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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어쩌면 당신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가스라이팅

by 앰코인스토리.. 2023. 12. 20.

어쩌면 당신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은근히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가스등(Gaslight)」이라는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극 속의 여주인공 폴라는 밤마다 가스등이 어두워지고 윗층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말하지만, 남편인 그레고리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가스등의 불빛은 그대로라고 주장합니다. 폴라는 점점 자신이 환청을 듣는 게 아닌지,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남편의 말에 의존하게 되지요. 사실은 남편이 폴라의 재산을 탐내어 폴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자 벌인 자작극이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서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신고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하는 것’에 더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심리적 지배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느라 주눅들고, 긴장하고, 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선택을 못하게 되고, 자유의지를 잃어갑니다. 요즘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흔해져서 아무데나 이 말을 갖다 붙이지만, 대부분 두 번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스라이팅의 문제는 흔히 생각하듯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상 곳곳에서,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심지어 식당 주인, 의사, 길을 가다 도를 아느냐고 물어보는 사람한테서도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 있습니다. 또,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명확하게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요. 누가 나를 괴롭힌다고 해서 무조건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하지 말고,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가스라이팅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가스라이팅은 아직 전문적인 학술용어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없는 일이나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닙니다. 일상 곳곳에서 친밀하고도 은밀하게 일어나는 일이지요. 가스라이팅에 대해 말하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삶 속 그림자에 밝은 불빛을 비춰보아요.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신고은 지음 | 샘터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사람들이 유행어처럼, 무분별하게, 아무렇게나 사용하곤 합니다. 그래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살펴보았는데요, 이 책이 가스라이팅에 대해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관련된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는 신고은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드라마, 베스트셀러 소설을 예로 들고, 여기에 심리학 이론을 더해 재미있게 분석해내어 다양한 상황 속의 가스라이팅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도 댓글로 소통합니다. 이런 관계들이 늘 기분 좋고 즐겁지만은 않지요. 내게 중요한 일을 별일 아닌 걸로 치부하는 말 한마디, 힘든 마음을 표현했을 때 상처에 기름을 붓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가 더욱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예민해서 그런 건지, 진짜로 내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못을 ‘당하고’ 있는 건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의 다양한 사례와 설명을 읽으면서 가족과 친구, 연인 등과의 관계를 돌아봅니다.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어떤 면이 가스라이팅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지, 심지어 가스라이팅에 빈번하게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대로 가스라이팅을 가했던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솔루션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인 「가스라이팅」을 쓴 작가로,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상담자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책에서는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유해한 관계들을 몽땅 나열하면서 그 유형과 패턴을 정리했었지요. 최근의 신작인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는 고통스러운 관계를 끝내고 싶은 사람들, 끝내고 나서도 괴로운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합니다. 가스라이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신고은 작가의 책을 읽어보시고, 그와 비슷한 유해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세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살아가는 데 있어 나에게 응원이 되는 관계인지, 혹은 독이 되는 관계인지 생각해 보고, 만약 나를 잠식하는 좋지 못한 관계라면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좋지 않은 관계는 끊어내기도 어렵지만, 막상 끊어내더라도 후유증이 크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지요. 관계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싶다면 그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찾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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