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 생활의 한 부분이고, 또 자부심과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라벨에 나타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벨에 포도 품종도 나타나 있지 않고 생소한 지역 이름이 나와서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필자가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 이탈리아 와인에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또 마트 직원이 추천해주는 와인을 먹어보면 대부분 시큼한 맛이 특징이었다. 시큼한 것을 싫어하는 필자에게 이탈리아 와인 하면 신맛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떠올라 일종의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와인 동호회 모임을 통해 여러 종류의 이탈리아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탈리아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신맛도 이제는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호에서는 이탈리아 와인라벨을 읽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 전에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을 이해하려면 이탈리아 와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겠기에, 아래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 피에몬테 포도밭 


이탈리아는 국토 전체가 와인 재배를 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300여 종이 넘는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 이유로 정말 다양한 와인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을 꼽으라면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와 닿아있는 피에몬테(Piemonte) 지방과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지방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화이트와인도 많지만, 레드와인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 이탈리아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g7mexS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유명한 두 가지 적포도 품종은 바로 ‘네비올로(Nebbiolo)’‘산지오베제(Sangiovese)’이다. 네비올로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되는 품종인데, 이탈리아 대표와인인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재료가 된다.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레드 품종으로, 중부 토스카나 키안티,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부르넬로’는 몬탈치노 지방에서 재배되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표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와인 이름이 지역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즉, 바롤로가 포도 품종이 아니라 피에몬테 지역의 이름인데, 그 지역에서 나오는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바롤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피에몬테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꼽는데 바롤로가 더 유명하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통일시대인 1860년대부터 왕들이 즐겨 마셨고 그들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들의 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바롤로는 최저 2년을 전통적인 대형 나무통에서 숙성하고 병에서 다시 1년을 숙성해서 최소 3년이 지나야 출시가 된다고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인접한 마을이지만 포도밭이 좀 더 낮은 곳에 있어서 바롤로보다는 좀 더 여리고 섬세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160km에 걸쳐서 펼쳐진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 대표 품종 중 하나인 산지오베제라는 적포도로 레드와인을 만드는데, 그 와인을 키안티 와인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다가 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역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원래 키안티 지역의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로, 그 외 주변 지역은 키안티 와인으로 불린다. 오리지널인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병목에 ‘갈로 네로’라는 검은 닭 표시가 있으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인 것이다. 검은 닭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으로 쓰이게 된 이야기는 재미있다.


1380년대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피렌체와 시에나는 결국 전쟁 대신에 내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기로 했다. 참 우스운 방법이지만 먼저 닭을 울게 만드는 쪽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고, 시에나는 닭을 배불리 먹이면 일찍 일어나서 모이를 더 달라고 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피렌체 측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닭을 굶겨서 재웠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배가 고픈 닭이 먼저 일어서 울었고, 결과에 승복한 시에나는 순순히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을 포기하고 물러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검은 수탉이 키안티 클라시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피에몬테(Piemonte), 키안티(Chianti) 외에 기억해야 할 곳은 바로 몬탈치노(Montalcino) 지역이다. 1970년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 지역은 비온디-산티(Biondi-Santi) 와이너리가 산지오베제의 변종인 브루넬로 포도로 와인을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hino)를 성공시키면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특히 사이프러스 나무가 길가에 늘어서고 언덕의 풍경이 너무 멋져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숙소에 묵으면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도 이 지역을 다녀왔었는데, 그 풍경이 너무 멋있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은 토스카나 해안 지역에 위치한 볼게리(Bolgheri) 지역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등급(DOC 제도)을 잘 받으려면 나라에서 지정한 포도를 써야 하고 또 양조법도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 지역 와인들은 등급 하락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메소리니 같은 명품 와인들이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이제 이탈리아 와인의 라벨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1. 라 스피네타 바롤로 깜페 (La spinetta Barolo Campe)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 지역의 와이너리로, 라벨에 르네상스 시대 독일화가 뒤러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롤로 깜페는 2000년 출시하자마자 Wine spectator에서 98점을 받아 스타와인으로 떠올랐으며, 레이블에 있는 뒤러의 사자 그림을 통해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표현하려고 한다. 필자가 주최했던 동물라벨 와인 모음 시음회에 가지고 나갔던 와인인데, 맛과 향이 너무 멋지고 훌륭했다. 특히 희미하게 올라오는 낙엽냄새가 정겹게 느껴졌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데 계속 깜페의 향기가 함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 와인이다. 1년에 20,000병만 생산되는, 구하기 쉽지 않은 와인이다.



① 사자 그림 : 독일 르네상스 화가 뒤러의 작품.

② Vigneto : 영어로는 Vinyard, 즉 포도밭을 말한다.

③ 2003 : 2003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VURSU : 이탈리아어로 ‘욕망한다’라는 뜻.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라 스피네타의 의지가 느껴진다.


2. 카스텔라레 디 카스텔리나 끼안티 클라시코 (Castellare di Castellina Chianti Classico)

토스카나에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나는 카스텔라레 와인은 필자가 처음 만난 이탈리아 와인이었다. 마트 직원에게 이탈리아 와인 중에 저렴하면서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와인이었는데, 부드럽고 상큼한 신맛이 특징이었다. 라벨에 그려진 새는 친환경 농법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매년 빈티지마다 다른 종류의 새가 그려져 있다. 와인에는 분홍색 띠처럼 둘러진 DOCG (이탈리아가 지정한 최상급 와인의 표시) 띠와 키안티 클라스코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 표시가 있다. 와인 가격도 부담 없고 삼겹살에 곁들여서 먹으면 참 좋다.



① DOCG 마크 : 이탈리아 와인등급 중 최상위급임을 나타낸다.

② Galo Nero (갈로 네로) : 검은 수탉 로고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상징한다.

③ Castellare (카스텔라레) : 와인 이름.

④ 2009 : 200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⑤ Chianti classic (키안티 클라시코) : 키안티 지역 중에서도 맨 먼저 와인 재배를 시작한 지역을 나타낸다.


