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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3

[에피소드] 떡볶이, 어묵, 그리고 순대 아침 공기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매일하는 아침운동이지만 오늘만은 거르고 싶을 정도로 코끝이 찡해옵니다. 아직 11월 하순도 아닌데 뚝 떨어진 기온을 보고 나니 그리운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시절, 언 손을 녹이기 위해 붕어빵을 건네던 그 마음씨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싸고 맛있는 것이 붕어빵이라면서 붕어빵 예찬론을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던 그 모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전화기를 열어 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았습니다. “퇴근하고 시간 괜찮냐?” 친구는 늘 그래왔듯 나의 말에는 거절없이 “응!”이라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7시에 보자.” “알았어.” 약속은 잡기는 했는데 만날 장소는 참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라 알딸딸한.. 2023. 10. 31.
[에피소드] 식물 공장 비가 오는 일요일, 무료한 가운데 TV를 틀게 되었습니다. 오후에도 비 예보가 있다 보니 밖에 나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쪽저쪽으로 쉴 새 없이 리모컨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보고 싶은 프로가 썩 많지 않았습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쉬는 시간이라 좀 흥미 있는 프로가 눈에 들어올 법도 한데 많은 채널을 돌려봐도 재방송 위주였습니다. 한참을 돌리다 우연히 한 사람이 나와 무언가를 얘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유명인도 아닌 사람이 참 맛깔스럽게 늘어놓는 얘기 한 마디 한 마디가 솔깃했습니다. 채널을 고정시키고 들어보니 어떤 분야의 교수님이었습니다. 자료 화면이 하나둘 나열되면서 그분이 농업에 관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을 알.. 2023. 9. 26.
[에피소드] 가로수길 은행나무 일요일 아침이다. 눈을 떠보니 6시가 넘었다. 5시에는 출발하겠다고 마음먹고 잠을 잤는데 깨어보니 한 시간이 늦어진 셈이다. 허겁지겁 세수를 하고 옷을 대충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오늘도 폭염의 기세가 사나울 거라는 일기 예보를 접하고 보니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산에 오르는 길이다. 평소 같았다면 휴일이라는 안도감에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아스팔트는 후끈 열기가 달아오르는 듯싶었다. 보도블록을 따라 바삐 움직였지만, 중간중간 신호등이 가는 길을 막아섰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기 전까지는 집에 도착해야 오늘 일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10여 분을 걸었을 뿐인데 벌써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 기세도 상당할 듯하다. 길게 뻗은 인도를 걸을 때마다 가로.. 2023. 8. 31.
[에피소드] 시벳 커피 고소한 커피 향이 복도에 가득하다. 커피 향이 어디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복도 안에 갇혀 있는 모양이다. 고시원 형님에게 줄 물건이 있어서 찾아온 건데, 커피 향을 맡고 보니 그냥 가기엔 섭섭했다.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거 보면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돌아서 나가려는 데 방문이 열렸다. 풍채가 큰 아저씨가 커피잔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대뜸 묻는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잠시 망설였다. 커피를 얻어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 순간 아저씨는 커피 한 잔을 쑥 내밀었다. “잘 되었네요. 혼자 마시기 섭섭했는데요.” 커피를 공짜로 한 잔 마시게 되었는데 말동무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커피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참 커피 향이 좋았다. “원두를 내려 드시나 봐요?”라고 운을 띄웠다.. 2023. 7. 27.
[에피소드] 경청, 칭찬, 공감 디지털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세운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끝까지 경청하고 칭찬과 공감을 표시해 드리자’다. 아파트를 방문하여 봉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지만, 가르칠 게 백이라면 이제야 겨우 서너 개의 문턱을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유치원생인 손자보다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할머니는 문자도 못 보내시네.”’가 못내 섭섭한 모양새다. 어제 배운 것을 오늘이면 거의 다 잊어버려서 반복하는 게 일상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많이 좋아졌네요. 선생님 연세에 이 정도 하시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진심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싫어하는 표정이 아닌 게 서로를 흐뭇하게 만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은가!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은 기초만 알고 있으면 어려울 것이 없다.. 2023. 7. 13.
[에피소드] 비 개인 대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대지가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어 보니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가 사정없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전날 아침 공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여름도 아닌데 습기를 잔뜩 머금은 아침 공기에 게운하지 못했던 아침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공기방울 하나하나 닿을 때마다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어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냥 누워 있기에는 너무나 공기가 깨끗했습니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썼던 회색 건물들이 오랜만에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밝게 빛나는 햇살과 어울려 생기 넘치는 도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아스팔트는 척 척 소리를 냈습니다. 군데군데 움푹 들어간 아스팔트에는 비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물이 고여 .. 202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