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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4 [에피소드] 월요일엔 뭘 하지?


“홈런타자, 김우열!”


짝짝~짝짝짝~! 어느 일요일 오후, 나의 왼쪽무릎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오른쪽에는 네 살배기 딸아이가 앉아, 흑백TV가 중계하는 OB:삼성의 야구경기를 보면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OB를 응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아들은 OB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하여 청과 홍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파란재킷을 걸치고는, 시도 때도 없이 “홈런타자, 김우열!”을 부르짖고 다녔다. 그 열기도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시들해지니, 나 역시도 야구에서 멀어졌다.


가끔 시간 죽이기로 중계방송을 본 적이 있고,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의 자격으로 연고전이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찾아 일 년에 한 번 함성을 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김성근 씨가 3년간이나 꼴찌를 독차지하던 한화 감독으로 복귀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서서히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감독으로서의 이력이 남달랐고 연령이 나보다 네 살이 많은 노인이었기에 어떻게 골치 아픈 팀을 이끌어갈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라 흥미가 고조되었다.


4년 만에 프로야구 판에 돌아온 그는 단숨에 리그의 지형도를 바꿔나갔다. 파격적인 선수기용과 특유의 ‘지옥훈련과 특타’를 앞세워 한화를 리그 중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어제까지 31승 중 20승이 역전승이고 승률도 5할을 넘었다. 수년간 바닥에서 허덕이던 한화가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를 포함한 한화 팬들이 ‘김성근식 야구’에 푹 빠져들고 있다. 1회에 2~3점을 주어도 바로 따라 붙고, 6~7회까지 3~4점 차이가 나도 벌떼 같은 불펜진과 특타로 달궈진 방망이로 승리를 움켜쥔다. 다른 팀이라면 벌써 채널을 돌렸을 거지만, 포기를 모르는 근성과 계속되는 짜릿한 역전에 마지막 이닝까지 눈을 돌릴 수 없다.


3연패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팀이지만, 선발진이 쉽게 무너지는 것과 같은 투수를 5일 사이에 3번이나 내세우는 무리에 ‘혹사 논란’까지 일어나고 있어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그러나 불리한 불펜진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툭 치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에 웃음으로 대하는 선수들의 얼굴에서 믿음과 신뢰를 엿볼 수 있는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그래서인지 요사이는 월요일을 빼고는 즐겁다. 지난달부터 전 경기가 인터넷으로 중계됨을 알고는 그 시간만 되면 만사 제쳐놓고 PC 앞으로 간다. 1시간 정도 보고 나면 집사람과 즐겨보는 연속극을 봐야 하고, 9시면 습관대로 잠자리에 들어야 하므로 궁금증을 가슴에 묻은 체 꿈나라에서 헤맨다.


아침 6시 30분경에 <아침에 스포츠>를 라디오로 듣는데, 노인이 이긴 날이면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걸 느끼면서 PC를 켠다. 결과를 먼저 보고 하이라이트와 팀 승리에 관하여 ‘다음’이 요약한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두 시간이 금방이고, 신문의 스포츠 기사를 더하면 벌써 아침 드라마 시간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한화가 5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 승률을 끝까지 지켜서 가을야구도 같이 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 ‘늙은이가 한 분 돌아가시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다.’는 입술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그가 승리하는 것은 늙은이의 경험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을 달군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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