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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꼴등은 누구야?


4년 전, 장인어른을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고 올라오는 길에 자동차를 타고서 ○○정부종합청사를 휘둘러보았다. 청사는 완공되었다지만, 주변에는 띄엄띄엄 공사 중인 건물들이 대다수라 삭막했다. 주말부부로 이곳에 살던 아들은 구내식당 말고는 밥 한 끼 먹기도 어렵고 병원, 의원이나 슈퍼를 가려고 해도 차를 가져가야 해서 불편하다고 했다.

지난 어린이날에 ○○시로 이사한 아들이 집들이를 한다고 하여 사위가 운전대를 잡았다. 특별한 날인지라 내비게이션이 원하는 대로 운전을 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꼬박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엉덩이가 아프고 화장실이 그리운데도 휴게소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과천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한식집을 하다가 이곳으로 왔다는 음식점은 반찬 수도 많고 맛깔스럽다.

아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빈 곳도 보이지 않고, 대도시를 목표로 기반 시설도 갖추고 생활 밀착형 점포도 들어서서 더는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아파트는 청사까지 걸어서도 10여 분 거리고, 3년 된 새집이었다. 전에 살던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비하면 따뜻하고 수납공간도 많고 베란다를 확장해서 훨씬 넓게 보였다.

더구나 손자가 3학년으로 전학한 학교가 3분 거리고, 창문으로 보면 학교 가는 모습도 다 볼 수 있어 안심이다. 매입한 줄로 알았는데 2년 계약한 전세라는 것이 궁금증과 아쉬움을 남긴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손자가 “나 반장 선거에서 떨어졌어요. 2학기에는 꼭 반장을 할 거예요.” “오빠, 꼴등은 누구야?” “….” “오빠구나!” 발로 동생을 걷어차면서 전쟁의 시작이다.

나와 아들과는 달리 모든 일에 열성적인 손자가 대견스럽다. 지난 학교에서는 1~2학년 때 축구대표팀에 합류했고 전교생 앞에서 둘이서 하는 줄넘기에도 손을 번쩍 들어 참여했다. “아는 친구도 하나 없는데 떨어진 게 당연하지. ○○은 착하고 똑똑해서 친구도 많이 사귈 것이고 공부도 잘할 것이니 2학기에는 원하는 대로 될 거야.”

전세로 얻은 이유는 예상대로 손자 손녀의 교육문제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가족이 지방으로 이주하기로 하고 회사를 옮긴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식들의 교육문제로 아버지가 극구 반대하고 아내가 동조해서 좋은 조건도 마다하고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과거가 불현듯 떠오른다. “너희가 심사숙고해서 현명한 대책을 세우리라 생각한다.”

다과를 마치고 차로 5분 거리에 있다는 호수공원을 찾았다. 다음 주에 고양에서 열리는 꽃 축제를 해외여행 때문에 못 가게 된 것이 아쉬웠는데, 기분 전환이 된 셈이다. 이곳은 국내 최대 인공호수로 어린이날을 맞아 수많은 볼거리와 놀 거리로 시끌벅적하고,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손자 손녀는 바이킹을 타겠다고 사라지고 우리는 구름다리를 오가면서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하늘로 오르는 바이킹을 타고 온 손녀는 “오빠는 15단계인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나는 10단계까지 올라갔어.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 그런다. 저녁으로 좋아하는 추어탕을 먹고 올라오는 길이 너무나 상쾌하다.


글 / 사외독자 이수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