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진성반도체, 그리고 n형과 p형 반도체의 밴드구조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소수캐리어와 다수캐리어라는 것이 있어서 반도체의 전기전도성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 반도체에 전압을 걸어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기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고요? 지극히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상하기가 어렵지요. 이럴 때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자, 용기 속에 있는 물을 떠올려 볼까요? 양쪽이 모두 막혀 있는 용기 속에 물이 꽉 찬 경우를 먼저 봅시다. 이 용기를 기울여도 물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용기의 양 끝이 막혀 있고 물이 꽉 차 있어서 움직일 수 없지요.


ⓒ백종식


그럼 용기 속에 물이 약간만 차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용기를 기울이니 물이 얕은 쪽으로 흘러가는군요. 네, 그림에서처럼 물의 이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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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꽉 찼던 용기에 물이 일부 빠져나간 경우는 어떨까요? 용기를 기울이니 공기가 높은 쪽으로 흘러가는군요. 그렇습니다. 공기의 이동이 있지요.


ⓒ백종식


온도가 0K인 경우의 진성반도체는 모든 전자가 가전자대에 꽉 차 있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양쪽이 막힌 용기에 물이 꽉 차 있는 경우와 같으며, 물은 전자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경우에 전압을 걸어 주면 (용기를 기울이는 것과 같습니다) 밴드가 기울어집니다. 높은 쪽이 ‘-‘이고 낮은 쪽이 ‘+’입니다. 이때에는 모든 전자가 가전자대에 꽉 차 있기 때문에, 밴드가 기울어져도 움직일 수 있는 전자는 없습니다. ‘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백종식


온도가 0K보다 높아서 가전자대의 일부 전자들이 열에너지를 받아 전도대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가전자대에 정공(전자의 빈자리)이 동시에 생성되었지요. 전도대의 전자는 위의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 용기 속에 물이 약간만 차 있는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압이 걸리면 ‘+’ 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가전자대에 생성된 정공은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 물이 일부 빠져나간 용기 속의 빈 공간(공기)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전압이 걸리면 ‘–‘ 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전자와 정공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네요, 전류가 흐른다는 뜻입니다.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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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반도체를 먼저 설명한 이유는, 캐리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온도가 0K보다 높을 때, 전도대로 뛰어 올라간 전자와 가전자대에 남겨진 정공의 쌍이 생성되는데, 이들을 캐리어라고 부릅니다.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는 물과 공기가 캐리어가 되겠지요. 이들 캐리어는 전압을 걸어주면 움직입니다. (전도대의 전자와 가전자대의 정공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제 p형과 n형의 반도체를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최외각전자가 5개라서(5족 원자) 4개의 전자가 공유결합을 이루고, 하나의 전자가 여분으로 남아있는 n형 반도체와, 최외각전자가 3개라서(3족 원자) 4개의 공유결합을 충족하는데 전자가 하나 모자란 상태인 p형 반도체가 있습니다. 온도가 0K일 때는 모든 전자가 핵에 붙들려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전자(또는 정공), 즉 캐리어가 없습니다. 밴드 구조에서 5족 원자(또는 3족 원자)는 에너지갭 내에 도너 레벨(또는 억셉터 레벨)을 전도대(또는 가전자대) 근처에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이온화하고 전도대로 뛰어 올라간 전자나 가전자대에 생성된 정공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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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실온(대략 298K)이면 대부분 불순물원자(도너 또는 억셉터)들이 이온화되면서 여분의 전자를 전도대에 올리거나(n형 반도체), 가전자대에 정공을 형성합니다(p형 반도체). 여분의 전자를 잃은 도너(n형 반도체)는 양이온(음의 전기를 갖는 전자를 잃었으므로 양의 전기를 띠게 되지요)으로, 주변의 실리콘 원자로부터 전자를 받아서 4개의 공유결합을 이루게 된 억셉터(p형 반도체)는 음이온(음의 전기를 갖는 전자를 하나 받았으므로 음의 전기를 띠게 되지요)으로 변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캐리어는 전도대에 있는 전자와 가전자대에 있는 정공이라고 했습니다. 전도대에 전자가 올라가 있는 n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전자이고, 가전자대에 정공이 형성되어 있는 p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정공입니다. 캐리어를 형성하고 뒤에 남은 이온(n형 반도체에서는 양이온, p형 반도체에서는 음이온이지요)들은 공유결합으로 묶여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므로 캐리어가 될 수는 없음에 유의하세요! (나중에 캐리어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 혼동될 수 있습니다)


