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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적포도의 왕, 카베르네 소비뇽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10.

6년 전에 선배가 한턱을 낸다고 해서 우연히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진로 포도주가 와인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와인 잔에 따라 놓으니 뭔가 기품 있어 보였다. 술에서 향도 나고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소주나 맥주와는 다르고, 게다가 와인 이름이 샤또 뭐라고 하면서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와인을 접할 기회는 없었고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와인 코너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전에 먹었던 기억이 문득 생각나 특가 세일을 하는 와인 중에서 할인 폭이 가장 컸던 프랑스 와인 7,000원짜리를 한 병 사서 집에 와서 먹었으나 완전 씁쓸한 게 꼭 무슨 한약과 같았다. 이후로도 여러 번 저가 와인으로 시도를 했지만, 처음 와인을 만났던 그 느낌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몇 개월이 흘렀을까. 어느 날 서점에서 와인 관련 책을 살펴보다가 내가 처음 먹었던 와인이 ‘샤또 딸보(Chateau Talbot)’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히딩크가 “오늘 밤은 와인 한 잔 마시고 푹 쉬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그날 밤 그가 마신 와인이 바로 샤또 딸보라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바로 그 와인이었다. ‘아, 내가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궁금했던 와인이 샤또 딸보였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그럼 다른 와인들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고 그렇게 해서 나의 와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전문가 수준에는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이제 와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친숙한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특히 웰빙 바람이 불면서 건강을 좀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 내 주위에도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포도 품종별로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있는 와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 <사진 1> Cabernet Sauvinon


‘적포도의 왕’이라고 불리는 와인. 미국의 어느 작가는 이 포도의 품종을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여인에 비유했다. 레드와인의 기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으로 적포도인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청포도인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크로싱(Crossing)으로 만들어졌는데, 포도 껍질이 두꺼워 병충해 피해가 적고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한다.

특히 타닌(tannin)이 풍부해 장기숙성에 유리하며, 숙성될수록 더 부드럽고 다채로운 풍미를 보인다.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삼나무, 가죽, 자두, 체리, 민트, 바닐라, 초콜릿 등 매우 다양한 ‘아로마’와 ‘부케’를 지니는데, 산지 기후와 토양, 양조 방식에 따라 다채로운 아로마와 부케를 갖는다.


여기서 아로마는 와인의 원료로 사용된 포도 자체에서 나오는 향기를 말한다. 그에 반해 부케는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와인의 화학적 변화로 형성된 향기를 말한다. 아로마는 보통 건포도나 흙냄새 등을 들 수 있고, 부케는 오크 향이나 숯 향 등을 들 수 있다.


프랑스 보르도, 미국 캘리포니아, 이탈리아 토스카나, 칠레 등에서 명품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유명한 와인으로는 보르도의 그랑크뤼 와인(라피트 로칠드, 무통 로칠드, 라뚜르, 오브리옹, 마고), 미국의 컬트 와인(스크리밍 이글, 할란),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사시까이야, 오르넬라이아), 칠레의 고급 와인(알마비바, 세냐, 몬테스 알파 M) 등이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든 와인 중에서 괜찮을 만한 와인들을 추천해 보겠다. 참고로 앞은 와이너리 이름, 다음은 와인 이름이며 카베르네 소비뇽이 생략되어 있다.




콘차 이 토로, 까시제로 델 디아블로


▲ <사진 2> Concha y Toro, Casillero del Diablo


100년 전, 콘차 이 토로의 설립자인 멜초르 경은 자신만 없으면 일꾼들이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을 훔쳐가는 것을 보고는 몰래 저장고에 숨어 있다가 악마처럼 괴성을 질러 도둑을 쫓아냈다고 한다. 이후, 그 저장고에서 악마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래서 생긴 별칭이다. 라벨 아래쪽에 악마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일 가격으로 1만 원 중반의 저가 와인이다.




산타 리타, 메달야 레알 

▲ <사진 3> Santa Rita, Medalla Real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묵직한 와인이다. 강렬한 인상이 남는다. 세일 가격으로 2만 원 초반의 저가 와인이다.




아발론, 나파 밸리 


▲ <사진 4> Avalon, Napa Valley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명산지로, 미국 와인을 고를 때 나파밸리라고 쓰여 있으면 기본은 보장한다고 보면 된다. 칠레 와인에 비해 부드럽고 달달한 것이 특징이다. 세일 가격으로 3만 원 중반의 중가 와인이다.




킬리카눈, 블럭스 로드 


▲ <사진 5> Killikanoon, Blocks Road


호주에서는 쉬라즈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유명한데 카베르네 소비뇽도 좋다. 4년 전 롯데백화점 와인 세일 때 3만 원대에 사서 먹어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 이후로 그렇게 착한 가격은 보지 못했다. 중가 와인이다.




산 페드로, 까보 데 오르노스


▲ <사진 6> San Pedro, Cabo de Hornos


1865로 유명한 산페드로 사에서 만든 플래그십 와인. 잘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을 보여준다. 칠레 프리미엄 와인 돈멜쵸나 세냐 급인데, 세일 폭이 커서 잘하면 7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고가 와인이다.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


▲ <사진 7> Torres, Mas La Plana


스페인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으로, 1970년 마스 라 플라나는 ‘파리와인 올림피아드’에서 프랑스의 라뚜르(Latour)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와인 모임에 가지고 가면 환영 받는 와인이고, 스페인와인의 저력을 보여준다. 세일 가격으로 6만 원 선의 고가 와인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 식사 때 소고기 등심구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마트 와인 코너에 들러 카베르네 소비뇽을 한 병 사서 같이 들어보자. 와인의 마리아주가 무엇인지 살짝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