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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과학, 과학 속 세계] 인도의 과학, 초현실적 신앙과 현실의 과학이 만나다

by 앰코인스토리 - 2018. 7. 10.


과학기술은 일반적으로 개념적이고 논리적이며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와는 상반되게 종교는 비개념적이며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객관화와 논리 중심의 과학이 초월적 믿음과 내면의 세계를 다루는 종교와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과학자가 무신론자도 아니고, 또 이들 중에는 신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진 이들도 꽤 많습니다.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 과학이 발전한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17세기 영국의 과학자사회를 분석한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과학 활동이 신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자연 안에 새겨놓은 비밀을 밝혀내 신의 영광을 드높이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그의 연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바로 이런 생각이 종교와 과학을 연결했으며 종교를 토대로 과학의 발전이 이뤄졌다고 보았습니다.


사진출처 : http://indianroom.ru


그 대표적인 과학자로 뉴턴은 신이 세계를 창조했고, 신이 설계한 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신이 설계한 이 세계의 체계를 밝혀내는 일이 과학자들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소속됐던 영국 과학자들의 모임인 왕립학회 구성원의 3분의 2가 청교도였던 것을 보면 그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도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유추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도의 과학을 알려면 먼저 인도의 종교를 살펴봐야 합니다. 인도사상의 근간이 되는 베다(Veda)는 지혜, 즉 신의 가르침이라 여겨졌습니다. 인도의 고대 과학은 이 베다에 기초한 제사의식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인류 최초의 천문학자는 제사장이라는 말도 있듯이 제사일을 맞추기 위해 점성술이 발달했으며 이는 천문학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제단을 바르게 설계하기 위해 기하학과 수학이 발달했지요.


사진출처 : http://www.chakranews.com


인도수학이라 세계 수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인도에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인도-아라비아숫자를 만들었고 10진법을 사용했으며 일찍부터 음수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 주목할 것은 ‘0’의 발견입니다. 이전까지는 없었던 무(無)의 개념 ‘0’을 끄집어낸 것도 인도의 수학자들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고유한 수임을 발견했지요. 이는 인류 역사상 엄청난 발명이었으며 문명의 발달에 대단한 이바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인도의 과학기술은 IT, 원자력공학, 우주항공산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13억 인구는 풍부한 노동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높은 교육열과 신분제 탈피에 대한 열망으로 인도의 성장은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게다가 임금이 높고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IT 분야에 대한 직업 선호도는 매우 높아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갈 수 있었습니다.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인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한 해 정원은 2600명, 그런데 지원자는 2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인도 내에서 과학 분야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IIT는 인도 독립 직후 인도의 과학발전을 위해 인도 독립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네루 수상의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의 MIT를 본떠서 만들었는데 미국에 MIT가 하나만 있다면 IIT는 인도 전역에 16개가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killoutlook.com


IIT의 출신들은 세계적인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실리콘밸리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졸업생 중 유명인은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가 있죠. 13억 인구 중 상위 0.1% 최고의 두뇌들이 이끌어가는 인도의 과학은 현재도 활발히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핵무기와 원자력 인도의 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핵 평화정책을 주도하던 인도가 1974년 핵실험을 하여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군사적 목적이 아닌 연구 목적의 원자로를 이용해 핵 실험을 했고 결국 인도는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았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45~7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 110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과학 분야에서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주로켓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우크라이나와 함께 다른 나라의 위성 발사를 대행해 주는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도는 우주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도가 기초과학에서부터 IT, 원자력, 우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끈이론을 통한 블랙홀 연구로 저명한 세계적인 학자이자 인도의 대표적인 물리학자 아티시 다브홀카(Atish Dabholkar)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그 비결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사진출처 : https://www.ictp.it


“인도는 전통적으로 볼 때 사고나 사색이 많은 문화를 갖고 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명상과 같은 사색이 많다. 한편, 학문을 존중하는 나라는 반드시 학문이 발달하게 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이 발달한 서구사회를 보면 당장 돈을 갖다 주는 학문이 아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분야의 학자들을 존경하는 풍토가 뿌리 깊다. 그래서 기초과학이 발달하는 것이다. 인도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나라가 아니지만, 과학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고 과학자를 존경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과학적인 토대가 형성된 것 같다.”




글쓴이 한지숙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