ⓒ백종식


이와 같은 n형과 p형의 두 반도체를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것을 pn접합(P-N접합, PN접합)이라고 부르며, 여기서부터 반도체의 수많은 기능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이 pn접합은 반도체 디바이스를 이해하는 기본이므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소 복잡한 내용이므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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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반도체가 있는 교실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반도체 나라에는 세미 초등학교가 있고 그곳에는 진성 반이 있습니다. 교실 안에는 학생 수와 의자 수가 같아서 모든 학생이 앉아 있고, 빈자리나 자리 없이 서 있는 학생은 없습니다. 곧 엄한 선생님이 들어오시니 학생들이 꼼짝 못 하고 제자리에 앉아 공부합니다. 바깥 복도에 돌아다니는 학생이 아무도 없군요. 이번에는 덜 엄한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아직도 학생들은 선생님을 무서워하며 아무도 자리를 떠나 돌아다니질 않네요.


다시 시간이 바뀌어서 순한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수업을 지루해하는 한 학생이 슬그머니 일어나 복도로 나가 돌아다닙니다. 교실에는 빈 의자가 하나 생겼고, 복도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학생이 하나 생겼네요. 이윽고 또 한 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빈 의자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마음은 왠지 불안해집니다. 아무리 순한 선생님이지만 엄연히 수업시간이거든요.

복도에 돌아다니던 학생이 슬그머니 들어와 빈 의자에 앉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수업에 지루해진 학생들이 한 사람씩 자리를 비우고 복도로 나가네요. 그와 동시에 복도에 돌아다니던 학생들이 들어와 빈자리에 앉습니다. 아무튼, 교실에 빈 의자는 항상 하나만 있네요.


시간이 또 바뀌어서 정말 순한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아까보다는 복도에 나가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덜 불안해합니다. 교실 안에는 빈자리가 두 개 있고 평균적으로 두 명의 학생이 복도를 돌아다니는군요. 복도를 돌아다니는 학생과 교실 내의 빈 의자 수는 선생님이 순한지 엄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백종식


학생을 전자로 생각해 볼까요? 교실은 가전자대, 복도는 전도대,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돌아다니는 학생은 자유전자, 그리고 빈 의자는 정공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자유전자가 하나 생길 때마다 정공이 자동으로 하나 생기는군요.


눈치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위에 설명한 진성 반은 진성반도체입니다. 진성반도체는 실리콘으로만 이루어진 반도체로서 실리콘 원자 내의 최외각전자 4개가 모두 공유결합에 붙들려 있어 0K(절대온도를 말하며, 0K는 섭씨로 영하 272.15도입니다)에서는 모든 전자가 가전자대에 존재하고 전도대에는 전자가 없어서 전도성을 띠지 못하므로 전류가 흐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열에너지가 공급되면 일부의 전자(밴드갭 이상의 에너지를 얻은 전자)가 결합을 끊고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결합을 끊은 전자가 자리를 이탈하면 당연히 빈자리가 생기겠지요? 그래서 자유전자와 정공은 쌍으로 생성되는 것입니다)을 형성합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탈한 전자를 자유전자라고 하고, 전자가 이탈한 빈자리가 정공이므로, 당연히 자유전자 수와 정공 수는 같아야 합니다.

전자가 빈자리를 만들고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서 늘 원상으로 돌아오려는 경향이 있겠지요. 즉, 돌아다니던 자유전자가 빈자리를 채우게 되는데, 이를 재결합이라고 부릅니다.


