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진성반도체, 그리고 n형과 p형 반도체의 밴드구조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소수캐리어와 다수캐리어라는 것이 있어서 반도체의 전기전도성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 반도체에 전압을 걸어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기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고요? 지극히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상하기가 어렵지요. 이럴 때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자, 용기 속에 있는 물을 떠올려 볼까요? 양쪽이 모두 막혀 있는 용기 속에 물이 꽉 찬 경우를 먼저 봅시다. 이 용기를 기울여도 물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용기의 양 끝이 막혀 있고 물이 꽉 차 있어서 움직일 수 없지요.


ⓒ백종식


그럼 용기 속에 물이 약간만 차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용기를 기울이니 물이 얕은 쪽으로 흘러가는군요. 네, 그림에서처럼 물의 이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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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꽉 찼던 용기에 물이 일부 빠져나간 경우는 어떨까요? 용기를 기울이니 공기가 높은 쪽으로 흘러가는군요. 그렇습니다. 공기의 이동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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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0K인 경우의 진성반도체는 모든 전자가 가전자대에 꽉 차 있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양쪽이 막힌 용기에 물이 꽉 차 있는 경우와 같으며, 물은 전자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경우에 전압을 걸어 주면 (용기를 기울이는 것과 같습니다) 밴드가 기울어집니다. 높은 쪽이 ‘-‘이고 낮은 쪽이 ‘+’입니다. 이때에는 모든 전자가 가전자대에 꽉 차 있기 때문에, 밴드가 기울어져도 움직일 수 있는 전자는 없습니다. ‘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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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0K보다 높아서 가전자대의 일부 전자들이 열에너지를 받아 전도대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가전자대에 정공(전자의 빈자리)이 동시에 생성되었지요. 전도대의 전자는 위의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 용기 속에 물이 약간만 차 있는 경우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압이 걸리면 ‘+’ 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가전자대에 생성된 정공은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 물이 일부 빠져나간 용기 속의 빈 공간(공기)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전압이 걸리면 ‘–‘ 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전자와 정공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네요, 전류가 흐른다는 뜻입니다.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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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반도체를 먼저 설명한 이유는, 캐리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온도가 0K보다 높을 때, 전도대로 뛰어 올라간 전자와 가전자대에 남겨진 정공의 쌍이 생성되는데, 이들을 캐리어라고 부릅니다. ‘용기 속의 물’ 모델에서는 물과 공기가 캐리어가 되겠지요. 이들 캐리어는 전압을 걸어주면 움직입니다. (전도대의 전자와 가전자대의 정공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제 p형과 n형의 반도체를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최외각전자가 5개라서(5족 원자) 4개의 전자가 공유결합을 이루고, 하나의 전자가 여분으로 남아있는 n형 반도체와, 최외각전자가 3개라서(3족 원자) 4개의 공유결합을 충족하는데 전자가 하나 모자란 상태인 p형 반도체가 있습니다. 온도가 0K일 때는 모든 전자가 핵에 붙들려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전자(또는 정공), 즉 캐리어가 없습니다. 밴드 구조에서 5족 원자(또는 3족 원자)는 에너지갭 내에 도너 레벨(또는 억셉터 레벨)을 전도대(또는 가전자대) 근처에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이온화하고 전도대로 뛰어 올라간 전자나 가전자대에 생성된 정공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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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실온(대략 298K)이면 대부분 불순물원자(도너 또는 억셉터)들이 이온화되면서 여분의 전자를 전도대에 올리거나(n형 반도체), 가전자대에 정공을 형성합니다(p형 반도체). 여분의 전자를 잃은 도너(n형 반도체)는 양이온(음의 전기를 갖는 전자를 잃었으므로 양의 전기를 띠게 되지요)으로, 주변의 실리콘 원자로부터 전자를 받아서 4개의 공유결합을 이루게 된 억셉터(p형 반도체)는 음이온(음의 전기를 갖는 전자를 하나 받았으므로 음의 전기를 띠게 되지요)으로 변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캐리어는 전도대에 있는 전자와 가전자대에 있는 정공이라고 했습니다. 전도대에 전자가 올라가 있는 n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전자이고, 가전자대에 정공이 형성되어 있는 p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정공입니다. 캐리어를 형성하고 뒤에 남은 이온(n형 반도체에서는 양이온, p형 반도체에서는 음이온이지요)들은 공유결합으로 묶여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므로 캐리어가 될 수는 없음에 유의하세요! (나중에 캐리어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 혼동될 수 있습니다)


ⓒ백종식


이와 같은 n형과 p형의 두 반도체를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것을 pn접합(P-N접합, PN접합)이라고 부르며, 여기서부터 반도체의 수많은 기능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이 pn접합은 반도체 디바이스를 이해하는 기본이므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소 복잡한 내용이므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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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다이오드


드디어 1900년대가 시작되면서, 1904년에 존 플레밍(John Ambrose Fleming, 1849-1945)에 의해 최초의 다이오드(전극 두 개 곧 원통과 필라멘트를 갖고 있으므로 이극진공관(二極眞空管), 즉 다이오드(diode)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가 개발되었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에서 보면, 이극진공관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리가 3개인 이유는 음극을 가열해 열전자(熱電子)가 방출되도록 히터를 부착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무선통신 신호를 검출(檢出)하기 위한 정류기의 부품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전자공학의 불씨를 붙였습니다.


