드는데, 그 와인을 키안티 와인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다가 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역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원래 키안티 지역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그 외 주변 지역은 키안티 와인으로 불린다. 오리지널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병목에 ‘갈로 네로’라는 검은 닭 표시가 있으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인 것이다. 검은 닭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이야기는 재미있다.


1380년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피렌체와 시에나는 결국 전쟁 대신에 내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기로 했다. 참 우스운 방법이지만 먼저 닭을 울게 만드는 쪽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고, 시에나는 닭을 배불리 먹이면 일찍 일어나서 모이를 더 달라고 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피렌체 측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닭을 굶겨서 재웠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배가 고픈 닭이 먼저 일어서 울었고, 결과에 승복한 시에나는 순순히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포기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검은 수탉이 키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피에몬테(Piemonte), 키안티(Chianti) 외에 기억해야 할 곳은 바로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이다. 1970년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 지역은 비온디-산티(Biondi-Santi) 와이너리가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브루넬로 포도로 와인을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hino)를 성공시키면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특히 사이프러스 나무가 길가에 늘어서고 언덕의 풍경이 너무 멋져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숙소에 묵으면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도 이 지역을 다녀왔었는데, 그 풍경이 너무 멋있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은 토스카나 해안 지역에 위치한 볼게리(Bolgheri) 지역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등급(DOC 제도)을 잘 받으려면 나라에서 지정한 포도를 써야 하고 또 양조법도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 지역 와인들은 등급 하락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메소리니 같은 명품 와인들이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1. 라 스피네타 바롤로 깜페 (La spinetta Barolo Campe)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 지역의 와이너리로, 라벨에 르네상스 시대 독일화가 뒤러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롤로 깜페는 2000년 출시하자마자 Wine spectator에서 98점을 받아 스타와인으로 떠올랐으며, 레이블에 있는 뒤러의 사자 그림을 통해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표현하려고 한다. 필자가 주최했던 동물라벨 와인 모음 시음회에 가지고 나갔던 와인인데, 맛과 향이 너무 멋지고 훌륭했다. 특히 희미하게 올라오는 낙엽냄새가 정겹게 느껴졌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데 계속 깜페의 향기가 함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 와인이다. 1년에 20,000병만 생산되는, 구하기 쉽지 않은 와인이다.



① 사자 그림 : 독일 르네상스 화가 뒤러의 작품.

② Vigneto : 영어로는 Vinyard, 즉 포도밭을 말한다.

③ 2003 : 2003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VURSU : 이탈리아어로 ‘욕망한다’라는 뜻.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라 스피네타의 의지가 느껴진다.


2. 카스텔라레 디 카스텔리나 끼안티 클라시코 (Castellare di Castellina Chianti Classico)

토스카나에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나는 카스텔라레 와인은 필자가 처음 만난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마트 직원에게 이탈리아 와인 중에 저렴하면서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와인이었는데, 부드럽고 상큼한 신맛이 특징이었다. 라벨에 그려진 새는 친환경 농법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매년 빈티지마다 다른 종류의 새가 그려져 있다. 와인에는 분홍색 띠처럼 둘러진 DOCG (이탈리아가 지정한 최상급 와인의 표시) 띠와 키안티 클라스코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 표시가 있다. 와인 가격도 부담 없고 삼겹살에 곁들여서 먹으면 참 좋다.



① DOCG 마크 : 이탈리아 와인등급 중 최상위급임을 나타낸다.

② Galo Nero (갈로 네로) : 검은 수탉 로고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상징한다.

③ Castellare (카스텔라레) : 와인 이름.

④ 2009 : 200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⑤ Chianti classic (키안티 클라시코) : 키안티 지역 중에서도 맨 먼저 와인 재배를 시작한 지역을 나타낸다.


3. 피안 델레 비녜 (Pian Delle Vigne)

피안델례 비녜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토스카나 지방에서도 몬탈치노 지역(키안티 지방에서 약간 아래쪽)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Antinori)에서 만든 와인이다. 피안델레 비녜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검은색과 가까운 병에 검은색 라벨, 그리고 그 위에 빨간 필기체로 새겨진 와인 이름이 너무 멋스러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와인을 표현할 때 벨벳 같은 타닌의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와인을 만나면 그 느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자동차를 렌트해서 몬탈치노 지방을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고성과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 하늘로 춤추듯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겨주는 길,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① 와이너리 로고를 뜻한다.