일정한 온도에서는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이 생성되는 율(率)과 결합하는 율이 같아서 자유전자와 정공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공급되는 열에너지가 높아지는 것이므로, 생성되는 자유전자(전도대 내에 존재하며 위 그림에서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와 정공(가전자대에 존재하며 아래 그림에서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의 쌍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백종식


세미 초등학교에는 불순물 반도 있습니다. 진성 반과는 달리 불순물 반에는 교실 안에 의자에 앉아 있는 정규학생이 있고, 몇 명의 청강생이 있습니다. 청강생은 의자가 없이 복도에 서서 창을 통해서 수업을 듣네요. 엄한 선생님이 수업하는 동안에는 정규학생은 모두 꼼짝 않고 수업에 열중하며 일부 청강생은 창가를 떠나 복도를 돌아다닙니다. 복도에 돌아다니는 학생은 일부 청강생을 제외하고 정규학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시간이 바뀌어서 조금 덜 엄한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규학생은 모두 꼼짝 않고 수업에 열중하고 있지만, 청강생은 모두 창가를 떠나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청강생들은 선생님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은 것 같네요.

시간이 또 바뀌어 순한 선생님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청강생 모두가 창가를 떠나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일부 정규학생도 자리를 비우고 복도에 나와 돌아다닙니다. 역시 수업시간이라서 마음에 부담을 느낀 정규학생 일부가 자리에 들어가 앉고, 수업이 지루해진 다른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습니다. 교실 안에는 평균 하나의 빈 의자가 있습니다.


다시 시간이 바뀌어서 정말 순한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정규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돌아다니고(청강생은 모두 자유롭게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는 평균 두 개의 빈 의자가 보이네요. 청강생들은 역시 모두 창가를 떠나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복도에는 몇 명의 정규학생과 그보다 많은 수의 청강생들이 돌아다니네요. 진성 반과는 달리 불순물 반은 복도에 돌아다니는 학생 수가 주로 청강생들이 많으므로 선생님이 순한지 엄한지 아닌지보다는 청강생 수에 더 의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알쏭달쏭한 반도체의 세계, 여러분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음 호에 불순물 반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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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지난 호에 이어 흙을 퍼서 어떻게 장사하는지 들여다볼까요?


원재료인 모래(규사)는 고온 정제과정을 거쳐 규소라는 물질로 추출하게 됩니다. 원재료에 함유되어 있던 철, 니켈, 코발트 등 불순물을 제거하여 고순도의 규소로 정제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만, 예전에 주로 사용하던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얼음과자(일명 쭈쭈바)를 먹다 보면 처음에는 참 달고 맛있다가 마지막에 남은 얼음은 맹물처럼 싱겁고 향도 안 나서 버리곤 했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 비밀은, 설탕과 향료가 얼음과 물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용해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설탕은 얼음보다 물에 훨씬 많이 녹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얼음과자를 막 만들 때에는 당연히 설탕 농도가 균일합니다. 하지만 얼음과자는 입과 손이 닿은 부분부터 녹기 시작하지요. 이때 얼음과자는 두 가지 물질 상태가 공존합니다. 물과 얼음으로 말입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설탕은 얼음 속보다 물속에 더 많이 녹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음 속에 있던 설탕들이 먼저 녹은 물속으로 이동을 하지요.


따라서 처음에 녹은 물속에는 얼음과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갖게 되므로 달달하고 좋습니다. 계속해서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하면서 얼음 속의 설탕도 계속해서 물속으로 녹아 들어갑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은 얼음 속에는 설탕이 거의 없게 되지요. 이와 같은 원리로 불순물이 많이 함유된 규소를 고순도의 규소로 정제할 수 있답니다.


아래 그림에서 코일이 위치한 부분에 규소가 열을 받아 녹게 되는데 이 코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내리면 규소의 녹는 부분도 서서히 따라서 내려가게 됩니다. 이때 고체 상태의 규소 속에 있던 불순물이 액체 상태의 규소 속으로 녹아 들어가 고체 상태 규소의 순도가 높아집니다. 코일이 맨 아래까지 오게 되면 그 부분의 액체 상태의 규소는 불순물을 한껏 머금고 있으므로 잘라서 버리게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아주 순수한 규소를 얻게 된답니다. 요즘은 약 1,000배가량 더 높은 순도의 규소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이 정도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고순도 규소 정제