3. 피안 델레 비녜 (Pian Delle Vigne)

피안델례 비녜는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토스카나 지방에서도 몬탈치노 지역(키안티 지방에서 약간 아래쪽)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안티노리(Antinori)에서 만든 와인이다. 피안델레 비녜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검은색과 가까운 병에 검은색 라벨, 그리고 그 위에 빨간 필기체로 새겨진 와인 이름이 너무 멋스러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와인을 표현할 때 벨벳 같은 타닌의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와인을 만나면 그 느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자동차를 렌트해서 몬탈치노 지방을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중세시대 모습을 간직한 고성과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 하늘로 춤추듯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겨주는 길,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① 와이너리 로고를 뜻한다.

② Pian delle Vigne (피안델레 비녜) : 와인 이름

③ ANTINORI (안티노리) : 이탈리아 와이너리 이름으로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강추 와이너리.

④ 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 몬탈치노 지방에서 브루넬로(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DOCG : 이탈리아 와인 최고등급을 나타낸다.


4. 티냐넬로 (TIGNANELLO)

티냐넬로 포도밭은 키안티 클리시코 지역 중심에 있는데 그 포도밭에서는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이 함께 자라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전통적인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산지인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만이 정부 인증을 받아 최고등급 마크인 DOCG를 받을 수 있는데 그 틀을 깨버리고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등과 블렌딩을 시도해 놀라운 맛과 향을 창조한 와인이 바로 티냐넬로다. 그 대가로 DOCG 등급을 받지 못하고 IGT급(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혁신적인 와인을 두고 슈퍼 투스칸이라고 칭송하면서 그 가치는 일반 DOCG와인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1975년에 출시된 티냐넬로가 그 첫번째 슈퍼 투스칸이 되었다. 10년 전, 이건희 삼성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혁신을 요구하면서 사장단에게 선물했던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기도 하다.



① TIGNANELLO (티냐넬로) : 와인 이름.

② 2012 : 2012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③ TOSCANA (토스카나) : 토스카나 와인 지역에서 만든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IGT : 최하위 와인등급 (이탈리아 와인법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결과, 하지만 맛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둠)

⑤ ANTINORI (안티노리) :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탈리아 와인은 참 복잡하고 종류도 많아서 어떤 와인이 괜찮은지 알기 어렵다. 이탈리아 와인을 구매하기 망설여질 때 안티노리(Antinori)와이너리의 와인중에서 골라본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안티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현재도 26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오랜 기간 동안 이름을 유지하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와인의 맛과 품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말에는 안티노리 와인을 만나보는게 어떨까. 독자 여러분들도 이탈리아 와인이 주는 매력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몬탈치노의 풍경

사진출처 : https://goo.gl/WAER5A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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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보르도, 부르고뉴)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스페인 와인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최근 와인 관련 기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스페인 와인의 약진이었다. 예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신대륙(미국, 호주, 칠레) 와인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맛도 좋은 스페인 와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스페인 와인이 그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에 물린 와인 애호가들에게 좋은 품질과 매력적인 가격으로 파고들기에 성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필리핀에 오기 전까지는 스페인 와인에 대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품종 자체도 생소한 데다가 처음 만났던 스페인 와인의 뒤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와인을 적당히 마신 다음 날에는 머리가 아픈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스페인 와인을 마신 다음 날에는 꼭 경미한 두통이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LAN Gran Reserva(스페셜 에디션)와 최근 알게 된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 와인들을 계기로 스페인 와인을 다시 보게 되었고, 요즘은 스페인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다음날 느꼈던 경미한 두통도 잊은 지 오래. 필자가 아는 스페인 와인의 매력은 바디감이 너무 무겁지 않아 안주 없이 가볍게 마시기에 좋고, 향기 또한 달콤하고 은은하여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비슷한 다른 나라 와인들에 비해서 품질 대비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요즘 뜨고 있는 스페인 와인 라벨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려 한다.



라벨을 읽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주요 와인 산지와 숙성 기간에 따른 명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와인 산지

스페인에도 수많은 와인 산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Rioja(리오하)와 Ribera Del Duero(리베라 델 두에로)다. 리오하(Rioja) 지역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데,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에브로 강을 따라 120km에 걸쳐 펼쳐진 방대한 지역을 말한다. 19세기 말 필록세라(포도뿌리 혹벌레)가 전 유럽의 와인 산업을 초토화했을 당시, 미리 조처를 한 리오하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고 그런 이유로 프랑스 와인 전문가들이 대거 리오하에 정착하였다. 이후 그들이 양조기술을 발전시켜 장기숙성이 가능한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여 유명해졌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은 필자가 최근 좋아하게 된 지역이다. 신성 와이너리들이 많이 포진한 곳으로, 두에로 강을 따라 형성된 포도밭에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인 핑구스, 우니코 등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들이 있으며 다른 보데가(Bodega)들도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양조장을 보데가(Bodega)라고 부른다.


▲ 스페인 와인 지도

사진출처 : https://goo.gl/xJF0Li


와인 숙성 기간에 따른 분류 (리오하 지역 기준)

스페인 와인의 라벨을 유심히 보면, 낯선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호벤(Joven), 크리안자(Crianza), 리제르바(Reserva), 그랑-리제르바(Gran-Reserva)가 그것인데, 이는 모두 와인 숙성 기간에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와인의 등급 분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숙성기간이 길다고(Gran-Reserva라고 표시되었다고) 꼭 좋은 와인은 아니니, 보데가의 이름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다.