② Pian delle Vigne (피안델레 비녜) : 와인 이름

③ ANTINORI (안티노리) : 이탈리아 와이너리 이름으로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강추 와이너리.

④ 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 몬탈치노 지방에서 브루넬로(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DOCG : 이탈리아 와인 최고등급을 나타낸다.


4.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 포도밭은 키안티 클리시코 지역 중심에 있는데 그 포도밭에서는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이 함께 자라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산지인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만이 정부 인증을 받아 최고등급 마크인 DOCG를 받을 수 있는데 그 틀을 깨버리고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 블렌딩을 시도해 놀라운 맛과 향을 창조한 와인이 바로 티냐넬로다. 그 대가로 DOCG 등급을 받지 못하고 IGT급(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혁신적인 와인을 두고 슈퍼 투스칸이라고 칭송하면서 그 가치는 일반 DOCG와인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1975년에 출시된 티냐넬로가 그 첫번째 슈퍼 투스칸이 되었다. 10년 전, 이건희 삼성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을 요구하면서 사장단에게 선물했던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기도 하다.



① TIGNANELLO (티냐넬로) : 와인 이름.

② 2012 : 2012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③ TOSCANA (토스카나) : 토스카나 와인 지역에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IGT : 최하위 와인등급 (이탈리아 와인법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결과, 하지만 맛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둠)

⑤ ANTINORI (안티노리) :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참 복잡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떤 와인이 괜찮은지 알기 어렵다. 이탈리아 와인을 구매하기 망설여질 때 안티노리(Antinori)와이너리의 와인중에서 골라본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안티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현재도 26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오랜 기간 동안 이름을 유지하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와인의 맛과 품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말에는 안티노리 와인을 만나보는게 어떨까. 독자 여러분들도 이탈리아 와인이 주는 매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몬탈치노의 풍경

사진출처 : https://goo.gl/WAER5A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 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보르도, 부르고뉴)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스페인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최근 와인 관련 기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스페인 와인의 약진이었다. 예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신대륙(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맛도 좋은 스페인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스페인 와인이 그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에 물린 와인 애호가들에게 좋은 품질과 매력적인 가격으로 파고들기에 성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필리핀에 오기 전까지는 스페인 와인에 대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품종 자체도 생소한 데다가 처음 만났던 스페인 와인의 뒤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와인을 적당히 마신 다음 날에는 머리가 아픈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스페인 와인을 마신 다음 날에는 꼭 경미한 두통이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LAN Gran Reserva(스페셜 에디션)와 최근 알게 된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 와인들을 계기로 스페인 와인을 다시 보게 되었고, 요즘은 스페인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다음날 느꼈던 경미한 두통도 잊은 지 오래. 필자가 아는 스페인 와인의 매력은 바디감이 너무 무겁지 않아 안주 없이 가볍게 마시기에 좋고, 향기 또한 달콤하고 은은하여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비슷한 다른 나라 와인들에 비해서 품질 대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요즘 뜨고 있는 스페인 와인 라벨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려 한다.



라벨을 읽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주요 와인 산지와 숙성 기간에 따른 명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와인 산지

스페인에도 수많은 와인 산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Rioja(리오하)와 Ribera Del Duero(리베라 델 두에로)다. 리오하(Rioja) 지역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데,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에브로 강을 따라 120km에 걸쳐 펼쳐진 방대한 지역을 말한다. 19세기 말 필록세라(포도뿌리 혹벌레)가 전 유럽의 와인 산업을 초토화했을 당시, 미리 조처를 한 리오하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고 그런 이유로 프랑스 와인 전문가들이 대거 리오하에 정착하였다. 이후 그들이 양조기술을 발전시켜 장기숙성이 가능한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여 유명해졌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은 필자가 최근 좋아하게 된 지역이다. 신성 와이너리들이 많이 포진한 곳으로, 두에로 강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인 핑구스, 우니코 등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들이 있으며 다른 보데가(Bodega)들도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양조장을 보데가(Bodega)라고 부른다.


