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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특파원] 단오절 (端午節), 그리고 쫑쯔 (粽子)

by 앰코인스토리 - 2017. 5. 30.

음력 5월 5일은 단오절(端午節, 딴우지에), 중화권인 대만에서의 단오절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국가에서 지정하는 공식 공휴일이고, 단오절이 가지는 명절의 의미는 가을에 있는 중추절(仲秋節)인 추석과 견줄 만합니다. 단오절에 먹는 음식인 쫑쯔도 있고 또한 드래곤 보트 행사도 있지요. 대만에서 쫑쯔(粽子)는 찹쌀과 고기, 대추, 땅콩 등의 가지각색의 내용물을 잎으로 싸고 줄로 묶어 판매합니다.


▲ 대만의 마트에서의 단오절에서 쫑쯔 판매 사진, 필자 촬영


이러한 쫑즈 모양은 어쩌면 삼각김밥처럼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 역사는 꽤 깁니다. (사보 초기에도 소개한 적 있는데) 굴원(屈原)이라는 유명한 시인의 역사와 관련되었지요. 굴원은 BC 343~BC 278, 중국 전국 시대의 초나라 사람으로, 곧은 성격과 충정으로 인해 결국 조국에 망조가 든 것을 분개해 호남성 멱라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습니다. 그때 등장한 시가 어부사(漁夫辭)입니다. 몇 년 전 사보에 이미 소개한 시이기도 하지요.


간단히 다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죄없이 추방되어 야위어진 굴원을 본 어부가 무슨 일로 오신 거냐고 묻기에,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했으며,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추방당한 거라오.” 이에 어부가 성인은 세상과 추이(推移)를 같이 한다 하는데 왜 스스로 추방을 불러 왔나요 라고 되물으니,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다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 먼지 털어 쓰고 새로 몸을 닦은 이는 옷을 털어 입는다고,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요? 차라리 상수(湘水) 물가로 달려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으리요?” 이후, 이날이 단오절이라 하여, 단오절만 되면 쫑쯔를 만들어 배를 타고 강가로 나가, 물고기가 굴원을 먹지 못하도록 쫑쯔를 강가에 던지는 데서, 쫑쯔를 만들어 먹는 것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대만 스타벅스에서도 단오절만 되면 쫑쯔를 판매하네요.


▲ 대만의 스타벅스 쫑쯔, 필자 촬영


앞서, 배를 타고 나가서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먹는 것을 방해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여기서 유래된 것이 드래곤 보트 행사입니다. 용선(龍船), 즉 드래곤 보트 행사는 지역마다 대표하는 도교사원이나 지방단체 모임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어느 배가 가장 빠르게 도착점에 들어오느냐를 경주하는 행사입니다. 굴원 역사의 원래 목적대로 시끄럽게 운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행사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단오절에 모여 행사를 치르네요.


또한, 굴원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또 다른 문학적 공유점이 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인 <사미인(思美人)>인데요, 우리나라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의 모태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정철의 <사미인곡>은 한 여인이 이별한 후 그를 그리워하는 형식을 빌려, 임금을 사모하는 정을 노래했는데, 이는 굴원의 사미인의 충군(忠君)적 내용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정철만의 독창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사보를 통해 굴원의 <사미인>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思美人》

作者:屈原  朝代:先秦 


思美人兮,攬涕而竚眙。

媒絕路阻兮,言不可結而詒。

蹇蹇之煩冤兮,陷滯而不發。

申旦以舒中情兮,志沉菀而莫達。

願寄言於浮雲兮,遇豐隆而不將。

因歸鳥而致辭兮,羌迅高而難當。

高辛之靈盛兮,遭玄鳥而致詒。

欲變節以從俗兮,媿易初而屈志。

獨歷年而離愍兮,羌憑心猶未化。

寧隱閔而壽考兮,何變易之可為!

知前轍之不遂兮,未改此度。

車既覆而馬顛兮,蹇獨懷此異路。

勒騏驥而更駕兮,造父為我操之,

遷逡次而勿驅兮,聊假日以須是時。

指嶓塚之西隈兮,與纁黃以為期。

開春發歲兮,白日出之悠悠。

吾將盪志而愉樂兮,遵江夏以娛憂。

攬大薄之芳茝兮,搴長洲之宿莽。

惜吾不及古人兮,吾誰與玩此芳草?

解萹薄與雜菜兮,備以為交佩。

佩繽紛以繚轉兮,遂萎絕而離異。

吾且儃徊以娛憂兮,觀南人之變態。

竊快在中心兮,揚厥憑而不竢。

芳與澤其雜糅兮,羌芳華自中出。

紛鬱鬱其遠蒸兮,滿內而外揚。

情與質信可保兮,羌居蔽而聞章。

令薜荔以為理兮,憚舉趾而緣木。

因芙蓉而為媒兮,憚褰裳而濡足。

登高吾不說兮,入下吾不能。

固朕形之不服兮,然容與而狐疑。

廣遂前畫兮,未改此度也。

命則處幽吾將罷兮,願及白日之未暮也。

獨煢煢而南行兮,思彭咸之故也。


필자는 이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登高吾不說兮, 入下吾不能。固朕形之不服兮, 然容與而狐疑。높이 오르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고, 속세의 흐름을 따름도 나는 할 수 없으니, 진실로 나는 본시 성품이 너무 곧아서, 주저주저 갈피를 못잡고 있도다.’


매년 오는 명절과 휴일이지만, 올해만은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보면서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유민

강자에 대한 겸손은 의무, 동등한 사람에 대한 겸손은 예의, 약자에 대한 겸손은 숭고함이다. - 李小龍 / 겸손하게 대만문화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