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이맘때로 기억됩니다. 평소 영미영화를 제외한 3세계 영화에 관심이 지대했던 필자인지라, 여전히 당시 극장가를 강타하던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국내 스타들이 포진된 뻔한 흥행작들에는 전혀 무관심했던 이유로 필자의 개인적인 특이취향의 발로로 선뜻 선택한 키워드가 바로 ‘라틴 아메리카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대해진 한국영화 시장이라도 해도 영국/프랑스/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서유럽 영화나 동유럽의 시네아티스트 영화들까지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든 약해빠진 시장 상황이라, 이른바 다양성 영화를 표방하는 골수 예술영화 애호가들이 많아졌다고 할지언정, 아무리 라틴 아메리카를 위시한 제3세계 영화를 더 지지하는 영화 팬층은 더욱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어느 작품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그러던 중, 당시 어느 모 잡지의 신작 개봉 기사 코너를 통해 한동안 보고 싶었으나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도 과연 당시 국내 개봉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가졌던 영화 한 편이 드디어 소리소문없이 개봉한다는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그 영화가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할,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 후앙 호세 캄파넬라가 감독하고, 아르헨티나 국민배우 리카도 다린과 솔레다드 빌라밀이 주연한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El Secreto De Sus Ojos, The Secret in Their Eyes, 2009)》입니다.


이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기본적인 구조로 본다면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가 혼용된 스릴러 영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볼 때 단순한 장르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영화의 시대배경이 바로 암울했던 1970년대의 아르헨티나의 군부 시절 통치기간이고, 영화 구석에 내재한 ‘개인과 국가 그리고 경찰/검찰과 군부라는 권력의 암투’라는 시대의 만행에 짓밟힐 수밖에 없었던 인간 개인 군상들을 너무나 확연하게 보여주는 점에서, 나아가 라틴 아메리카의 어두웠던 현대사와 묘하게 중첩하는 ‘예술의 시대상 반영’이라는 예술의 사회 참여의 미덕을 발휘했다는 점이지요.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바로 이점은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의 소설 중 칠레 출신의 여류 소설가인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영혼의 집」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즘의 여파로 ‘소설의 죽음’이라는 비평적 대중적 우려가 팽배하던 20세기 말엽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 한 편으로 그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 콜롬비아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르포문화 걸작인 「칠레의 모든 기록」 등등, 다른 여타의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 및 예술작품 속에서도 그 역사적 사실과 의의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제국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군부 독재, 그리고 그 족쇄를 끊기 위한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의 노력 등등, 바로 그 노력의 결실이 체 게바라라는 이른바 ‘저항의 시대상의 아이콘’의 탄생을 알린 바로 ‘1959년 쿠바 혁명’이었지요. 아마도 그런 ‘저항의 시대상의 아이콘’이라는 탄생의 근원지가 바로 라틴 아메리카라는 것은 어쩌고 보면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인 배경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아직도 그 반복적인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의 상황은 아직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1970~80년대를 넘어서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수많은 외국 언론들의 메인 뉴스를 장식했던 것들이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유혈사태 및 내전 문제였으니까요.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El Secreto de Sus Ojos (OST) - Train Station

영상출처 : https://youtu.be/3WlqqMgPFE4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의 비극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의 플롯은 강간, 살인, 강력사건이라는 스릴러를 기본 틀로 하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라는 또 다른 멜로드라마적 구성을 혼용하는 재치를 잊지 않습니다. 바로 그런 극 중 장르영화의 힘을 더욱 배가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다소 복잡한 플롯과 편집의 리듬을 결코 지루할 틈이 없도록 지탱한 이 작품의 일등공신들은, 바로 단순한 메이크업과 발군의 연기 호흡으로 25년간의 세월을 연기하는 주·조연 배우들의 괄목할만한 연기력입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특히 극 중 남녀 주연인 에스포지토로 분한 리카도 다린과 엘레나로 분한 솔레다드 빌라밀의 스릴러, 코미디, 로맨스를 넘나드는 연기호흡은 너무나 놀라울 정도지요. 무엇보다 이 영화에 삽입된 애절하고 잔잔한 Federico Jusid & Emilio Kaudererd의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들은 영화 구석구석 포진된 명장면들과 함께 절묘한 조화와 대구를 이루며, 25년간의 세월에 따른 개인과 아르헨티나의 어두웠던 현대사의 한 단면을 더욱 세세히 묘사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기차역에서 이별신에서 흘러나왔던 이 영화의 러브테마 격으로 사용된 <Estación Retiro>와 축구장 추격신에서의 <La Pasión>은 영상과 음악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지요.


