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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나라 음악쌀롱] 녹음(recording)의 과정과 기술

by 앰코인스토리 - 2017. 8. 30.


[음악나라 음악쌀롱] 녹음(recording)의 과정과 기술


필자는 서울에서 ‘녹음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녹음실을 예약하기 전에 손님이 항상 전화로 먼저 문의를 하시곤 하는데요,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저는 일반인인데 녹음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일반인도 녹음이 가능하십니다.” 라고 답변 드리면, 그제야 어떤 녹음을 하고 싶은지, 녹음 진행 과정이나 비용 등을 물어보시더라고요. 90년대에는 의례 ‘녹음실’이라고 하면 ‘가수들이 녹음하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는데요, 요즘은 녹음실 숫자도 매우 많아졌고, 또 집에서 직접 홈레코딩이 가능할 정도로 일반인의 기술이나 수준도 크게 높아져서 녹음실이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대중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에이핑크의 녹음실 모습 참고해보세요.


영상출처 : https://youtu.be/HWNvQJ6NV0k


일반인이 녹음실을 찾는 경우는, 주로 축가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녹음이 많습니다. 기획사 오디션을 위한 가수 지망생의 녹음도 많네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영상제작을 위한 전문성우 녹음, 영상 나레이션(해설) 녹음, 음악 편집과 앨범 제작을 위한 믹스 및 마스터링 등의 작업이 주요 작업이지요. 요즘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 등 영향인지 래퍼 지망생분들의 녹음도 많이 늘었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을 가진 손님층이 주로 녹음실을 방문하십니다. 아래 영상은 가수 데프콘이 운영하는 녹음실 모습인데 잠깐 한번 보세요.   


가수 데프콘 녹음실 모습


영상출처 : https://youtu.be/onLpWWGYPLA


가정집에서 녹음을 구현할 수 있는 홈레코딩과 달리, 전문 녹음실은 장비 가격에서부터 차이가 크게 납니다. 우리가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이크는 유무선을 포함해 다이내믹 마이크(dynamic microphone)가 대부분인데요, 그런 마이크는 몇십만 원대 정도의 가격임에 비해 녹음실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는 콘덴서 마이크(condenser mike)가 대부분입니다. 비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더욱이 콘덴서 마이크는 별도의 전원 장치가 필요한데요, 콘솔이나 오디오 인터페이스(audio interface)에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팬텀 파워(Phantom Power)라고 하는 것인데, 어렵지요? 간단히 말하면, 콘덴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는 전원을 주기 위한 장치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그 비용을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기능이 있기에 녹음실은 기본적으로 콘덴서 마이크를 씁니다. 믹서 콘솔(mixer console)부터 시작해 오디오 인터페이스, 컴프레서(Compressor), 모니터 스피커(monitor speaker) 설명할 것들이 많지만, 음, 재미없는 내용이라 다른 주제로 넘어갈게요. (^_^)


녹음을 처음 하는 손님은, 대부분 너무 떨려서 녹음을 잘하지 못하겠다고 하지요. 뭔가 위축되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건데요, 막상 녹음을 시작하고 30여 분 정도 지나면 굉장히 익숙해집니다. 이팩트(effect)가 과하게 들어간 노래방에서의 목소리를 생각하다가 명확하게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기도 하고, 한 번에 노래를 다 불러야 하는 노래방과는 달리 마디별로 녹음을 다시 하게 될 때는 신기해하면서 어느새 녹음이 진행됩니다. 녹음이 그리 만족스럽게 되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마술까지는 아니어도 엔지니어의 기술에 따라 편집과 또 보정을 통하면 목소리가 훨씬 듣기 좋게 바뀌는 경우가 많거든요. 녹음은 시간당 비용을 책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미리 연습을 많이 하시면 좋고요. 긴장을 덜 할수록 효율적이고 더 좋은 목소리가 받아집니다. 보통 1곡에 3시간 이렇게 녹음하시는 경우도 많고요, 일반인은 1시간 정도 소리를 내면 힘이 많이 떨어져서 그 이상의 녹음을 하는 건 비효율적이더라고요.


