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마초’라고 지칭되는 할리우드 터프가이 액션스타의 계보에서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위상과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 아버지 세대들에게는 그 유명한 탈옥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빠삐용》(1973)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사람들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엉클 샘’으로 불리던 보수우익의 상징의 아이콘이었던 존 웨인에서부터 속되게 무례한 야수적인 남성상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와 그의 이미지를 재탕시켰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이른바 요절이라는 극단적인 페이소스의 결합으로 하나의 신화성을 부여받은 제임스 딘까지, 할리우드 터프가이의 계보는 1940-50년대의 황금기를 거쳐 이른바 창조와 파괴의 시기였던 혼돈의 1960년대까지 신화 아닌 신화 속의 주인공들에 의해 그 계보를 꾸준히 이어오던 터였지요.


사진출처 : http://goo.gl/aXSzr8


그런 창조와 파괴의 시대였던 혼돈의 1960년대에 등장해 ‘킹 오브 쿨(The King of Cool)’이라는 별명으로, 사망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액션스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묘한 아우라를 발산한 독보적인 액션배우였습니다. 1940-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그만의 코미디적 감성으로 스쿠루볼 코미디풍의 재빠른 대사들을 남발했던 캐리 그랜트나 말론 브랜도풍의 무거운 대사보다는, 스티브 맥퀸은 극도로 대사를 자제하며 그만의 우수에 찬 표정과 강렬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공간을 장악했으며, 자신과 자신이 연기하는 영화 속의 인물과 동일시할 줄 알았던 천부적인 재능의 배우였습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다 보면 액션이든 드라마이든 간에 그의 평균적인 대사가 타 주·조연들에 비해 절반 이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지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페이 더나웨이와 공동으로 주연했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와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할 《블리트(Bullitt)》(1968)입니다.


이미지출처 : http://goo.gl/ILxgyd


영화 《블리트》는 스티브 맥퀸의 필모그래피와 액션영화의 계보에서 아주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블리트’라는 하드 보일드풍 형사 캐릭터는 후에 제작된 그와 같은 1930년생 동년배들이 주연한 또 다른 하드 보일드 형사물의 걸작들인 진 핵크만 주연의 《프렌치 커넥션》(1971)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시리즈의 전형입니다. 기존 형사물의 관습이자 도상을 무시하고 철저히 극단적이라니 만큼 무모한 고독한 러너의 이미지를풍이기는 블리트라는 캐릭터의 힘은, 바로 스티브 맥퀸의 내면에서 발산된 아우라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같은 연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더티 해리》 시리즈와 비교되는 점입니다. 《더티 해리》가 지나친 공권력의 파시즘적인 면이 부분 미화된 영화로 평가되지만, 블리트는 한 개인의 아나키스트적인 면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요.


Bullitt - Chase Scene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0vNvc9n1ikI)


특히,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살아생전 소문난 스피드광이었던 스티브 맥퀸이 직접 포드 머스탱을 몰고 질주하는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은 액션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실례로 이 영화 외에도 그의 출세작 《대탈주》(1963)에서의 모터사이클 탈출장면이나 카레이서 영화의 수작 《르망》(1971),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출연 이유가 둔버기를 영화 내에서 마음껏 몰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출연을 결정한 일화는 그의 스피드에 대한 애착을 잘 보여주는 선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AT5Pk6


