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기억한다. 삼청공원에서 ‘BOOK CROSSING’을 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아침 일찍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인터넷에서는 역을 나와서 15분 거리라고 했는데 초행길이라 묻고 물어가느라 35분이 걸렸다. 더구나 2시에 행사가 끝나야 ‘BOOK CROSSING’이 가능하다고 게시되어 있어서 공원 내를 한 바퀴 돌고는 그냥 돌아왔다.


그 뒤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실내에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공원을 다녀오는 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비가 오지 않거나 약속이 없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그곳을 다녀오곤 한다. 얼마 전부터 삼식이를 벗어나기 위해 아침 식사를 두유와 빵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공원을 찾는 날은 정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칼로리가 부족한지 12시 가까이 되면 허기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7시 10분경, 배낭에 달랑 생수 한 병을 챙겨 넣고 스틱과 챙이 넓은 등산모를 쓰고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종로3가를 거쳐 안국역을 나와 재동초등학교를 지나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중앙고등학교까지 오르막길이다. 스틱을 짚어가며 천천히 걷지만, 등에는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올라 몇 번을 쉬면서 쓸데없는 걱정까지 –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고생깨나 하겠네 - 하다가도 ‘나는 늙은이고 그들은 한창때 아닌가!’로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 젊어 봤으니 이 정도 경사는 ‘식은 죽 먹기’였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이곳을 정점으로 감사원 쪽으로 내려가면 북촌과 북악산의 경계인 삼청공원이다.


공원을 들어서니 수목원 같은 공원의 고운 속살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수목원 같지만 속살을 깊이 들어가면 수목원 분위기는 울림으로 변화하고, 산 내음과 솔 내음이 청정한 기운을 품어 내면서 속세에서 오염되고 상처받은 안구와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준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원 내에 힐링, 건강, 인문학으로 특색 있게 구분된 세 개의 열린 서가에서 책을 골라 읽는 중년여성도 보이고, 체력장에서는 단체체조를 하는 젊은이들의 함성 속에 나이든 이의 거친 숨소리가 건강하게 들려온다.


오늘은 큰맘 먹고 여기서 680m 거리라는 말바위 조망대를 목표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너무나 숨이 가빠오고 돌아가느냐 마느냐로 고심하면서 쉬다 가다를 반복했다. 하산하는 또래에게 기운을 얻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에 손을 짚으며 오르니 37분이나 걸렸다. 별로 높지 않은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 길상사도 보이고 삼청각은 코앞이다. 서울의 중심지는 미세먼지로 탁탁해 보이지만, 이곳은 맑은 공기와 산들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 이 기분에 산에 오르는 거지 싶다.


올라갈 때는 숨차게 참 오래 걸렸는데 내려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삼청공원을 나와서는 올라갈 때와는 반대 방향인 베트남대사관을 끼고 북촌 한옥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실생활공간으로 삼고 있는 생활 한옥촌이라는 점과 수백 채가 붙어있는 것이 특색인 것 같다. 축대를 사이에 두고 뒷동네는 한옥마을이 아랫동네는 현대식 거리가 어우러져 현대와 과거의 정다운 공존을 체험할 수 있으니, 이것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요인이리라. 한 무리의 관광객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중이고, 그 뒤로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예쁜 중국여성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려주었다. 베트남인들과 히잡을 두른 중동인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보통 3시간 코스인데 전망대까지 오르다 보니 한 시간가량 더 걸렸지만, 피곤하기는커녕 상쾌한 아침이었다. 개미 쳇바퀴 돌 듯하는 일과에서 벗어나 보니, 왠지 오늘따라 즐겁고 평안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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