El Secreto de Sus Ojos (OST) - Estación retiro

영상출처 : https://youtu.be/LwMHBhb-RbU


El Secreto de Sus Ojos (OST) - La Pasión

영상출처 : https://youtu.be/7oVNsYv3vR4


국가와 개인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손에 땀을 쥐는 듯한 스릴과 극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코미디적 요소, 그리고 25년의 세월을 초월한 애절한 멜로드라마 라인의 절묘한 조화를 한 편의 영화 속에 응축해낸 비범한 연출력과 걸출한 배우들의 발군의 연기력, 그리고 그 모든 요소를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음악 스코어들까지. ‘역사와 개인, 그리고 장르영화적 쾌감의 절묘한 조화의 정석이라는 명제’로 본다면 이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그에 대한 충분한 모범답안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필자가 수차례 다른 지면을 통해 언급했듯 ‘예술의 사회상에 대한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장르적인 예술성인 오락을 추구할지언정, 예술의 사회참여라는 부분적인 예술상의 난제를 포용하려 한 긍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될 만한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니 말입니다. 물론 해석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테지만, 역시 그에 따른 해답은 이 작품을 접하게 될 여러분들 각자의 몫이겠지요.


El Secreto de Sus Ojos (OST) - Irene

영상출처 : https://youtu.be/I_lACUp9VuY


El Secreto de Sus Ojos (OST) - Tema de Inicio

영상출처 : https://youtu.be/9ArHAHO-PRs


El Secreto de Sus Ojos (OST) - Sandoval´s Choice

영상출처 : https://youtu.be/CBngwYAth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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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goo.gl/3X7kFv


아마도 필자와 같이 10~20대에 1990년대를 학창시절로 보낸 분들에게 ‘왕가위 신드롬’이란 문화적 신조어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1995년 국내에 상륙했던 홍콩 왕가위(王家卫)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중경삼림(重慶森林)》. 당시 국내외 젊은이들은 스텝 프린팅과 장뤼크 고다르의 전매특허였던 ‘점프 컷’이라는 독특한 영상기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그만의 비범한 영상 기법과 독특한 개똥철학적 보이스 오버, 그리고 영화에 삽입된 The Mamas &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g>과 Cranberries의 곡을 멋지게 리메이크한 왕정문의 테마 <Dreams>에 열광했고, 《중경삼림》이라는 영화 자체는 물론,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과 영화적 스타일 하나하나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게 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Cultural phenomenon)’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요.


사진출처 : https://goo.gl/gJrgPE


당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두하기 시작했던 세기말적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문화 세력 중 일부는 그러한 왕가위 현상을 어느 정도는 경계하는 눈치였으니, 당시 ‘세기말 블루스’라는 시집 한편으로 ‘진보와 타협이 공존하는 한계’는 있었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시적인 언어로 어느 정도 비평적,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가던 신현림 시인은 그녀의 시 <중경삼림을 보고 돌아온 밤>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아래층 여자가 또 교성을 지르는군 아아,

심란하네 아아 아파트 건물도 심란해서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림’을 듣네

오늘 개봉한 ‘중경삼림’을 생각하지 역시 왕가위 감독이네

그래도 그의 ‘아비정전’이 좋아


여기서 언급된 아비정전(阿飛正傳)》(1990)은 1988년 《열혈남아(旺角卡門)》로 혜성처럼 등장해 홍콩영화계의 뉴웨이브를 이끌고 갈 신진세력의 한 명으로 주목받은 그가,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양조위, 유가령 등 홍콩 최고 스타들을 캐스팅해 의욕적으로 왕가위표 아트필름을 표방한 두 번째 연출작이었지만 홍콩에서의 흥행 참패는 물론 국내에서는 일부 관객들의 환불 요청 소동으로까지 번지게 된 문제작으로, 원래는 2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으나 흥행 참패에 따른 제작사의 압력으로 인해 반쪽짜리 기획으로 남게 된 불운의 작품입니다. (그런 연유로 다음 2부작에 출연할 계획이었던 양조위가 엔딩씬 한 씬만 찍고, 추후 이 영화의 후 속편을 찍지 못한 일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신현림이 그녀의 시에서 언급했듯이, 지나친 《중경삼림》 영화 한 편의 영향으로 인해 그의 저주받은 걸작이 평가절하되며, 왕가위라는 걸출한 감독이 단순히 1990년대의 청춘의 스타 감독으로 치부되는 것이 꽤나 불편했던 이들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필자 또한 당시 동년배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중경삼림》에 열광할 당시 그러한 일시적 문화적 현상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터였고, 그에 대한 반항적 심리가 발동해 《중경삼림》을 결국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않고 비디오로 출시된 1995년 겨울에야 관람했으니, 이만하면 제가 얼마나 삐딱선을 달렸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주위의 다른 분들이 왕가위의 최신작에 대해 경배를 보내며, 차기작들에 대해 러브콜을 계속 보낼 즈음 그에 대한 삐딱선의 연장선으로 필자가 계속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곤 했던 그의 이전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아비정전》이었으니까요.