▲ 스페인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xJF0Li


와인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 (리오하 지역 기준)

스페인 와인의 라벨을 유심히 보면, 낯선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벤(Joven), 크리안자(Crianza), 리제르바(Reserva), 그랑-리제르바(Gran-Reserva)가 그것인데, 이는 모두 와인 숙성 기간에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와인의 등급 분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숙성기간이 길다고(Gran-Reserva라고 표시되었다고) 꼭 좋은 와인은 아니니, 보데가의 이름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다.

Vino Joven (비노 호벤) : 통에서 숙성을 시키지 않고, 만든 지 1년만에 시장에 나온 와인 (프랑스 보졸레 누보랑 같은 햇와인)

Crianza (크리안차) : 최소 2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1년은 통 숙성, 1년은 병 숙성)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해야 함)

Gran-Reserva (그랑-리제르바) : 최소 5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통 숙성 2년, 병 숙성 최소 3년)


그럼 이제는 인기 있는 스페인 와인들의 라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 그랑 리제르바 (Vega Sicilia Unico Gran Reserva)

필자가 활동했던 인터넷 와인 동호회에서 스페인 와인을 유독 좋아하던 분이 있었다. 그분이 와인 셀러에 고이 모셔두고 애지중지했던 와인이 바로 우니코다. 명실상부한 스페인 최고 와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소 10년 이상 와이너리에서 숙성시켜 시장에 출시되며 4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Ribera del Duero


① VEGA-SICILIA (베가 시칠리아) : 보데가(와이너리) 이름이 로고와 함께 나타나 있다.

② COSECHA 2000 (코세차 2000) :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UNICO (우니코) : 와인 이름이다.

④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이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4.5% vol : 알코올 도수.

⑦ BODEGAS VEGA SICILIA (보데가스 베사 시칠리아) : 와이너리 이름을 나타낸다.


2.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카스티요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시알 (Marques de Murrieta, Castillo Ygay Gran Reserva Especial)

필자가 사랑하는 와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필리핀에서 벌써 네 번째 만났으나 단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던 와인이다. 위대한 리오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하는 와인이 아닌가 싶다. 네이버에서 와인 가격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지만, 필리핀에서는 12만 원 정도에 구매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분을 위한 선물로도 손색이 없는 와인이다.


사진출처 : Rioja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이다.

② Castillo Ygay (카스티요 이가이) : 와인 이름.

③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④ Gran Reserva especial (그랑 리제스바 에스페샬) : 그랑 리제르바 급으로 최소 오크통 숙성 2년, 병 숙성 3년 이상 시켜서 출시된 와인이다.

⑤ COSECHA 2005 :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3.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리제르바 (Marques de Murrieta Reserva)

마르케스 드 무리에따에서 만든 리오하 와인으로, 이가이보다는 아래 급수이지만 훌륭한 스페인 와인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국에서는 10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검색되는데, 필리핀에서는 5만 원 아래 가격에 만날 수 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와인이다. 필자가 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출처 : https://goo.gl/2qN4OY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

②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을 시켜야 함)

③ 2008 :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4.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 하자 크리안자 (Alejandro Fernandez, Haza Crianza)

예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참새 방앗간처럼 들렀던 이마트 와인 냉장고에서 항상 눈에 띄던 녀석이다. 오래된 건물이 라벨에 있고 이름도 Haza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Haza를 아싸로 읽기도 하여 회식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와인이라고 한다. 궁금하기만 했었지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필리핀에 나와서 요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와인 코너 구석에 얌전히 누워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가격도 2만 원대로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했고, 2012년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100대 와인 중 당당히 18위에 올라서 크리안자 급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와인이다. 혹시 마트 장터에 하자 와인이 보인다면 꼭 한 번 만나볼 것을 권한다.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해줄 것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dmBlfX


①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

② 2011 :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HAZA (하자, 아싸) : 와인 이름.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⑤ 14.5% vol : 알코올 도수.


