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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와인의 제조과정


와인을 색으로 구분하자면 적포도로 만든 레드와인(Red wine)과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White w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레드와인은 보통 떫은맛을 내고, 화이트와인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데 잘 익은 포도알만 골라서 만드는 와인에 왜 그런 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맛의 차이를 내는 비밀은 바로 타닌(Tannin)이라는 성분에 있다. 타닌이라는 것은 떫은맛을 지닌 성분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단어이다.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나 녹찻잎을 씹었을 때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떫은맛을 내는 것이 타닌이다. 타닌은 포도에는 주로 씨와 줄기에 분포하고 있는데 레드와인은 타닌 성분을 더 우러나게 하여 떫은맛을 얻어내고, 화이트와인은 이것을 최소화하여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타닌성분에 있다.


그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제조과정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는 와인을 만드는 제조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인데 가장 큰 공정상의 차이는 레드와인은 압착 전에 1번, 압착 후에 1번, 총 2번의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화이트와인은 압착 후 1번만 발효를 시킨다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와인제조 공정에 대해서 좀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1. 포도 수확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포도가 맛있을 때 수확해야 하는데 그 시기에 비가 오면 수분의 농도가 증가해서 당도가 떨어지고, 또 너무 늦게 따도 포도가 너무 익어버려 산도가 떨어진다.

고급 와인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송이를 확인하며 최상의 것만 수확해서 그만큼 와인의 품질이 올라가지만, 저가 와인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트랙터로 수확함으로 덜 익은 포도송이나 과하게 익은 포도송이가 섞이게 되어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2. 제경, 파쇄

모인 포도송이가 양조장에 도착하면 분쇄기에 넣어 줄기를 골라내고 알맹이를 으깨는데 이 과정을 제경, 파쇄라고 한다.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의 경우 신선도가 중요함으로 파쇄 이후 1차 발효를 하지 않고 다음 공정 (압착)으로 바로 넘어간다.


3. 1차 발효 (레드와인에만 해당)

분리된 포도 알맹이를 껍질 채 발효통에 넣고 발효시키는 것을 1차 발효라고 하는데 이는 레드와인에만 적용이 되는 공정이다. 1차 발효 시에 적포도의 껍질에 있는 붉은색이 우러나오고, 포도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킨다. 장기 보관용 와인의 경우 보통 2~3주의 발효기간을 거친다.


4. 압착

포도즙을 얻기 위해서 프레스에 넣고 즙을 짜내는 과정이다. 레드와인은 포도 씨까지 으깨어 떫은 타닌 성분을 추출하는 반면 화이트와인은 씨가 깨지지 않게 최대한 살살 눌러서 과육의 즙만을 짜내는 것이 특징이다.


5. 2차 발효 (레드와인)


레드와인 : 1차 발효 후 자연스럽게 얻어진 포도즙과, 찌꺼기 압착을 통해 얻은 포도즙을 함께 섞어 오크통이나 스테인레스 통에서 발효하는 것으로 젖산 발효라고도 불리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와인의 신맛이 줄어들어 더 부드럽게 된다.


화이트와인 : 화이트와인은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보통 스테인레스 통을 써서 발효를 진행하며 온도 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일부 고급 와인들은 오크통 숙성을 하여 타닌을 첨가함으로써(오크통의 재료인 참나무에도 타닌이 있음) 묵직한 맛을 주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6. 정제

발효 후 찌꺼기들을 분리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존의 통에서 새로운 통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7. 숙성

정제된 와인을 새로운 오크통에 넣고 다시 숙성하는 공정으로 이 숙성기간에 따라서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보통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 새로운 오크통을 사용하여 중후한 맛과 향을 얻게 된다. 저가 와인의 경우에는 새로운 오크통 대신, 오크 톱밥을 넣어 새 오크통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향을 내게 한다.


8. 여과, 병입

숙성이 끝난 와인 찌꺼기를 여과공정을 통해 걸러내고 병 속에 담아 소비자에게 내놓게 되는데 고급 와인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병입한 와인을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숙성해 완벽한 품질을 만든 후에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와인은 음식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마리아주라는 표현을 쓴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리아주(Mariage)는 음식과 와인의 멋진 조화를 뜻한다.