▲ (좌) 라디오 수신장치 역할을 한 플레밍 밸브, (우) 최초의 삼극진공관 오디온

사진 출처 : Gregory F. Maxwell at Wikipedia.org


그로부터 2년 후, 미국인 발명가 리 드 포레스트(Lee de Forest, 1873-1961)는 필라멘트와 플레이트, 그리고 그리드로 구성되어 삼극진공관(三極眞空管)이라 불리는 증폭기(위에서 오른쪽 사진)를 발명함으로써 인류가 처음으로 기계적인 조작 없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자공학시대의 시작과 혁명


삼극진공관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전자공학시대가 열립니다. 진공관이 무선 전신기에 설치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 기술의 상용화가 열리게 되었고, 때마침 개발되기 시작한 무선통신, 무선방송의 발전을 불러일으켜 라디오 및 텔레비전 전성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포레스트는 최초로 유성영화(그전에는 무성영화가 상영되었으며 인기 변사가 구수한 억양으로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를 대신했었지요)를 탄생시키고, 그 공으로 오스카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1946년에는 드디어 진공관 18,000여 개가 사용된 최초의 전자적 컴퓨터 에니악(ENIAC)이 발명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야포나 미사일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방부의 지원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는데, 전쟁이 종료되고 나서 완성되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 컴퓨터는 길이가 30미터, 무게가 30톤, 소비전력이 140kW에 달했습니다. 에니악의 전원 스위치가 올라가자 펜실베이니아의 가로등들이 깜박이면서 갑자기 희미해 졌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앞서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18,000여 개의 진공관이 빨갛게 켜지며 작동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여기에서 발생하는 열의 양은 엄청났습니다. 오늘날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작은 팬으로 냉각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냉각장치까지 동원되어야 했으니 그 크기가 웬만한 빌딩보다 컸다고 합니다. 또한, 진공관의 수명이 짧아서 툭하면 기계가 고장 나기 일쑤라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진공관 교체를 위해 대기해야 했으며, 실제로 에니악을 사용하는 시간보다 수리하는 시간이 4배나 더 길었다고 합니다.


▲ (좌)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 (우) 에니악 진공관


1947년 12월, 미국 벨 연구소에서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에 의해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고체 상태의 트랜지스터(벨 연구소의 월터 브래튼, 존 바딘 등 3명의 과학자가 1947년 12월 게르마늄 평판에 금 박편을 접촉한 접점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탄생했습니다. 1948년 1월 윌리엄 쇼클리에 의해 접촉 트랜지스터(일명, 샌드위치 트랜지스터)를 고안해 내었습니다. 한 연구팀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셈이며, 1956년 위의 세 사람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가 아래 사진의 형태로 처음 발명되어 진공관 시대에 안녕을 고하며 반도체 시대를 화려하게 열면서, 드디어 전자공학의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 1947년 뉴욕 벨연구소에서 개발된 최초의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는 증폭작용과 스위칭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로써 ‘변화하는 저항을 통한 신호 변환기’라는 신조어입니다.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후 전자기기의 크기 및 소비전력이 대폭 줄어들고 가격도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수 개의 트랜지스터가 하나의 기판에 모여 있는 집적회로의 개념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전자기기의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및 다기능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작고 값싼 라디오, 계산기, 컴퓨터 등의 개발이 활발해졌습니다.


오늘날의 반도체 집적회로(IC)는 수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손톱만 한 칩에 형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반도체 집적회로(IC)의 개념은 1952년 영국의 듀머에 의해 제안되었고,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사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습니다. 이제 초고집적의 반도체는 원자 수십 개 정도의 크기로 선폭을 형성하는 경이할 수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전자공학과 반도체의 발달 과정을 간략히 보여줍니다. 먼저, 진공관이 발견되어 무선통신 및 무선방송의 전성시대를 이루면서 전자공학의 시대를 열었고, 고체 트랜지스터가 발견되어 작고 가벼우며 값싼 전자기기들을 제조할 수 있게 되어 전자공학의 혁명을 이루었으며, 많은 트랜지스터를 작은 칩 위에 올려놓은 집적회로가 발명되어, 현재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손톱만 한 칩에 들어가 있는 초고집적 회로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 논리 회로 소자의 발달 과정


지금까지 전자공학과 반도체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역사는 따분하고 졸리고 어렵지요. 이제는 반도체에 대한 깊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도대체 반도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재미있게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다음 호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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