사진출처 : http://goo.gl/c1goxV


무엇보다 스티브 맥퀸의 영화 속 하드 보일드 형사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 주요한 소스들(그만의 유명한 댄디한 패션 연출과 비범한 액션 연기 등등)과 함께 영화 곳곳에 삽입된 우리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와 브루스 리의 쿵후 아트의 결정판이었던 《용쟁호투(Enter the Dragon)》의 메인 테마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인 랄로 쉬프린의 재즈 및 펑크(Funk)에 기반을 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강한 만큼 외로운 밖에 없는 극 중의 ‘블리트’라는 캐릭터를 더욱 잘 묘사하고 있지요.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깔끔한 재즈풍의 <Main Title>, 그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자동차 추격신 시작의 서막을 서서히 알리며, 음악적 서스펜스의 극한을 보여 주었던 <Shifting Gears>, 극 중 재클린 비셋이 분한 블리트의 애인인 캐시와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신에서 멋진 재즈 밴드의 연주로 채색된 플루트, 기타, 피아노 연주가 기가 막힌 합일을 이루는 아방가르드 재즈풍의 <Song for Cathy>, 흥겨움이 넘실대는 <On the way to San Mateo>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수려한 액션 영상과 함께 우리에게 또 다른 흥밋거리를 선사합니다. 물론 영화 속의 수 많은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지탱하는 《블리트》라는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고전적 캐릭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힘에 기댄 바가 클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xNwxTr


현대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여 온갖 특수효과를 뽐낼지언정, 스티브 맥퀸이라는 아우라를 다시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왜 현재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아우라를 발휘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블리트》라는 이 영화 한 편을 봐도 그 이유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의 힘은 바로 이 영화 《블리트》 한편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Bullitt - Opening Credits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__L_OQe6NE)


Bullitt - Lalo Schifrin - A Song For Cath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b_9RScMYv4A)


Bullitt - Music Stereo Soundtrack "Shifting Gears" By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kAGL8C9y8bg)


Bullitt - On The Way To San Mateo -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w4drWUkp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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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씬이 2015.08.20 13: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는 남성성을 대표하는 배우였네요. 얼마전 D&G 티셔츠에 프린팅된 그의 얼굴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의 세계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쇼 비즈니스 측면에서 위험한 소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것도 그렇듯, 국내만 하더라도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장호 감독의 《외인구단》(1986), 그리고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웰 메이드 무비(Well-made Movie)로 멋들어지게 승화시킨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가 소재는 참신하나 내러티브 및 설득력의 부족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실패를 기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할리우드를 보더라도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과 주연을 겸했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일차원적인 옹호만을 표현한 골수 보수주의의 고전 《록키》(1976), 찰리 쉰, 탐 베린저, 웨슬리 스나입스 등 1980~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결집으로 화제가 되었던 《메이저 리그》(1989), 그리고 샌드라 블록의 재발견으로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풋볼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야구, 풋볼, 그리고 권투를 다룬 영화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눈에 크게 띌만한 성공을 거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아메리칸 플라이어》포스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존 바담 감독이 연출하고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가 주연한 《아메리칸 플라이어》(American Flyers, 1985)입니다. 이 작품 또한 소재의 측면에서 사이클 경주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수려한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절묘하게 연출한 웰 메이드 무비 중 한편이었으나, 흥행과 비평에서는 그다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스포츠 영화의 이중적인 결과의 단적인 예를 잘 보여준 셈입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1977)로 존 트라볼타라는 새로운 젊음의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를 디스코의 광풍의 열기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었던 존 바담 감독. 그의 진두지휘 아래, 당시 영화 《실버라도》(1985)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케빈 코스트너와 당시 떠오르던 신성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를 기용하는 등 의욕적으로 웰 메이드 스포츠 무비를 표방했지만, 아무리 잘 만든 스포츠 영화라도 홍보와 마케팅에서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았을 때 시장에서 얼마나 참혹한 대가를 받게 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실례로 남게 되었지요.



그러나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작품일지언정,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포진된, 그냥 쉽게 지나치기에는 매우 아까운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이후에도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한 《위험한 게임》(1983), 인공지능 로봇의 코믹 버전인 《죠니 5 파괴작전》(1986), 그리고 형사들의 잠복근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유머와 액션화법으로 절묘하게 버무린 《스테이크 아웃》(1987)으로 박스 오피스를 석권한 존 바담 감독답게,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에서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여느 스포츠 영화들과 명확한 구분을 짓는 잣대였습니다.