사진출처 : https://goo.gl/aYm8j8


이 영화 《아비정전》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청춘과 성장에 대한 아트필름이기도 하지만 고독과 그리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왕가위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호주 출신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의 첫 협업 작품으로, 이 영화의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노톤과 블루톤의 영상 미학은 바로 고독과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이며, 그 뒤 7년 뒤에 나올 또 다른 걸작 《해피 투게더(春光乍洩)》에서 그러한 등식은 완성되지요. 물론 이 영화의 또 다른 공동 주연 역할은 바로 나른하고 몽환적인 영상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음악들입니다. Los Indios Tabajaras의 <Always In My Heart>. 몽환적인 기타선율 사이로 흘러나오던 장국영의 나른한 내레이션은 바로 이 영화의 고독과 그리움의 설명해 주는 함축적 의미의 원천입니다.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에 꼭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라고….


너무나도 수많은 CF 및 영화에서 패러디되며,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 잡은 속옷 차림의 장국영의 댄스씬에서 흘러나온 맘보풍의 Xavier Cugat의 <Maria Elena>. 그리고 유덕화와 장만옥의 이별 시 그리고 영화 속 떠남과 그리움이라는 테마와 맞물렸던 Xavier Cugat의 <Perfidia>, 그리고 양조위의 유일한 등장인 라스트씬에서 나왔던 Xavier Cugat의 <Jungle Drums> 등, 극 중 삽입된 고전적 스코어들은 소문난 팝송 키드로 알려진 왕가위 감독의 음악적 식견을 보여주는 좋은 예들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잊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극 중 아비로 변한 故 장국영일 것입니다.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부정할 수 없는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그가 극 중 수린진(장만옥 분)에게 날린 작업성 멘트 대사 한마디가 극 중의 수리 진은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그의 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그렇게 파급력이 큰 대사로 다가올지는 그 역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미 그는 가고, 영화는 남았으나 그와 함께한 이 영화 속 100분간의 러닝타임이 쉽게 지나갈 시간이나 영원할 수도 있다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으니까요. 마치 영화 속 수리진이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라고요.” 라고 말했듯이 말이지요. 바로 ‘몽환적인 고독과 그리움의 영상과 음악의 미학’이라고 명명된 이 말은, 이제 그를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의 그에 대한 또 다른 헌사가 아니었을까요?


사진출처 : 아비정전 영화 속 장면


아비정전 - Maria Elena

영상출처 : https://youtu.be/qxkOWF450-E


아비정전 - 오프닝

영상출처 : https://youtu.be/fMe06Q8Bp4M


Los Indios Tabajaras - Always In My Heart

영상출처 : https://youtu.be/bhMqmdzLcRM


아비정전 - Perfidia

영상출처 : https://youtu.be/qDUbtz-_7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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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던 장르영화의 절정 필름 누아르(Film Noir). 그러나 비평적으로 싸구려 B급 영화로 치부되어야 했던 필름 누아르가 최초로 비평적으로 재평가되며 주목받기 시작한 곳은, 필름 누아르의 본고장인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영화 비평의 상징과도 같았던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시네필로 명성을 날리던 누벨바그 세대들에 의해 재평가되면서, 하워드 혹스, 오손 웰스, 존 휴스턴, 빌리 와일더 같은 거장들은 물론 ‘험프리 보가트’와 같은 필름 누아르 상징 격인 대스타들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필름 누아르만의 동의어인 팜므파탈(Femme Fatale, 요부, 악녀)이라는 상징어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지요.


그중 누벨바그의 선봉장이었던 프랑수아 트뤼포의 필름 누아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B급 필름 누아르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라는 영화를 만들어 “이 영화를 B급 필름 누아르 영화들에 헌사한다.”라고 공언할 정도였으니, 그의 필름 누아르에 대한 애정은 과하다 못해 광적인 수준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특히, 필름 누아르만의 고질적인 퇴폐미와 허무주의는 유럽영화들, 특히 프랑스영화만의 기묘한 미니멀리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장 피에르 멜빌, 클로드 샤브롤, 그리고 루이 말의 초기 영화들, 이미 이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사형대의 얼리베이터》(1957)와 같은 프렌치 누아르풍의 영화들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 뒤 필름 누아르는 풍요의 1950년대와 아메리칸 뉴시네마 운동으로 명명되는 할리우드 문화 혁명의 절정이었던 1960년대를 거치면서 잠시 오랜 시간 동면에 빠지게 되지요.


