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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책읽기21

[추천책읽기 : 책VS책] 예술과 삶!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 삶과 맞닿아 있는 예술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삶, 삶과 맞닿아 있는 예술 상상해 보세요.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원이라던가, 아니면 근처 상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혹은 거대한 빌딩 앞에 제복을 입고 서 있는 경비원이 알고 보니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상상. 시골 동네에서 혼자 살면서 매일 낡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맨발로 산책을 다니는 할머니가 알고 보니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춤꾼일지도 모른다는 상상. 상상만 해도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상상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랍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의 저자인 패트릭 브링리는 실제로 10년 동안 뉴욕의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책에 담아냈어요. 원래의 직업이 의 기자였으니 글 솜씨가 무척 좋겠.. 2024. 2. 16.
[추천책읽기 : 책VS책] 어쩌면 당신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가스라이팅 어쩌면 당신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은근히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가스등(Gaslight)」이라는 영화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극 속의 여주인공 폴라는 밤마다 가스등이 어두워지고 윗층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말하지만, 남편인 그레고리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가스등의 불빛은 그대로라고 주장합니다. 폴라는 점점 자신이 환청을 듣는 게 아닌지,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남편의 말에 의존하게 되지요. 사실은 남편이 폴라의 재산을 탐내어 폴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자 벌인 자작극이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서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신고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가스라.. 2023. 12. 20.
[추천책읽기 : 책VS책] 스피디한 스토리의 시대, 묵직한 나의 서사를 위하여 스피디한 스토리의 시대, 묵직한 나의 서사를 위하여 요즘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거나, 먹기 전에 음식 사진을 찍거나, 음식을 먹는 내 사진을 찍거나, 밥을 먹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곤 합니다. 공연을 보러 가서도 직접 눈으로 보는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공연을 보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요약해둔 쇼츠나 짤로 감상합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도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을 확인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피드에 올리고, 관심 있게 봤던 다른 피드를 공유하며, 뉴스나 지도의 링크를 서로 나눕니다. 남의 인생을 감상하는 시간은 나의 인생일까요? 멋진 공연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감동할 시간이 없이 실시간으로 나의 피드에 게시하는 것이 진짜 나의 스토.. 2023. 10. 20.
[추천책읽기 : 책VS책] 우리가 상상하는 그 휴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 휴가 덥고 지칠 때면 마음 속으로 근사한 휴가를 상상합니다. 언젠가는 저 푸르고 투명한 몰디브 앞바다에서 가오리와 함께 수영을 해보리라, 언젠가는 흰 눈으로 뒤덮인 노르웨이의 산장에서 초록빛으로 물드는 오로라를 만나리라, 언젠가는 제주도의 조용한 돌집에 머물면서 하염없이 삼나무 길을 걸어보리라, 언젠가는 2박 3일 동안 부족함 없는 호텔에 처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리라.... 하지만 막상 휴가를 가게 되면 마음이 그렇게 바쁠 수가 없습니다. 가고 싶었던 여행지와 식당과 카페들을 줄줄이 리스트업하느라 떠나기 전부터 참으로 부산합니다. 입을 옷은 언제나 부족하니 휴가를 핑계로 쇼핑에 몰두합니다. 올해의 티셔츠, 올해의 수영복, 올해의 샌들, 올해의 선글라스가 필요하니까요. 휴가를 .. 2023. 8. 18.
[추천책읽기 : 책VS책] 다른 이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당신, 당신에겐 차별이 보이나요? 다른 이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당신, 당신에겐 차별이 보이나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김지혜 작가는 드라마 의 한 장면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장그래가 회사에서 설 명절 선물을 받은 장면이지요. 선물로 식용유 세트를 받았으니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직원의 자리에는 햄 세트가 놓여 있었거든요. 회사에서 비정규직에게는 식용유 세트를, 정규직에게는 햄 세트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선물을 받았다는 기쁨보다 차별을 받았다는 설움이 앞서는 그 장면에서 우리는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김지혜 작가는 자신이 겪은 차별 하나를 떠올립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자신의 방에는 보라색 종이를 코팅한 문패가, 정규직 직원 사무실에는 나무판에 흰색 글씨로 명패가 붙어있었습니다. 2년 반쯤 지.. 2023. 6. 14.
[추천책읽기 : 책VS책] 뾰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대의 비평, 비평가들 뾰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대의 비평, 비평가들 디지털 미디어가 대세인 요즘, 다양한 콘텐츠를 균형 있게 소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실에 기반한 뉴스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을 찾기 힘들뿐더러, 여러 주장들이 난무하는 콘텐츠 중에 무엇을 봐야 좋을지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가짜 뉴스도 많아져서 사실과 거짓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나 영상, 취향에 맞는 뉴스만 골라보게 만드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확증편향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소비할 시간이 부족하니 입맛에 맞는 헤드라인을 골라 클릭하기를 반복하지요. 이럴 때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명쾌한 주장을 펴는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의 진실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평은 어떤 사안의 가치를 판단하.. 202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