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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나의 전국노래자랑 출연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28.

딴~딴딴~딴 딴~딴 따라라라라라라~

딴~딴딴~딴 딴~딴 따라라라라라라~


어김없이 들려 오는 송해 선생님의 목소리, 이름하여 “전국노래자랑”! 대한민국 방송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출연을 위해 내가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어머님은 일요일이면 유일한 즐거움이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시는 것이다. 어느 일요일 날 처가에 방문했는데,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고 계시면서 얼마나 즐거워하시던지!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인, 장모님 사시는 이 영광에서 전국노래자랑을 하게 되면 꼭 출연하겠노라고….


사실 전국노래자랑 방송 출연이 쉬우랴. 공무원 시험 경쟁률보다 더 어려운 것이 전국노래자랑 본선 진출이라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몇 달 후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고 있는데 다음 주 녹화가 전라남도 영광군 편이라는 자막이 또렷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최 서방! 다음 주에 영광에서 전국노래자랑 예심 본다고 하니 참가신청서 제출해야지?” 장인어른이셨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만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내 머릿속은 온통 전국노래자랑 예선 통과로 가득 찼다. 다음 날, 전국노래자랑 예선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예선 통과를 위한 무대 의상, 율동, 노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예선 심사일이 다가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동행을 해주신다고 하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선 접수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우리는 예선 심사 장소인 영광 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막 도착하자마자 “와!”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예선이 시작되었다. 먼저, 전국노래자랑 담당 PD님의 인사 말씀과 함께 앞으로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세하게 잘 설명해주셨다. 예선은 1차, 2차로 진행되었고, 수많은 참가 팀 중 1차 예선에서는 35팀을 합격시키고, 35팀이 다시 2차 예선 경합을 벌였다. 이렇게 해야 최종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15팀이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아이고, 1차도 통과하기 힘든데 2차 예선도 있다니! 정말 갈 길이 구만리였다. 이렇게 해서 예선은 시작되고 참가 팀은 모두 자기만의 개성과 끼를 보이며 노래와 춤 등의 장기를 모두 발산했다. 정말 뜨겁고 치열한 경쟁이었다. 1차 심사를 모두 마치고, 나도 35팀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후 2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2차 예선은 확실히 1차 예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다른 모습이었다. 모두가 가수고 모두가 탤런트인 것처럼 보였으니. 이렇게 해서 2차 예선도 모두 끝이 나고, 과연 나도 최종 15팀 안에 들 수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최종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담당 PD님과 작가님이 최종 본선에 참가할 15팀을 호명해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최환욱!”


어라? 내 이름이 아닌가! “야호!” 순간 나도 모르게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나보다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이렇게 해서 본선에 오르는 영광을, 그것도 영광군에서 누리게 되었다.


녹화 당일, 장모님은 잔치음식을 한가득 준비하시고,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장인어른, 처형, 처제, 조카, 이모, 이모부님,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전국노래자랑 녹화 구경을 오셨다. 우리는 마치 가수가 된 것처럼 전국노래자랑 악단 반주에 맞춰 리허설도 진행하고, 초대가수도 가까이에서 보고, 무엇보다 말 그대로 전국노래자랑의 자랑인 송해 선생님도 가까이에서 뵙고 내 생에 정말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녹화를 무사히 마친 후, 일주일 뒤에 전국 아니 전 세계로 내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오게 되었다.



방송이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회사로 한 통의 팩스가 왔다. 누군가가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방송을 보시고, 회사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회사로 나를 찾는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신 것이었다. 아! 방송의 힘이 이렇게 놀라운 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약 24년 만에 은사님과 재회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누군가 꼭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당히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전국노래자랑 출연은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것~! 아무튼 다른 분들도 출연해서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드셨으면 좋겠다.



P.S.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영광군 편(1720회)을 참고하세요!


※ 동영상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영광군 편 : 최환욱)


글 / K4 제조1부문 제조3팀 최환욱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