사진출처 : https://goo.gl/SXBDxz


그러던 1974년, 필름 누아르 부활의 신호탄으로 등장했던 영화가 바로 폴란드 출신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한 《차이나타운》이었습니다.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극도의 허무주의와 로버트 타운의 탄탄한 각본, 그리고 잭 니컬슨, 페이 더나웨이, 존 휴스턴(필름 누아르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그가 이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은 필름 누아르 영화의 상징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의 절제된 연기와 폴란스키 특유의 유럽적인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둔 연출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포스트 필름 누아르의 묵시록 격인 걸작을 창조하게 되었지요. 그 뒤 한동안 침체에 빠진 필름 누아르 장르의 돌파구 격인 작품으로 등장한 영화가 바로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연출하고 당시 영화 출연 경험이 없었던 신인들, 윌리엄 허트와 캐서린 터너가 주연한 이번 지면을 통해 소개할 《보디 히트》(1981)였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필름 누아르 상징이었던 허무주의를 절제하면서 영화의 장르적인 측면을 살리는 데 주력한 네오 누아르였습니다만, 이 영화를 단순한 장르영화의 대중적 측면만이 각인된 작품이라고 무시는 금하시길. 필자가 영화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꼽는 영화 음악 중 하나라고 첫손에 꼽는 스코어 중 하나인 007 영화의 메인 테마로 너무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 존 배리의 끈적끈적한 재즈 음악과 로렌스 캐스단의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한 장르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단연 이 영화의 여주인공 캐서린 터너일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s://goo.gl/ZyEmHA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요부들이었던 로렌 바콜, 바바라 스텐윅 등등 이후 그 명맥이 끊어져 버렸던 팜므파탈의 계보를 다시 잇는 듯 그녀가 이 영화 《보디히트》에서 발산한 관능미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요. 특히, 백만 불짜리 각선미로 1980년대 할리우드를 초토화로 만들었던 그녀답게 극 중 그녀가 차에서 내리며 하이힐로 담배를 끄던 클로즈업 신에서 발산된 치명적인 요부의 이미지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게리 올드만과 레나 올린이 주연했던 1995년작 《로미오 이즈 블리딩》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고의 팜므파탈로 각인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요부 이미지는 강렬했지요.


그리고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 기준으로서는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1980년대의 기준으로서의 척도로 본다면, 이 영화 엔딩 신에서의 반전은 그야말로 장르영화의 위력을 입증하는 선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름 누아르라는 장르영화를 말하는 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재즈라는 하나의 도상이듯, 이 영화에 삽입된 존 배리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인간군상의 추악한 욕망과 탐욕을 더욱 잘 묘사하게 해주는 기폭제입니다. 이 영화 속 오프닝 신과 라스트 신에서의 절묘한 대구를 이루는 메인 테마는 그동안 나왔던 필름 누아르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트랙들이지요.


끈적끈적한 재즈 선율 뒤에 감춰진 추악한 욕망,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그리고 그에 따른 음모와 반전. 아직 이 영화 《보디 히트》만큼 위력적인 장르영화는 흔치 않았습니다. 필름 누아르만의 극도의 허무주의와 유럽식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는 결여된 장르영화적인 측면이 강한 영화인 것이 사실이지만, 필름 누아르의 계보학적으로 그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 그리고 캐서린 터너라는 잊을 수 없는 요부를 창조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원동력은 바로 ‘관능미’라는 한 단어로 함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음악적 관점이든 영상적 관점에서든 말이지요.


Body Heat (Main Titles) - John Barr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niCyYWcjFSE)


Body Heat - End Title Music - John Barr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PFSh6jsKHg)


Body Heat - I'm Weak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pqbTglugvIs)


Body Heat - Kill for Puss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fAqyAii80_8)


Body Heat - I'm Frightened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uTmJebDlPiw)


Body Heat - Matty Was Marry An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lXxu4dANq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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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마초’라고 지칭되는 할리우드 터프가이 액션스타의 계보에서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위상과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 아버지 세대들에게는 그 유명한 탈옥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빠삐용》(1973)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사람들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엉클 샘’으로 불리던 보수우익의 상징의 아이콘이었던 존 웨인에서부터 속되게 무례한 야수적인 남성상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와 그의 이미지를 재탕시켰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이른바 요절이라는 극단적인 페이소스의 결합으로 하나의 신화성을 부여받은 제임스 딘까지, 할리우드 터프가이의 계보는 1940-50년대의 황금기를 거쳐 이른바 창조와 파괴의 시기였던 혼돈의 1960년대까지 신화 아닌 신화 속의 주인공들에 의해 그 계보를 꾸준히 이어오던 터였지요.


사진출처 : http://goo.gl/aXSzr8


그런 창조와 파괴의 시대였던 혼돈의 1960년대에 등장해 ‘킹 오브 쿨(The King of Cool)’이라는 별명으로, 사망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액션스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묘한 아우라를 발산한 독보적인 액션배우였습니다. 1940-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그만의 코미디적 감성으로 스쿠루볼 코미디풍의 재빠른 대사들을 남발했던 캐리 그랜트나 말론 브랜도풍의 무거운 대사보다는, 스티브 맥퀸은 극도로 대사를 자제하며 그만의 우수에 찬 표정과 강렬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공간을 장악했으며, 자신과 자신이 연기하는 영화 속의 인물과 동일시할 줄 알았던 천부적인 재능의 배우였습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다 보면 액션이든 드라마이든 간에 그의 평균적인 대사가 타 주·조연들에 비해 절반 이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지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페이 더나웨이와 공동으로 주연했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와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할 《블리트(Bullitt)》(1968)입니다.


