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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중드중어 9호] 북풍나개취 : 아무리 생각해도 월량만에선 네가 유일한 내 가족이야, 따팡!

by 미스터 반 2015. 9. 29.

사진출처 : http://goo.gl/1MgVRD


‘문화대혁명’, 우리가 역사책에서만 접해본 단어이고, 별다르게 와 닿지는 않는 단어. 이 단어를 포털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주도된 사회주의에서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대중운동이었으며 그 힘을 빌려 중국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위한 권력투쟁이었다. (출처 : http://goo.gl/4a9WqX)


하지만 역시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출처에 대한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정보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 되실 때 읽어보시면 되겠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에서 빠질 수 없는 ‘홍위병’이라는 광기 어린 집단도 있었는데, 우리네 근대사에서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고 시대의 아픔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도 그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노파심에 말해두지만, 필자가 쓰는 글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겠다) 이 드라마가 해방 후 어지러운 상황의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홍위병이나 문화대혁명 등이 이 드라마의 키워드이기 때문에 잠시 언급해보았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도 红兵(hóngbīng, 홍위병(红卫兵, hóngwèibīng)에서 ‘위’만 빠진 것으로 보인다)이다.


사진출처 : http://goo.gl/8bJ9fS


지금까지 소개했던 드라마들이 그냥 ‘커피’였다면, 이 드라마는 ‘쌍화차’라고 할 수 있겠다. 달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 (젊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는 않는) 제목부터가 굉장히 강하고 투박하다. 《北风那个吹(běifēng nàgè chuī)》. 직역하면, ‘세차게 불어오는 북풍’, 또는 ‘매서운 북쪽 바람’ 정도 될 것 같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엔 아주 좋은 드라마이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여명의 눈동자》라는 명작 드라마가 있었다. 국적과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격동기를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算来算去, 在月亮湾这些年你是我唯一的亲人。大庞!

Suànlái suànqù, zài Yuèliàngwān zhèxiēnián nǐ shì wǒ wéiyīde qīnrén。dàpáng!


‘친구’는 가족과는 달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의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이 우정을 더 깊게 만든다는 점에서, 친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가져다주는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생사고락을 겪게 되면 우정은 더욱 쌓여간다. 그래서인지 ‘전우’라는 것은 우정 중에서도 가장 끈끈하고 두텁다고 흔히들 말한다. 필자도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늠름하게 휴전선을 지키던 믿지 못할 과거가 있었고, 그 당시 어려움을 함께한 친구와는 아직도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나이와 관심사, 가치관도 다르다. 게다가 생활권도 달라, 1년에 두세 번 만나고는 있지만 험난했던 2년 2개월의 시간은 우리를 단단히 묶어 놓았고, 이 우정은 아마도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중국의 근현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시기 중국의 지식인 청년들은 마오쩌둥의 지시로 빈하중농(도시의 지식청년들을 변방의 농촌으로 보내 재교육하는 제도이며, 이후 권력자와 줄이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농촌에 머물거나 도시로 돌아오더라도 제도권 밖의 생활을 하게 됨, 결국 교육이라는 핑계로 지식인들을 박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임)을 겪게 된다. 우리는 이 드라마에서 그들의 치열한 삶과 사랑, 우정을 만난다. 이번 글에서 ‘사랑’이 아닌 ‘우정’을 조명한 이유는, 삶의 달콤함보다 그 무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결코, 필자가 현재 恋爱ing가 아니기 때문은 아니다! 절대!)



아무튼, 뜨거운 우정을 보여주는 홍삥의 대사에서, 우리는 친구라는 무게와 함께 ‘算来算去’라는 멋진 표현을 알게 된다.


算来算去 suànlái suànqù

사전적인 의미는 ‘반복적으로 계산하다. 이리저리 계산하다. 이리저리 궁리하다. 앞뒤로 따져 보다.’ 이다. 算은 ‘계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이고, ~来~去(~lái~qù)를 사용하여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다’라는 어떤 행위의 반복을 나타내는 표현을 완성하였다. 우리는 ~来~去를 응용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겠다. (포털 사전 참고)


。 Zhǎoláizhǎoqù。이리저리 찾다.

。 Shuōláishuōqù。이리저리 (반복해서) 말하다.

。 Diānláidǎoqù。같은 것을 여러 번 되풀이하다.

。 Fānláifùqù。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하다. (잠을 자면서 몸을) 엎치락뒤치락하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중국 인민보위부에서 주인공 홍삥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친구와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난 따팡. 그 둘의 우정이 과연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갈지 잘 지켜보기 바란다. 이번 드라마는 조금 건조하였지만 더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로맨스 드라마보다 휴먼 다큐멘터리 드라마에서 더 깊은 여운을 얻는 법이다. (때로는 내쇼널 지오그래피에서도 감동을 하듯이 말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가을에, 진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 한편과 쌍화차 한잔을 함께해보자.


출처 : https://youtu.be/XMCCEHoW2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