사진 출처 : http://goo.gl/0hxspD


이렇게 정제된 고순도의 규소를 바로 반도체 소자용으로 사용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이유는 반도체 소자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자 배열이 전 웨이퍼에 걸쳐서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단결정(單結晶) 실리콘(규소)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여러 방향의 작은 결정입자(grain)들로 구성된 다결정(多結晶) 실리콘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결정과 다결정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고요? 철이와 순이네 학교에는 9개의 반이 있습니다. 아침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조회를 하는데, 학생들이 모여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첫 번째 방법은 모든 학생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줄을 맞춰 서 있는 경우(단결정, Crystalline, 왼쪽 그림), 두 번째 방법은 반별로 줄을 서는데 각 반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경우(다결정, Polycrystalline, 가운데 그림),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모든 학생이 줄을 서지 않고 제멋대로 서 있는 경우(비정질, Amorphous, 오른쪽 그림)입니다. 아무래도 교장 선생님 입장에서는 모든 학생이 같은 방향으로 줄을 맞춰 서 있는 방법을 선호하겠군요. 반도체 소자도 마찬가지랍니다.


▲ 단결정, 다결정, 비정질 비교

사진 출처 : http://goo.gl/UqDmCG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들기 위해 고순도의 다결정 실리콘을 고온에서 녹인 후, 작은 실리콘 결정을 액체 실리콘에 접촉하고 서서히 회전하면서 끌어올리면(왼쪽 그림) 액체 실리콘 속의 원자들이 작은 실리콘 결정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달라붙어 커다란 원기둥 형태의 단결정 덩어리(ingot, 잉곳이라고 부릅니다)로 자라갑니다(오른쪽 그림). 이때 회전하는 속도에 따라 잉곳의 직경(6인치, 8인치, 12인치)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웨이퍼도 6인치, 8인치, 12인치 등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 단결정 성장과 실리콘 단결정 잉곳

사진 출처 : http://goo.gl/aEc4nL / http://goo.gl/fzU0rm


지난 2월호에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에 대해서 다루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진성 반도체는 잘 사용되지 않고 불순물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데, 불순물 반도체는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철이와 순이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데 순이는 500원을 가지고 있는데 철이가 600원을 가지고 있을 때 n형 반도체, 4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p형 반도체가 된다고 했지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지금 보러 갈까요? (클릭)) 순이는 규소이고 철이는 불순물이 되는 셈입니다.


위 그림(왼쪽)에서 액체 실리콘 속에 비소(As)를 불순물로 소량 넣어 주거나(철이가 6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붕소(B)를 불순물로 소량 넣어 주는 경우(철이가 4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실리콘 잉곳은 각각 n형과 p형의 실리콘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n형 또는 p형의 실리콘 단결정 잉곳을 절단용 와이어나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단면으로 얇게 자른 판이 바로 웨이퍼입니다. 이 웨이퍼를 연마 장비에서 다듬으면 거울처럼 매끈하고 반짝이는 웨이퍼로 탄생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반도체 소자를 만들기 위한 웨이퍼가 준비되었네요.

 

▲ 실리콘 웨이퍼

사진 출처 : http://goo.gl/zytr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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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전자공학과 반도체의 역사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 성질에 대해서 공부했으며, 양자역학을 이용한 띠이론(band theory)에 대해서까지 짚어보았습니다. 이 띠이론은 앞으로 반도체 특성을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할 것이므로 잘 이해를 하는 것이 좋겠고,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면 3월호를 다시 정독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기를 잘 흐르게 하는 도체, 잘 흐르지 못하게 하는 부도체, 때에 따라서 전기를 흐르도록 또는 흐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반도체를 띠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도체의 경우에는 가전자대(전자가 채워져 있는 띠)와 전도대(비어있는 띠)가 겹쳐 있어서 많은 수의 전자가 띠사이를 쉽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 큰 전류를 흐르게 합니다.


반도체와 부도체는 띠구조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전자대와 전도대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때, 떨어져 있는 두 띠의 사이를 금지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두 띠의 간격이 반도체의 경우에는 2.5eV 이하로 좁아서 (대표적인 반도체 물질인 규소의 경우는 1.11eV의 띠간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에너지를 공급하면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들이 전도대로 뛰어 올라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예로 들면 5.48eV의 띠간격을 갖는데, 반대로 부도체는 두 띠의 간격이 커서 가전자대의 전자를 전도대에 올리기 매우 어려워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에 묘한 단위가 등장했지요? eV란 전자볼트라고 부릅니다. ‘전자 하나가 1볼트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가는데 드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전자 하나도 별거 아니고 1볼트(꼬마전구를 켜는 건전지는 1.5볼트)도 별거 아니라고요? 하지만 1eV를 열로 환산하면 대략 1만도 정도 된다는 사실!


