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던 장르영화의 절정 필름 누아르(Film Noir). 그러나 비평적으로 싸구려 B급 영화로 치부되어야 했던 필름 누아르가 최초로 비평적으로 재평가되며 주목받기 시작한 곳은, 필름 누아르의 본고장인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영화 비평의 상징과도 같았던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시네필로 명성을 날리던 누벨바그 세대들에 의해 재평가되면서, 하워드 혹스, 오손 웰스, 존 휴스턴, 빌리 와일더 같은 거장들은 물론 ‘험프리 보가트’와 같은 필름 누아르 상징 격인 대스타들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필름 누아르만의 동의어인 팜므파탈(Femme Fatale, 요부, 악녀)이라는 상징어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지요.


그중 누벨바그의 선봉장이었던 프랑수아 트뤼포의 필름 누아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B급 필름 누아르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라는 영화를 만들어 “이 영화를 B급 필름 누아르 영화들에 헌사한다.”라고 공언할 정도였으니, 그의 필름 누아르에 대한 애정은 과하다 못해 광적인 수준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특히, 필름 누아르만의 고질적인 퇴폐미와 허무주의는 유럽영화들, 특히 프랑스영화만의 기묘한 미니멀리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장 피에르 멜빌, 클로드 샤브롤, 그리고 루이 말의 초기 영화들, 이미 이전 지면을 통해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사형대의 얼리베이터》(1957)와 같은 프렌치 누아르풍의 영화들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 뒤 필름 누아르는 풍요의 1950년대와 아메리칸 뉴시네마 운동으로 명명되는 할리우드 문화 혁명의 절정이었던 1960년대를 거치면서 잠시 오랜 시간 동면에 빠지게 되지요.


사진출처 : https://goo.gl/SXBDxz


그러던 1974년, 필름 누아르 부활의 신호탄으로 등장했던 영화가 바로 폴란드 출신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한 《차이나타운》이었습니다.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극도의 허무주의와 로버트 타운의 탄탄한 각본, 그리고 잭 니컬슨, 페이 더나웨이, 존 휴스턴(필름 누아르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그가 이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은 필름 누아르 영화의 상징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의 절제된 연기와 폴란스키 특유의 유럽적인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둔 연출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포스트 필름 누아르의 묵시록 격인 걸작을 창조하게 되었지요. 그 뒤 한동안 침체에 빠진 필름 누아르 장르의 돌파구 격인 작품으로 등장한 영화가 바로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연출하고 당시 영화 출연 경험이 없었던 신인들, 윌리엄 허트와 캐서린 터너가 주연한 이번 지면을 통해 소개할 《보디 히트》(1981)였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필름 누아르 상징이었던 허무주의를 절제하면서 영화의 장르적인 측면을 살리는 데 주력한 네오 누아르였습니다만, 이 영화를 단순한 장르영화의 대중적 측면만이 각인된 작품이라고 무시는 금하시길. 필자가 영화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꼽는 영화 음악 중 하나라고 첫손에 꼽는 스코어 중 하나인 007 영화의 메인 테마로 너무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 존 배리의 끈적끈적한 재즈 음악과 로렌스 캐스단의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한 장르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단연 이 영화의 여주인공 캐서린 터너일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s://goo.gl/ZyEmHA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요부들이었던 로렌 바콜, 바바라 스텐윅 등등 이후 그 명맥이 끊어져 버렸던 팜므파탈의 계보를 다시 잇는 듯 그녀가 이 영화 《보디히트》에서 발산한 관능미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요. 특히, 백만 불짜리 각선미로 1980년대 할리우드를 초토화로 만들었던 그녀답게 극 중 그녀가 차에서 내리며 하이힐로 담배를 끄던 클로즈업 신에서 발산된 치명적인 요부의 이미지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게리 올드만과 레나 올린이 주연했던 1995년작 《로미오 이즈 블리딩》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고의 팜므파탈로 각인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요부 이미지는 강렬했지요.


그리고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재 기준으로서는 함량 미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1980년대의 기준으로서의 척도로 본다면, 이 영화 엔딩 신에서의 반전은 그야말로 장르영화의 위력을 입증하는 선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름 누아르라는 장르영화를 말하는 데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재즈라는 하나의 도상이듯, 이 영화에 삽입된 존 배리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인간군상의 추악한 욕망과 탐욕을 더욱 잘 묘사하게 해주는 기폭제입니다. 이 영화 속 오프닝 신과 라스트 신에서의 절묘한 대구를 이루는 메인 테마는 그동안 나왔던 필름 누아르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트랙들이지요.


끈적끈적한 재즈 선율 뒤에 감춰진 추악한 욕망,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그리고 그에 따른 음모와 반전. 아직 이 영화 《보디 히트》만큼 위력적인 장르영화는 흔치 않았습니다. 필름 누아르만의 극도의 허무주의와 유럽식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는 결여된 장르영화적인 측면이 강한 영화인 것이 사실이지만, 필름 누아르의 계보학적으로 그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 그리고 캐서린 터너라는 잊을 수 없는 요부를 창조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원동력은 바로 ‘관능미’라는 한 단어로 함축이 가능할 것입니다. 음악적 관점이든 영상적 관점에서든 말이지요.


Body Heat (Main Titles) - John Barr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niCyYWcjFSE)


Body Heat - End Title Music - John Barr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PFSh6jsKHg)


Body Heat - I'm Weak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pqbTglugvIs)


Body Heat - Kill for Puss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fAqyAii80_8)


Body Heat - I'm Frightened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uTmJebDlPiw)


Body Heat - Matty Was Marry An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lXxu4dANq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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