Vino Joven (비노 호벤) : 통에서 숙성을 시키지 않고, 만든 지 1년만에 시장에 나온 와인 (프랑스 보졸레 누보랑 같은 햇와인)

Crianza (크리안차) : 최소 2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1년은 통 숙성, 1년은 병 숙성)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해야 함)

Gran-Reserva (그랑-리제르바) : 최소 5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통 숙성 2년, 병 숙성 최소 3년)


그럼 이제는 인기 있는 스페인 와인들의 라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베가 시실리아 우니코 그랑 리제르바 (Vega Sicilia Unico Gran Reserva)

필자가 활동했던 인터넷 와인 동호회에서 스페인 와인을 유독 좋아하던 분이 있었다. 그분이 와인 셀러에 고이 모셔두고 애지중지했던 와인이 바로 우니코다. 명실상부한 스페인 최고 와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소 10년 이상 와이너리에서 숙성시켜 시장에 출시되며 4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 Ribera del Duero


① VEGA-SICILIA (베가 시칠리아) : 보데가(와이너리) 이름이 로고와 함께 나타나 있다.

② COSECHA 2000 (코세차 2000) :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UNICO (우니코) : 와인 이름이다.

④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이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4.5% vol : 알코올 도수.

⑦ BODEGAS VEGA SICILIA (보데가스 베사 시칠리아) : 와이너리 이름을 나타낸다.


2.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카스티요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시알 (Marques de Murrieta, Castillo Ygay Gran Reserva Especial)

필자가 사랑하는 와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필리핀에서 벌써 네 번째 만났으나 단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던 와인이다. 위대한 리오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하는 와인이 아닌가 싶다. 네이버에서 와인 가격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지만, 필리핀에서는 12만 원 정도에 구매한다. 특별한 날, 특별한 분을 위한 선물로도 손색이 없는 와인이다.


사진출처 : Rioja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이다.

② Castillo Ygay (카스티요 이가이) : 와인 이름.

③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④ Gran Reserva especial (그랑 리제스바 에스페샬) : 그랑 리제르바 급으로 최소 오크통 숙성 2년, 병 숙성 3년 이상 시켜서 출시된 와인이다.

⑤ COSECHA 2005 :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3.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리제르바 (Marques de Murrieta Reserva)

마르케스 드 무리에따에서 만든 리오하 와인으로, 이가이보다는 아래 급수이지만 훌륭한 스페인 와인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국에서는 10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검색되는데, 필리핀에서는 5만 원 아래 가격에 만날 수 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와인이다. 필자가 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출처 : https://goo.gl/2qN4OY


① Marques de Murrieta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와이너리(스페인에서는 보데가라고 한다) 이름.

② RESERVA (리제르바) :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와인 (최소 1년은 통에서 숙성을 시켜야 함)

③ 2008 :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④ RIOJA (리오하) : 와인 생산지 이름.


4.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 하자 크리안자 (Alejandro Fernandez, Haza Crianza)

예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참새 방앗간처럼 들렀던 이마트 와인 냉장고에서 항상 눈에 띄던 녀석이다. 오래된 건물이 라벨에 있고 이름도 Haza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Haza를 아싸로 읽기도 하여 회식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와인이라고 한다. 궁금하기만 했었지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필리핀에 나와서 요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와인 코너 구석에 얌전히 누워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가격도 2만 원대로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했고, 2012년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100대 와인 중 당당히 18위에 올라서 크리안자 급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와인이다. 혹시 마트 장터에 하자 와인이 보인다면 꼭 한 번 만나볼 것을 권한다.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이 어떤 것인지 잘 표현해줄 것이다.


사진출처 : https://goo.gl/dmBlfX


① Ribera del Duero (리베라 델 두에로) : 스페인 와인 생산지역 이름.

② 2011 : 2011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음을 나타낸다.

③ HAZA (하자, 아싸) : 와인 이름.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⑤ 14.5% vol : 알코올 도수.


글을 쓰다 보니,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스페인 와인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투우, 플라멩코, 건축가 가우디, 레알 마드리드(프로축구) 순이었는데, 이제는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신성으로 떠오르는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와인들.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만나보도록 권하고 싶다. 혹시 그 와인 한 잔으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를 일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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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번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와인 라벨 중에서도 아마 가장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부르고뉴 와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고뉴는 지역명도 복잡하고 지층이 다양한 토양 때문에 같은 포도밭이라도 위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서 생산자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 명칭과 생산자의 이름이 라벨에 명시되는데 이것을 외우기 쉽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와인 라벨을 알아보기 전에, 보르도 와인과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표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부르고뉴는 화이트와인(샤블리, 뫼르소, 몽라쉐)도 너무 유명한데, 이번 호에서는 레드와인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왜냐하면 ‘좀 괜찮은 와인이다’ 싶을 때면 가격이 한 달 용돈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고, 좋은 와인은 월급과 맞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도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와인 등급을 나눈다.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와 크게 다른 점은 네고시앙(Negociant)이 있다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하나의 밭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구조가 많아서 오래전부터 중간 상인이 있었고, 이들은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거나 사들인 와인을 섞어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였는데, 이들을 네고시앙이라 부른다. 따라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네고시앙 이름을 보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요 네고시앙으로는 메종 J. 페블리 (Maison J. Faiveley), 메종 조제프 드루앙 (maison Joseph Drouhin), 메종 루이 라뚜르 (Maison Louis Latour), 메종 루이 자도 (Maison Louis Jadot), 메종 르로아 (Majon Leroy)가 있다. 특히 루이 자도는 한국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네고시앙 이름이니 기억해 두었다가 드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르고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 도르(Cote d’Or)의 북쪽 지역인 코트 드 누이 (Cote de Nuits)이고, 이곳에는 DRC지역 (리쉬부르 Richebourg, 로마네 생비방 Romanee St-Vivant, 라 로마네 La Romanee, 로마네 콩티 Romanee Conti, 라 그랑 뤼 La Grand Rue, 라 타쉬 La Tache, 본 로마네 Vosne-Romanee) 외에, 주브레-생베르탱 (Gevrey-Chambertin), 샹볼-뮈지니 (Chambolle-Musigny), 클로 드 부조 (Clos de Vougeot)등 보석 같은 마을들이 산재해 있다.


참고로,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를 따르고 보르도 지역의 라벨을 읽는것과 비슷하게 d’Origine 부분만 바뀌고 5개 등급으로 나뉜다.

