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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해11

[영화 속 음악] 1970년대에 대한 낭만적이고 우울한 단상, 바보들의 행진 예전 초등학교 시절 TV를 통해 접했던 《바보들의 행진》은 여러모로 한국영화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을 깨부숴버린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그러기까지는 필자가 중학교에 진학해서였지만, 그 영화가 준 충격은 대단했지요. 영화의 전반부 송창식의 ‘왜 불러’가 흐르면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 다니는 당시 1970년대 중반 신촌 일대의 청춘들과 그들을 쫓아가는 경관이 상관을 만나자 “근무 중 이상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씬에서는 당대의 공권력을 조롱하며, 교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따귀를 때리는 기성세대에게 영철이는 뺨을 재차 내밀음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한 반기를 듭니다. 무엇보다, 영화 구석구석에 내포된 당대 현실의 허무 미학과 낭만의 묘한 조화는 극 중 삽입곡들인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그리고 김상배의 .. 2015. 3. 20.
[영화 속 음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영화 속 재즈 여행을!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서 ‘스타’의 신비성에 의한 마케팅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 스타들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넘어, 때로는 맹목적인 신화성을 부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 그 신화성의 측면에서 ‘요절’이라는 극단적인 페이소스(Pathos)가 결합하였을 때 그 신화성은 자칫 해당 스타들에 대한 예기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임스 딘 또는 브루스 리일 것입니다. 그들의 죽음 뒤에 부여된 신화성이 오히려 그들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심지어 그들 생애 전체를 오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으니까 말이지요. 왜 서두부터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느냐고요? 이번에 소개할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1930-) 또한 그런 측면에서 ‘스타’라는 신비성을 등에 업은 관계로 .. 2015. 2. 26.
[영화 속 음악] 로큰롤과 쿨 액션의 기묘한 결합,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0년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10대 청소년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할리우드 아이돌 배우 중 상당수가 기이하리만큼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소리소문없이 증발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1983년 작인 성장 영화 《아웃사이더》에 출연한 1980년대를 이끌어갔던 아이돌의 신진 세력 중 톰 크루즈를 제외하곤 에밀리오 에스터베즈(찰리 쉰의 형이자 드미 무어의 전남편으로 영화 영건 시리즈에 출연), 맷 딜런(제2의 제임스 딘으로 불렸던), 랄프 마치오(베스트 키드 시리즈), 로 브로우(영 블러드, 어제 밤에 생긴 일) 등등, 앞서 언급한 배우들 모두 1990년대 이후부터 이렇다 할 작품에 등장한 적이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맷 딜런은.. 2015. 1. 28.
[Music In Life] 진솔한 캐럴앨범, Ivan Lins의 ‘Um Novo Tempo’ 한 낭만적인 코스모폴리탄의 보편성의, 보편성에 의한, 보편성을 위한 진솔한 캐럴앨범 우리에게 꽤 유능한 영화음악 작곡자이자 재즈 키보드 플레이어로 잘 알려진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이나 그가 음향 엔지니어 래리 로젠(Larry Rosen)과 설립한 1980~90년대의 재즈필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 GRP(Grusin and Rosen Production) 출신의 뮤지션들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브라질 출신의 아티스트 ‘이반 린즈(Ivan Lins)’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그들의 앨범 크레딧에서 우연히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데이브 그루신과 그의 우산 아래 활동했던 재즈 아티스트들 중 ‘영원한 그의 우방’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재즈 기타리스트.. 2014. 12. 29.
[Music In Life] 아방가르드의 묘미, 프리 재즈에서 빛을 발하다, 팻 메스니 & 오넷 콜맨의 ‘Song X’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는 ‘하나의 기능이 다중(多重)으로 이용될 때 생성되는 극한의 효과’라는 말처럼 음악사적으로 거장 대 거장의 만남으로 명명된, 이른바 조인트 앨범의 붐은 수많은 음악 팬들과 애호가들을 흥분과 열광의 모드로 몰고 갔다. 반면에 상업적인 프로모션의 하나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옛 격언에 부합하듯, 이름값에 걸맞지 못한 허울뿐인 프로젝트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많은 음악 장르에서 서두에서 언급한 시너지 효과의 극한을 명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첫손으로 꼽는다면,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탓도 있겠지만 ‘즉흥연주(Improvisation)의 미학의 정점’이자 20세기 및 21세기에도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장르를 퓨.. 2014.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