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25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 그중 22명이 기초과학 분야 수상자입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가장 많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지요. 2001년 이후로만 1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고, 2014년 물리학상, 2015년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에 이은 2016년 생리의학상까지 3년 연속 수상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웃 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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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근대국가의 틀을 만들며 과학기술의 토대를 구축했던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일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854년 미국과 조약을 체결해 일찌감치 문호를 열고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였습니다. 지금의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되기까지는 기초과학에 대한 이런 오랜 관심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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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부터 근대화 시기에 접어든 일본은 서양 각국으로 유학생을 파견하여 많은 인재를 길러냈고 이 재목들은 귀국하여 일본 기초과학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물리학자로 알려진 야마카와 겐지로(山川健次郎, 1854~1931) 역시 이때 미국 예일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1888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귀국 이후 도쿄 대학에서 가르치며 물리학 분야 첫 번째 일본인 교수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도쿄제국대학 총장으로 후학을 양성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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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기초과학 이론을 생산하는 토대를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자국 대학을 통한 자체적인 인재 양성을 이뤄갔습니다. 또한 각 지방의 국공립대학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비의 절반 이상을 기초과학 분야에 폭넓게 지원해 저변을 확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출신 대학은 한두 곳의 소위 명문 대학에 집중되지 않고 고베대, 교토대, 나가사키의과대(현 나가사키대), 나고야대, 도쿄대, 도쿄공업대, 도쿠시마대, 도호쿠대, 사이타마대, 야마나시대, 홋카이도대 등으로 고루 분포해있습니다.


결국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학문의 토대를 마련하며 인재를 양성했던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방향은 특정 분야나 지역에 집중되지 않는 두터운 연구 층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원을 끊거나 성과를 독촉하지 않았지요. 이러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일관적인 정책은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연구 분야에서 생이 다할 때까지 매진할 수 있는 든든한 뒷심이 되었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은 노벨상 수상뿐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육성으로 이어져 과거 정형외과 의사였던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수술이 적성에 맞지 않아 기초의학 분야로 진로를 바꿔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 IPS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사례도 전해집니다.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연구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과학연구비를 장기간 지원했고 그 기다림으로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지요.

 

사진출처 : https://www.nobelprize.org


일본은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5년에 한 번 책정하도록 하여 과학기술 예산을 확대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과학 육성에 힘써 왔습니다. 2001년에는 지금의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의인 ‘종합과학기술회의’를 설치하여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일본의 과학기술정책의 패러다임이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법 제정 이전에는 대학을 통한 일종의 블록 펀딩이라 할 수 있는 기반적 경비 지원 중심이었다면 기본법 제정 이후에는 연구자 간 경쟁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경쟁적 연구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부는 이러한 정책변화로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 영향력을 가늠하는 논문 인용 수가 일본은 2004년 전체의 9.1%로 세계 4위에서 2014년에는 6.3%, 세계 10위로 하락했습니다. 일본 SCI 논문의 양적·질적·국제적 영향력 감소, 기반적 경비와 같은 안정적·장기적 연구비 부족에 의한 창의적·도전적 연구 감소,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연구 지향이라는 부정적인 연구풍토가 확산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지요.

 

사진출처 : https://www.ucsf.edu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는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6-2020)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반적·경쟁적 경비의 이중지원 연구비 시스템으로 균형적인 지원을 지향하는 정책입니다. 또한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에 적합한 국가’ 및 슈퍼스마트 사회 건설을 위한 ‘Society 5.0’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위기를 맞이한 일본이지만 여전히 매년 SCI 인용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고, 세계 수준의 연구거점사업(WIP), 전략적 혁신창조사업(SIP), 혁신적 연구개발 사업(ImPACT) 등의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과 연구소 상위 100개 기관에 39개를 링크하여 세계 1위(2017)를 기록하는 등 기초·원천연구 강국으로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 일본, 150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기초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자국의 과학기술이 직면한 문제들을 잘 극복하여 다시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한지숙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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