 Appellation Bourgogne Controlee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 :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와인

 Appellation Cote de Nuits Controlee (아펠라시옹 코드 드 누이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Gevrey-Chambertin Controlee ((아펠라시옹 주브레-생베르탱 콩트롤레) : 부르고뉴 마을단위에서 생산되는 와인

 Appellation Chambolle-Musigny 1er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1등급 와인, 특급 바로 아래 단계이다.

 Appellation Richebourg Grand Cru Controlee (아펠라시옹 리쉬브르 그랑 크뤼 콩트롤레) : 부르고뉴 특급 포도밭(구역) 와인, 그랑크뤼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 16, 레드와인 35개가 지정되었다.


그럼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로마네 꽁띠 2004 (Domaine de la Romanee Conti, Romanee Conti 2004)

  • 매년 6,000병 내외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로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한 병만은 팔지 않고 DRC와인 12병을 Box로 사면 그 안에 로마네 꽁띠 1병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터넷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몇 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고 한다. 나머지 11병도 너무 유명한 와인들이어서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와인으로 불리운다.

사진출처 : https://goo.gl/vrUR7o


① ROMANEE-CONTI (로마네 꽁띠) :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APPELLATION ROMANEE-CONTI CONTROLEE (아펠라시옹 로마네 꽁띠 콩트롤레) :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③ 5.663 Bouteilles Ricolties : 5,663병만 생산했다.

④ BOUTEILLE N’ : 00414 : 일련번호 414번이다.

⑤ ANNEE 2004 :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⑥ MISE EN BOUTEILLE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2. 도멘 르로아 리쉬브루 그랑크뤼 (Domaine Leroy Richebourg Grand Cru, Cote de Nuits, France)

  •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와인이다. 부르고뉴 와인이 왜 유명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와인인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산들거리는 딸기향과 꿈틀대듯 치고 올라오는 민트향이 인상적이다.

사진출처: https://goo.gl/JDVWFt


① Richebourg : 리쉬부르,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Leory : 르로아, 유명한 와인 메이커 이름이다.


3. 루이자도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Louis Jadot Clos de Vougeot Grand Cru)

  • 부르고뉴 5대 네고시앙 중 하나로 한국의 마트에서도 자주 보이는 와인이다. 그랑크뤼 급은 시중 가격이 30만 원대로 너무 높아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사진출처 : https://goo.gl/KggfjD


① CLOS VOUGETO : 클로 부조, 포도밭(구역) 이름이다.

② Grand Cru : 부르고뉴 최고등급이다.

③ MIS EN BOUTEILLES AU DOMAINE (미 장 부떼이으 오 도멘) : 도멘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④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을 뜻한다.

⑤ 13.5% vol : 알코올 도수.

⑥ Domaine Louis Jadot : 루이 자도 포도원. 네고시앙이긴 하지만 자체 포도원에서 생산했음을 나타낸다.


부르고뉴 와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면서 가격은 4만 원대 후반으로 가볍게 먹기에 좋은 와인들이 있다. 믿을만한 네고시앙인 루이자도가 만든 부르고뉴 루즈 피노 누아 (Louis Jadot, Bourgogne Rouge Pinot Noir)와 부르고뉴 블랑 (Louis Jadot, Bourgogne Blanc)이 그것이다.


사진출처 : Louis Jadot


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제 저물어 간다. 다가오는 2017년에도 앰코인스토리 독자님들 가정이 평안하고 와인福이 충만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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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석수 2016.12.28 1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멋지네요. 글을 읽는 순간 문외한인 저도 Wine의 세계에 Diving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최은화 2016.12.28 1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인 좋아는 하는데 맨날 마시던 것만 마시고 잘 모르고 마셨거든요~
    와인에 대해서 알게되서 좋았습니당~
    다음번에 와인 고를 때 참고해야겠어요! ㅎㅎ

  3. 박충규 2017.10.15 18: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유용한 글 잘 봤습니다. 이미지 좀 퍼가갈게요^^

  4. 2017.11.09 02: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와인의 첫인상은 라벨에서 좌우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와인들이야 라벨 디자인이 와인 구매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은 라벨 디자인도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초보자들은 와인라벨에 적혀있는 깨알 같은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나라별 와인 라벨의 특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호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라벨을 이해하기에 앞서, 보르도 지역의 특징과 지역명을 익혀두어야 모르는 와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 남서 쪽에 위치한 보르도는 대서양과 인접하여 사계절 온화한 기후를 지닌다. 이에 냉해로 인한 피해가 작고 포도가 잘 자라는 토양 조건을 가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가 되었다. 보르도 중에서도 특히 지롱드 강 왼쪽 지역(좌안)에 위치한 메독(Médoc) 지역은 레드와인으로 유명하다. 메독 지역의 와인은 한 가지 포도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맛과 향이 좋은 장기 숙성용 고급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이 지역 와인의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기재되지 않으며 대신 와이너리의 이름(샤토)이 기재된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중 메독 지역의 등급 분류가 가장 유명하다. 메독 지역은 상위 60개 샤토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순서를 매겨 서열화를 했다. 그중 1등급은 총 5개가 있는데 그중 3개의 샤토가 메독 지역 중에서도 뽀이약(2번, Pauillac)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니 그 마을이 얼마나 유명한 와인 산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고를 때는 넓은 지역의 명칭보다는 작은 마을 단위 이름이 들어가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인데, 보르도(BORDEAUX) < 메독(MEDOC) < 마을단위 (뽀이약(PAUILLAC), 생 쥴리앙(St-Julien), 마고(Margaux) 등의 마을 이름)가 표시된 와인이 더 고급 와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보르도 지역에서는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명칭 통제, 상위 35% 정도의 와인)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가운데 d’Origine 부분만 바뀌어 지역 이름이 라벨에 표시된다)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가장 일반적인 품질의 와인

Appellation Medo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보르도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메독 지역 내의 뽀이약(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메독 지역 와인보다 품질이 우수한 와인


아래 첨부된 지도는 보르도 지역의 와인 산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숫자로 표시된 지역이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마을 이름들이니 익혀두면 좋다.


