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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앙가스 모스카토(ANGAS MOSCATO), 여름에 어울리는 와인

by 앰코인스토리 - 2016. 5. 26.

▲ 모스카토(화이트 포도 품종)


날이 점차 더워지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무거운 레드와인보다는 가볍게 마시기 좋은 화이트와인을 많이 찾게 된다. 특히 모스카토(화이트 포도 품종)로 만든 스파클링와인이 인기라 할 수 있겠다. 달콤한 맛과 낮은 알코올 도수(5도 정도)로 인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5도임을 생각하면 맥주나 다름없는 와인이 바로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와인인 셈이다. 모스카토라고 하는 포도 명칭은, 200여 종이 넘는 뮈스카(Muscat) 계열 포도 중에 가장 좋은 품종인 뮈스카 블랑(Muscat blanc)을 이탈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포도 품종의 이름은 나라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모스카토(Moscato),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모스카텔(Moscatel), 프랑스에서는 뮈스카(Muscat)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머스캣(Muscat)이라고 불린다.


사진출처 : http://www.enjoyvillam.com/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모스카토 품종의 와인으로는 빌라 엠(Villa M)(이탈리아)이 있는데 병에 라벨이 없는 디자인이 특징인 와인이다. 다른 와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라벨을 없애고 누드와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소비자에게 다가왔는데, 부드러운 달콤함을 지닌 와인의 특징으로 특히 술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라벨이 없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 되어, 와인을 선물할 때 자기 이름이나 기념사진 등을 붙여 선물하기 좋은 와인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필자는 원래 단 것을 싫어해서 모스카토 품종은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필자의 취향을 저격한 모스카토 와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필리핀 공장은 한국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파견 나오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최근 합류한 인원 중에 맛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웬만한 요리는 척척 해내는 C 과장님이 계시다. 어느 날 C 과장님이 요리한 스페인 음식와 함께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와인 품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C 과장님의 아내께서 모스카토를 즐겨 마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필자는 나 자신도 모르게 “아, 모스카토. 그거 작업주라고 불리는 포도주에요.”라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달달한 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필자는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게 먹어봤는데, 그 품종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를 빗대어 폄하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아니 모스카토가 작업주라고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C 과장님의 얼굴을 보고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어서 궁색한 변명으로 “아, 예. 그거 젊은 커플들이 부담 없이 즐겨 먹기 좋은 품종이라는 뜻이에요.”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순간 어색했던 분위기는 어찌어찌 잘 마무리되었지만 앞으로 와인에 대해서 말을 아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서로 일이 바빠 한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C 과장님과 함께하는 회식자리가 있었고, 2차로 필자의 단골 와인가게로 갔다. 일단 레드와인 한 병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 허전하길래 점원에게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직원이 모스카토를 권했다. ‘모스카토? 아, 레드를 마시고 달달한 와인을 마시는 것은 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C 과장님의 아내께서 모스카토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앞에서 모스카토 말고 다른 걸 주문하면 또 결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추천한 와인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점원이 들고 온 와인을 보니 어라? 와인색이 로제와인처럼 옅은 붉은색이 돌고 스크루캡도 아니고 샴페인에 쓰는 코르크 마개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알코올 도수도 8.5도로 일반 모스카토보다는 훨씬 높았다. 코르크를 오픈하고 글래스에 와인을 따르자, 자잘한 버블이 마치 축포를 쏘듯 바닥에서 멋지게 올라왔고 달콤하게 잘 익은 복숭아 향도 느껴졌다.



이 와인은 호주 얄룸바에서 생산된 와인인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별다른 정보가 없는 와인인 것으로 봐서는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호주의 모스카토는 껍질색이 진한 브라운 모스카토여서 강하고 달콤하여 점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와인색이 옅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오랜만에 만났던 모스카토 와인인데, 우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가심으로 마시기에 훌륭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산도와 당도가 조화를 이루고, 힘차게 올라오는 기포가 함께 어우러져서 톡톡 튀는 맛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 이래서 모스카토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쉽게 와인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좋은 품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와인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하던 필자가 자신도 모르게 선입견의 잣대를 들이대고 와인을 평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아 반성도 하게 되었다. 우울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맥주 한 잔 생각날 때 맥주 대신 시원한 모스카토는 어떨까. 싱싱한 과일 향과 톡톡 터지는 기포가 주는 상큼함은 맥주가 주는 시원함, 그 이상의 기분을 선사할 것이 틀림없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