요약하자면, 도체는 금지대가 없고 반도체와 부도체는 금지대가 존재합니다. 그중 반도체는 금지대가 좁고 부도체는 넓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 도체, 반도체, 부도체의 띠 ⓒ백종식


이번에는 반도체의 띠구조에 대해서 아주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볼까요?


지금까지는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가전자대로부터 전도대로 뛰어 올라가는 것만 고려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전도대에 있던 전자가 가전자대로 내려오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 말이지요. 지난 3월호에서 이상한 호텔에서 손님이 객실을 바꾸는 예시를 들었습니다. 낮은 층에서 높은 층의 방으로 이동할 때 숙박료 차액을 내야 하고, 거꾸로 높은 층에서 낮은 층의 방으로 이동할 때 숙박료 차액을 돌려받는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빛의 형태가 되지만, 띠간격 크기에 따라 빛의 종류가 다릅니다. 대략 2eV에서 3eV 사이의 띠간격을 가지면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형태의 빛을 방출하게 되고 그보다 띠간격이 크면 자외선 형태의 빛을, 작으면 적외선 형태의 빛을 방출합니다. 최근 LED TV의 백라이트나 LED 조명등에 쓰이는 LED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앞서 설명한 띠형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간략하게 그린 것입니다.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전자가 띠사이를 이동할 때는 전도대의 가장 낮은 부분에서 가전자대의 가장 높은 부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왼쪽 그림은 전도대의 가장 낮은 부분과 가전자대의 가장 높은 부분이 잘 정렬되어 있지만, 오른쪽은 전도대의 가장 낮은 부분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지요. 왼쪽은 전자가 이동할 때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이동하면 되지만, 오른쪽은 왼쪽으로 수평이동한 후에 수직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때 수직으로 이동할 때는 빛을 방출하고 수평으로 이동할 때는 열을 방출합니다.


LED 등 빛을 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주로 왼쪽 그림과 같은 띠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과 같은 띠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사용하여 LED 등을 만들면, 공급해준 전기에너지 일부가 열을 내는 데 사용되느라 빛을 내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왼쪽 그림의 띠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직접천이 반도체라고 부르고 오른쪽 그림의 띠구조를 갖는 반도체를 간접천이 반도체라고 부릅니다.


▲ 직접천이 반도체와 간접천이 반도체의 띠구조

사진 출처 : http://goo.gl/wC7ekg


반도체 물질은 규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꽤 많습니다. 어떤 물질은 직접천이 반도체(direct gap)이고, 어떤 물질은 간접천이 반도체(indirect gap)입니다. 검은색 점으로 표시된 반도체 물질들 중에서 윗부분에 있는 것들은 자외선 빛을 내는 반도체 물질로, 이 중에서 GaN는 LED 조명등이나 LED TV의 광원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 반도체의 종류

사진 출처 : http://goo.gl/GZATCp


위의 그림에서는 몇 가지 반도체 물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규소와 게르마늄 등 홑원소로 된 것들과 갈륨비소(GaAs), 인듐인(InP)처럼 두 가지 원소로 구성된 화합물 형태의 반도체 물질들이 있고, 심지어 세 가지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반도체 물질들은 여러 응용분야에 따라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규소가 반도체의 대표 주자로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중학교 과학 시간에 우리가 배운 바로, 지각을 이루는 8대 원소가 있었습니다. 종종 시험문제에 나와서 우리를 괴롭히곤 했던 것이었지요. ‘오시알페카나크마’라는 단어를 무조건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풀어서 쓰면, ‘O, Si, Al, Fe, Ca, Na, K, Mg’이며,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순으로 많다는 뜻입니다. 즉, 지구 땅덩어리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많은 것이 산소를 제외하고는 바로 규소라는 것이지요. 당연히 규소는 값싼 원재료가 되겠지요? 정말 흙 퍼서 돈 번다는 것이 말이 되네요! 절연체를 만들기 쉽다는 점과 다른 좋은 특성들이 있어서 규소가 반도체의 챔피언이 된 것인데요, 여기서는 굳이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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