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여행기] 자전거로 누비는 깔로의 구석구석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먹고 마시고 수다를 하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돌아갈 땐 버스를 타라 했으니 무작정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터미널이나 정류장이 딱히 없는 이곳에서 그 길을 걷다 보면 그 끝에 큰길이 나오는데요, 그곳에서 깔로(Kalaw)를 향하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면 그만입니다. 특별한 표식이 없는 버스는 대개 봉고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빈자리는 고사하고 차 지붕까지 승객들로 빼곡한 형국인데, 그래도 타겠다니 서로의 엉덩이를 좁혀 기어이 한 자릴 마련해 줍니다.



버스는 약 한 시간을 달려 깔로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늦어진 귀가에 저물어가는 해는 어슴푸레 기운을 몰아오고, 피부로 닿는 공기는 벌써 서늘합니다. 내일은 자전거를 빌려 깔로 인근을 좀 돌아볼 생각입니다. 다음날 인레를 향하는 트레킹을 생각하면 무리는 금물이기에 슬슬 미얀마의 속도로 다니렵니다. 숙소를 오는 입구 적당한 가격의 마사지샵도 봐둔 참이거든요. 오늘은 그만 방으로 돌아가 따뜻한 차 한 잔에 몸을 좀 녹여야겠습니다.


자전거로 누비는 깔로의 구석구석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향한 곳은 숙소 인근 자전거 대여점입니다. 튼튼해 보이는 애마 한 대를 골라잡아 안장의 높이를 조절합니다. 내친김에 1박 2일 트레킹도 신청하니, 오늘은 신나게 깔로의 구석을 누비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중심지를 벗어난 깔로는 더없이 조용합니다. 이따금 우렁찬 바이크 소리만 한없는 정적을 깰 뿐, 지면을 가르는 두 바퀴 마찰음만 요란합니다. 길이 되는 곳은 무작정 가봅니다. 그러다 종종 막힐 때면 자전거 머리를 돌리면 그만이니 갈 길은 다시금 펼쳐집니다. 산간지방이라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지만 그만큼 신나는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힘들어도 힘이 나는 여정입니다.


산골짜기 구멍가게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네요. 가게 앞으로 낮은 테이블이 깔렸고, 앉은뱅이 의자를 차지하고 담배를 태우는 동네 청년들의 수다는 분명 아가씨를 향한 것이겠지요. 게 중 한 사람이 대범하게 다가가 대놓고 작업을 걸어오니 아가씨의 어쩌지도 못하는 수줍음은 인상 깊습니다.



오르막이 계속될수록 기력은 빠르게 쇠합니다. 숨이 턱까지 차고 다리는 후들후들, 목이 타고 뱃가죽은 말라갑니다. 마침 지나는 길에 작은 식당을 만났으니 털썩 한 자리를 차지하고 우선 숨부터 돌립니다. 시원한 청량감이 식도를 타고 넘는 맥주는 찌릿합니다. 이어서 나온 국수는 미얀마의 대표적인 서민음식 ‘모힝가(Mohinga)’인데요, 메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걸쭉한 국물은 그 맛이 흡사 우리네 추어탕과 비슷하여 한국인들의 입맛에 특히 잘 맞습니다.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 여행 내내 모힝가를 달고 다녔습니다. 특유의 조리법에 따라 그 맛이 조금씩 다른데, 감히 이곳 깔로의 모힝가를 최고로 치는 건 어쩌면 더했을 허기 덕이려니 생각합니다.




든든함에 가속이 붙은 페달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갑니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산속 마을 작은 학교에는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불심의 나라 미얀마에서 교회는 분명 낯선 풍경입니다. 호기심에 기웃대니 어디선가 나타난 관리인이 대뜸 문을 열며 “밍글라바(MINGALA BAR)!” 웰컴 인사를 건네 옵니다. 작고 아담한 교회는 관리가 잘 된 덕에 구석구석 반들반들 윤이 납니다. 한쪽으로 낡은 성경책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곳곳에 관리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이곳 예수님의 표정에도 어딘지 인자함이 더해 보이네요.



교회를 나와 또다시 달리는 흙길입니다. 돌부리 장애물을 가벼이 넘나들고 어느덧 당도한 고지에서 눈앞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크게 한숨 들이킨다. 짙푸른 숲 속에 드문드문 마을은 존재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이 정겨운 곳, 모든 것이 적당히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는 이곳에서 내리막에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처럼 살면서 언제고 다시 찾을 그 풍경을 조용히 가슴에 담아봅니다.


