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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만화책

by 앰코인스토리 - 2017. 5. 10.


만화책을 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매달 발행된 연재만화를 사보기 위해 엄마가 주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다. 만화책이 서점에 놓이는 날이면, 학교 끝나기 무섭게 만화책을 사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갔다. 두툼한 만화책에는 10여 가지 이상의 만화가 연재되곤 했다. 집에까지 가서 보는 것을 참지 못해, 집으로 가는 길에 손에 들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 가지 만화가 함께 있다 보니, 재미있을 만하면 꼭 끊어서 다음 편을 사도록 만들었다.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설렘 뒤에는 꼭 남았다.


보물섬을 다 보고 나면, 남은 한 달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시험 없는 주말이면 친구를 따라 만화방에 갔다. 처음 만화방에 들어서던 날, 수많은 만화책으로 빼곡하게 차 있는 그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작가 이름별로 정돈된 만화책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데,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 10여 권을 서둘러 뽑아서 친구와 정신없이 읽었다. 책이란 것에 그렇게 몰두했던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서너 시간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배가 출출할 때쯤 되자, 친구는 라면을 사주겠다고 했다. 자고로 만화방에 오면 꼭 해봐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게 라면이라 했다. 뜨거운 물을 붓고 한 젓가락 떠먹는 라면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방학이면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는 옷 버린다고 눈밭에 나가서 뒹구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았다. 그러면 TV를 보다가 잠을 자다가 한참을 방바닥을 박박 긁다가 보는 것이 다 본 만화책이었다. 연재만화는 부피가 큰 나머지, 1년 치 정도 되면 책꽂이 위아래로 다 채울 정도였다. 그러면, 그 1년 치를 다 꺼내 처음부터 다 읽곤 했다. 교과서만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책도 복습을 하게 된 것이었다. 까끌까끌한 재질의 만화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새삼 다시 보면서 찾았다.


요즈음은 만화방 찾기가 쉽지 않다. 예전만큼 성업을 하지 못해서인지 시내를 한참 돌아다녀도 만화방이라는 간판을 찾기가 어렵다. 더불어, 매월 만화만을 연재하는 만화책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가끔 TV 채널에서 방영해주는 만화를 보면서 그때의 일을 회상할 뿐이다. 학창시절, 만화는 친구가 되었고, 친구가 만화와 함께했던 그 시간은 추억의 사진 속에 남아있다. 언젠가 친구는 자신의 소장품 1호는 만화책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난다면 쌀쌀한 봄 밤에 읽을 만화책을 얻어 와야 할 것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