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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옥수수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기 위해 밖으로 나섰는데, 때마침 옆집에 사는 동생과 마주쳤다. 동생은 이삿짐 나르는 일을 하는데 퇴근하면서 나와 마주친 것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동생은 나를 불렀다. “형님, 옥수수를 시장에서 샀는데요. 맛이 좋아서 몇 개 더 샀습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하며 옥수수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갓 지어낸 옥수수인 양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잘 먹을게. 다음에 술 한잔 살게. 시간 좀 내.” “알겠습니다.”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들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 출출해진 터에 좋은 간식거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봉지를 뜯어 보니, 안에는 옥수수 2개가 들어있었다. 옥수수 2개를 한 묶음으로 파는 곳에서 산 모양이다. 하나는 내가 먹고, 또 다른 하나는 TV를 열심히 보고 계신 어머니께 나누어 드렸다. 오랜만에 보는 노란 옥수수에 어머니도 기쁜 표정을 지으셨다.

문득, 옥수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한 손에 옥수수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컴퓨터 속에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원산지는 남미, 페루, 멕시코 등으로 되어있었다. 참 낯설었다. 옥수수 원산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남미라는 말에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4월 하순에서 5월 파종을 해서, 7월 중순에서 8월경 수확이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이 목장을 했을 때 4~5월에는 참 바빴다. 우리만큼이나 소들도 옥수수를 참 좋아했기 때문이다. 주식은 사료였지만, 옥수수는 부사료로서 한몫을 톡톡히 했다. 물론 사람은 옥수수를 키워서 알맹이를, 소들은 야들야들한 줄기와 잎사귀를 먹는다. 그렇다 보니 참 많은 옥수수를 심을 수밖에 없었다. 잘 고른 밭 위로 옥수수 싹이 올라오고 비가 오면 한 뼘 높이로 자랐고, 한밤 자고 나면 커다란 밭은 온통 녹색 물결이 되어버렸다. 강렬한 햇볕 아래 대지가 축축 늘어질 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옥수수 잎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자연교향악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노란 옥수수 알맹이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르면, 어머니는 노란 옥수수를 한 솥 가득 쪄내곤 하셨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옥수수를 하나 들고 이 손 저 손 바꿔 가면서 한입한입 베어 물 때 정말 행복했다. 적당한 단맛이 한번 두번 씹을 때마다 변함이 없었다. 옥수수 하나를 후다닥 해치우고 나서는 말랑말랑한 옥수수 껍질을 들고 외양간으로 들어서면 소들이 참 기쁜 얼굴로 반겨주었다. 줄기나 잎사귀만큼이나 옥수수 껍질도 소들이 참 좋아했다. 한 소쿠리 가득 담긴 옥수수수염을 가지고 “하얀 머리카락 만들어 줄게!” 하면서 동생 머리에 듬뿍 얹어주며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그리고 보면 그때는 옥수수는 참 버릴 게 없는 만능 효자 상품이었다. 이제 곧 노란 옥수수가 한창 나올 때다. 시장 곳곳에 노란 옥수수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양은 달라도 맛은 기가 막혔던 옥수수를 올해는 간식으로 종종 이용해 보려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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