글을 쓰다 보니,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스페인 와인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투우, 플라멩코, 건축가 가우디, 레알 마드리드(프로축구) 순이었는데, 이제는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신성으로 떠오르는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와인들.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만나보도록 권하고 싶다. 혹시 그 와인 한 잔으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를 일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 호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와인 라벨 중에서도 아마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부르고뉴 와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고뉴는 지역명도 복잡하고 지층이 다양한 토양 때문에 같은 포도밭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생산자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 명칭과 생산자의 이름이 라벨에 명시되는데 이것을 외우기 쉽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와인 라벨을 알아보기 전에, 보르도 와인과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부르고뉴는 화이트와인(샤블리, 뫼르소, 몽라쉐)도 너무 유명한데, 이번 호에서는 레드와인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왜냐하면 ‘좀 괜찮은 와인이다’ 싶을 때면 가격이 한 달 용돈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고, 좋은 와인은 월급과 맞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도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와인 등급을 나눈다.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와 크게 다른 점은 네고시앙(Negociant)이 있다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하나의 밭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구조가 많아서 오래전부터 중간 상인이 있었고, 이들은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거나 사들인 와인을 섞어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였는데, 이들을 네고시앙이라 부른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네고시앙 이름을 보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요 네고시앙으로는 메종 J. 페블리 (Maison J. Faiveley), 메종 조제프 드루앙 (maison Joseph Drouhin), 메종 루이 라뚜르 (Maison Louis Latour), 메종 루이 자도 (Maison Louis Jadot), 메종 르로아 (Majon Leroy)가 있다. 특히 루이 자도는 한국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네고시앙 이름이니 기억해 두었다가 드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르고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 도르(Cote d’Or)의 북쪽 지역인 코트 드 누이 (Cote de Nuits)이고, 이곳에는 DRC지역 (리쉬부르 Richebourg, 로마네 생비방 Romanee St-Vivant, 라 로마네 La Romanee, 로마네 콩티 Romanee Conti, 라 그랑 뤼 La Grand Rue, 라 타쉬 La Tache, 본 로마네 Vosne-Romanee) 외에, 주브레-생베르탱 (Gevrey-Chambertin), 샹볼-뮈지니 (Chambolle-Musigny), 클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등 보석 같은 마을들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를 따르고 보르도 지역의 라벨을 읽는것과 비슷하게 d’Origine 부분만 바뀌고 5개 등급으로 나뉜다.

 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 :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와인

 Appellation Cote de Nuits Controlee (아펠라시옹 코드 드 누이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Gevrey-Chambertin Controlee ((아펠라시옹 주브레-생베르탱 콩트롤레) : 부르고뉴 마을단위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Chambolle-Musigny 1er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1등급 와인, 특급 바로 아래 단계이다.

 Appellation Richebourg Grand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리쉬브르 그랑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급 포도밭(구역) 와인, 그랑크뤼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 16, 레드와인 35개가 지정되었다.


그럼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로마네 꽁띠 2004 (Domaine de la Romanee Conti, Romanee Conti 2004)

  • 매년 6,000병 내외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로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한 병만은 팔지 않고 DRC와인 12병을 Box로 사면 그 안에 로마네 꽁띠 1병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몇 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한다. 나머지 11병도 너무 유명한 와인들이어서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와인으로 불리운다.

사진출처 : https://goo.gl/vrUR7o


① ROMANEE-CONTI (로마네 꽁띠) :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APPELLATION ROMANEE-CONTI CONTROLEE (아펠라시옹 로마네 꽁띠 콩트롤레) :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③ 5.663 Bouteilles Ricolties : 5,663병만 생산했다.

④ BOUTEILLE N’ : 00414 : 일련번호 414번이다.

⑤ ANNEE 2004 :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⑥ MISE EN BOUTEILLE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2. 도멘 르로아 리쉬브루 그랑크뤼 (Domaine Leroy Richebourg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와인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왜 유명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와인인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산들거리는 딸기향과 꿈틀대듯 치고 올라오는 민트향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 https://goo.gl/JDVWFt


① Richebourg : 리쉬부르,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Leory : 르로아, 유명한 와인 메이커 이름이다.


3. 루이자도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Louis Jadot Clos de Vougeot Grand Cru)

  • 부르고뉴 5대 네고시앙 중 하나로 한국의 마트에서도 자주 보이는 와인이다. 그랑크뤼 급은 시중 가격이 30만 원대로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사진출처 : https://goo.gl/KggfjD


① CLOS VOUGETO : 클로 부조,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을 뜻한다.

