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책 속에 꽂혀 있던 책갈피를 발견했다. 단풍잎에 코팅을 입힌 책갈피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0여 년이 훌쩍 넘은 것이었다. 한참 펜팔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가을 분위기를 낸다고 노란 단풍잎에 코팅을 입혀 편지 속에 넣어 보냈더니, 답장 안에는 빨간 단풍잎에 코팅을 입혀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제일 멋진 단풍잎을 고르기 위해 한참 동안 단풍잎 나무 곁을 이 잡듯이 뒤졌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글에 한동안 설레었다. 그런 정성에 감복하여 고이고이 모셔 두었던 그 책갈피를 한동안 잊고 살았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그때와 다를 것이 없는 단풍잎 책갈피를 보면서 그때 꿈꾸었던 추억도 하나하나 꺼내볼 수 있었다. 낭만이 살아있던 시대답게, 동네 서점에 가면 나이 지긋하신 책방 어르신은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끼고 계산대에 놓은 책마다 포장지를 씌워 주셨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신 터라 책 한 권을 포장하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으셨다. 포장하는 짧은 동안 책을 사려는 이가 행여 머쓱해질까 싶은지, 주인 어르신은 책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빼놓지 않으셨다. 이윽고 포장이 완성되면 빼놓지 않고 하시는 일이 책갈피를 끼워주시는 것이었다. 직사각형의 모양에 맨 위쪽에는 구멍을 내어 색실을 꿰어 넣은 형태의 책갈피였다. 그 책갈피에는 좋은 글이나 속담 명언 혹은 짧은 시구가 들어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어디쯤 읽었는지 표시가 어려웠을 때 책갈피는 등대였고 이정표였다. 한쪽 귀퉁이를 접거나 한쪽 페이지를 반으로 접고 나면 그 당시에는 편할지 모르겠으나 다시 책을 펼쳐 보았을 때 그 표시가 남아 있어 짜증이 날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책갈피는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깔끔하고 흠이 없는 책을 책꽂이로 다시 꽂는 것만으로도 그때는 행복함을 느꼈으니.


그래서 책을 사고 나면 가능하면 책갈피를 하나 더 얻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사를 하면서 부피가 많이 나가는 책이나 오랫동안 읽지 않은 책들은 정리한 탓에 책꽂이에 많은 책이 꽂혀 있지는 않다. 최근에는 보고 싶은 책들도 많지 않고 스마트 기기로 책을 볼 수 있어서 책 사는 횟수도 정말 줄어들었다. 대형 서점을 가도 책갈피를 보기도 어렵고, 있다고 해도 얻어올 강한 충동을 느끼지 못한다. 책갈피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식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오랜만에 보게 된 추억의 책갈피를 보면서 책갈피에 대한 욕심을 내볼까 생각 중이다. 이 가을 옛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손편지에 빨간 단풍잎을 살짝 넣어 보내보리라 마음먹어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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