 와인 칼럼을 마치며

햇수로 4년 가까이 와인 연재를 하면서 필자의 지식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매달 원고를 쓰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필자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사보에서 와인 원고를 연재하는 기간에 만났던 와인 중에서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였던 대중적인 와인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와인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와인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레드와인


1. 카이켄 울트라 말벡 (Kaiken Ultra Malbec) : 소고기구이

우리에게 유명한 칠레 몬테스사가 아르헨티나 말벡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보통 말벡은 묵직한 맛이 특징이지만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벨벳처럼 부드러운 느낌과 잘 익은 붉은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특징을 지닌 와인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다. 필자가 가장 많이 마셔본 와인 중 하나이고 가장 많이 추천한 와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와인은 2015년, 2017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2. 아비뇨네지 데시데리오 (Avignonesi, Desiderio) : 소고기구이

해외에서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와인인데 (약 8만 원가량) 한국 검색가는 무척 비싸게 나오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메를로(Merlot) 베이스의 와인인데 묵직하기는 일반 카베르네 소비뇽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마치 라벨에 나오는 소처럼 말이다. 두바이 면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25주년 기념 와인을 소고기 숯불구이와 함께 먹었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게 피어나는 맛과 향이 감동이었다.



3. 틴토 피구에로 (Tinto Figuero) : 하몽 (Jamon)

필리핀에 와서 만난 와인 중 가장 아끼고 추천하는 와인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지방에서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향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냥 향만 맡고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드는 와인인데 스페인에서 나는 하몽(Jamon, 스페인 전통 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만듦)과 엄청난 조화를 이룬다. 와인 숙성 기간과 포도 조합에 따라 여러 레벨이 있지만 모두 가격대비 훌륭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와인이겠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특히 Vinas Viejas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필리핀 구매가 5만 원가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급 와인이다.


사진출처 : http://tintofiguero.com/en/wines



화이트와인


1. 몬테스 알파 스페셜 꾸베 샤도네이 (Montes Alpha Special Cuve Chardonay) : 생선회와 생선요리

몬테스 알파에서 새로 나온 블랙라벨 와인이다. 기존 몬테스 알파보다 조금 더 윗급으로 출시된 와인인데 몬테스 알파에 물렸던 분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잘 만든 샤도네이가 어떤 느낌을 지향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하는 와인으로 다른 포도 품종의 블랙라벨들도 다 뛰어나다.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좋고 생선회 등 생선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직 요리와 곁들어 먹어보진 않았지만 잘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한다)



2. 파이크스 화이트 뮬렛 (Pikes White Mullet) : 생선회

호주 남쪽에 위치한 클레어밸리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하나의 품종이 아닌 여러 청포도(리슬링, 슈넹 블랑, 소비뇽 블랑, 비오니에)를 섞어서 만든 와인인데 깔끔한 맛과 상큼한 향이 생선회와 정말 잘 어울려 회식 때 가져가면 분명 사랑받을 와인이다. 필자가 한국에서도 여러 번 만났고 필리핀에서도 만났지만 가격대비 정말 괜찮은 와인 중 하나여서 추천한다.



3. 스파이벨리 소비뇽 블랑 (Spy Valley Sauvignon blanc) : 과메기, 굴

필자가 겨울철만 되면 과메기와 생굴에 곁들여 즐겨 마시던 와인이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추운 겨울에 불어오는 칼바람 같은 산도와 여름철 풀을 벤 뒤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이 특징적이다. 세일을 하지 않으면 좀 비싸지만 세일할 때는 충분히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와인이니 올겨울에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스파클링와인


1. 제이콥스크릭 샤도네이, 피노누아 (Jacob’s Creek Chardonnay Pinot Noir) : 새우구이

새우구이와 너무 잘 어울리는 와인, 새우를 싫어했던 지인도 이 와인과 함께라면 배불리 새우를 먹게 만들고야 마는 최상의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샴페인처럼 버블이 있어서 축하용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다.



2.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 성게 알

샴페인 하면 떠오른 노란 라벨의 주인공이 바로 뵈브 클리코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인처럼 다가오는 이 와인은 노란 성게 알과 함께할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축하의 자리에서 그냥 마셔도 괜찮고 아무 자리에나 끼어들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그런 와인이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