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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전남 여행] 슬로시티 청산, 느림의 미학이 숨 쉬는 곳

by 앰코인스토리.. 2024. 3. 8.

 

슬로시티 청산, 느림의 미학이 숨 쉬는 곳!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저만치 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꽃샘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3월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자칫 방심하다 큰 코 다치기를 여러 날, 오늘은 단디 입고 무적의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올해 여행은 그간 인천과 광주 지역에서 그 범위가 서울과 경기, 그리고 전라도로 확장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소식을 전할 수 있음에 두근거리는 마음 숨길 수가 없는데요, 그 첫 번째 여행지는 바로 <느림이 미학이 숨 쉬는 곳, 슬로시티 청산>입니다. 함께 떠나볼까요?

걸어도 걸어도 청산, 느림의 섬에서 만난 신흥리 마을

청산을 가는 길은 멀고도 멉니다. 우선 닿을 곳은 육지의 끝 ‘완도’인데요,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 KTX와 버스의 조합으로도 4시간이 걸리는 완도에 도착하면, 이곳의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을 더 달려야 겨우 청산을 입도할 수 있습니다. 청산을 향하는 뱃길 위, 드넓은 바다가 품은 ‘세월호’의 아픈 사연에 잠시 묵념을 올려보며 꼬박 반나절의 이동 후 하루가 다 가니 청산에 왔습니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는 청산항은 저 멀리 어둠이 빼꼼히 고개를 들고 수줍게 웰컴 인사를 건네 옵니다.

 

다음 날, 숙소를 나선 걸음이 신흥리 주변을 무목적으로 둘러보고 있어요. 유채꽃 흐드러진 청산의 한적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바람에 실려온 달콤한 꽃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면 만개한 유채꽃은 그 모습이 유난히 당당하여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습니다. 화려함을 품은 꽃모가지가 유난히 빳빳한 유채꽃 집단이 봄날, 청산의 푸른 하늘과 대비된 풍경은 그 자체로 장관입니다.

 

봄의 청산은 갈대 또한 흐트러집니다. 기다랗게 솟은 갈대가 바람결에 갈팡질팡하는 매한가지 풍경에 여지없이 위로받는 걸음이 느리게 이어집니다. 갈대밭 한 가운데 꼬불꼬불 난 길을 따라 내딛는 걸음, 흙길의 까끌함이 발끝에 차여 ‘끄르르’ 요상한 소리를 냅니다. 간지럼을 당하듯, 흙길이 웃는다면 꼭 이런 소리가 날 것만 같아요. 수풀 사이 군락을 이루는 마을은 옹기종기 그 모습이 정겹습니다. 마을에서 우뚝 선 건 듬성듬성 전봇대가 전부인 풍경에서 눈높이로 펼쳐지는 산등성이의 굴곡이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마을에서 제일 빠른 건 섬 전체를 누비는 마을버스입니다. 섬처럼 푸른색을 입은 버스는 오늘도 힘차게 부릉부릉, 마을 주민의 발이 되어 줍니다. 돌길을 뚫고 유채꽃이 피어났습니다. 한줌으로 떨어진 존재감이 어딘지 청산도를 닮아 있어요. 순도 높은 빨강의 색감이 배경의 초목과 대비되어 유난히 눈에 띄는 집, 반쯤 열린 대문은 안쪽으로 인기척 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이름 모를 들꽃 앞에 한참을 머물러 있습니다. 이 또한 청산이 주는 느림의 미학이니 새끼 손톱만한 보랏빛 꽃은 봄이면 언제나 그곳에서 피고 지겠지요.

 

걷다 보니 만난 길은 길가로 ‘슬로길’이란 표식이 뚜렷합니다.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적 걷기 길인데요, 총 11코스로 구성된 청산도의 슬로길은 코스별 고유의 특색과 매력으로 수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읍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 한적함의 대명사인 이곳에서 매년 4월이면 적잖은 활기가 돕니다. 완도군 주관으로 약 1달여 기간 진행되는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열리는 까닭인데요, 이는 걷기를 테마로 개최되는 생태자원 축제로 대표 프로그램인 <청.산.완.보>는 ‘슬로길을 느리게 걷고 웃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완보하게 되는 길’이란 의미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나눔 프로젝트로 재탄생하였는데요, 총 4.195km의 슬로길은 ‘길이 지닌 풍경, 길에 사는 사람, 길에 얽힌 이야기’와 어우러져 거닐 수 있도록 총 11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Travel Tip. 신흥리마을회관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창선로 660 (신흥리 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