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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962

[에피소드] 산에 오르다 2월이 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도 한결 줄어든 것 같다. 마스크는 벗을 수 없었지만 주말을 그냥 집에서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날씨다. 약간은 쌀쌀한 듯하지만 공기의 촉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뭐를 할까 고민했다. 겨우내 방콕으로 주말을 꽁꽁 싸맸던 나를 좀 풀어주고 싶었다. 신발을 신고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행선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발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이끌려 갔다. 겨우내내 맛보지 못했던 햇살 한 줌 한 줌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쏟아지는 햇살을 좀 더 많이 담아 보고자 장갑까지 벗어 보았다. 뚜벅뚜벅 걷다 보니 마을 뒷산 입구에 다다랐다. 이곳은 한때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로 사랑방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널따란 배드민턴 경기장에는 .. 2022. 2. 28.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오십 불로 물길이 잇다 신발을 찾았다. 구석에 던져 놓았던 운동화에는 묵은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벽에 대고 탁탁 터니 달걀 속껍질 같던 머릿속이 좀 개운해졌다. 지갑부터 챙겼다. 화원에 가려고 나서면 불현듯 잊고 있던 일이 떠오르곤 한다. 돈에 관한 실랑이라기보다는 맑은 물길을 따라 봄날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지폐 한 장과 그 결에 출렁이는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길을 나선 팔월의 시드니는 겨울 막바지이며 봄의 초입이다. 꺾여 있던 마른 꽃대들이 스러져가고 마당은 남편 정수리처럼 빈자리가 숭숭 보인다. 장작불을 피어 놓고 집안에서만 두어 달 서로 치대다 보니 좀이 쑤시기도 했다. 화원에 좀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며 따라나선다. 이왕 나선 김에 블루마운틴 자락으로 멀리 나가보자 욕심을 낸.. 2022. 2. 16.
[포토에세이] 퍼플의 유혹에 퐁당! [포토에세이] 퍼플의 유혹에 퐁당! 청색도 아닌, 그렇다고 적색도 아닌, 그 중간의 미묘한 색이 자색이자 퍼플이지요.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퍼플섬’은 세 개의 섬(안좌도, 박지도, 반월도)을 ‘퍼플교’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섬과 바다를 감상하며 퍼플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곳이랍니다. 퍼플섬 방문하는 길에 접하는 천사대교와 동백파마머리 벽화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해줍니다. 촬영지 / 전남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 촬영일 / 2022년 2월 글과 사진 / K4 품질보증부문 오현철 수석 2022. 2. 15.
[에피소드] 열풍기 몇 해 전, 겨울의 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막냇동생은 TV 홈쇼핑을 통해 열풍기를 구매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열풍기 인기가 사그라들자 동생의 창고 방에 쓸쓸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게 안타까워 동생을 졸라 두 개를 가지고 왔다. 딱히 필요하겠나 싶었지만 혹시라도 쓰임새가 있을 듯싶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었다. 까만 봉투 안에 담겨 한여름과 시원한 가을을 보내는 바람에 한동안 열풍기 생각을 까맣게 잊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밤, 창틀을 막아도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에 몸도 마음도 추워 눈만 내놓고 자야 하는 순간이 오자, 잊고 있었던 열풍기가 떠올랐다. 히터나 난로와 비교하면 너무 작아 힘이나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까만색 열풍기를 콘센트에 꽂았.. 2022. 1. 25.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잉어 두 마리 몇 년 전, 시드니 남서쪽에 있는 피크닉 포인트를 지나는 길이었다. 안성 연리지와 닮은 저수지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웠다. 수면 위로 노랑 꽃잎이 달린 수초가 잡힐 듯 널리 퍼져 있었는데 여간 평화로워 보이는 게 아니었다. 멈춘 발길이 내처 물가까지 내려가 잠시 그 평화 옆에 서 있자니 문득 한 줌을 뽑아 집으로 가져가선 이 기쁨을 길게 누려보고 싶어졌다. 마침 주변에 지나가는 이도 없고 한두 뿌리 가져간대서 풍경이 망가질 것 같지도 않았다. 긴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두어 뿌리를 끌어당겨 움켜쥐었다. 그리고 물기가 마르지 않도록 종이로 감아 싸고 비닐봉지에 담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뒤편에 있는 소담지 위에 띄웠다. 소담지는 내가 지어준 못 이름이다. 못 위에 뜬 수초를 즐기는 한편 오리들의 등쌀.. 2022. 1. 12.
[에피소드] 귐딩이 외손자가 지난달에 돌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한정식당에서 가족끼리만 조촐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여러 벌의 색동옷을 입히고 벗기느라 손자를 괴롭혔는지 많이도 칭얼거린다. 드디어 돌잡이 행사. 어미는 청진기를 유도하고 손자는 판사 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졌는지 참았던 울음보를 터트렸다. 한정된 시간이라 손자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모두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보름이 흘러간 지난 토요일이 할머니의 생신이라 제대로 된 손자의 묘기를 접하게 되었다. 매일 보내주는 동영상을 보니, 거실에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직사각형의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서 돌아다니고 장난감 놀이를 하거나 울타리를 오르고 내리는 게 일과였다. 현관을 들어서면서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어미.. 2021.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