사진출처 : https://goo.gl/reRWXm


이제, 와인 라벨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샤토 라피트 로췰드 (Château Lafite-Rothschild)


사진출처 : https://goo.gl/2NMLvF

  • 1855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이 정해졌을 때, 1등 중의 1등(Premier des Premiers)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와인으로, 보르도 최고급 와인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2003년 빈티지 기준 가격 : 4,800,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② CHATEAU LAFITE ROTHSCHILD (샤토 라피트 로칠드) : 와인 이름이다.

③ PRODUCE OF FRANCE : 프랑스 와인임을 나타낸다.

④ 1977 : 1997년 빈티지, 1997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2. 샤토 퐁테카네 (Château Pontet-Canet)


사진출처 : https://goo.gl/0jZoBl

  • 보르도 메독 뽀이약에 위치한 샤토로 5등급 와인으로 분류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 와인 중 하나인데, 필자가 처음 와인에 입문했을 때 만났던 와인으로, 그때 와인에서 맡았던 연필심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아쉽기만 하다.
  • 가격 : 258.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CRU CLASSE EN 1855 : 1855년에 그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가 되었다는 표시다.

② CHÂTEAU PONTET-CANET (샤토 퐁테 카네) : 와인 이름이다.

③ 2000 : 2000년 빈티지, 2000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아펠라시옹 뽀이약 콩트롤레)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임을 나타낸다.

⑤ 13% vol : 알코올 도수.

⑥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미 장 부떼이으 오 샤토) : 샤토에서 직접 병입하였음을 나타낸다.

⑦ 750mL : 와인 용량.


3. 샤토 끌레르 밀롱 (Château Clerc Milon)


사진출처 : https://goo.gl/9NbbDc

  • 1855년에 5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다. 1970년에 Mouton의 소유주였던 Philippe 남작이 매입하여 꾸준히 품질을 개선하여 현재 인기 있는 와인이 되었다고 한다. 가격 정보는 없다.

① CHATEAU CLERC MILON (샤토 클레르 밀롱) : 와인 이름이다.

② 2004 : 2004년 빈티지, 2004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APPELLATION PAUILLAC CONTROLLE : Pauillac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④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⑤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⑥ 13% vol : 알코올 도수.

⑦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4. 샤토 다가삭 (Château d'Agassac)


사진출처 : https://goo.gl/I9cTiM

  • 보르도 오 메독(Haut-Medoc)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으로, 비교적 저렴하면서 보르도 블렌딩을 느끼게 해주는 와인이다. 2008년 빈티지는 50%의 메를로, 47%의 카베르네 소비뇽, 3%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되었다. 참고로 오 메독이라고 표시된 와인이 그냥 메독이라고 써진 와인보다는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가격 : 69,000원 (가격 출처 : 와인21)

① GRAND VIN DE BORDEAUX (그랑 뱅 드 보르도) : 보르도의 좋은 와인이라는 뜻으로, 그냥 특별하게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와이너리에서 흔히 쓰는 문구다.

② MIS EN BOUTEILLES AU CHÁTEAU : 샤토에서 병입되었다는 의미다.

③ 2005 : 2005년 빈티지, 2005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④ Chateau d'Agassac (샤토 다가삭) : 와인 이름이다.

⑤ CRU BOURGEOIS SUPERIEUR (크뤼 부르주아 수페리외르) : 크랑 크뤼 클라세보다 낮은 등급의 와인이다.

⑥ APPELLATION HAUT-MEDOC CONTROLLE : HAUT-MEDOC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⑦ 75cl : 75centilitre = 750mL 와인 용량.

⑧ 13% vol : 알코올 도수.


5. 샤토 페리에르 마고 (Chateau Ferriere Margaux)


사진출처 : https://goo.gl/lsw16Z

  • 보르도 마고 지역에서 1855년에 3등급을 받은 와이너리로, 개성이 강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빈티지는 58%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38% 메를로, 4%의 카베르네 프랑으로 블렌딩된 와인이다. 가격 정보는 없는데 시중에서 5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① CHATEAU FERRIERE (샤토 페리에르) : 와인 이름이다.

② 2008 : 2008년 빈티지, 2008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③ GRAND CRU CLASSE : 크랑 크뤼 클라세(최고등급)임을 나타낸다.

④ MARGAUX : 마고 지역 와인임을 나타낸다.


이번 호를 통해서 복잡하게만 보이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라벨들이 우리 독자님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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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잔 이야기


취미생활을 하면서 그 깊이가 더해질수록 더 나은 도구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드민턴에 입문할 때는 배드민턴 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다가, 레벨이 올라가게 되면 원하는 샷을 구사하기 위해 더 좋은 배드민턴 채를 찾게 되듯, 와인도 그러하다. 처음에는 아무 잔에나 마셔도 그 차이를 모르지만, 좀 더 섬세한 부분까지 느끼게 되는 레벨로 올라가게 되면 잔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포도에 따라 특징적인 맛과 향이 다르고 그 특징을 잘 전달하고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 와인 잔이기 때문이다. 


와인 잔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르도, 부르고뉴, 화이트, 샴페인 잔이 그것이다.


보르노 레드와인 잔은 전형적인 튤립 모양을 하고 있다. 타닌이 강한 와인(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특이한 곡선 모양은 타닌 성분 특유의 텁텁한 느낌을 최대한 덜 느끼게 하고 와인에서 풍기는 과일 향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고안되었다. 입구 경사각이 작아 입안에 고루 퍼지며, 아로마(와인이 1차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을 ‘아로마’라고 하는데 포도가 내는 향을 칭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과일 향, 검은 과실 향 등을 말한다)와 부케(와인이 2차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을 ‘부케’라고 한다. 가죽 냄새, 연필심 냄새, 낙엽 냄새 등 포도 본연의 향이 아니라 숙성되면서 나오는 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부르고뉴 레드와인 잔은 보르노 레드와인 잔보다 볼 부분이 불룩한 편이다. 볼이 넓을수록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져, 그 향을 더욱 잘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상급 와인들을 마실 때 가장 그 풍미가 잘 느껴진다. 부르고뉴 포도 품종 중 피노 누아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타닌은 적고 신맛이 강해서 와인 잔의 볼이 좀 커야 하는데, 이럴 때 안성맞춤이다.


