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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힘들 때는 노래를!

by 앰코인스토리 - 2017. 7. 4.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신다. 특히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신다. 척박한 대지 위에 집을 짓고 외양간을 만들어 소를 키우던 시절에도, 엄마의 벗은 노래였다. 힘들 때마다 엄마의 노랫소리는 끝나지 않고 내내 이어졌었다. 그때는 몰랐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 왜 노래를 부르셨는지를.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두세 살 어린 친구들과 군대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함께 뛰어도 그 친구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무거운 짐을 들 때마다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뜨거운 한여름에 시작한 군 생활은 더위와도 함께 싸워야 하는 악전고투였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연신 훔치다 흙바닥에 뒹굴고 달릴 때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못 깨어날 정도였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쉬는 시간 노래를 정말 잘하는 조교의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잊혔던 엄마의 노랫소리가 기억났다. 힘들 때 들었던 그 노래들. 아무 반주 없이 절로 흥이 났었던 노래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이었다. 온 대지를 집어삼킬 것 같은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바람 한 줄기에 줄줄 흐르던 땀방울도 금세 말라버렸다. 살 것 같았다. 턱까지 찼던 숨이 고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낼 용기까지 생겼다. 노래와 휴식이 비타민이었다.


옷에 묻었던 먼지를 툭툭 털고 전투화 끈도 다시 한번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노래들을 그냥 가사도 없이 흥얼흥얼댔다. 그것이었다.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노래의 힘을, 나는 그때야 알게 되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힘들고 짜증은 나지 않았다. 그냥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일들에 투정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우리 선조들은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공부하는 학생이다 보니 그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시험을 봐야 하기에 국사책에 나오는 글들을 달달 외웠었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노래와 춤은 힘들고 고단했던 생활 속을 지탱해주던 벗이었다는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환경에 놓였다고 해도 우리가 마음먹기 따라서는 그 환경 속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고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 비단 노래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주문을 한 가지라도 만들어 긍정 에너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면, 깜깜했던 나의 앞날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리라 믿어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