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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선택, 우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by 앰코인스토리 - 2017. 5. 16.


나의 선택은 진정한 나의 선택인가?

우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결정장애를 가진 현대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수많은 사람의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답변 수준이 아니라 질문의 내용입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물어보지 않아도 될 질문을 던지고 생판 모르는 남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수많은 옷을 늘어놓은 사진을 올리고 “데이트할 때 이 옷을 입을까요, 저 옷을 입을까요?” 이 정도 질문은 애교입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하다가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묻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덧붙입니다. “AS센터에 가져가라는 대답은 하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라고 말입니다. 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 걸까요?

“영어 학원에 다닐까요, 중국어 학원에 다닐까요?”,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까요?” 이런 진로 고민은 그나마 진지합니다. “이 남자랑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웨딩드레스 좀 골라 주세요.“, "아버지 생신 선물은 뭐가 좋을까요?“, ”우리 아들 이름은 뭐로 지을까요?“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구합니다. 스스로 선택해야 할 모든 것을 남에게 먼저 묻고, 남의 의견을 들은 다음에 선택합니다. 자신의 의견보다 남들의 시선이 더욱 중요한 사회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택과 행동을 좌우하는 모방 습성

최근에 했던 선택을 떠올려 보세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우리는 선택을 내리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도, 호불호가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에게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에 결혼했고, 정치적 입장이 비슷하기에 그 후보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와튼 스쿨의 마케팅학 교수인 조나 버거는 우리의 선택 중 99.9%는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 옷을 사면 같이 옷을 사고, 다른 사람이 먹으면 덩달아 많이 먹는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무언가에 대한 신뢰를 합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 계속 베스트셀러로 남아 스테디셀러가 되고, 음원차트에서 초반에 많이 다운로드를 받은 곡이 오래도록 승승장구합니다.

해리포터의 성공 이후 조앤 롤링은 「쿠쿠스 롤링」이라는 추리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조앤 롤링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필명으로 책을 출간했지요. 소설의 독자들은 대부분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3개월 동안 1,500부 밖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책은 아마존 판매순위 4,709위에서 갑자기 베스트셀러로 급상승했습니다. 독자들이 작가의 천재성을 알아본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는 게 밝혀졌을까요? 누군가가 진짜 작가가 조앤 롤링이라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4억 5천만 부가 팔린 검증된 작가의 소설이라는 사실 때문에 「쿠쿠스 롤링」은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요.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에너지를 절약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환경 보존에 동참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또 다른 그룹에게는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자고 설득했습니다. 어느 그룹이 가장 에너지를 절약했을까요? 캠페인 이후 각 가정에서 전력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측정한 결과, 세 그룹 모두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캠페인을 실험했습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 지역 주민 중 77%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새로운 캠페인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량을 상당히 줄였고, 꾸준히 에너지를 절약했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응해서 에너지 절약을 하게 된 것이지요.

대중을 끌어모을 가장 좋은 수단은 대중입니다. 대중의 선택이 개개인의 선택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차별화의 심리

친한 친구들끼리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면 비슷한 모양, 비슷한 색깔의 가방을 메고, 비슷한 신발을 신고 있지요. 특정한 의류 브랜드가 유행하면 아무리 비싸도 사 입으면서 국민 교복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행을 따르고 싶기는 해도 똑같은 건 싫어합니다. 워터파크를 가면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수영복을 새로 사 입었는데, 똑같은 수영복을 입은 사람을 마주친다면? 친구의 결혼식에 갔는데 똑같은 넥타이, 똑같은 셔츠를 입은 사람과 마주친다면?

사람들은 지나치게 남들과 비슷하다 싶으면 종종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언짢고 불안해지지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수요가 시장의 수요와 반비례하는 현상을 ‘스노브 효과’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사용하거나 가졌다면 새로 진입한 소비자들은 그것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에 흥미를 덜 느낍니다. 같은 브랜드를 사더라도 한정판을 구매하는 이유이지요.


미국 문화에는 독특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습니다. 차별성이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 중산층과 상류층은 남과 다르게 보이는 차별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노동자계층은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는 모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고급 쇼핑센터의 주차장에는 다양한 차종이, 중저가 마트의 주차장에는 비슷하거나 특정한 차종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기호에 맞는 차를 살 만한 형편이 안 되어서 그렇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보다 차량 색상을 더 다양하게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별화 욕구 조사에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선택한 무언가를 다른 누군가가 고르면, 그 때문에 그 물건을 덜 좋아했습니다. 반면,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선택한 무언가를 남들이 고르면 그것을 더욱 좋아하고, 차이점이 더 적은 쪽을 선호했습니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도 소위 명품관을 둘러보면 매장마다 물건 하나가 공간 하나를 차지하고 진열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뿐인 상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차별화 전략입니다. 그런데 패스트패션을 표방하는 SPA 브랜드숍에는 똑같은 색깔, 똑같은 모양의 상품이 크기별로 가득 늘어서 있지요. 남들과 비슷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모방 욕구를 자극합니다.