화이트와인 잔은 타닌 성분이 없어서 볼이 작아도 괜찮다. (참고로 볼이 큰잔에 값싼 와인을 마시면 향이 너무 부족해진다) 그래서 화이트와인 잔은 보통 레드와인 잔보다 작고 용량이 적다. 차게 마시는 특성 때문에 그 상큼함을 잘 느끼도록 혀 앞부분이 잘 닿도록 디자인되었다.


스파클링 와인 잔은 기다란 튤립 혹은 플루트 모양을 하고 있다. 와인에 담긴 탄산이 좀 더 오래 보존되고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게 되어있다. 품질이 괜찮은 와인일수록 기포(거품)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참고문헌 : 마이클 슈스터의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다사키 신야의 와인생활백서)



▲ 보르도 레드와인 잔, 부르고뉴 레드와인 잔, 화이트와인 잔, 스파클링 와인 잔

사진출처 : 리델(Riedel)


그럼 와인 잔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걸까?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잔의 두께와 내구성. 두께가 두꺼운 잔은 무겁기도 하고 입술에 닿았을 때 둔탁한 느낌은 와인의 섬세함을 느끼는데 장애가 된다. 얇은 잔은 와인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좋다.


그런데 너무 얇아도 문제가 된다. 잔의 내구성 때문. 와인을 즐긴 후 와인 잔을 깨끗이 씻어 놓으려 할 때 스템이 긴 잔은 잔을 헹구는 과정에서 싱크대 수도꼭지에 부딪혀 깨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필자도 와인 초보 시절, 설거지하다가 잔을 깨트렸을 때가 있다. 그 안타까움이란! 언제는 TV를 보며 와인을 마시다가 우연히 와인 잔 입구를 두 손가락으로 오므려보았다가 와인 잔이 깨지는 일도 있었다. 얇은 와인 잔은 탄력이 있어서 입구를 누르면 오므려진다. 그게 재미있어서 조금 더 조금 더 눌러봤는데 정말 깜짝 놀랄만한 큰 소리로 잔이 깨지고 만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주 날카롭고 잘게 깨진 파편이 온 방 안으로 퍼진다는 것이다. 절대 그런 장난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결과적으로, 와인 잔을 고를 때는 두께가 얇으면서 내구성이 강한 와인 글라스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와인 잔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 된다. 레스토랑에 갔을 때 와인 렉에 거꾸로 걸려있는 와인 잔들이나 테이블에 예쁘게 놓인 와인 잔은 필자를 설레게 만드는 소품이기도 하다. 필자는 레스토랑에 가면 와인 잔을 먼저 보는데, 그 모양이 예쁠 때는 사진으로 남기곤 한다. 아래 사진은 태즈메이니아(Tasmania) 여행 때 들른 MONA미술관 옆 The Source라는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이다. 테이블에 깔끔하게 놓인 와인 잔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또 와인 잔은 그 자체로 예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와인 모임을 통해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는 미술작가가 있는데 그의 작품 대상은 바로 와인 잔이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와인 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작품인 <The chosen person>, 그리고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아름다운 구속> 시리즈도 참 멋지다.


▲ 유용상 작가의 <The Chosen person> 116.8x72.7cm Oil on canvas 2011


▲ 유용상 작가의 <아름다운 구속> (Time capsule – Beautiful Restraint) 194x97cm Oil on canvas 2016


▲ 유용상 작가의 <아름다운 구속-4계> (Beautiful Curb – four seasons) 194x112cm oil canvas 2016


이제 레드와인의 계절, 가을이 왔다. 와인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괜찮은 와인 잔을 장만하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부담 없는 가격에 두께도 어느 정도 얇고 잘 깨지지 않는 쇼트즈위젤 제품이나, 와인 잔에 대한 틀에 박힌 관념을 통쾌하게 날려버린, 지극히 실용적인 리델 O시리즈를 추천한다. 아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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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매력은 수많은 다양성에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는 수십만 개의 와이너리(프랑스 보르도에만 9,0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가 있고, 포도 종류와 빈티지까지 고려하면 하늘에 떠 있는 별 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와인이 존재한다. 그 수많은 와인 중에서 괜찮은 와인을 어떻게 알고 선택할 수 있을까. 마트의 와인코너만 하더라도 지역별이나 종류별로 많은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고 가격도 다양해서 어떤 와인이 가격대비 괜찮을지, 필자도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사람이라면 비싼 와인을 덥석 사겠지만 저렴한 와인 한 병도 계속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서민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와인을 고르는 기준이나 노하우가 있으면 훨씬 마음 편하게 와인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의 맛은 가격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즉, 10만 원짜리 와인과 100만 원짜리 와인을 비교했을 때 그 맛이 10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필자가 보았을 때 세일가 기준으로 3만 원 이상이면 좋은 와인이니 평상시 만나고 싶은 와인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세일할 때를 공략하는 것도 현명하다. 여러분들의 와인 선택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필자의 와인 선택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필자의 방법대로 하면 반드시 괜찮은 와인을 항상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니, 이런 선택법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시면 좋겠다.


필자의 와인 구매 방법 10가지 Tip


✔ Tip1. 백화점이나 마트 세일 때를 노린다

한국의 와인 값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보통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와인 정보를 검색하면 와인 가격이 나오는데, 그 가격을 다 주고 와인을 사는 것은 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 와인에 관심을 두고 만나고 싶은 와인 리스트를 작성한 다음, 틈틈이 와인 코너를 돌며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가 세일 때 그 와인을 사는 것이 좋다. 보통 30% 세일에 추가로 특가 와인, 불량 라벨의 경우에는 세일 폭이 더 커지니.


