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절편으로 해결하고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떡집을 가게 되면, 가장 먼저 고르는 떡이 절편이 되었다. 시루떡, 바람떡, 인절미, 송편, 모시잎떡, 백설기 등등, 각가지 떡이 다양한 색으로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하얀색의 네모진 절편은 가장 마음에 드는 떡이 되었다. 가끔 쑥을 집어넣은 비취색의 절편이면, 영양가를 함께 잡을 수 있어 더욱 더 마음에 든다.

사실, 절편은 좋아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는다. 꽤 오랫동안, 떡하면 팥고물을 입힌 시루떡을 최고로 생각한 적도 있었고, 노란 콩가루를 함께 먹는 재미에 인절미에 제일 먼저 눈길을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팥은 빨리 쉬고, 먹을 때마다 팥고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시루떡을 먹고 나면 방을 다시 치워야 한다는 게 꽤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가끔 설익은 팥 알갱이가 입안에서 씹힐 때면 기분이 개운하지도 않았다. 인절미는 고소한 콩가루는 좋은데, 시루떡만큼이나 콩가루가 이리저리 날려서 옷에 묻고 바지에 묻으면 그거 털어내다 오히려 더 많은 범위에 콩가루가 묻어 낭패를 몇 번 겪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그대로 떡 ‘절편’이 좋아지게 된 지도 모른다. 절편은 쫀득쫀득함이 살아있을 때 먹어도 좋지만, 하루 이틀 지나 가래떡처럼 굳어지고 나서 먹는 게 나는 참 좋다. 찐득찐득하게 떡살이 손가락에 달라붙지도 않고, 물기가 빠진 떡을 꽤 오래 음미하면서 씹을 수 있어 좋다.

절편하면, 잊혔던 옛 추억을 한 장 한 장 꺼낼 수도 있다. 시골에는 잔치가 많았다. 누구누구네 결혼식, 회갑연, 돌잔치 하면 의례 해야 할 음식은 떡이었다. 그 중에도 절편은 여기저기 단골메뉴로 자주 등장했었다. 부모님이 동네잔치를 다녀오시면 늘 들고 오시던 떡이 절편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절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맛이 없었다. 최소한 단맛이라도 나야 했는데 그냥 떡의 본연의 맛밖에는 없었다. 그게 참 싫었었다. ‘왜 저런 떡을 해야 하지? 먹지도 않는 떡을!’ 참 궁금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떡이란 의미를 가장 충실하게 실천하는 떡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엄마를 졸라, 맛 나는 가을배추를 사다가 된장국을 해달라고 조른다. 그냥 먹어도 단맛이 강한 가을배추에 된장 하나만 풀어서 만든 된장국인데, 그 어떤 된장국보다 시원하고 개운할 수 없다. 엄마는 엄마의 손맛이라도 우기는데, 계절과 재료가 주는 하모니이니라!

절편이나 배추 된장국이나, 어떤 본질에 다양한 색과 맛 그리고 첨가물을 입히는 것보다 정말 단순하지만, 그 핵심 그대로가 오히려 더 정겨울 때가 있는 거 같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도 결국은 아름다운 옷과 장신구, 그리고 신발로 치장은 하지만, 상대방에 나의 진심을 알릴 방법은 진심 어린 나의 마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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