이미지출처 : http://goo.gl/ILxgyd


영화 《블리트》는 스티브 맥퀸의 필모그래피와 액션영화의 계보에서 아주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블리트’라는 하드 보일드풍 형사 캐릭터는 후에 제작된 그와 같은 1930년생 동년배들이 주연한 또 다른 하드 보일드 형사물의 걸작들인 진 핵크만 주연의 《프렌치 커넥션》(1971)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시리즈의 전형입니다. 기존 형사물의 관습이자 도상을 무시하고 철저히 극단적이라니 만큼 무모한 고독한 러너의 이미지를풍이기는 블리트라는 캐릭터의 힘은, 바로 스티브 맥퀸의 내면에서 발산된 아우라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같은 연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더티 해리》 시리즈와 비교되는 점입니다. 《더티 해리》가 지나친 공권력의 파시즘적인 면이 부분 미화된 영화로 평가되지만, 블리트는 한 개인의 아나키스트적인 면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요.


Bullitt - Chase Scene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0vNvc9n1ikI)


특히,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살아생전 소문난 스피드광이었던 스티브 맥퀸이 직접 포드 머스탱을 몰고 질주하는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은 액션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실례로 이 영화 외에도 그의 출세작 《대탈주》(1963)에서의 모터사이클 탈출장면이나 카레이서 영화의 수작 《르망》(1971),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출연 이유가 둔버기를 영화 내에서 마음껏 몰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출연을 결정한 일화는 그의 스피드에 대한 애착을 잘 보여주는 선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AT5Pk6


사진출처 : http://goo.gl/c1goxV


무엇보다 스티브 맥퀸의 영화 속 하드 보일드 형사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 주요한 소스들(그만의 유명한 댄디한 패션 연출과 비범한 액션 연기 등등)과 함께 영화 곳곳에 삽입된 우리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와 브루스 리의 쿵후 아트의 결정판이었던 《용쟁호투(Enter the Dragon)》의 메인 테마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인 랄로 쉬프린의 재즈 및 펑크(Funk)에 기반을 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강한 만큼 외로운 밖에 없는 극 중의 ‘블리트’라는 캐릭터를 더욱 잘 묘사하고 있지요.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깔끔한 재즈풍의 <Main Title>, 그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자동차 추격신 시작의 서막을 서서히 알리며, 음악적 서스펜스의 극한을 보여 주었던 <Shifting Gears>, 극 중 재클린 비셋이 분한 블리트의 애인인 캐시와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신에서 멋진 재즈 밴드의 연주로 채색된 플루트, 기타, 피아노 연주가 기가 막힌 합일을 이루는 아방가르드 재즈풍의 <Song for Cathy>, 흥겨움이 넘실대는 <On the way to San Mateo>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수려한 액션 영상과 함께 우리에게 또 다른 흥밋거리를 선사합니다. 물론 영화 속의 수 많은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지탱하는 《블리트》라는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고전적 캐릭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힘에 기댄 바가 클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xNwxTr


현대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여 온갖 특수효과를 뽐낼지언정, 스티브 맥퀸이라는 아우라를 다시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왜 현재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아우라를 발휘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블리트》라는 이 영화 한 편을 봐도 그 이유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의 힘은 바로 이 영화 《블리트》 한편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Bullitt - Opening Credits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__L_OQe6NE)


Bullitt - Lalo Schifrin - A Song For Cath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b_9RScMYv4A)


Bullitt - Music Stereo Soundtrack "Shifting Gears" By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kAGL8C9y8bg)


Bullitt - On The Way To San Mateo -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w4drWUkp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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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씬이 2015.08.20 13: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는 남성성을 대표하는 배우였네요. 얼마전 D&G 티셔츠에 프린팅된 그의 얼굴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필자의 대학 시절,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토론 중 늘 단골 소재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예술과 현실의 상관관계’라는 등식이었습니다. 필자는 당시 늘 양측, 즉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상관관계에서 고민하길 일쑤였으나 한편으로는 예술의 사회 참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리얼리즘의 태도를 견지하는 작가나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사실주의 형태의 예술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에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테제로 토론이 자연스레 옮겨 갈 때쯤이면, 늘상 이런 쟁점에 도달하곤 했습니다. ‘사실주의 예술에서의 표현 중 가장 어려운 것은 현실이 인간의 상상력의 범위를 뛰어넘었을 때’의 경우라는 점입니다.


▲ 영화 《플래툰(Platoon)》 속 장면


그렇다면 가깝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일상 또는 멀게는 세계사적 역사의 견지에서 앞서 언급한 ‘현실이 인간의 상상력의 범위를 뛰어넘었을 때’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라면 단연 ‘전쟁’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실 분들은 거의 없으시라고 봅니다.


역사상 가장 극한의 종말론적인 세계의 말로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대학살인 홀로코스트(Holocaust), 1960년대 미ㆍ소로 상징되는 좌우 대립과 미국의 아시아 팽창에 대한 과욕의 결정판인 베트남전, 20세기 말엽인 1990년대 ‘인종 청소’라는 최악의 비극이 자행된 보스니아 세르비아 내전, 그리고 21세기 초엽, 미국의 패권주의의 과욕이 극에 달한 사건이라고 평가되는 이라크 전쟁까지. 그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이라는 정서 및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가장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전쟁은 바로 베트남전일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최초의 해외파병이었고, 당시 ‘용병의 민족(안정효의 소설 「하얀 전쟁」에서도 묘사된 어휘)’이라는 부정적 어감과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 본토 수호도 아닌 먼 이국땅에서의 명분 없는 전쟁에서,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담보한 달러들이 한국 현대화의 밑거름이 되었고, 전후에도 나타난 수많은 이들의 전쟁 후유증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가슴 아픈 현대사이니까요.