⑤ 13.5% vol : 알코올 도수.

⑥ Domaine Louis Jadot : 루이 자도 포도원. 네고시앙이긴 하지만 자체 포도원에서 생산했음을 나타낸다.


부르고뉴 와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면서 가격은 4만 원대 후반으로 가볍게 먹기에 좋은 와인들이 있다. 믿을만한 네고시앙인 루이자도가 만든 부르고뉴 루즈 피노 누아 (Louis Jadot, Bourgogne Rouge Pinot Noir)와 부르고뉴 블랑 (Louis Jadot, Bourgogne Blanc)이 그것이다.


사진출처 : Louis Jadot


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저물어 간다. 다가오는 2017년에도 앰코인스토리 독자님들 가정이 평안하고 와인福이 충만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석수 2016.12.28 1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멋지네요. 글을 읽는 순간 문외한인 저도 Wine의 세계에 Diving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최은화 2016.12.28 1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인 좋아는 하는데 맨날 마시던 것만 마시고 잘 모르고 마셨거든요~
    와인에 대해서 알게되서 좋았습니당~
    다음번에 와인 고를 때 참고해야겠어요! ㅎㅎ

  3. 박충규 2017.10.15 1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유용한 글 잘 봤습니다. 이미지 좀 퍼가갈게요^^

  4. 2017.11.09 02: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와인의 첫인상은 라벨에서 좌우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와인들이야 라벨 디자인이 와인 구매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은 라벨 디자인도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초보자들은 와인라벨에 적혀있는 깨알 같은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나라별 와인 라벨의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호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라벨을 이해하기에 앞서, 보르도 지역의 특징과 지역명을 익혀두어야 모르는 와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 남서 쪽에 위치한 보르도는 대서양과 인접하여 사계절 온화한 기후를 지닌다. 이에 냉해로 인한 피해가 작고 포도가 잘 자라는 토양 조건을 가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보르도 중에서도 특히 지롱드 강 왼쪽 지역(좌안)에 위치한 메독(Médoc) 지역은 레드와인으로 유명하다. 메독 지역의 와인은 한 가지 포도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맛과 향이 좋은 장기 숙성용 고급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이 지역 와인의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기재되지 않으며 대신 와이너리의 이름(샤토)이 기재된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메독 지역의 등급 분류가 가장 유명하다. 메독 지역은 상위 60개 샤토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순서를 매겨 서열화를 했다. 그중 1등급은 총 5개가 있는데 그중 3개의 샤토가 메독 지역 중에서도 뽀이약(2번, Pauillac)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 마을이 얼마나 유명한 와인 산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고를 때는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 < 메독(MEDOC) < 마을단위 (뽀이약(PAUILLAC), 생 쥴리앙(St-Julien), 마고(Margaux) 등의 마을 이름)가 표시된 와인이 더 고급 와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보르도 지역에서는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 상위 35% 정도의 와인)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가운데 d’Origine 부분만 바뀌어 지역 이름이 라벨에 표시된다)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품질의 와인

Appellation Medo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보르도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 내의 뽀이약(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메독 지역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아래 첨부된 지도는 보르도 지역의 와인 산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숫자로 표시된 지역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마을 이름들이니 익혀두면 좋다.


사진출처 : https://goo.gl/reRWXm


이제,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샤토 라피트 로췰드 (Château Lafite-Rothschild)


사진출처 : https://goo.gl/2NMLvF

  • 1855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이 정해졌을 때, 1등 중의 1등(Premier des Premiers)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와인으로, 보르도 최고급 와인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2003년 빈티지 기준 가격 : 4,800,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② CHATEAU LAFITE ROTHSCHILD (샤토 라피트 로칠드) : 와인 이름이다.

③ PRODUCE OF FRANCE : 프랑스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1977 : 1997년 빈티지, 1997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2. 샤토 퐁테카네 (Château Pontet-Canet)


사진출처 : https://goo.gl/0jZoBl

  • 보르도 메독 뽀이약에 위치한 샤토로 5등급 와인으로 분류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와인 중 하나인데, 필자가 처음 와인에 입문했을 때 만났던 와인으로, 그때 와인에서 맡았던 연필심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아쉽기만 하다.
  • 가격 : 258.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CRU CLASSE EN 1855 : 1855년에 그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가 되었다는 표시다.