필자도 작곡가이자 가수라서 녹음을 합니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SP2MVLahiIc


기업이나 영상업체에서 녹음하는 경우는 대부분 전문성우를 섭외합니다. TV광고에서 익숙하게 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나 예전에 영화나 외화 같은 곳에서 배우 목소리를 담당했던 분들도 종종 섭외되어 오시지요. 성우녹음은 저희도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요, 평범한 외모를 가진 분들인데 마이크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정말 확 달라집니다. 차분한 톤, 명랑한 톤, 중후한 톤 등의 다양한 음색을 가진 성우가 많은데요, 영상이 추구하는 콘셉트나 분위기에 따라 성우 선택이 달라집니다. TV광고에 노출이 많이 된 유명성우는 100만 원대에서 신인 성우는 대개 20만 원 이상의 성우료를 받습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참 희귀한 재능을 지닌 분들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이런저런 요구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능청스럽게 잘 뽑아냅니다. 큰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영상이 지나가는 곳에 맞춰 목소리를 녹음합니다. 성우녹음은 녹음시간이 20~30분 정도가 채 되지 않습니다. 다만 클라이언트나 영상 제작자, 그리고 성우분들이 다 오셔야 하기에 대기시간까지 하면 1시간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성우녹음은 특수한 녹음에 속하기에 시간당 비용이 아니고 건당 비용으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성우분들의 목소리는 귀한 재능인 것 같습니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5NQbi-3Mi5c


녹음이 끝나고 나면 이제 엔지니어의 역할이 남습니다. 녹음된 여러 트랙의 소스들 사이에 섞인 잡음을 제거하고 가장 좋은 소리의 마디들만 편집해서 붙이는 편집 작업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 음절만 이어서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해’라는 부분에서 ‘랑’이라는 음절만 따서 쓰고 싶을 때 교차 편집해서 붙이되, 자연스럽게 붙이는 건 엔지니어의 실력이겠지요. 그렇게 편집된 하나의 목소리 트랙에 반주(MR)를 서로 섞는 믹스(MIX)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보컬(VOCAL)트랙에는 다양한 플러그인 효과를 추가하게 됩니다. 음역대를 컷(CUT) 또는 부스트(BOOST) 시켜서 발란스를 맞추고 이팩트를 섞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런 효과들을 넣고 나면, 음색도 달라지고 듣기 좋은 그런 상태의 소스가 완성되지요. 가장 마지막 작업은 마스터링(mastering)인데요, 컴프래싱(compressing)이나 노멀라이징(normalizing) 등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듣기 좋은 상태의 작업물을 만들어 냅니다.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축가를 불러줘야 하는데, 식장에서 음향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결혼 당사자라 긴장되어 가사를 까먹거나 하는 때를 대비해 미리 녹음해서 립싱크하는 손님들도 많지요. 이런 분들은 노래에 자신 없어 하므로 녹음이 끝나고 나면 튠 보정이라는 후반작업을 합니다. 일명 오토 튠(Auto-Tune)이라고 하는 작업인데요, 음정(pitch) 보정을 위한 그런 작업을 이야기합니다. 계이름으로 도레미라는 음이 있다고 했을 때 해당 음을 벗어난 소리는 불안하게 들리거든요. 그 음들을 자연스럽게 맞춰줌으로써 훌륭한 보정이 가능해집니다. 사실 이런 작업 이전에, 수많은 연습을 통해 잘 부르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겠지요.


오늘은 어쩌다 보니 녹음에 대한 얘기만 길게 늘어놨는데 지루하지 않으셨을지 걱정입니다. 축가 중에 가장 많은 손님이 선호하시는 그런 곡을 마지막으로 추천해 드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갈게요.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그런 계절이 다가오고 있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고요. 다음 호에 다시 뵐게요!


이적이 부릅니다, 다행이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itetd_tBTUQ




글쓴이 연하남 양동옥

현재 음악나라 녹음실을 운영하는 현역 작곡가이자 레코딩 엔지니어, 가수, 시인이다. 10여 년 간 쌓아 온 그의 음악적인 경험담과 에피소드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대중적인 글로 풀어낼 예정이다. 메일 ssi-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