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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영화 속 음악]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역사와 개인 그리고 장르 영화적 쾌감의 절묘한 조화

by 앰코인스토리 - 2015. 11. 24.

2010년 11월 이맘때로 기억됩니다. 평소 영미영화를 제외한 3세계 영화에 관심이 지대했던 필자인지라, 여전히 당시 극장가를 강타하던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국내 스타들이 포진된 뻔한 흥행작들에는 전혀 무관심했던 이유로 필자의 개인적인 특이취향의 발로로 선뜻 선택한 키워드가 바로 ‘라틴 아메리카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대해진 한국영화 시장이라도 해도 영국/프랑스/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서유럽 영화나 동유럽의 시네아티스트 영화들까지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든 약해빠진 시장 상황이라, 이른바 다양성 영화를 표방하는 골수 예술영화 애호가들이 많아졌다고 할지언정, 아무리 라틴 아메리카를 위시한 제3세계 영화를 더 지지하는 영화 팬층은 더욱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어느 작품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그러던 중, 당시 어느 모 잡지의 신작 개봉 기사 코너를 통해 한동안 보고 싶었으나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도 과연 당시 국내 개봉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가졌던 영화 한 편이 드디어 소리소문없이 개봉한다는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그 영화가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할,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 후앙 호세 캄파넬라가 감독하고, 아르헨티나 국민배우 리카도 다린과 솔레다드 빌라밀이 주연한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El Secreto De Sus Ojos, The Secret in Their Eyes, 2009)》입니다.


이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기본적인 구조로 본다면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가 혼용된 스릴러 영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볼 때 단순한 장르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영화의 시대배경이 바로 암울했던 1970년대의 아르헨티나의 군부 시절 통치기간이고, 영화 구석에 내재한 ‘개인과 국가 그리고 경찰/검찰과 군부라는 권력의 암투’라는 시대의 만행에 짓밟힐 수밖에 없었던 인간 개인 군상들을 너무나 확연하게 보여주는 점에서, 나아가 라틴 아메리카의 어두웠던 현대사와 묘하게 중첩하는 ‘예술의 시대상 반영’이라는 예술의 사회 참여의 미덕을 발휘했다는 점이지요.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바로 이점은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의 소설 중 칠레 출신의 여류 소설가인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영혼의 집」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즘의 여파로 ‘소설의 죽음’이라는 비평적 대중적 우려가 팽배하던 20세기 말엽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 한 편으로 그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킨 콜롬비아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르포문화 걸작인 「칠레의 모든 기록」 등등, 다른 여타의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 및 예술작품 속에서도 그 역사적 사실과 의의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제국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군부 독재, 그리고 그 족쇄를 끊기 위한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의 노력 등등, 바로 그 노력의 결실이 체 게바라라는 이른바 ‘저항의 시대상의 아이콘’의 탄생을 알린 바로 ‘1959년 쿠바 혁명’이었지요. 아마도 그런 ‘저항의 시대상의 아이콘’이라는 탄생의 근원지가 바로 라틴 아메리카라는 것은 어쩌고 보면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인 배경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아직도 그 반복적인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의 상황은 아직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1970~80년대를 넘어서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수많은 외국 언론들의 메인 뉴스를 장식했던 것들이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유혈사태 및 내전 문제였으니까요.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El Secreto de Sus Ojos (OST) - Train Station

영상출처 : https://youtu.be/3WlqqMgPFE4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의 비극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의 플롯은 강간, 살인, 강력사건이라는 스릴러를 기본 틀로 하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라는 또 다른 멜로드라마적 구성을 혼용하는 재치를 잊지 않습니다. 바로 그런 극 중 장르영화의 힘을 더욱 배가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다소 복잡한 플롯과 편집의 리듬을 결코 지루할 틈이 없도록 지탱한 이 작품의 일등공신들은, 바로 단순한 메이크업과 발군의 연기 호흡으로 25년간의 세월을 연기하는 주·조연 배우들의 괄목할만한 연기력입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PglzcD


특히 극 중 남녀 주연인 에스포지토로 분한 리카도 다린과 엘레나로 분한 솔레다드 빌라밀의 스릴러, 코미디, 로맨스를 넘나드는 연기호흡은 너무나 놀라울 정도지요. 무엇보다 이 영화에 삽입된 애절하고 잔잔한 Federico Jusid & Emilio Kaudererd의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들은 영화 구석구석 포진된 명장면들과 함께 절묘한 조화와 대구를 이루며, 25년간의 세월에 따른 개인과 아르헨티나의 어두웠던 현대사의 한 단면을 더욱 세세히 묘사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기차역에서 이별신에서 흘러나왔던 이 영화의 러브테마 격으로 사용된 <Estación Retiro>와 축구장 추격신에서의 <La Pasión>은 영상과 음악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지요.


El Secreto de Sus Ojos (OST) - Estación retiro

영상출처 : https://youtu.be/LwMHBhb-RbU


El Secreto de Sus Ojos (OST) - La Pasión

영상출처 : https://youtu.be/7oVNsYv3vR4


국가와 개인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손에 땀을 쥐는 듯한 스릴과 극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코미디적 요소, 그리고 25년의 세월을 초월한 애절한 멜로드라마 라인의 절묘한 조화를 한 편의 영화 속에 응축해낸 비범한 연출력과 걸출한 배우들의 발군의 연기력, 그리고 그 모든 요소를 돋보이게 하는 절묘한 음악 스코어들까지. ‘역사와 개인, 그리고 장르영화적 쾌감의 절묘한 조화의 정석이라는 명제’로 본다면 이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그에 대한 충분한 모범답안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필자가 수차례 다른 지면을 통해 언급했듯 ‘예술의 사회상에 대한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장르적인 예술성인 오락을 추구할지언정, 예술의 사회참여라는 부분적인 예술상의 난제를 포용하려 한 긍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될 만한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니 말입니다. 물론 해석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테지만, 역시 그에 따른 해답은 이 작품을 접하게 될 여러분들 각자의 몫이겠지요.


El Secreto de Sus Ojos (OST) - Irene

영상출처 : https://youtu.be/I_lACUp9VuY


El Secreto de Sus Ojos (OST) - Sandoval´s Choice

영상출처 : https://youtu.be/CBngwYAth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