▲ 영화 《플래툰(Platoon)》 포스터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현실을 앞서 언급한 ‘현실이 상상력의 범위를 뛰어넘는 경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상의 난제를 적절히 잘 표현한 작품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베트남전이라는 현대사의 굴곡의 상징을 기존의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들과는 너무나 다른 코페르니쿠스적인, 즉 기존의 베트남 전쟁 영화의 관습을 뒤집은 관점에서 고찰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1987)의 경우처럼 위력적인 영화를 아직은 많이 보지는 못한 듯합니다.


사실, 《플래툰》 이전의 베트남전을 다룬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나, 척 노리스 주연의 액션 영화에서 묘사된 베트콩들의 초상은 단연 기존 존 웨인이 등장했던 수정주의 서부극 이전의 작품들 속의 인디언들처럼 또 다른 미국의 가증스러운 적들로 묘사되기 일쑤였고, 영화 속 주변 인물들조차도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공식에 따라 실제 전장 속의 인물들과 유린당하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들로 묘사되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 《플래툰》은 올리버 스톤 감독, 그 자신 또한 명문 예일대를 중퇴하고 베트남전으로 홀연히 떠났던 그의 20대의 초상이 그대로 투영된 자신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극 중의 주인공인 크리스(찰리 쉰 분)의 눈을 통해 비친 전쟁의 실상과 참상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영화 속 미군 내부의 선과 악의 상징이었던 엘라이어스 중사(윌리엄 대포 분)와 반즈 중사(톰 베린저 분)의 갈등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여러모로 기존의 베트남전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작품으로 승격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영화 《플래툰》 이후 베트남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룬 영화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플래툰》의 이른바 ‘수정주의 전쟁미학’을 두고 ‘플래툰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Platoon - Tracks Of My Tears (Smokey Robinson and The Miracles)

영상 출처 : 유투브(https://youtu.be/tGKtr278QtY)


The Doors - Hello, I Love You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hzM71scYw0M)


Platoon - Aretha Franklin - Respect (1967) (Original Version)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6FOUqQt3Kg0)


영화 속 배경인 1960년대 말엽을 다룬 영화답게,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반전 무드와 영화 속 전장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장치들로 선택된 당대의 팝, 록의 고전들은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잠시나마 전쟁의 공포와 참상을 극복하려고 했으며, 서서히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미쳐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신들과 절묘한 합일을 이룹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극 중 막사 내에서 벌어지는 마리화나 파티장면에서의 영원한 히피들의 찬가인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White Rabbit>과 스모키 로빈슨의 <Tracks of my tears>일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1960년대 록 신과 젊음의 상징인 도어스의 <Hello, I love you>와 소울의 데모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는 또한 이 영화 속 삽입된 록과 소울 넘버들 중 단연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트랙들이지요.


PLATOON ENDING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NIJZGR2FaDA)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극한의 리얼리즘을 더욱 돋보이게 한 스코어는 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현악 4중주 1번의 2악장을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Adagio for Strings(현을 위한 아다지오)>일 것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영화 중간중간의 매복 장면 시, 미군의 만행이 극에 달했던 민간인 촌락에서의 수색 신에서, 이 영화 개봉 직후 그 유명한 스틸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던 엘라이어스의 순교와도 같은 죽음의 장면에서, 그리고 마지막 극 중 크리스가 “우리는 적이 아닌 우리 내부의 적과 싸웠다.”라는 독백 시 흘러나오던 <현을 위한 아다지오>의 성스럽고 비장한 선율이 없었던들, 이 영화의 감동과 충격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남아있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플래툰》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었던 1988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에 불과했던 필자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감동을 다시 느끼기에는 너무나 성장해버린 지금에도 이 영화 《플래툰》이 전해준 ‘전쟁이라는 극한의 리얼리즘의 정석’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전쟁이라는 극한의 현실’이라는 명제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명제를 부정한다는 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바로 그 이유는 아직도 현대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겠지요.