‘쿵쿵쿵’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미얀마에 가면 아름다운 산간마을 깔로(Kalaw)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글쓴이 엄용선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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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기]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 깔로(Kalaw)로 떠나다


깔로(kalaw)는 인레(Inle)까지의 트레킹으로 유명한 미얀마 동북부 작은 산간마을입니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인레를 향하는 여정에서 별 뜻 없어 지나치는 깔로의 새벽, 길 위에 남겨진 이는 저 혼자뿐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강한 한기가 엄습합니다. 에어컨이 절실했던 바간(Bagan)에서의 기억은 아득하고, 당장은 뜨끈한 열기구가 시급합니다. 준비 안 된 서늘함에 고통은 배가 되니, 탁탁 부딪히는 이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이곳에 오게 된 건 순전히 한 권의 소설책 때문인데요, 얀 필립 젠드커의 첫 번째 장편소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이 그것입니다. 앞 못 보는 소년 틴윈과 걷지 못하는 소녀 미밍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그 감동적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이곳 깔로입니다.



깔로는 작은 마을입니다. 미리 찾아둔 숙소는 마을의 중심에서 좀 벗어난 곳에 있는데요, 그래 봤자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라지만 작은 산간마을 깔로의 도량형에 그곳은 엄연히 바깥으로 치부됩니다. Kalaw railroad hotel이라는 곳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차역 인근에 있습니다.


칙칙폭폭, 헤호(Heho)까지 기차여행



해가 뜨자 눈을 뜹니다. 밝아진 햇살은 다행히도 온기를 전해오니 오늘은 인근 헤호(Heho)까지 기차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레일로드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숙소를 나서니 바로 기차역이 보입니다. 마을도 작지만, 그보다 더 작은 깔로 기차역은 우리네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오가는 열차는 아직 때가 아닌지라 제법 한산한 역사는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사무실에 들러 티켓을 발권하려니, 저처럼 기차여행을 목적으로 온 외국인 여행객 몇몇이 눈에 띕니다. 11시 30분 출발 예정인 기차는 오후 2시경 헤호를 도착할 예정이니 여정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돌아오는 기차 편이 따로 없는지라 헤호에서는 버스를 타야 한다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그곳을 가서 알아봐도 늦지 않습니다. 



출발 시각이 임박하자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로 어느새 역내도 제법 복잡합니다.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개들은 킁킁댑니다. 그리고 상인들은 어쨌든 밥벌이에 여념 없는 모습이니 역사의 풍경은 깔로 또한 매한가지네요.




헤호까지의 여정은 눈부셨습니다. 기차는 느리게 움직였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은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 평원, 그곳을 덧입은 알록달록 색채들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두둥실…. 2시간 30분이 어찌 지났는지 모를 파노라마의 연속에서 기차는 천천히 헤호 역사로 접어듭니다.




헤호의 시골길을 걷습니다. 작은 황토길, 소는 누워 낮잠을 자고 닭들은 총총총 발걸음이 바쁩니다.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전쟁놀이에 빠져있는데요, 무기라곤 길바닥의 돌멩이가 전분지라 제 몸 보호해줄 방호벽 뒤에 숨어 절호의 찬스를 엿봅니다. 외국인이 좀처럼 출몰하지 않는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나는 서로의 구경꾼이 되어 적나라한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그들의 멀뚱한 표정에 ‘밍글라바’ 약효는 신통하니, 금세 웃는 표정에 사이의 벽을 허뭅니다.



“밥 먹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은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대전과 그 등지에서 약 6년간 일한 적이 있다는 그는, 때문에 제집 앞을 지나는 한국인을 그냥 보내줄 수가 없나 봅니다. 거의 잡아끌리듯 초대된 제가 어쩌지도 못하는 환대 속에 있습니다. 그가 내온 음료수를 멀뚱히 받아 들고, 미처 첫 모금을 넘기지도 못한 채 눈알만 굴려댑니다. 작은 공간, 단출한 살림살이, 벽에 걸린 가족사진은 이 집의 식구를 나타내니 필히 대가족이 분명합니다. 앞치마를 두른 노모가 방긋 웃는 인사를 건네옵니다. 곧이어 청년의 형과 누나들이 등장했습니다.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 오는 그들은 청년보다 앞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미얀마 현지인을 만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졌는지 몰라 조금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물론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다 있어요. 하지만 저는 되도록 좋았던 것만 기억하려고 해요.” 한국사람이라니 무조건 반겨주는 그의 허물없음이 해피 바이러스가 되어 어느새 같이 깔깔대고 있지만, 이면의 죄스러움 또한 불편한 진실로 존재합니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글쓴이 엄용선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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