영화 전반에 포진하고 있는 영원한 캡틴 핑거인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나워(Lee Ritenour)와 재즈 키보디스트 그레그 매디슨(Greg Mathieson)의 협연 아래 이루어진 오리지널 스코어들과 영화 구석구석 삽입된 록 넘버들은, 영화 속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의 배경인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의 광활한 풍경과 더불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주요 소스들일 것입니다. 영화 오프닝에 삽입되어 필자 중딩시절에 워크맨을 통해 등교 시간을 종종 즐겁게 해주곤 했던 Danny Hutton의 흥겨운 록 넘버 ‘Brand New Day’, 영화 중간 극 중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와의 레이스 연습 때, 그리고 영화의 파이널을 장식하며, 영화의 주제가격으로 사용되었던 Glenn Shorrock의 ‘American Flyers’, 그리고 에디라는 개와의 코믹한 경주시 흘러나왔던 서던 록의 상징적인 밴드 ZZ Top의 ‘Dirty Dog’까지, 이 영화의 삽입곡 대부분이 흥겨운 록 넘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영상 : Cycling Inspiration - American Flyers: Hell of the west (4:17)

영상출처 : https://youtu.be/1lNuPbhHFzk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 속 음악의 백미는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 레이스 시 삽입된 리 리트나워와 그레그 매디슨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입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신디사이저와 세련된 기타 연주 위에 꽉 찬 브라스 연주가 가세한 ‘Cycling Inspiration’으로 불리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지옥의 서부 경기의 스피드와 박진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이지요. 영화 속 사이클 경기 중 선수들의 숨 가뿐 호흡과 영상, 그리고 음악의 절묘한 조화는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명확인 정의를 내려주는 선례일 것입니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봄날, 자전거 타기에는 적기인 계절입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사이클 경기에 대한 관심은 미약한 우리 한국에서 어떻게 보면 30년 전 사이클 영화를 들먹이고 있는 필자에게 혹자는 “사이클 영화요?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앞서 언급한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스피드의 측면에서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만큼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조화와 같은 흔치 않은 풍경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 영화 속 사이클 경주의 스피드와 박진감의 열기 속으로 동참하시길.


동영상 : American Flyers By Glenn Shorrock (4:01)

영상출처 : https://youtu.be/wi-bAMQMLmk


동영상 : American Flyers - Dirty Dog

영상출처 : https://youtu.be/p8uP-dxllKQ



아메리칸 플라이어 (0000)

American Flyers 
7.3
감독
존 바담
출연
케빈 코스트너, 제시카 넬슨, 캐서린 크리스, 존 가버, 잔 스펙
정보
드라마 | 미국 | 113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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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초등학교 시절 TV를 통해 접했던 《바보들의 행진》은 여러모로 한국영화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을 깨부숴버린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그러기까지는 필자가 중학교에 진학해서였지만, 그 영화가 준 충격은 대단했지요. 영화의 전반부 송창식의 ‘왜 불러’가 흐르면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 다니는 당시 1970년대 중반 신촌 일대의 청춘들과 그들을 쫓아가는 경관이 상관을 만나자 “근무 중 이상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씬에서는 당대의 공권력을 조롱하며, 교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따귀를 때리는 기성세대에게 영철이는 뺨을 재차 내밀음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한 반기를 듭니다.


▲ 《바보들의 행진》 포스터


무엇보다, 영화 구석구석에 내포된 당대 현실의 허무 미학과 낭만의 묘한 조화는 극 중 삽입곡들인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그리고 김상배의 허무주의의 극치인 ‘날이 갈수록’을 통해 더욱 배가되며, 영화 속 동시대 청춘들의 또 다른 자화상의 원형을 제공하지요. 바로 그러한 조롱과 야유의 요소, 그리고 당대의 현실에 대한 허무와 낭만의 조화가 바로 《바보들의 행진》의 힘이자 이 영화를 지탱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바로 ‘하길종’이라는 당대의 영화적 천재의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일찍이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에어 프랑스에서의 첫 직장생활을 시작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세례를 받은 후 도미, 미국 UCLA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본격적인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문화적 쇼크’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1969년 UCLA 영화과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병사의 제전(The Ritual For A Soldier)》으로 MGM영화사에서 매해 미국 영화학도 가운데 가장 우수한 인재 4명에게 수여하는 메이어 그랜드상을 수상하며, 영화적 재능을 인정받습니다.


