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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967

[에피소드] 맛집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 여느 때와 같이 부부가 하는 떡볶이집을 지나 쳐야 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줄이 생겼다. 오래된 집이라 단골이 몰리면 떡볶이 가게가 분주하기는 했어도 줄이 설 정도는 아니었다. 생소한 풍경에 놀라기는 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동네 아는 후배와 골목에서 마주쳤다. 급하게 뛰어가는 후배를 불러 세웠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니?” “떡볶이 사러 가요.” 평소 떡볶이보다는 삼겹살이나 밥을 좋아하던 녀석이라 좀 의아해 종종걸음을 치는 후배에게 미안하지만 한마디를 더 물었다. “새로 떡볶이집이라도 생겼니?” “모르셨구나. 방송을 탄 집이 있어요. 줄을 서야 해서 가볼게요.” 후배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여기서 방송을.. 2021. 5. 17.
[에피소드] 5일장의 추억 중학생 때부터 객지 생활을 했던 나는 방학이면 고향을 찾았고, 장날을 이용하여 장을 보러 가는 어머니나 동무들을 따라나서곤 하였다. 고향 마을에서 십리 길인 장은 각 지역에서 몰려든 장사꾼들의 외치는 소리, 온갖 잡화와 뻥튀기, 시뻘건 불구덩이에서 낫과 호미 등의 농사 공구를 만드는 대장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넙적한 대나무 펜으로 용을 위주로 봉황과 함께 각종 조류들을 그리고, 다양한 색을 찍어 단숨에 민요풍 그림 글자를 써 내려가던 요술쟁이도 손님들을 모았고, 전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만물로 한쪽 구석에 멍석을 펴 놓은 장돌뱅이들, 왕골과 짚으로 만든 바구니를 파는 상인들 앞에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다. 희귀한 약재들을 팔기 위해 나타난 마술사와 간이 서커스단의 노래와 묘기는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 2021. 5. 10.
[포토에세이] 봄의 여신 [포토에세이] 봄의 여신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매화, 목련화, 벚꽃, 개나리라면, 안개 자욱한 사찰 속에서 도도히 꽃을 피운 산수유꽃은 봄의 여신이라고 할까. 촬영지 / 광주광역시 남구 포충사 촬영일 / 2021년 3월 글과 사진 / K4 품질보증부문 오현철 수석 2021. 5. 3.
[에피소드] 김구이 ‘김’은 어떤 음식에나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반찬이 없을 때 포장 김 한 봉이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쌀밥과도 더없이 잘 어울린다. 기름 위에 솔솔 뿌려진 소금에 간도 잘 베어 있으면 그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그러나 포장 김 용기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김이 열 장 내외라 꼭 한두 숟가락을 남기고 아쉬움을 갖게 한다. ‘김 몇 장만 더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제대로 된 김을 만들어 보리라!’ 커다란 포부를 안고 백 장짜리 김 한 톳을 산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식구가 많은 관계로 엄마는 김을 한 톳씩 사 오곤 하셨다. 김 한 장 꺼내어 앞뒤로 한번 훑어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본격적으로 김 위에 참기름을 칠하셨다. 고.. 2021. 4. 28.
[에피소드] 옥 목걸이 세상을 살다 보면 특별한 체험을 할 때가 있다. 책 속에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냥 멍하다. 내가 나인지, 혹은 지금 나는 어디서 왔을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착각과 망상을 한동안 쥐고 살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절대 나쁘지는 않다. 지루하고 따분했던 일상에 시원한 청량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때 홍콩 영화가 시대를 주름잡았을 때가 있었다. 이소룡, 성룡, 홍금보라는 배우가 인기 가도를 달라지면서, 나오는 영화마다 히트를 쳤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뛰어난 도사나 스승을 만나 무술의 달인이 되어 부모님의 원수를 갚거나 못된 놈들을 혼내 준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뛰어난 스승은.. 2021. 3. 16.
[에피소드] 초보 미용사 부쩍 많이 자란 머리카락을 보면서 오늘은 미용실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외투 안에 지갑만 집어넣고 집을 나섰다. 자주 가는 미용실이 휴일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도착해 보니 미용실은 문이 닫혀 있었고 그때서야 ‘아뿔싸! 화요일이었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참 걸어온 길도 있고 그냥 되돌아가기는 뭔가 억울한 듯싶어 주위에 있는 미용실을 찾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미용실이 하나 있었다. 평소 재고 따지는 성격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코로나 사태 때문일까? 매장 안은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미용실이라면 커트 정도는 다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다소 젊은 미용사가 다가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라는 물음에 “앞머리는 기르고 있어 그에 맞게 잘.. 2021.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