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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혼자 있어도 함께 있어도 단단하게! 집단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개인이 되려면?


혼자 있어도 함께 있어도 단단하게
집단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개인이 되려면


아침이면 신문마다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고, 분초가 멀다 하고 인터넷에 속보가 올라오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자잘한 변화를 모아 트렌드를 캐치하고, 트렌드 속에서 거대한 문화의 동향을 읽어내기에는 여전히 책만 한 미디어가 없습니다. 출판계의 흐름은 꽤 느린 듯하지만, 각각의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들을 모아 보면 신기하게도 일련의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거든요.


최근 출판되는 서적들의 외연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가벼운 책을 선호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똑같은 문제를 대하더라도 조금 더 가벼운 태도로 다루려는, 무거워서 외면받지 않게 하려는 출판사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제목에서부터 두께에 이르기까지 가벼워진 책들이 매대에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세상에는 못 만든 책은 있어도 형편없는 책은 없다고 하지요.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당신이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 준다.”고 했어요. 어떤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최근 출판 트렌드를 살펴보면 사회 속의 개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중입니다. 전체주의의 시대, 집단의 시대, 사회의 시대가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에 입각한 개인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에 소개해 드렸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부터 열심히 집단에 맞추기보다 나를 더 우선하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삶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들이지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대답할 수 있으려면 아마도 내가 ‘나’로 서야겠지요. 확실히 요즘의 출판 키워드는 ‘나’입니다. 그러니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고 선언하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던가 「평온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익히는 거겠지요.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가 바라듯 ‘가능한 한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그런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는 소원은 그리 커다란 욕심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중간쯤 가기는커녕 듣보잡 엄친아와 사사건건 비교당하기 일쑤이고, 나의 취미 생활보다 우리 회사의 회식이 더 먼저인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생활’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인맥이 없으면 공부도, 취직도, 사업도 어렵다는 사회 속에 한 발을 딛고 있는 우리가 ‘개인’을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개인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도 나와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한다면, 그리하여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개인과 연대할 수 있다면 건강한 사회 속에서 행복한 개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행복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사회 속에서 꿋꿋하게 나를 지키는 ‘개인’이 되기 위해, 그럼에도 개인과 개인이 왜 연대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들을 골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개인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요즘 뜨는 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무려 2015년에 출판된 책이라는 사실이지요. 그럼 그때부터 이 책이 주목받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올해 들어 ‘나’에 대해 성찰하는 책이 많아지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했어요.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이민을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이 치열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고 봐야겠지요. 남들 다 가는 대학을 가야 하고, 남들 다 일하는 기업에 취직해야 하고, 남들이 사는 만큼은 살아야 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를 계속해서 고민한다는 건, 그만큼 사회 속에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릅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타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합리적 개인주의자를 표방하는, 혹은 꿈꾸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인생의 품격을 지키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나답게 살기’이며, 첫 장의 제목은 ‘마음 가는 대로 살자’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자신의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자신에게 걸맞은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사상에 맞서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신념과 관용, 욕망과 품격 같은 요소들을 나름대로 해석합니다. 출판된 지는 조금 오래되었으나 저자가 정치인에서 전업 지식 소매상으로 변신한 다음에 펴낸 첫 책이자, 처음으로 자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책이어서 재미가 쏠쏠합니다.

 

 

 

철학자들에게 배우는 나 자신을 찾는 법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푸른숲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고민입니다. 그런데 내가 먹고사는 문제만 알아서 해결하면 될 줄 알았더니, 내 문제를 감싼 모든 사회 현실이 암울할 때가 있습니다. 가습기 소독제 문제, 유독성 생리대 문제도 그렇고, 만연한 안전불감증, 달걀 하나 사 먹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요. 혐오가 가득한 세상, 갑질이 만연한 세상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다 보면 살아가는 일이 두렵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대에 혼란을 넘어 살아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세간의 비난과 가족의 외면, 고독과 가난을 감수하고 삶에 대한 확신을 지키며 살아낸 사람들입니다. 바로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입니다. 휘둘리지 않는 개인은 어쩌면 삶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철학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아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만든 여섯 명의 철학을 접하며 어떻게 해야 고유한 개인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기술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로렌 헨델 젠더 지음, 다산북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씁니다. 가면이 몇 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친구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항상 똑같은 나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면을 쓰고 나면 싫은 사람에게도 웃으며 커피를 건네고, 행복을 과장하며 SNS에 말끔한 사진을 전시합니다. 저자는 그럴 때 행복하냐고 질문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관계와 체면을 위해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때마다 행복과 자존감을 대가로 내는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MIT, 스탠퍼드대, 뉴욕대,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을 알려주었고 책으로 그 과정을 엮어냈지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로 살고 싶지만 여전히 사회와 집단과의 관계가 어렵다면 이 책이 실천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종이와 펜이 필요한 자기계발서입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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