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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3

[에피소드] 카네이션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꽃들이 피고 화려하게 활짝 핀다. 그렇게 많은 꽃들 중에서 5월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붉디붉은 꽃처럼 진한 사랑이 듬뿍 담긴 꽃이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한껏 표현할 수 있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카네이션만큼 진실되게 전달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생화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문방구에서 카네이션 모양을 한 조화를 사야만 했다. 5월이면, 문구점 앞은 카네이션 조화로 가득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딱히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시절이라 어버이날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용돈이 넉넉지 않아 좋은 선물과 카네이션을 함께 드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겨우 카네이.. 2022. 5. 31.
[에피소드] 부산 맛 기행 푸른 바다와 다채로운 음식이 기다리는 부산. 9시 5분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초등학교 동기로, 러시아를 여행한 뒤로는 더욱 가까워져서 매달 서너 번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전화를 할 때마다 회 먹으러 오라 간청했지만, 그동안 코로나를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찾아갔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공항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소 한 마리 해장국집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토렴을 해주어 밥알과 육수가 조화를 잘 이루었고,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에 푸짐한 소고기와 선지가 주연이고, 대파가 마지막 느끼함마저 잡아주었다. 이번에는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길에 용두산 공원에 올랐다. 처음 대하는 부산타워에 올라 50년 사이 많이도 변.. 2022. 5. 19.
[에피소드] 근력 운동 집 가까이에 보건소가 문을 열었다. 이어 노인들에게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으라는 문자가 왔다. 차일피일하다가 방문했더니 1개월 이내는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혈당과 혈압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에 별 호기심이 없었지만 안 보던 기기로 근력을 측정한 직원과 마주했다. “어르신, 다른 수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근력 수치가 64점이라 평균치에 미달입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줄넘기, 팔굽혀 펴기, 자전거 타기, 아령 들기 등을 추천 드립니다.” 불현듯 집안 아저씨가 떠올랐다. 팔십육세인 그 분은 신수가 훤했다. 집에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를 구비해두고 매일 두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한다고 자랑이시다. 팔뚝에 힘을 주니 알통이 30대 청년처럼 오르내린다. 건강미가 있어 보이고 나보다 젊어 보였.. 2022. 3. 30.
[에피소드] 두 개의 화분 가까운 동생이 새로운 집을 얻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짐이 많지 않아 굳이 올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오랫동안 쌓아온 정이란 게 있어 그냥 보내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이사하는 날 찾아갔다. 동생 말대로 짐은 많지 않아, 짐을 차에 싣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생의 물건들이 다 빠지자 빈 공간이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는 쓰레기가 담겨진 봉투와 함께 화분 두 개가 보였다. “이건 안 가지고 가니?” “죽은 거 같아서 버리고 가려고요.” 동생의 대답이 돌아왔다. 작은 화분 두 개에는 다육식물이 있었다. 그냥 돌아서기에는 너무 안 되어 보였다. “그럼 이건 내가 가져간다.” “그러세요.” 다소 무미건조한 반응에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이사할 때는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라며 동생을 이해.. 2022. 3. 24.
[에피소드] 산에 오르다 2월이 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도 한결 줄어든 것 같다. 마스크는 벗을 수 없었지만 주말을 그냥 집에서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날씨다. 약간은 쌀쌀한 듯하지만 공기의 촉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뭐를 할까 고민했다. 겨우내 방콕으로 주말을 꽁꽁 싸맸던 나를 좀 풀어주고 싶었다. 신발을 신고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행선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발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이끌려 갔다. 겨우내내 맛보지 못했던 햇살 한 줌 한 줌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쏟아지는 햇살을 좀 더 많이 담아 보고자 장갑까지 벗어 보았다. 뚜벅뚜벅 걷다 보니 마을 뒷산 입구에 다다랐다. 이곳은 한때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로 사랑방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널따란 배드민턴 경기장에는 .. 2022. 2. 28.
[에피소드] 자연인 요즈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재방송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있다. 무작정 산이고 강이고 섬으로 배낭 하나 메고 그곳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진심과 절박함을 알게 되면서 더욱 끌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은 도시 생활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나서 자연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식사를 하고 난 후엔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높디높은 산을 오르며 산나물이며 약초를 발견한다. 귀하디귀한 약초들을 발견할 때는 나의 눈도 번쩍 뜨인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식물인데?’하는 의심을 품는다. 어릴 적 뒷동산에서 보았던 잎사귀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무릎을 ‘탁’ 친다.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그 오래된 기억을 더.. 2021.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