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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인간적인 클래식 음악

by 앰코인스토리.. 2023. 12. 20.

음악은 인간의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자연에서 얻은 악기를 이용하여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음악입니다. 어찌 보면 감정을 전달하는 통신장치가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을 강약으로 두드리면서 현재의 상황을 알리기도 했고, 아름다운 새소리를 흉내 내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음표와 정형화된 규칙을 만들어 악보에 옮기고 이를 반복해 전달하게 된 것이 현재까지 이어오는 음악(音樂)입니다. 한자 뜻 그대로 ‘즐거운 소리’입니다.

 

희(喜)의 한자를 보면 악기(악기이름, 壴)를 치며 입(口)으로 노래하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기쁨으로 북을 치며 노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교향곡 9번 합창에서 실러(F. Schiller, 독일 시인)의 <환희의 송가>를 인용하여 “친구들이여,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자”를 시작 부분에 넣어 작곡하였습니다.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을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를 이용해 교향곡에 불어넣은 것입니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 (Ode to Joy) Beethoven sysmphony No9 (Choral) 4 movement

영상출처 :  https://youtu.be/Ah__4g01y_M

 

사진출처 : 픽사베이

희노애락의 네 가지 감정 중에 두 번째가 성냄, 분노를 나타내는 노(怒)입니다. 왜 기쁨(희, 喜) 다음 단어가 즐거움(락, 樂)이 아니고 분노, 성냄(노, 怒)일까요? 항상 기쁨과 즐거움 속에 있어야 하는데 마주 보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함이 아닐런지요. 노(怒) 자의 어원을 풀이하면 노비(奴婢)의 노(奴)와 마음(心)이 합쳐진 단어라 합니다. 종의 마음은 좋은 마음이 아닌 복종에 의한 분노가 쌓여 있는 것이기에 화내거나 성을 내는 것을 한자는 이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중 25번은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질투가 만든 분노가 결국은 고통 또는 죽음까지도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곡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1984)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시기와 질투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러한 살리에르의 질투에서 시작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 강렬하고 비장한 단조로 시작하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 1악장을 영화 시작의 인트로로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개 대부분 밝은 장조이지만, 25번과 40번만 단조입니다. 극히 희소성을 가진 교향곡이라 슬픈 장면이나 죽음을 다루는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W.A. Mozart Symphony No.25

영상출처 :  https://youtu.be/_hQnUoBmKA4

 

여행 중 지갑을 도둑 맞아 화가 난 상태에서 피아노곡을 작곡한 러시아의 라흐마니코프(Sergei Rachmaninov)가 있습니다. 16개의 피아노 독주곡 중 4번은 웬만한 실력을 가지고는 연주할 수 없을 정도의 기교가 필요한 곡입니다. 작곡자가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를 잘 알 수 있고, 연주가도 연주하다가 화가 날 정도로 고도의 연주기술이 필요한 곡입니다. 연주를 보면 피아노에게 화난 감정을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 4번 1.Rachmaninov – Moment musicaus No.4

영상출처 :  https://youtu.be/WhLDse5R8dQ

 

사진출처 : 픽사베이

슬픔(애, 哀) 중에 살아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이 자식의 죽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은 이 세상의 어떤 고통보다도 아프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만큼 괴롭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을 보면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성모 마리아가 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잘 표현해 내었습니다. 피에타(Pieta)는 슬픔, 비탄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로, 많은 예술가에 의해 슬픔의 주제에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피에타의 조각상의 배경에 어울리는 곡으로는 바흐(Bach) 작곡의 <샤콘느(Chaconne)>가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슬픈 음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비탈리(Vitali)의 <샤콘느>와 바흐의 <샤콘느>라 할 수 있습니다. 샤콘느(Chaconne)는 스페인의 무곡으로 장중하고 엄숙한 3박자의 리듬을 변주하는 곡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슬픔을 극대화하여 오히려 슬픔이라는 것이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는 감탄을 만들어내는 곡입니다.

바흐 샤콘느 Bach : Chaconne form Partita No2 In D minor, BWV1004

영상출처 :  https://youtu.be/1F7c8zIhBGg

 

사진출처 : Folklore Festivals

슬픔(애, 哀)은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극복해야만 앞으로의 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눈물을 닦고 씩씩하게 일어나 살아가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기쁘고 즐거운(락, 樂) 마음입니다. 춤(무, 舞)이야 말로 즐거움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인간적인 방법입니다. 온몸으로 흔들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움직임에는 이에 맞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브람스(J.Brahms)는 헝가리의 집시에게 영감을 받아 피아노용으로 편곡하여 21곡을 만들었습니다. 브람스는 독일 태생이지만 헝가리 친구인 요하임을 통해 헝가리 집시음악을 접하게 됩니다. 헝가리의 민속춤을 차르다슈(Csárdás)라 부르는데 집시의 춤답게 역동적이고 강렬한 춤입니다. 브람스는 이러한 헝가리 집시의 춤을 헝가리안 댄스에 잘 녹여 놓았습니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J.Brahms Hungarian Dance No.5

영상출처 :  https://youtu.be/2yd6WduQSd4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인간의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자 신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분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인류에 있어서 종교적,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내면에 깊숙한 고통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인간은 결국 신의 손길을 바라고 있었기에 이러한 예수의 탄생은 신으로부터의 은총이 되었습니다. 신은 인간의 창조 목적인 기쁨(희, 喜)과 즐거움(락, 樂)을 누리게 하고자, 인간 내면의 분노(노, 怒)와 슬픔(애, 哀)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핸델의 메시아 중 ”우리를 위해 한 아기 나셨다” G.F Handle Messiah Chorus “For unto us a child is born”

영상출처 : https://youtu.be/LFBIJgkj_-g

 

인간적이라는 것은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을 겪으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것이라 봅니다. 탄생이라는 기쁨(희, 喜)을 통해 삶 속의 분노(노, 怒)와 슬픔(애, 哀)을 겪으면서 즐거움(락, 樂)을 향해가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12월이라는 마지막 달을 맞이하면서 인간으로 태어난 목적과 역할을 잘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은 무엇을 할지, 어떤 역할을 통해 세상에 유익한 수요를 창출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얽히고 설켜 있는 나를 존재하게 해주는 모든 이와 모든 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