Platoon - The Death of Sgt. Elias (1986)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mKpQB3bEPbI)



플래툰 (1987)

Platoon 
8.3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톰 베린저, 윌렘 데포, 찰리 쉰, 포레스트 휘태커, 프란체스코 퀸
정보
액션, 전쟁 | 미국 | 120 분 | 198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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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의 세계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쇼 비즈니스 측면에서 위험한 소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것도 그렇듯, 국내만 하더라도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장호 감독의 《외인구단》(1986), 그리고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웰 메이드 무비(Well-made Movie)로 멋들어지게 승화시킨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가 소재는 참신하나 내러티브 및 설득력의 부족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실패를 기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할리우드를 보더라도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과 주연을 겸했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일차원적인 옹호만을 표현한 골수 보수주의의 고전 《록키》(1976), 찰리 쉰, 탐 베린저, 웨슬리 스나입스 등 1980~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결집으로 화제가 되었던 《메이저 리그》(1989), 그리고 샌드라 블록의 재발견으로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풋볼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야구, 풋볼, 그리고 권투를 다룬 영화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눈에 크게 띌만한 성공을 거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아메리칸 플라이어》포스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존 바담 감독이 연출하고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가 주연한 《아메리칸 플라이어》(American Flyers, 1985)입니다. 이 작품 또한 소재의 측면에서 사이클 경주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수려한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절묘하게 연출한 웰 메이드 무비 중 한편이었으나, 흥행과 비평에서는 그다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스포츠 영화의 이중적인 결과의 단적인 예를 잘 보여준 셈입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1977)로 존 트라볼타라는 새로운 젊음의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를 디스코의 광풍의 열기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었던 존 바담 감독. 그의 진두지휘 아래, 당시 영화 《실버라도》(1985)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케빈 코스트너와 당시 떠오르던 신성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를 기용하는 등 의욕적으로 웰 메이드 스포츠 무비를 표방했지만, 아무리 잘 만든 스포츠 영화라도 홍보와 마케팅에서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았을 때 시장에서 얼마나 참혹한 대가를 받게 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실례로 남게 되었지요.



그러나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작품일지언정,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포진된, 그냥 쉽게 지나치기에는 매우 아까운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이후에도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한 《위험한 게임》(1983), 인공지능 로봇의 코믹 버전인 《죠니 5 파괴작전》(1986), 그리고 형사들의 잠복근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유머와 액션화법으로 절묘하게 버무린 《스테이크 아웃》(1987)으로 박스 오피스를 석권한 존 바담 감독답게,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에서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여느 스포츠 영화들과 명확한 구분을 짓는 잣대였습니다.


영화 전반에 포진하고 있는 영원한 캡틴 핑거인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나워(Lee Ritenour)와 재즈 키보디스트 그레그 매디슨(Greg Mathieson)의 협연 아래 이루어진 오리지널 스코어들과 영화 구석구석 삽입된 록 넘버들은, 영화 속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의 배경인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의 광활한 풍경과 더불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주요 소스들일 것입니다. 영화 오프닝에 삽입되어 필자 중딩시절에 워크맨을 통해 등교 시간을 종종 즐겁게 해주곤 했던 Danny Hutton의 흥겨운 록 넘버 ‘Brand New Day’, 영화 중간 극 중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와의 레이스 연습 때, 그리고 영화의 파이널을 장식하며, 영화의 주제가격으로 사용되었던 Glenn Shorrock의 ‘American Flyers’, 그리고 에디라는 개와의 코믹한 경주시 흘러나왔던 서던 록의 상징적인 밴드 ZZ Top의 ‘Dirty Dog’까지, 이 영화의 삽입곡 대부분이 흥겨운 록 넘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영상 : Cycling Inspiration - American Flyers: Hell of the west (4:17)

영상출처 : https://youtu.be/1lNuPbhHFzk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 속 음악의 백미는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 레이스 시 삽입된 리 리트나워와 그레그 매디슨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입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신디사이저와 세련된 기타 연주 위에 꽉 찬 브라스 연주가 가세한 ‘Cycling Inspiration’으로 불리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지옥의 서부 경기의 스피드와 박진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이지요. 영화 속 사이클 경기 중 선수들의 숨 가뿐 호흡과 영상, 그리고 음악의 절묘한 조화는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명확인 정의를 내려주는 선례일 것입니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봄날, 자전거 타기에는 적기인 계절입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사이클 경기에 대한 관심은 미약한 우리 한국에서 어떻게 보면 30년 전 사이클 영화를 들먹이고 있는 필자에게 혹자는 “사이클 영화요?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앞서 언급한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스피드의 측면에서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만큼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조화와 같은 흔치 않은 풍경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 영화 속 사이클 경주의 스피드와 박진감의 열기 속으로 동참하시길.


동영상 : American Flyers By Glenn Shorrock (4:01)

영상출처 : https://youtu.be/wi-bAMQMLmk


동영상 : American Flyers - Dirty Dog

영상출처 : https://youtu.be/p8uP-dxllKQ



아메리칸 플라이어 (0000)

American Flyers 
7.3
감독
존 바담
출연
케빈 코스트너, 제시카 넬슨, 캐서린 크리스, 존 가버, 잔 스펙
정보
드라마 | 미국 | 113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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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초등학교 시절 TV를 통해 접했던 《바보들의 행진》은 여러모로 한국영화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을 깨부숴버린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그러기까지는 필자가 중학교에 진학해서였지만, 그 영화가 준 충격은 대단했지요. 영화의 전반부 송창식의 ‘왜 불러’가 흐르면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 다니는 당시 1970년대 중반 신촌 일대의 청춘들과 그들을 쫓아가는 경관이 상관을 만나자 “근무 중 이상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씬에서는 당대의 공권력을 조롱하며, 교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따귀를 때리는 기성세대에게 영철이는 뺨을 재차 내밀음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한 반기를 듭니다.