▲ 《병사의 제전》과 하길종 감독


그러나 미국 내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한국에 대한 거절할 수 없는 향수로 인해 귀국을 결심, 귀국 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주류는 없다. 모든 것들이 표절과 재탕뿐이다.”라는 직설적인 발언으로 한국영화에 도발적인 비평적 테러를 감행합니다. 그의 귀국 후 첫 데뷔작이자 한국영화 사상 동성애적 코드를 최초로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심도 있게 다룬 문제작 《화분》(1972)을 시작으로 검열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수절》(1973)을 거치며, 수차례 당대 한국사회와 당시 영화계의 검열과 제지 뒤에 그의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결집체로써 만든 영화가 바로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이었습니다.


▲ 《화분》과 《수절》


이 영화가 1970년대의 청춘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당대의 낭만과 추억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영화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이상적 구현을 고래를 잡으러 동해로 가겠다는 영철의 죽음과 병태의 입대로 좌절되고 마는 설정으로 끝을 맺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연출한 하길종 감독 또한 4년 후 요절하고 말지요. 마치 극 중 영철이 늘상 입버릇처럼 “내 마음속의 고래를 잡으러 떠나겠다.”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남긴 채 동해에 몸을 던진 것처럼, 하길종 감독 또한 내 마음속의 영화를 찾아 ‘영화의 나라’로 직행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적절한 표현이겠지요.


이 영화 《바보들의 행진》 또한 검열이라는 시대의 칼날에 의해 무려 20여 분 잘려나가거나 일부 수정된 편집본으로 상영되는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나, 영화 중간중간 복류하고 있는 당대의 너무나도 낭만적인, 그러나 우울했던 1970년대에 대한 초상은 여전히 남았으니 이른바 ‘시네마틱 파워’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의 으뜸 미덕은 바로 당대 시대상의 반영에 대한 의지가 아니었을까요?


▲ 《바보들의 행진》 속 장면


그런데 이 영화가 제작된 해가 1975년, 필자는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거늘 꼭 그 시대를 산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역시나 필자 또한 참 2015년이란 당대 현실이 우울하긴 우울한가 봅니다. 즉, 어느 시대나 ‘왜 불러’의 야유와 조롱, 그리고 ‘고래사냥’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 그리고 ‘날이 갈수록’의 삶에 대한 비애와 허무가 드러나긴 마련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삶에 대한 너무나 처절한 투영, 즉 프리즘(prism)을 이 영화에서 모두 보았다면 그건 필자의 지나친 과장일까요?


▲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의 키스 씬


사족 : 십 년 전 우연히 동네 비디오 가게를 지나다가 정우시네마에서 1990년에 출시된 《바보들의 행진》을 단돈 천 원에 구매했습니다. 그때의 기쁨이란! 화질은 볼품없었지만 병태가 탄 입영열차를 배경으로 영자가 헌병의 도움을 받아 병태와 키스하는 라스트 씬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말았으니까요. 요즘 등장하는 최첨단 CG를 동원한 성조기 블록버스터 또는 아이돌 주연의 영화조차도 그런 장면을 절대 연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필자는 그날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게 해준 신께 감사했습니다.


동영상 : 송창식의 날이 갈수록 (4:28)

영상출처 : https://youtu.be/6dFaxvaCyMc



바보들의 행진 (1975)

The March of Fools 
9
감독
하길종
출연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 김상배
정보
코미디 | 한국 | 117 분 | 1975-05-31



왜 불러

아티스트
송창식
앨범명
골든 제2집
발매
198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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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

아티스트
송창식
앨범명
골든 제2집
발매
198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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