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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세계 속 과학, 과학 속 세계] 과학과 문화예술을 버무리다, 스페인의 과학


과학과 문화예술을 버무리다
스페인의 과학

여러분은 ‘스페인’ 하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나요?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투우사와 붉은 깃발, 해적선 바이킹, 원색의 주름치마를 입고 추는 격렬한 춤 플라멩코 등, 스페인이 가진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은 매우 풍성합니다. 이에 비해 스페인의 과학은 사실, 그리 크게 알려진 바가 없는데요, 이번에는 스페인이 가진 과학기술의 특징과 강점들을 살펴보면서 문화예술의 나라 스페인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walmart.com


우리가 알다시피 스페인은 앞선 항해기술로 중남 아메리카 지역을 모조리 선점하고, 이 지역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과 은을 받아들이면서 유럽 최대의 부를 누렸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주름잡았던 스페인은 당시 최고의 과학기술인 항해술을 통해 엄청난 부를 일구어냈지만, 17세기 이후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전쟁, 왕실과 귀족의 자본 독점 등 여러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과학기술을 중시하지 않은 사회 풍조와 이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가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당시 강력한 부와 권력을 지닌 스페인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번영에 관심을 집중했더라면 지금까지의 스페인의 역사와 위상은 사뭇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사진출처 : http://thehistoryjunkie.com


스페인은 80년대나 들어서 유럽연합의 여러 과학기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나름대로 과학기술체제를 구축 및 정비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국가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지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동안 스페인의 과학기술정책이 국가의 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워낙 문화와 예술이 크게 발달하고 풍요롭기 때문에 그들의 과학도 이러한 측면에서 다소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에 예술과 문화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고 할까요. 바르셀로나에서 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는 과거와 미래가 함께하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신시가지의 복합문화공간, ‘예술과 과학의 도시(CAC, 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가 그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lasprovincias.es


‘예술과 과학의 도시’는 약 40만㎢ 정도의 대규모 공간으로 과학관을 비롯해 아이맥스관, 아쿠아리움, 오페라하우스, 야외정원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발렌시아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변화시키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거대한 인공연못이 있고 그 안으로 하늘이 투명하게 반영된 풍경과 고래 뼈를 모티브로 삼은 과학관, 거인의 눈 모양인 건물 등 신비로우면서도 이색적인 모습이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명제를 잘 표현한 듯합니다.

스페인독감(Spanish influenza)의 영향으로 스페인은 전염병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자연과학 및 의학 분야에 꾸준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스페인독감이라고 하면 1918년부터 시작해서 2년 동안 약 4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으로 인류 역사상 단기간 내에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입니다. 스페인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2명으로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과 ‘세베로 오초아’, 모두 노벨생리의학상 분야입니다.
 

사진출처 : https://en.wikipedia.org


얼마 전 스페인의 과학자들은 재미있는 연구를 시도했습니다. DNA를 음악으로 번역해본 것입니다. 예술의 나라 스페인의 과학자들답지요? 마드리드에 있는 라몬 이 카얄 병원의 연구진은 어린이를 춤추게 하고 어른을 눈물 흘리게 만드는 음악의 신비가 어디서 온 것일까 연구하다 인간을 구성하는 유전자 물질에서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생명의 청사진’ 오디오화(化) 작업, 과연 어떤 음악이 나왔을까요?

인간 DNA의 복잡한 이중나선구조를 풀어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피아노 건반처럼 나열해 음을 붙여 연주하면 어떤 음악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게노마 뮤직(Genoma Music)’이라고 이름 붙여져 10곡이 담겨 CD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곡들은 다소 뉴에이지(New Age)적인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요, 특이한 것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귀머거리가 되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곡이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됐다고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사진출처 : http://scientiabilly.blogspot.com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겸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천체들이 돌아가며 고음을 방출해 이것들이 하모니를 이루며 ‘천체의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인간이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안에 있는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고 하네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 스페인. 과학까지도 예술적 안목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과는 또 다른 새로운 창조적 측면의 과학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글쓴이 한지숙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