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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등산으로 힐링하기] 정상에서 만나는 서울대 나무, 백덕산

by 앰코인스토리 - 2018. 3. 23.


백덕산 등산 코스 (약 12km, 5시간 소요)


강원도 치악산의 동쪽 횡성, 평창, 영월 등 3개 군의 경계를 이루는 백덕산은 해발 1,350m의 고산으로,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고, 능선 곳곳에 기암괴석과 송림이 어울려 있으며, 묵골 하산 길엔 전나무 숲과 크고 작은 폭포가 계속 이어지는 계곡 길까지 경관이 좋은 곳입니다.


▲ 등산길 고드름


▲ 중간중간 탁트인 경치를 한번씩 보여주는 단비같은 풍경


백덕을 백(百)가지 덕(悳)이라고도 하고, 하얀(白) 큰(德)산이라고도 한다는데, 필자에게 백 가지 덕은 아니지만 열 가지 덕(즐거움)은 만나고 온 산이었습니다. 능선길이 나무로 빼곡하게 키 큰 나무로 덮인 능선길이라 여름에는 조망이 하나도 없을 길이지만, 겨울이라 봉우리를 바라보며 탁 트인 조망길이 아니라 조금은 답답한 능선 길을 따라 오르게 됩니다.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무거운 배낭과 1,000m급의 높은 산이다 보니 경사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번 산행에서 유독 뽈록뽈록 기괴한 형상을 가진 나무들에 눈길이 갔는데요, 이게 바로 나무 혹(Burl) 또는 ‘나무 암’이라 하며 나무가 상처나 바이러스(곰팡이)에 의해 병이 생기면 그 자리에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기에는 괴상하게 보이지만 목재로서의 가치로는 높다고 하네요. 정상적으로 성장한 부위보다 단단하고 다양한 문양이 생겨나 가구나 도구들로 재탄생되기도 하고, 독특한 나무의 형상은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암석 위에도 길가에도 나무 혹들의 신비한 조경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었습니다.


▲ 헬기장에서


첫 번째 도착지 헬기장에서 만난 꽉 막힌 음지에 갇혀있다가 펑 트인 조망은, 정말 마른 땅의 단비 같은 기쁨입니다. 저절로 환호성이 나오게 되는 기쁜 순간! 탁 트인 평야 같은 능선 길만 걷다 보면 이런 달콤한 꿀맛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ㅎㅎ)


겨울이 다 갔다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백덕산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빙판입니다. 얼음 꽝꽝 길을 걷기 위해선 아이젠은 필수이며, 등산의 난이도도 조금은 올라갑니다. 그 대신 멋진 기암괴석과 그들 사이로 콧물 훌쩍 흘리는 듯한 고드름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올 마지막 얼음 왕국이겠지요! 소나무가 많다 보니 온 길에 솔잎이며 솔방울이 떨어져 있습니다. 


▲ 소나무가 만들어낸 파인애플


은은히 나는 향에 기분도 좋고 솔잎 밟으며 등산하는 것도 좋은데 앗! 파인애플을 발견했습니다. 솔방울과 솔잎이 절묘하게 파인애플 모양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 귀엽네요.


▲ 서울대 입구에서 입학!


열심히 올라올라 정상 가기 전 만나게 되는 서울대 교문을 닮은 참나무! 이곳을 지나면 서울대에 간다는 전설 내지는 바람이 담긴 곳이라고 하네요. 이곳을 지나 정상을 가면서 서울대에 입학하고 하산하면서 졸업을 한다고 합니다. 


▲ 정상석


▲ 정상에서 저 멀리 아주멀리 뾰족 솟은 치악산


필자와 일행은 이곳에 쉘터를 설치하고 1박을 합니다.


▲ 오리온 자리


▲ 서울대나무와 쉘터 그리고 별


▲ 김치찌개와 새우 볶음밥


아직 눈 바닥이라 한기가 올라오지만, 날이 매우 따듯해져서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기도 비박하기도 좋은 날이었습니다. 필자가 아는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랑 오리온, 두 개뿐인데요, 바로 딱 오리온자리가 보였습니다. 밝은 두 개의 별자리 가운데 세 개의 별이 나란히 있는데, 오리온자리를 겨울 밤하늘의 왕자라고 합니다. 이제 겨울의 끝으로 눈은 녹았고 산은 헐벗었는데 왜 등산을 가나 하고 묻기도 합니다. 푸른 숲, 알록달록한 단풍, 예쁜 꽃길 말고도 등산의 아름다움과 재미,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며, 그걸 느끼기 시작하면 이젠 비가 오는 날 등산을 가는 등산 중독자의 길을 걷게 된다고 봅니다. (하하!)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듯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백덕산은 새로운 등산의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해준 명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무 혹부터 송림이 만들어낸 파인애플도 보고, 솔장미 꽃길도 걷고, 필자보다 어른인 전나무의 나이도 세어보고, 밤하늘의 별자리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고 온 힐링여행 이였습니다. 문득 꼭 등산이 아니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찾다 보면 매일매일 똑같던 하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힐링 일상이 되겠네요~! (^_^)



Tip. 장미산장의 곤드레밥정식

우연히 하산길에 본 특이한 간판을 검색했더니 세 번이나 방문했다는 후기를 보고 방문한 밥집! 기본 반찬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든 게 느껴지는 건강한 밥상이네요. 곤드레 향이 듬뿍 나는 밥도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곤드레정식 1인 10,000원, 더덕구이 추가 10,000원)




WRITTEN BY 최사라

먹방과 여행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힐링등산을 연재할 K3기자. 등산하면서 느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힐링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사람들이 등산의 매력에 푸욱 빠지는 것이 목표이며 더불어 건강한 밥집도 함께 소개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