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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영화n영어 22호] 버드맨 : 꿈꿀 수 있어 행복해요

by 앰코인스토리 - 2019. 10. 14.

 

한때 슈퍼히어로 역할로 잘나가던 배우였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 저명한 레이먼드 카버의 연극으로 한판 승부를 거는 리건(마이클 키튼 분)인데요. 그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잘나가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고 때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버드맨>은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자신의 속내를 정확하게 보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요. 영화에서는 버드맨이 리건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여주는 걸로 세련되게 연출되어 있어요. 영화 <버드맨>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보면서도 몇 번씩 멈추며 힘겹게 완주해야만 했어요. 나 자신의 목소리가 내면에서 겹쳐 들렸기 때문입니다.

 

▲ 가상의 인물 버드맨과 함께

 

상업영화의 영웅으로서 인기를 얻었지만 연극계에서는 그를 배우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가 레이먼드 카버의 연극을 택한 것에도 순수한 예술에의 열망에서가 아닌 세속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잘 알지요. 다음은 그의 딸 샘(엠마 스톤 분)이 그의 욕망을 잘 짚어내고 있는 장면입니다.

 

You are doing a play based on a book written 60 years ago...for a thousand rich old white people...whose only concern is where to have cake and coffee afterwards!
아빠는 늙은 백인 부자들을 위한 연극을 준비 중이지요. 그것도 60년 전에 쓰인 책을 각색한 작품으로요. 그런데요, 아빠. 그들은 연극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연극이 끝나고 어디서 커피 마시는지에만 관심이 있어요.
You are not doing this for the sake of art, you're doing it to feel relevant again.
이 연극을 하는 이유가 예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는 걸 내가 모를 것 같나요.
You're doing this because you're terrified, like the rest of us, that you don't matter.
밑바닥으로 더 떨어질까 봐 이 연극을 하는 거잖아요. 

 

명사처럼 쓰인 ‘의문사+to 부정사’

 

유명작가의 연극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속내는 교양있는 척하려는 것을 짚어내는 샘의 말에는 일리가 있어요. 다음과 같이 그들의 행태를 묘사하는 것을 보면 더욱요.

 

Their concern is where to have cake and coffee afterwards.

 

이 문장을 분석해보면 to 부정사(to have)에 의문사(where)를 덧붙여 명사화했습니다. 덕분에 be 동사의 보어로 쓰여 문장이 간결해졌습니다.

 

연극을 준비하면서 연극배우로 영입한 마이크와 연극계를 주름잡는 연극 평론가는 리건에게 도움이 되질 않아요. 연극 프리뷰에도 오지 않으면서 덮어놓고 그를 싫어하는 평론가며 리건을 연극인으로 여기지 않는 마이크(에드워드 노튼 분)의 멸시는 시시때때로 리건을 괴롭힙니다.

 

▲ 실랑이를 하는 마이크와 리건

 

하지만 리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본인입니다. 상업영화의 주연이었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을 받는 자신이 싫고 연극인으로서의 연기력도 없다는 것을 아는 그로서는 연극을 끌어나가기가 자신이 없어요.

 

그런 그의 고군분투가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질 않아요. 쓸데없이 명예욕에 집착해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다고 오히려 원망을 하지요. 딸은 명예에 연연하느라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는 아빠에게 서운합니다. 처음 만난 마이크가 다음과 같이 던져준 말 한마디에 오히려 위안을 받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나지요.

 

You've been hanging around here... trying to make yourself invisible behind this fragile little routine... but you can't.
센 척하면서 튀지 않으려 애쓰지만 넌 그럴 수 없어.
You're anything but invisible. You're big.
아무리 노력해도 드러나는 법이야. 넌 대단한 존재이니깐.
No amount of booze or weed or attitude is going to hide that.
술, 마약, 센 척하는 성질로도 그건 감추진 못해.


▲ 마이크와 샘의 모습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영화라서 퇴물 배우의 복잡한 심경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저명한 작가의 작품으로 연극을 멋지게 완성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싶어 하는 속물적인 생각을 엿보면서 (그가 생각하듯이 비웃고 싶다기보다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욕망을 이해하면서도 행복은 바로 지금 내 주변에서 찾을 수도 있는데 자진해서 고통스럽게 사는 리건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건은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겠지요. 그러면 그 용기를 지지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