② CHÂTEAU PONTET-CANET (샤토 퐁테 카네) : 와인 이름이다.

③ 2000 : 2000년 빈티지,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13% vol : 알코올 도수.

⑥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⑦ 750mL : 와인 용량.


3. 샤토 끌레르 밀롱 (Château Clerc Milon)


사진출처 : https://goo.gl/9NbbDc

  • 1855년에 5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다. 1970년에 Mouton의 소유주였던 Philippe 남작이 매입하여 꾸준히 품질을 개선하여 현재 인기 있는 와인이 되었다고 한다. 가격 정보는 없다.

① CHATEAU CLERC MILON (샤토 클레르 밀롱) : 와인 이름이다.

② 2004 : 2004년 빈티지,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APPELLATION PAUILLAC CONTROLLE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④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3% vol : 알코올 도수.

⑦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4. 샤토 다가삭 (Château d'Agassac)


사진출처 : https://goo.gl/I9cTiM

  • 보르도 오 메독(Haut-Medoc)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으로, 비교적 저렴하면서 보르도 블렌딩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이다. 2008년 빈티지는 50%의 메를로, 47%의 카베르네 소비뇽, 3%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되었다. 참고로 오 메독이라고 표시된 와인이 그냥 메독이라고 써진 와인보다는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가격 : 69,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VIN DE BORDEAUX (그랑 뱅 드 보르도) : 보르도의 좋은 와인이라는 뜻으로, 그냥 특별하게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와이너리에서 흔히 쓰는 문구다.

②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③ 2005 : 2005년 빈티지,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Chateau d'Agassac (샤토 다가삭) : 와인 이름이다.

⑤ CRU BOURGEOIS SUPERIEUR (크뤼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 크랑 크뤼 클라세보다 낮은 등급의 와인이다.

⑥ APPELLATION HAUT-MEDOC CONTROLLE : HAUT-MEDOC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⑦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⑧ 13% vol : 알코올 도수.


5. 샤토 페리에르 마고 (Chateau Ferriere Margaux)


사진출처 : https://goo.gl/lsw16Z

  • 보르도 마고 지역에서 1855년에 3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로, 개성이 강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빈티지는 58%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38% 메를로, 4%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된 와인이다. 가격 정보는 없는데 시중에서 5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① CHATEAU FERRIERE (샤토 페리에르) : 와인 이름이다.

② 2008 : 2008년 빈티지,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④ MARGAUX : 마고 지역 와인임을 나타낸다.


이번 호를 통해서 복잡하게만 보이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들이 우리 독자님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잔 이야기


취미생활을 하면서 그 깊이가 더해질수록 더 나은 도구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드민턴에 입문할 때는 배드민턴 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다가, 레벨이 올라가게 되면 원하는 샷을 구사하기 위해 더 좋은 배드민턴 채를 찾게 되듯, 와인도 그러하다. 처음에는 아무 잔에나 마셔도 그 차이를 모르지만, 좀 더 섬세한 부분까지 느끼게 되는 레벨로 올라가게 되면 잔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포도에 따라 특징적인 맛과 향이 다르고 그 특징을 잘 전달하고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 와인 잔이기 때문이다. 


와인 잔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르도, 부르고뉴, 화이트, 샴페인 잔이 그것이다.


보르노 레드와인 잔은 전형적인 튤립 모양을 하고 있다. 타닌이 강한 와인(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특이한 곡선 모양은 타닌 성분 특유의 텁텁한 느낌을 최대한 덜 느끼게 하고 와인에서 풍기는 과일 향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고안되었다. 입구 경사각이 작아 입안에 고루 퍼지며, 아로마(와인이 1차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을 ‘아로마’라고 하는데 포도가 내는 향을 칭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과일 향, 검은 과실 향 등을 말한다)와 부케(와인이 2차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을 ‘부케’라고 한다. 가죽 냄새, 연필심 냄새, 낙엽 냄새 등 포도 본연의 향이 아니라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부르고뉴 레드와인 잔은 보르노 레드와인 잔보다 볼 부분이 불룩한 편이다. 볼이 넓을수록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져, 그 향을 더욱 잘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상급 와인들을 마실 때 가장 그 풍미가 잘 느껴진다. 부르고뉴 포도 품종 중 피노 누아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타닌은 적고 신맛이 강해서 와인 잔의 볼이 좀 커야 하는데, 이럴 때 안성맞춤이다.


