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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영화 속 음악] 사이클 경주의 스피드와 박진감의 열기 속으로, 아메리칸 플라이어

by 앰코인스토리 - 2015. 4. 21.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의 세계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쇼 비즈니스 측면에서 위험한 소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것도 그렇듯, 국내만 하더라도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장호 감독의 《외인구단》(1986), 그리고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웰 메이드 무비(Well-made Movie)로 멋들어지게 승화시킨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가 소재는 참신하나 내러티브 및 설득력의 부족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실패를 기록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할리우드를 보더라도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과 주연을 겸했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일차원적인 옹호만을 표현한 골수 보수주의의 고전 《록키》(1976), 찰리 쉰, 탐 베린저, 웨슬리 스나입스 등 1980~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결집으로 화제가 되었던 《메이저 리그》(1989), 그리고 샌드라 블록의 재발견으로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풋볼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2009)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야구, 풋볼, 그리고 권투를 다룬 영화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눈에 크게 띌만한 성공을 거둔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아메리칸 플라이어》포스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존 바담 감독이 연출하고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가 주연한 《아메리칸 플라이어》(American Flyers, 1985)입니다. 이 작품 또한 소재의 측면에서 사이클 경주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수려한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절묘하게 연출한 웰 메이드 무비 중 한편이었으나, 흥행과 비평에서는 그다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스포츠 영화의 이중적인 결과의 단적인 예를 잘 보여준 셈입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1977)로 존 트라볼타라는 새로운 젊음의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를 디스코의 광풍의 열기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었던 존 바담 감독. 그의 진두지휘 아래, 당시 영화 《실버라도》(1985)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케빈 코스트너와 당시 떠오르던 신성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를 기용하는 등 의욕적으로 웰 메이드 스포츠 무비를 표방했지만, 아무리 잘 만든 스포츠 영화라도 홍보와 마케팅에서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았을 때 시장에서 얼마나 참혹한 대가를 받게 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실례로 남게 되었지요.



그러나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작품일지언정,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포진된, 그냥 쉽게 지나치기에는 매우 아까운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이후에도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한 《위험한 게임》(1983), 인공지능 로봇의 코믹 버전인 《죠니 5 파괴작전》(1986), 그리고 형사들의 잠복근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유머와 액션화법으로 절묘하게 버무린 《스테이크 아웃》(1987)으로 박스 오피스를 석권한 존 바담 감독답게,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에서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여느 스포츠 영화들과 명확한 구분을 짓는 잣대였습니다.


영화 전반에 포진하고 있는 영원한 캡틴 핑거인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나워(Lee Ritenour)와 재즈 키보디스트 그레그 매디슨(Greg Mathieson)의 협연 아래 이루어진 오리지널 스코어들과 영화 구석구석 삽입된 록 넘버들은, 영화 속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의 배경인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의 광활한 풍경과 더불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주요 소스들일 것입니다. 영화 오프닝에 삽입되어 필자 중딩시절에 워크맨을 통해 등교 시간을 종종 즐겁게 해주곤 했던 Danny Hutton의 흥겨운 록 넘버 ‘Brand New Day’, 영화 중간 극 중 케빈 코스트너와 데이비드 마셜 그랜트와의 레이스 연습 때, 그리고 영화의 파이널을 장식하며, 영화의 주제가격으로 사용되었던 Glenn Shorrock의 ‘American Flyers’, 그리고 에디라는 개와의 코믹한 경주시 흘러나왔던 서던 록의 상징적인 밴드 ZZ Top의 ‘Dirty Dog’까지, 이 영화의 삽입곡 대부분이 흥겨운 록 넘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영상 : Cycling Inspiration - American Flyers: Hell of the west (4:17)

영상출처 : https://youtu.be/1lNuPbhHFzk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 속 음악의 백미는 ‘Hell of the West(지옥의 서부)’ 대회 레이스 시 삽입된 리 리트나워와 그레그 매디슨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입니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신디사이저와 세련된 기타 연주 위에 꽉 찬 브라스 연주가 가세한 ‘Cycling Inspiration’으로 불리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지옥의 서부 경기의 스피드와 박진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이지요. 영화 속 사이클 경기 중 선수들의 숨 가뿐 호흡과 영상, 그리고 음악의 절묘한 조화는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명확인 정의를 내려주는 선례일 것입니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봄날, 자전거 타기에는 적기인 계절입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사이클 경기에 대한 관심은 미약한 우리 한국에서 어떻게 보면 30년 전 사이클 영화를 들먹이고 있는 필자에게 혹자는 “사이클 영화요? 과연 재미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앞서 언급한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스피드의 측면에서 이 영화 《아메리칸 플라이어》만큼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조화와 같은 흔치 않은 풍경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 영화 속 사이클 경주의 스피드와 박진감의 열기 속으로 동참하시길.


동영상 : American Flyers By Glenn Shorrock (4:01)

영상출처 : https://youtu.be/wi-bAMQMLmk


동영상 : American Flyers - Dirty Dog

영상출처 : https://youtu.be/p8uP-dxllKQ



아메리칸 플라이어 (0000)

American Flyers 
7.3
감독
존 바담
출연
케빈 코스트너, 제시카 넬슨, 캐서린 크리스, 존 가버, 잔 스펙
정보
드라마 | 미국 | 113 분 | 0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