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시시 여행, 그리고 성 프란체스코 성당


지난 유럽여행 때 자동차를 렌트해서 로마와 피렌체 사이,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아시시(Assisi)에 들렀었다. 아시시는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탈리아 고대 소도시로, 중부 움브리아(Umbria) 주에 있는 수바이오 산 중턱에 있어 움브리아 평원의 아름다운 정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성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의 탄생지로 유명해 가톨릭 신자들의 주요 순례지이기도 하다.


프란체스코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이었으며, 순결한 사랑으로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중 하나로 칭송받는다. 지금 교황님이 자신의 이름을 프란체스코로 한 것도 그분의 청렴하고 희생적인 정신을 본받기 위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떠나기 전,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고 갔다. 그 때문에 가톨릭 신도가 아니어도 그분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었고, 아시시에 들어서자 마음이 경건해짐을 느꼈다. 로마에서 약 두 시간 삼십 분을 달려 아시시 근처에 도착해서 보니 저 멀리 언덕 위에 성당이 보였다.


▲ 왼쪽 끝 부분에 있는, 움브리아 평원에서 바라본 성 프란체스코 성당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면 프란체스코 성당이 나타난다. 프란체스코 성인이 페루자 군대와의 전투에 나가던 중 환시를 체험하고 아시시로 돌아오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서 있고, 성당 뒤에는 저 멀리 움브리아 평원이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순결을 상징하듯 흰색으로 지어진 고딕양식의 성당 건물이 정결하고 아름다웠다. 내부는 프레스코화로 덮여 있었다.


▲ 흰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프란체스코 성당의 모습


성당 지하에는 프란체스코 성인의 묘가 있었다. 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무척이나 엄숙했으며, 어떤 부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고, 어떤 중년의 여인은 벽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기도 했다. 가톨릭 신도들은 며칠씩 묵으며 성당에 와서 기도하고 한적한 마을 길을 걸으며 명상에 잠긴다고 하니, 아시시야 말로 진정한 힐링 여행지인 셈이다.



이탈리아의 숨은 맛집을 찾아서


아무래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여행 때면 반드시 맛집을 들르곤 한다. 특히, 해외여행 때는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 사이트에서 추천 수가 많은 음식점을 찾아본다. 국내 블로그에서 검색한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적은 편이다. 이번에는 트러플(송로버섯,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이고 귀하기가 산삼과 같다는)이 들어간 요리로 유명한 숨은 맛집을 찾아갔다. 벽돌로 지은 건물에 자그마한 문이 있는데, 역시 필자가 좋아하는 부엉이 스티커(트립어드바이저에서 수여한 맛집 인증 스티커)도 여러 개 있었다. 밖은 타는 듯이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숨쉬기조차 힘든데, 돌로 지어진 건물 내부는 정말 상쾌하고 시원했다.


▲ 필자가 이탈리아에서 찾은, 숨은 맛집 입구


주인아주머니에게 트러플이 들어간 요리 중 세 개만 추천해달라고 해서 4명이 나눠 먹었다. 국내에서 먹던 이탈리아 음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한 치즈 베이스 소스와 우동처럼 두툼한 면발이 특징인 투박한 파스타 위에 아주 얇은 조각으로 얹어진 트러플,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토착 품종으로 만든 하우스 와인이 나왔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이탈리아 요리에 상큼하고 깔끔한 화이트와인의 조화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우리에게 행복한 식사를 누리게 해주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아시시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소박함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 이탈리아에서 즐긴 트러플 요리, 그리고 깔끔한 화이트와인



이탈리아 움브리아 화이트와인을 만나다


필리핀으로 파견 나와 2개월이 지난 후 사내 번개모임이 횟집에서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로 아주 바빠, 환영회 이후 처음 맞는 회식이라 메뉴에 맞는 와인을 한 병 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가던 길에 와인 샵에 들렀는데, 화이트와인이 별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 좀 난감했다. 한참 고민을 하던 중, 눈에 확 들어오는 와인이 하나 있었다. 몇 년 전, 와인 모임에서 어떤 분이 가져오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보니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와인이 아닌가! 아시시가 있는 그 지역 말이다.


다행히도 준비해간 와인이 회식의 주메뉴였던 라뿌라뿌 회와 무난히 잘 어울렸다. 이탈리아 토착품종이 아니라 대중적인 샤도네이 품종의 와인이었지만, 밝은 노란빛 색깔에 여리디여린 꽃내음과 바닐라 향, 그리고 희미한 토스트 향도 났다. 질감이 가볍고 부드러워, 마치 움브리아 들판에서 풍요롭게 잘 자란 곡식들을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곁에 있었던 분들에게 아시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여행의 추억이 떠올라 혼자 흐뭇하게 웃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와인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러면 와인은 내 기억의 저편에 잠들어 있던 아시시 가족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줄 것이며, 덕분에 나는 또 잠시나마 행복했던 여행의 추억을 맛볼 수 있으리라.


▲ 움브리아 화이트와인 라벨 모습 (앞뒤)


와인 정보

안티노리, 브라미토 델 체르보 카스텔로 델라 살라 샤르도네 2011

(Antinori, Bramito del Cervo Castello della Sala Chardonnay 2011)

권장 소비자 가격 : 6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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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규태 2016.10.02 15: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맞아 다녀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화도 보고...순례예정지인데... 다녀온 듯한 감상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