화이트와인 잔은 타닌 성분이 없어서 볼이 작아도 괜찮다. (참고로 볼이 큰잔에 값싼 와인을 마시면 향이 너무 부족해진다) 그래서 화이트와인 잔은 보통 레드와인 잔보다 작고 용량이 적다. 차게 마시는 특성 때문에 그 상큼함을 잘 느끼도록 혀 앞부분이 잘 닿도록 디자인되었다.


스파클링 와인 잔은 기다란 튤립 혹은 플루트 모양을 하고 있다. 와인에 담긴 탄산이 좀 더 오래 보존되고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게 되어있다. 품질이 괜찮은 와인일수록 기포(거품)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참고문헌 : 마이클 슈스터의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다사키 신야의 와인생활백서)



▲ 보르도 레드와인 잔, 부르고뉴 레드와인 잔, 화이트와인 잔, 스파클링 와인 잔

사진출처 : 리델(Riedel)


그럼 와인 잔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걸까?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잔의 두께와 내구성. 두께가 두꺼운 잔은 무겁기도 하고 입술에 닿았을 때 둔탁한 느낌은 와인의 섬세함을 느끼는데 장애가 된다. 얇은 잔은 와인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좋다.


그런데 너무 얇아도 문제가 된다. 잔의 내구성 때문. 와인을 즐긴 후 와인 잔을 깨끗이 씻어 놓으려 할 때 스템이 긴 잔은 잔을 헹구는 과정에서 싱크대 수도꼭지에 부딪혀 깨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필자도 와인 초보 시절, 설거지하다가 잔을 깨트렸을 때가 있다. 그 안타까움이란! 언제는 TV를 보며 와인을 마시다가 우연히 와인 잔 입구를 두 손가락으로 오므려보았다가 와인 잔이 깨지는 일도 있었다. 얇은 와인 잔은 탄력이 있어서 입구를 누르면 오므려진다. 그게 재미있어서 조금 더 조금 더 눌러봤는데 정말 깜짝 놀랄만한 큰 소리로 잔이 깨지고 만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주 날카롭고 잘게 깨진 파편이 온 방 안으로 퍼진다는 것이다. 절대 그런 장난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결과적으로, 와인 잔을 고를 때는 두께가 얇으면서 내구성이 강한 와인 글라스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 잔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 된다. 레스토랑에 갔을 때 와인 렉에 거꾸로 걸려있는 와인 잔들이나 테이블에 예쁘게 놓인 와인 잔은 필자를 설레게 만드는 소품이기도 하다. 필자는 레스토랑에 가면 와인 잔을 먼저 보는데, 그 모양이 예쁠 때는 사진으로 남기곤 한다. 아래 사진은 태즈메이니아(Tasmania) 여행 때 들른 MONA미술관 옆 The Source라는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이다. 테이블에 깔끔하게 놓인 와인 잔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또 와인 잔은 그 자체로 예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와인 모임을 통해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는 미술작가가 있는데 그의 작품 대상은 바로 와인 잔이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와인 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작품인 <The chosen person>, 그리고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아름다운 구속> 시리즈도 참 멋지다.


▲ 유용상 작가의 <The Chosen person> 116.8x72.7cm Oil on canvas 2011


▲ 유용상 작가의 <아름다운 구속> (Time capsule – Beautiful Restraint) 194x97cm Oil on canvas 2016


▲ 유용상 작가의 <아름다운 구속-4계> (Beautiful Curb – four seasons) 194x112cm oil canvas 2016


이제 레드와인의 계절, 가을이 왔다. 와인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괜찮은 와인 잔을 장만하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부담 없는 가격에 두께도 어느 정도 얇고 잘 깨지지 않는 쇼트즈위젤 제품이나, 와인 잔에 대한 틀에 박힌 관념을 통쾌하게 날려버린, 지극히 실용적인 리델 O시리즈를 추천한다. 아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Comments :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