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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와인 마개? 와인 코르크?

by 앰코인스토리 - 2015. 6. 24.


▲ 와인 마개들

사진 출처 : http://goo.gl/346j7Z


좋은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더욱 고급스럽게 변해간다. 이는 와인에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IN) 성분이 병 속에서 숙성되면서 더 부드러워지고 우아한 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와인을 잘 숙성 시키기 위해서는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바로 와인 마개가 담당한다. 와인 마개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코르크, 플라스틱 재질의 인조 코르크 마개, 그리고 스크류 캡이 바로 그것이다.


코르크 마개


코르크 마개는 와인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소믈리에 나이프를 이용해 능숙한 솜씨로 코르크를 뽑아 올리고 상태를 확인한 후, 잔에 소량의 와인을 따라 와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코르크는 굴참나무 껍질을 통째로 떼어내고 펀칭해서 코르크 모양으로 만들어 쓴다고 하는데, 수령이 25년 이상은 되어야 껍질이 충분히 두꺼워진다고 한다.

코르크는 압축성이 강하다는 성질이 있다. 공기와의 접촉을 잘 차단하고 물의 흡수도 거의 없어서 와인 마개로 사용하는 데 제격이다. 코르크 마개의 발견으로 와인의 장기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고급 와인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는데, 코르크 부패에서 오는 불량이 제법 많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코르크가 염소나 곰팡이와 접촉하면 트리클로로아니솔(TCA)이라는 일종의 박테리아가 생긴다. 그 박테리아가 불쾌한 곰팡냄새를 만들어 내고 심하면 와인까지 오염시킨다고 한다. 이것을 와인에 “부쇼네가 일어났다.”, 또는 “콜키(Corky)되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했을 때 소믈리에가 코르크를 오픈 후 코르크를 보여주고 와인을 소량 따라서 주는 이유는 바로 부쇼네가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미다.

이때 와인과 접촉하는 코르크 아랫부분에 곰팡이가 보이거나 코르크가 썩어있거나 아니면 와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와인을 바꿔달라고 할 수 있다. 또는 마트에서 사온 와인이 부쇼네라고 판단되면 그대로 마트에 가지고 가서 환불을 요청해도 된다. 코르크에 의한 오염 비율이 약 5% 정도나 되어 다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코르크 마개와 스크류 캡이다.


플라스틱 마개와 스크류 캡 마개


플라스틱 마개는 주로 저렴한 화이트나 장기 숙성용이 아닌 레드와인(주로 저가와인)에 사용되며,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제조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요즘 칠레와 미국의 저가 와인에도 자주 보이고, 호주 뉴질랜드 와인에는 고급 와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는 와인 마개가 바로 스크류 캡이다. 우리나라 소주에 100% 사용되는 그런 캡을 와인에 사용하고 있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와인오프너가 없어도 와인을 딸 수 있고, 와인이 상할 위험도 없고, 재보관도 쉬워서 스크류 캡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에 반하여 장기 숙성용 와인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와인도 적당히 숨을 쉬어야 하는데 아예 공기의 유입이 차단되어 버리면 오히려 다른 불쾌한 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마개를 써야 할까


아직 대부분의 와인 마개는 코르크를 이용한다. 오랜 시간 여러 와인을 접하다 보면 코르크만 봐도 그 와인의 질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코르크 찌꺼기를 압착해서 만든 마개를 사용한 와인이라면 저가 와인이라고 봐야 하고, 또 코르크의 길이가 특히 짧다면 그것도 저가 와인이다. 고가 와인의 코르크를 따보면 코르크 표면에 윤기가 흐르고 단단하며, 그 길이 또한 긴 것이 특징이다. 필자도 한때는 와인의 코르크를 모아두기도 했는데 코르크에는 그 와인의 로고와 빈티지 등이 찍혀있어서 소장가치도 있고 진열장에 놓아두고 가끔 보면 그 와인이 떠오르기도 해서 좋다.


코르크냐 트위스트 캡이냐를 놓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필자는 코르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소믈리에 나이프로 호일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코르크의 상태를 확인하고, 스크류를 정확하게 밀어 넣어 뽑아 올려 코르크를 오픈하고, 코르크의 향을 맡고, 온몸으로 와인을 지키고 있었던 코르크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는 그런 재미가 없다면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이 5% 이상 부족할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래 사진들처럼 코르크 상태를 보고 기록에 남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 5대 샤토와인 마개들, 올빈 화인의 코르크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묻어있다. 2005년 빈티지의 와인 코르크는 마치 새것처럼 보인다, 라피트 로췰드(2005), 라뚜르(1990), 오브리옹(2005), 마고(1986), 무통(1986)


▲ 미국 컬트와인 와인 마개들, 보관 상태가 좋아서 모두 윤기가 흐르고 길쭉하다. 스택스 립 Cask 23은 2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와인을 온몸으로 막아서 지켜냈는지 많이 손상되어 있었지만 와인 상태는 너무 훌륭했었다, 헌드레드 에이커(2005), 피터 미첼(2002), 브라이언트 패밀리(1997), 할란(1994), Cask 23(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