▲ 《바보들의 행진》 포스터


무엇보다, 영화 구석구석에 내포된 당대 현실의 허무 미학과 낭만의 묘한 조화는 극 중 삽입곡들인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그리고 김상배의 허무주의의 극치인 ‘날이 갈수록’을 통해 더욱 배가되며, 영화 속 동시대 청춘들의 또 다른 자화상의 원형을 제공하지요. 바로 그러한 조롱과 야유의 요소, 그리고 당대의 현실에 대한 허무와 낭만의 조화가 바로 《바보들의 행진》의 힘이자 이 영화를 지탱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바로 ‘하길종’이라는 당대의 영화적 천재의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일찍이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에어 프랑스에서의 첫 직장생활을 시작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세례를 받은 후 도미, 미국 UCLA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본격적인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문화적 쇼크’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1969년 UCLA 영화과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병사의 제전(The Ritual For A Soldier)》으로 MGM영화사에서 매해 미국 영화학도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재 4명에게 수여하는 메이어 그랜드상을 수상하며, 영화적 재능을 인정받습니다.


▲ 《병사의 제전》과 하길종 감독


그러나 미국 내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한국에 대한 거절할 수 없는 향수로 인해 귀국을 결심, 귀국 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주류는 없다. 모든 것들이 표절과 재탕뿐이다.”라는 직설적인 발언으로 한국영화에 도발적인 비평적 테러를 감행합니다. 그의 귀국 후 첫 데뷔작이자 한국영화 사상 동성애적 코드를 최초로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심도 있게 다룬 문제작 《화분》(1972)을 시작으로 검열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수절》(1973)을 거치며, 수차례 당대 한국사회와 당시 영화계의 검열과 제지 뒤에 그의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결집체로써 만든 영화가 바로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이었습니다.


▲ 《화분》과 《수절》


이 영화가 1970년대의 청춘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당대의 낭만과 추억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영화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이상적 구현을 고래를 잡으러 동해로 가겠다는 영철의 죽음과 병태의 입대로 좌절되고 마는 설정으로 끝을 맺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연출한 하길종 감독 또한 4년 후 요절하고 말지요. 마치 극 중 영철이 늘상 입버릇처럼 “내 마음속의 고래를 잡으러 떠나겠다.”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남긴 채 동해에 몸을 던진 것처럼, 하길종 감독 또한 내 마음속의 영화를 찾아 ‘영화의 나라’로 직행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적절한 표현이겠지요.


이 영화 《바보들의 행진》 또한 검열이라는 시대의 칼날에 의해 무려 20여 분 잘려나가거나 일부 수정된 편집본으로 상영되는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나, 영화 중간중간 복류하고 있는 당대의 너무나도 낭만적인, 그러나 우울했던 1970년대에 대한 초상은 여전히 남았으니 이른바 ‘시네마틱 파워’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으뜸 미덕은 바로 당대 시대상의 반영에 대한 의지가 아니었을까요?


▲ 《바보들의 행진》 속 장면


그런데 이 영화가 제작된 해가 1975년, 필자는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거늘 꼭 그 시대를 산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역시나 필자 또한 참 2015년이란 당대 현실이 우울하긴 우울한가 봅니다. 즉, 어느 시대나 ‘왜 불러’의 야유와 조롱, 그리고 ‘고래사냥’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 그리고 ‘날이 갈수록’의 삶에 대한 비애와 허무가 드러나긴 마련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삶에 대한 너무나 처절한 투영, 즉 프리즘(prism)을 이 영화에서 모두 보았다면 그건 필자의 지나친 과장일까요?


▲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의 키스 씬


사족 : 십 년 전 우연히 동네 비디오 가게를 지나다가 정우시네마에서 1990년에 출시된 《바보들의 행진》을 단돈 천 원에 구매했습니다. 그때의 기쁨이란! 화질은 볼품없었지만 병태가 탄 입영열차를 배경으로 영자가 헌병의 도움을 받아 병태와 키스하는 라스트 씬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말았으니까요. 요즘 등장하는 최첨단 CG를 동원한 성조기 블록버스터 또는 아이돌 주연의 영화조차도 그런 장면을 절대 연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필자는 그날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게 해준 신께 감사했습니다.


동영상 : 송창식의 날이 갈수록 (4:28)

영상출처 : https://youtu.be/6dFaxvaCyMc



바보들의 행진 (1975)

The March of Fools 
9
감독
하길종
출연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김상배
정보
코미디 | 한국 | 117 분 | 1975-05-31



왜 불러

아티스트
송창식
앨범명
골든 제2집
발매
198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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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

아티스트
송창식
앨범명
골든 제2집
발매
198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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