✔ Tip2. 라벨 손상 와인을 잘 고른다

주기적으로 하는 와인 행사를 자세히 보면, ‘라벨 손상 와인’이라는 것이 있다. 와인의 얼굴인 라벨에 얼룩이 생겼거나 일부가 손상을 받아서 어디 선물하기도 모호한 와인이다. 하지만 라벨이 손상되었다고 맛까지 변한 것은 아니기에, 세일을 이용해 라벨 손상 와인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평상시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고급 와인이 라벨 손상이 있으면 50% 이상 세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득템 와인은 워낙 노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세일 첫날, 그것도 백화점이나 마트 문 열기 전에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가서 잡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 Tip3. 코르크 포일 상태와 와인 양을 확인하고 산다

라벨 손상 와인 같이 리스크가 있는 와인을 구매할 때는 코르크 포일 상태와 와인의 양을 확인하고 산다. 와인은 보관 상태가 무척 중요하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고유의 맛과 향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여름을 잘못 지내다 보면 끓어 넘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끓어 넘친 와인은 백발노인처럼 기력을 잃어버려서 향과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럼, 오픈해 맛보지 않고 어떻게 이런 손상된 와인을 구별할 수 있을까?

와인병 입구를 싸고 있는 포일을 자세히 보면 어느 정도 리스크는 피할 수 있다. 손으로 잡고 돌려보면 된다. 만약 이 포일이 딱 붙어있는 경우에는 와인이 끓어 넘쳐서 진득하게 포일에 붙어있을 확률이 있다. 그리고 코르크가 병 목 위로 볼록 솟아올라온 경우도 피해야 한다. 이는 와인이 끓어서 그 압력으로 코르크가 튀어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또 와인의 양이 기준선(호일 끝) 1cm 정도 보다 많이 아래에 있다면 이 역시 와인이 문제가 있을 확률이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 Tip4. 오랫동안 세워져 있던 와인은 피한다

와인을 잘 보관하려면 코르크가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 세워져 보관된 와인은 코르크가 말라 있어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공기가 비집고 들어와 산화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와인들은 코르크를 빼낼 때 중간에서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특히 햇볕이 드는 창가에 오랫동안 세워져 있었던 와인은 피해야 한다.



✔ Tip5. 저가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높은 알코올 도수를 선택한다

잘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일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다. 저렴한 와인은 대부분 여러 포도밭에서 트럭으로 실어온 포도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높아질 수는 없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처럼 서너 종류의 포도를 섞는 경우나, 포도 자체가 높은 알코올을 만들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신대륙(호주, 칠레, 미국 등) 저가 와인에 대해서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레드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 13~15도인데 13도짜리 와인은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 Tip6. 화이트와인은 빈티지가 빠른 와인이 좋다

화이트와인은 와인을 오래 보관시켜주는 기능을 하는 타닌이 적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장기 숙성이 힘들다. 일부 고급 와인은 오랜 숙성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화이트와인은 오래 보관할수록 꺾일 확률이 높아, 가급적 2~3년 내의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러 가면 대부분 샤르도네 품종을 추천받는데, 흰 살 횟감과 먹을 때는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은 깔끔한 와인이 좋으니 점원에게 오크 숙성 여부를 물어보고 사는 것이 좋다.



✔ Tip7. 유명한 지역의 와인을 선택한다

우리나라 농산물을 보아도 지역 특산품일 때는 그 지역이나 마을의 이름을 내걸고 판매를 하는데, 와인도 마찬가지다. 라벨을 보면 와인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다. 나라별 주요 와인 산지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와인을 고를 때 참고하면 좋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와인에 캘리포니아라고만 쓰여 있다면 특정 지역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닌, 캘리포니아 여기저기서 사들인 포도로 만들었을 것이고, 나파밸리라고 쓰여 있으면 캘리포니아 중에서도 와인 명산지인 나파밸리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니 당연히 나파밸리 와인이 더 좋을 것이다. 호주는 바로사 밸리, 스페인은 리호아 지역임을 잊지 말자.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너무 복잡하여 다음번에 따로 설명을 덧붙여 드리려 한다.


✔ Tip8. 좋은 빈티지의 와인을 고른다

와인은 포도로만 만들기 때문에 잘 익고 상태가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맛과 향을 좌우한다. 작황이 좋았던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의 품질이 우수한데, 유럽은 특히 연도별 품질이 차이가 크게 나서 포도가 풍작이었던 해의 와인이 비싸고, 흉작인 해의 와인은 상대적으로 값이 낮다. 포도 수확 철에 비가 많이 와서 당도가 떨어진 포도로 만든 와인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잘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의 맛과 향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 쪽 와인은 빈티지가 특히 중요하지만 신대륙 와인의 경우는 날씨 변화가 크지 않아 유럽만큼 빈티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빈티지 차트는 와인 스펙테이터 같은 와인 잡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잠깐 보자면 아래 표와 같다.


사진출처 : http://goo.gl/V8UKcj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빈티지 차트인데 같은 샤토(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라 할지라도 2010년과 2013년의 점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2010년 빈티지처럼 만점(100점)에 가까운 빈티지를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하는데, 이런 빈티지 와인들은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향이 좋아져서 가격 또한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2013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의 점수는 84점으로 그 해 포도가 흉작과 질병이 들어서 작황이 좋지 못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와인 세일 때 이런 좋지 않은 빈티지의 와인들이 큰 폭의 세일가로 나오기도 한다. 샵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 와인을 고를 때는 좋은 빈티지의 와인을 고르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 Tip9. 명성 있는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택한다

유명한 와이너리는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을 생산한다. 최고급 와인부터 대중적인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저렴한 와인이더라도 품질관리가 뛰어나 가격대비 괜찮은 와인을 만들어 내기에 같은 가격대의 와인 여러 병을 놓고 고민한다면 그중에서 이름있는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중적인 와인도 잘 만드는 명성 있는 와이너리를 나라별로 하나씩만 고르라면, 필자가 선호하는 와이너리는 다음과 같다.

