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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 8편, 데스밸리 (Death Valley)(1)

by 앰코인스토리 - 2018. 8. 23.

라스베이거스에서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길에 오른다. 미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일정에 넣는 것을 가장 고민했던 곳이 데스밸리였다. 지역에 따라 가장 더울 때 낮 온도가 100도 이상 올라가는 곳도 있고, 인적이 드문 길에 차 고장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광고를 찍을 만큼 특이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고 밤하늘의 별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여 우리의 여행 코스에 넣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어젯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라스베이거스. 어젯밤의 광경이 오아시스가 보이는 신기루였다면, 아침에 보이는 풍경은 메마른 모래언덕과 말라죽은 동물의 뼈가 나뒹구는 황량한 현실, 그 자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데스밸리까지의 길을 구글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면,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루트인데 데스밸리의 숙소까지는 거의 270km를 달려야 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참 독특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사막에 비가 내리려고 한다. 밤에 별을 봐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목적지 도착시각은 오후 6시 22분. 벌써 7년 전 내비게이션이라 좀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내비여서 좋았다. 아줌마 목소리도 좀 거칠지만 들을 만 했고.


저 멀리는 비가 오나 보다. 하늘이 시시각각으로 변함에 따라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너무 희한한 광경이라 갓길에 차를 대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와~사막에 폭풍우가 몰아치는구나. 필자가 그 당시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었더라면 작품 사진을 건질 수도 있었는데, 참 아쉽다. 이 무개념 구도란! 또, 둘째를 왼쪽 코너에 몰아넣고 찍어야 하는데 여전히 가운데에 딱! (^_^);;


드디어 데스밸리를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섰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제대로 눈을 뜨기 힘들 지경이다.


주변 산의 모양도, 암석의 색도 참 독특한 곳임이 틀림없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단테스 뷰로 향한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도를 떠올리게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해발 1,600m 정도 높이에서 데스밸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곳으로 가장 인기 있는 뷰 포인트 중 하나다.

우리가 갔던 날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게 어마어마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었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고 추웠던지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이니. 저 건너편 산에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난리가 났다. 꼭 지옥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하지만 사막의 더위와 갈증에 지쳐가던 생명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비일까. 생명체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엄청난 폭풍우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아쉬운 대로 파노라마 뷰로 담아본다.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우리 가족은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데스밸리 내 몇 안 되는 숙소 중 하나인 Furnace creek ranch다. Furnace의 뜻이 용광로이니 그 지역 자체가 얼마나 더운지 느낌이 확 와닿는다. 체크인하고 방을 살펴본다. 침대도 넓었고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네 식구가 하룻밤 묵어가기에는 충분했다.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수돗물을 트는데 더운물이 나온다. 지붕 위 물탱크가 얼마나 달궈졌으면.


주린 배를 채우려 리조트 내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았다. 아니, 이런 죽음의 계곡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있다니. 식당은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스테이크와 아이들이 먹을 만한 메뉴를 주문하고 필자가 좋아하는 레드와인도 한 잔 골랐다. “어허! 아빠 거라니까 이 녀석이.”


음식은 생각보다 푸짐했고 맛도 좋았다. 역시 고기는 불에 구워야 제맛!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아직도 구름이 잔뜩 끼어서 별을 보기 힘들다.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찾았다. 리조트 가운데 있는 야외 수영장이었는데 이미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가만히 하는 말을 들어보니 미국 아이들이 아니라 프랑스 아이들이었다. 프랑스에서까지 데스밸리를 보러 오다니. 다이빙도 하고 수영도 하고, 사막 한가운데서 한밤중에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물에 젖을까 봐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WRITTEN BY 정형근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보다는 치밀한 준비로 패키지와 비슷한 유형의 자유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여행하면서 겪었던 추억과 노하우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과 평생 잊히지 않을 멋진 추억여행을 계획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