미국의 중산층이나 상류층 가정에서 아이들은 ‘너는 특별하다’고 배웁니다. 자율성과 선택권을 부여받습니다.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어요.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개성과 특별함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집단 속의 조화와 유대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르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습니다. 남들의 이목을 생각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남아있어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튀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남들이 다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을 먹고 싶어도 짜장면을 선택하는 식이지요.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중간만 하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너무 잘하면 잘난척쟁이, 못하면 바보가 되는 집단 속에서 이래저래 튀어 보이지 않게 딱 중간만 하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규범의 차이는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다른 사람과 비슷한 물건을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와 맞아떨어집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의견의 통일을 추구하는 문화가 남들의 시선을 고려한 선택을 종용하고 모방 습성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취향과 사회적인 취향을 맞추기 위한 갈등 때문에 선택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선택을 위해

열정을 바칠 직장이든,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든, 혹은 당장 오늘 점심 메뉴든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나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각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영향력, 대중적인 트렌드, 시각을 홀리는 색깔과 디자인의 힘,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인지 부조화,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한다면 이러한 영향력을 거부할 것인지, 받아들일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자신만의 온전한 선택을 고수할 수 있게 되겠지요. 보이지 않는 힘을 일종의 도구로 삼아, 단점은 피하고 장점을 취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끌어내고, 활용하고, 삶을 향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선택이 온전히 자신의 선택일 때에, 선택의 결과가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달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이는지 분석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기분 좋은 선택과 합리적인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대중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보이지 않는 영향력」 

조나 버거 지음, 김보미 옮김, 문학동네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것까지 결정을 내릴 때마다 타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타인을 모방하는 경향 때문에 한 사람의 선택이 수천 명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이 격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우리는 다른 사람과 완벽하게 똑같아지는 것도 원치 않지만, 완벽하게 달라지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유사성과 차이를 엮어가면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그것에 맞게 행동합니다. 이 책은 왜 더 자주 본 사람이 더 매력적인지, 결혼한 사람들은 왜 더 닮아 보이는지, 좋은 협상가가 되려면 왜 남을 따라 해야 하는지 같은 인간의 모방 습성을 짚은 뒤, 왜 다른 사람이 고른 메뉴를 피해서 주문하는지, 왜 값비싼 제품일수록 브랜드 로고가 작게 들어가는지, 왜 성공한 운동선수들에게는 대부분 손위 형제가 있는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아이 이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같은 차별화에 대해 살펴봅니다. 우리가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배울 수 있지요. 나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법칙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이랑주 지음, 인플루엔셜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에 끌립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유행이라서, 가격이 괜찮아서, 상품의 질이 좋아서, 광고를 많이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생각이 사뭇 달라질 겁니다. 이유 없이 좋아 보이는 것은 없으며,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저자는 상품과 상품을 파는 공간을 좋아 보이게 만들어 행동과 구매를 유발하는 요소를 분석합니다. 똑같은 분홍색으로 인테리어를 했는데도 아이스크림 가게는 승승장구하고, 화장품 가게는 점점 사람이 줄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트 입구에 딸기를 진열하면 원피스의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 셀카를 부르는 공간을 만들면 장사가 잘되는 이유, 마트 안에서 평균 4km를 돌아다니면서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보이지 않는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법칙을 알고 나면, 실제로 우리의 선택이 자기 자신의 선택인지, 외부의 영향을 받은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보이지 않는 고릴라」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역, 김영사 


동영상에는 검은 셔츠를 입은 3명, 흰 셔츠를 입은 3명의 학생이 나와 농구공을 패스합니다.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세는 것이 이 실험의 과제입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열심히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고, 답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과제는 따로 있었어요. 1분이 채 되지 않는 실험 영상에서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천천히 등장하여 카메라 정면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퇴장합니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의 50%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고릴라를 발견한 후, 분명히 등장한 고릴라를 못 알아봤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유명한 ‘투명 고릴라’ 실험입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장치들에 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언론과 기업, 광고계와 정치인이 이를 이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하지요.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자기 생각을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심어진 왜곡된 신념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이러한 착각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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