  • 미국 : 로버트 몬다비 (Robert Mondavi)
  • 이탈리아 : 안티노리 (Antinori)
  • 칠레 : 콘차이토로 (Concha y Toro)
  • 아르헨티나 : 트라피체 (Trapiche) 
  • 호주 : 투핸즈 (Two hands)
  • 스페인 : 마르케스 드 무리에타 (Marques de Murrieta)


✔ Tip10. 점원 추천 와인을 고른다

와인을 사러 갔는데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고민되면, 와인코너 담당 직원에게 구매하고자 하는 가격대와 어떤 자리에서 마실 와인인지를 설명한 후 추천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코너 직원 중에는 전문가 뺨치는 대단한 내공을 지닌 직원들도 있어서 그들의 추천 와인은 믿고 살 만하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수입사 직원이라면(명찰 확인) 그가 소속한 수입사 와인만을 추천할 것이니 구매할 때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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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nfandel grapes

사진출처 : https://goo.gl/Aj5Cjr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우리가 잘 아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니라 바로 진판델 (Zinfandel)이라는 적포도 품종이다. 이 포도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아주 잘 자라는데, 그래서인지 잼처럼 달콤하고 과일처럼 풋풋한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알코올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진판델 포도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주 최근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캘리포니아에 널리 심은 1800년대 중반에는 미국 토착품종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기후에 너무나도 잘 자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UC Davis 대학 교수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다가 이탈리아 포도품종인 프리미티보 (Primitivo)와 진판델의 유사한 특징을 발견한 후에 진판델 포도의 기원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많은 학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결과, 프리미티보가 진판델 포도와 연관이 있다고 결론지었지만 여전히 소수 과학자는 계속 의문을 품었다. 최근 DNA 검사 기술이 더욱 발전하였고, 진판델은 결국 포도의 왕국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포도가 아니라 전혀 예상치 않았던 나라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품종이라고 밝혀졌다. 진판델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 중 인기 있는 타입은 화이트 진판델과 올드바인 진판델이다.


사진출처 : http://goo.gl/c87UrV


화이트 진판델은 로제와인처럼 분홍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어서, 미국에서는 블러쉬 와인 (Blush, 볼이 빨갛게 되는)으로 불리기도 한다. 화이트 진판델은 우연한 사고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와인회사에서 진판델을 발효 통에 가득 넣고 발효를 시키는데, 나중에 통을 열고 확인해보니 발효가 중단되어 있었다고 한다. 드라이한 레드와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냉각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그 역할을 하는 효모가 죽어버려 발효가 중단된 것이었다.

와인 제조업자는 그 와인을 버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해서 레드와인도 아닌 와인을 팔기도 어정쩡해서 고민이었는데 뜻밖에 달달한 맛이 매우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와인 이름을 화이트 진판델로 명명하고 시장에 내놓았는데 그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발견(?)된 화이트 진판델은 미국인들이 여름 휴가지에서 가장 많이 즐겨 찾는 와인이 되었다.

더운 여름이 지속되는 필리핀에서도 화이트 진판델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베린저 (미국의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중 하나)에서 나오는 화이트 진판델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와인. 신선한 딸기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약간의 산도가 그 청량감을 더해주니 여름 휴가철 계곡이나 바닷가에 한 병 가지고 가서 시원하게 마신다면 행복한 기분이 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다른 하나의 가장 인기 있는 진판델 타입은 바로 올드바인 진판델이다. 수령이 50년 이상인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진판델 포도로 만든 와인인데, 복합적인 맛과 집중감으로 다른 와인들보다 많은 인기를 얻는 중이다. 세계에 100년 이상 된 포도나무가 많이 존재하는 곳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구대륙이 아니라 호주나 미국 같은 신대륙이다. 이는 19세기 후반 필록세라(포도나무 진드기의 일종)가 유럽을 휩쓸어서 포도나무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였으나 신대륙은 그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노마 밸리(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인산지)에 있는 세게지오(SEGHESIO) 와이너리에서 만든 올드바인 진판델이 유명하다. 창업자가 이탈리아에서 건너와 심은 포도나무에서 아직도 포도가 열리고 100년이 넘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본다는 것 그 자체가 어마어마한 시간여행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포도나무에서는 적은 수의 포도송이만 만들어진다. 100년 동안 자연이 주는 혹독한 시련을 이기고 뻗은 뿌리에서 빨아올리는 양분으로 키워낸 소량의 포도로 만든 와인. 그런 와인을 맛보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한 경험일 것이다.


필리핀에 와서 매주 거의 한 번씩은 들리는 단골가게에서 세게지오 와인 시음회를 한단다. 진판델 와인을 여러 번 만나봤지만 진득하고 달달하여 크게 매력적인 와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진판델 와인으로 유명한 세게지오 와이너리의 와인들, 특히 창업자가 120년 전에 심었던 바로 그 포도나무에서 열리는 포도로 만들었다는 홈 랜치(Home Ranch) 진판델 와인이 무척 궁금해져 참가하게 되었다. 세게지오에서 만든 총 다섯 가지 와인을 선보였는데, 피노 그리지오 품종, 산지오베제 품종의 와인이 각각 1병씩 나왔고, 진판델로 만든 와인은 진판델 소노마 (Zinfandel Sonoma), 올드바인 (Zinfandel Old Vine, 평균 수명 70년 이상인 포도나무에서 수확), 홈 랜치 (Home Ranch, 12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가 나왔다.



모두 괜찮은 와인이었지만 특히 홈 랜치는 꼭 한 번은 맛봐야 하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진판델 와인에서 느꼈던 캐릭터라기보다는 위대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 스피노자가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는데 사과보다는 차라리 진판델 포도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재미있는 생각도 가져본다. 보통 포도나무는 20년이 지나면 노년기로 접어든다고 하지만, 진판델 포도나무는 30년이 지나야 청춘이고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아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로 만든 와인을 수십 년 보관이 가능하니, 이보다 더 후세에 길이 남을 선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 1910년과 1976년에 심은 진판델 포도나무

사진출처 : https://goo.gl/upq8X3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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