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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선배의 고민

by 앰코인스토리 - 2015. 1. 20.



옆집 선배와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자, 선배는 뜬금없이 머리카락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그간 보지 못한 몇 달 사이 선배의 앞머리는 꽤 많이 빠져 있었다. 큰 키에 하얀 피부, 잘생긴 외모, 그리고 달변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선배였지만, 많지 않은 머리숱은 그 모든 장점을 한꺼번에 덮게 하는 선배의 제일 큰 단점이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배의 한때 꿈은 연기자였다. 카메라 테스트도 받고, 몇 편의 광고 CF도 찍었다며 영상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쑥쑥 빠지는 머리털 때문 에 그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게 그렇게 큰 흉일까?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생각해 보았다. 내가 선배의 상황을 겪어 보지 않았으니, 그 선배의 맘을 헤아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선배는 요즘 샴푸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탈모의 원인, 치료 방법이 담긴 논문까지 일일이 다 찾고 있으며, 머리카락을 굵게 만드는 약재들도 하나하나 공부 중이라고 말이다. 선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니, 조만간 선배가 큰일을 해낼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다만 머리카락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듣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제대로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항상 머리를 감자마자 바쁘게 집을 나서다 보니, 머리카락에는 제대로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선배 머리카락의 사투를 교훈 삼아, 머리숱이 많을 때 머리카락에 좋다는 크림도 발라주고, 머리카락에 좋은 음식도 골라서 먹고, 두피 건강을 위한 운동도 꾸준히 해서, 머리카락이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고맙다! 많은 머리카락들아!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