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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2

[에피소드] 커피 자판기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커피 자판기가 사라졌다. 도서관을 가면 동전 몇 개를 집어넣고 달달한 커피를 먹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커피 자판기가 사라진 자리에 서 있는 화분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코로나 확산으로 왠만한 공공기관의 문이 굳게 닫히고 다시 연지 채 1년도 되지 않는다. 그 안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혹시나 해서 도서관 전체를 둘러보았다. 다른 곳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실망감으로 마무리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매점까지 철수한 것을 보면 커피 자판기를 운영하는 업자도 많이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한 집 걸러 커피 매장이 생기다 보니 커피 자판기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가까운 편의점을 들어가면.. 2024. 2. 28.
[에피소드] 영남 알프스 울산에 와서 언양 불고기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며 동서는 ‘한우불고기특구’로 차를 몰았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회사에서 오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대부분 김포공항을 이용하여 다녔지만 세 번인가는 자가용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서 울산을 다녀왔다. 상사분이 비행기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였는데, 그때마다 한 끼는 언양 불고기를 먹었다. 작은 화로에 담긴 질 좋은 숯 위에 초벌구이 해 온 불고기를 석쇠에 얹는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맛있는 냄새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맛은 상상한 그대로다. 달착지근한 양념 잘 배인 보들보들 연한육질의 고기는 씹을 새도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에서 먹는 소고기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천혜의 .. 2024. 1. 30.
[에피소드] 가위 바위 보 가위는 바위를 자를 수 없어서 가위는 바위를 이길 수 없고, 바위는 보자기를 쌀 수 있어 보를 이길 수 없으며, 보자기는 가위로 자를 수 있어 가위가 보를 이긴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설명했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순간 무릎을 딱 치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가위바위보를 알고 수십 번 가위바위보를 만들어 가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가위바위보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가위바위보는 공평했다. 많은 것을 가진 친구도 많은 것을 갖지 않은 친구도 가위바위보 앞에서는 누구나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으로 손과 손을 엇갈려 잡고서는 한 바퀴 돌려 그 안을 쳐다보면 이길 수 있다는 비법이 있다는 말에 가위바위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그 방법을 따라 해.. 2024. 1. 23.
[에피소드] 파 무침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고 빨간 고춧가루 빛깔이 아름답고 식초의 상큼한 맛을 내는 녀석이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입니다.”라며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설 수는 없지만 음식의 풍미를 한껏 높여주는 데 한몫을 하곤 합니다. 바로 ‘파 무침’입니다. 지글지글 불판에서 삼겹살이 익어갈 때면 양념이 베인 파 무침에 마늘 한 조각 얹고 쌈장까지 올리면 맛있는 쌈은 70%는 완성됩니다. 거기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중앙에 올려 놓으면 풍성한 쌈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동그랗게 말아 입안에 집어넣고 나면 입 안 가득 행복해집니다. 고기의 쫄깃쫄깃함과 마늘의 사각거림과 파 무침의 양념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룹니다. 삼겹살이 불판 위에 올려질 때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후추를 톡톡 뿌리는 손님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보.. 2023. 12. 28.
[에피소드] 운동장 운동복을 입고 운동장에 들어섰다. 운동장을 위를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나는 이 소리가 참 좋다. 흙이 밟히는 촉감도 더불어 좋다. 운동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좋아한다. 앞을 바라보면 훤하게 트여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서서히 걷는 것도 운동장을 도는 것도 좋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빠르게 운동장을 트랙을 달리는 것도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100m 달리기 선수가 된 것 마냥 폼을 잡고 있는 힘껏 달리고 나면, 한참 운동을 하고 난 것처럼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운동장이 더 이상 돌기 힘들 때면 운동장 바로 옆에 만들어 놓은 시멘트 스탠드 계단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다리가 후들후들 대고 연신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제대로 된 호흡으로 가는 과정을 밟는다. .. 2023. 11. 30.
[에피소드] 떡볶이, 어묵, 그리고 순대 아침 공기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매일하는 아침운동이지만 오늘만은 거르고 싶을 정도로 코끝이 찡해옵니다. 아직 11월 하순도 아닌데 뚝 떨어진 기온을 보고 나니 그리운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시절, 언 손을 녹이기 위해 붕어빵을 건네던 그 마음씨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싸고 맛있는 것이 붕어빵이라면서 붕어빵 예찬론을 늘어놓으며 너스레를 떨던 그 모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전화기를 열어 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았습니다. “퇴근하고 시간 괜찮냐?” 친구는 늘 그래왔듯 나의 말에는 거절없이 “응!”이라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7시에 보자.” “알았어.” 약속은 잡기는 했는데 만날 장소는 참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라 알딸딸한..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