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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떡볶이는 맛있다


우리 집 근처에는 꽤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다. 유명한 맛집으로 소개될 크기와 환경은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맛 하나만은 끝내준다. 테이블 두세 개가 간신히 들어갈 비좁은 공간이지만, 때를 가리지 않고 모여드는 손님 때문에 온종일 떡볶이를 쉬지 않고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떡볶이 생각이 나서 큰맘 먹고 찾아가면 늘 다정한 미소로 주인장이 맞아주신다. 그리고 넉넉한 인심은 한번 찾아온 손님을 오랜 단골로 만드는 비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맛있는 떡볶이 한 접시를 받아들고 기다란 떡을 콕 콕 찍어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가 떡볶이를 언제부터 먹게 되었더라 떠올려 보게 된다. 중학생 때도 먹고 있었고 초등학생 때도 떡볶이는 주 간식이었기에 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확실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많은 떡볶이를 먹어왔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시장 갔다 돌아오시면 시장 보따리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그중에 따끈따끈한 떡볶이 떡도 한 덩어리가 되어 들어있었다. 반나절 동안 놓아두면 하나하나 잡아당기기 좋게 말라 있었고, 한번 먹을 양만큼 떡을 떼어 내고 나서는 떡이 쉬지 않도록 잘 동여맨 후 냉장고에 밀어놓곤 하셨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이었다. 빨간 고춧물이 하얀 떡에 골고루 스며들기 시작하면 어묵과 파를 넣어서 다양한 색깔과 맛이 하모니를 이루는 종합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국물이 졸아들면 군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는 맛있는 엄마표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뜨거우니 물러나 있어.”라는 엄마의 말에 접시를 가지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때쯤, 커다란 국자 가득 떡볶이를 퍼서 우리의 접시마다 예쁘게 담아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고대하던 어묵까지 떡 위로 얹어주시는 것 또한 잊지 않으셨다. 그때는 어묵은 흰 떡보다도 싸기는 했었지만 어묵에 눈길이 더 갈 때였다. 지금보다 맛과 질이 많이 떨어지긴 했어도 떡볶이의 참맛은 어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을 엄마도 아셨는지 늘 어묵 한 장을 더 꺼내어 어묵이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주시곤 하셨다. 그렇게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우고 나면 얼얼한 입을 달래려 물 사발을 쉬지도 않고 벌컥벌컥 마시고 나야 떡볶이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다양한 떡볶이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고춧가루의 고정관념을 깬 간장 떡볶이는 매운 것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떡볶이의 참맛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었고, 떡볶이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찐 계란을 넣기도 하며 떡볶이 소스에 만두며 순대며 콕콕 찍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떡볶이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변한다 해도 그 맛 그대로 우리와 함께할 것 같다. 그리고 떡볶이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또 어떻게 변신할 기대가 많이 된다. 오늘 저녁에는 엄마표 떡볶이 한 그릇으로 옛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봐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